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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 단편선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0
기 드 모파상 지음, 김동현.김사행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9월
평점 :
모파상은 10년 동안 작가로 활동하면서 3백여 편의 단편과 6편의 장편 소설외에 시, 희곡 등을 썼다고 한다. 참으로 엄청난 양이다. 1893년 "어둡다, 아아 어둡다!" 라고 소리 지르며 43세의 젊은 나이로 떠나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의 양은 아마도 두 배로 불어나지 않았을까도 싶다.
이 단편선은 그의 수많은 단편 중 19편을 담고 있다. 몇 개월 전부터 생각날 때마다 한 두편씩 읽었는데, 독후 기록을 남기려고 보니 몇 달 전에 읽은 단편은 기억이 나질 않아 당황스러웠다.
스승 플로베르의 지도 하에 그는 작가로서 자신의 생각을 <삐에를와 장> 서문, <소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재능은 오랜 인내이다-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그 누구도 본 적 없고 말한 적 없는 어떤 측면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 그리고 무척 주의해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 가장 사소한 것에도 미지의 영역이 조금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발견해내자. 활활 타오르는 불을, 그리고 평원의 나무를 묘사하려면 그 불과 그 나무가 더는 다른 그 어떤 나무와도 그리고 다른 그 어떤 불과도 닮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불과 그 나무 앞에 머무르자."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똑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스승 플로베르를 통해 알게된 모파상은 이런 창작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문학을 발전시킨다.
섬세하고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인간의 삶을 정확히 포착한 그의 작품들을 주제별로 나누어 보면, '파리 소시민의 생활을 소재'로 한 작품들, 전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비참함을 다룬 작품들,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작품들, 노르망디 시골 사람들의 삶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들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나는 전쟁(보불전쟁)으로 빚어진 평범한 인간의 비극을 담은 작품 <두 친구>가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그 어떤 감정도 배제하고 관찰하듯이 덤덤하게 표현한 그의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그 유명한 <목걸이>,<보석>으로 대표되는 파리 소시민의 삶을 그린 작품들은 도시에 사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속물성, 위선을 극적인 구성으로 보여주는데, 또 다른 주제로 분류되는 시골 사람들을 다룬 작품들과 비교해서 읽으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시골 사람들의 단순한 삶 속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은 슬프면서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인생의 잔인함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의자 고치는 여인>, <달빛> 등 여성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들 또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특히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두운 인생의 이면'을 섬세한 시선으로 관찰, 간결하면서 사실적인 문체로 보여준 그의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옮긴이의 말대로 '찬란한 보석'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