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여행은 흔히 꿈에 비유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 둘이 만나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여행과 영화라는 두 가지 판타지는 조급한 나그네를 맞아종종 서슬 퍼런 리얼리티가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 모든 것에 시간 탓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소용없는 핑계였다. 여행뿐만이아니라 삶 자체가 시간의 문제일 테니까. 어쩌면 거듭된 여행에서내가 배운 게 있다면 공간이 아니라 시간일 것이다.

봄의 판타지와 가을의 리얼리티
떠나온 봄과 떠나갈 가을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시간 속을 우리가 흘러가는 것이다.

세상으로 내려가야 할 시간
러브레터 , 오타루

숲을 이룬 꽃은 시든다.
비포 선셋, 파리

<비포 선라이즈> 의 마지막 장면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했다. 그 남자 제시와 그 여자 셀린은 과연 6개월 뒤에 빈 기차역에서 재회했을까.

비포 선라이즈>의 9년 후 상황을 그린 속편 <비포 선셋 의 궤적을 밟아 프랑스 파리를 돌아다니는 여정은 어쩔 수 없이 세월의 위력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비포 선셋>은 9년 전 그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쓴 제시가 ‘저자와의 대화‘ 행사에 찾아온 셀린과 만나며 시작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의 재회가 이뤄진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서점으로 갔다. 파리 5구에 있는 이 유명한 헌책방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치쌓인 책더미 사이의 통로를지나서 열세 개의 좁은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갔다.

제시는 말했다. "제 삶은 평범합니다. 하지만 모든 삶은 드라마입니다." 사랑도 그럴 것이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랑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모든 사랑에는 휘몰아치는 드라마가 있다.

2층에서 내려오려다 입구에 붙은 글귀를 본순간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졌다. "나그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 수도 있으니까요..

어떤 엇갈림은 열정적인 재회보다 더 큰 의미를지닌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탁자 위 냅킨에 적힌 ‘르 퓌르 카페‘ 글씨 뒤에는 점 세 개가 말줄임표처럼 찍혀 있었다. 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오래전 그날처럼 삶과철학과 종교와 사회에 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끝내 풀어내지 못하고 줄여버린 말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의 수명을 결정하는것은 결국 입 밖으로 내뱉은 낭만이 아니라 심장으로 삼킨 연민이다.

서로 새끼손가락만 걸고 산책하는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연인들이란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드는 세월 앞에서 무모하게도 감정을 약속하는 사람들이다.

안타까웠던 9년 전을 떠올리며 셀린은 "다시 만났으니 추억을 바꿀 수 있어. 허무했던 우리의 마지막 대신"이라고 말하고, 제시는
"살아 있는 한 추억은 계속 바뀌지"라고 답한다. 
세월 앞에서 좌초한 감정을 목도한 어떤 연인들은 추억의 내용을 바꾸면서까지 기어이 감정을 살려낸다.

파리에 머물렀던 젊은 시절,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도센 강변의 헌책방 풍경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것은 100여 년 전 릴케가 적어놓은 글의 묘사가 내가 본 것과 아주흡사했다는 점이다.

"이따금씩 나는 센 강변의 작은 가게들을 지나간다. 골동품 가게나 작은 헌책방, 동판화 상점, 진열장에는 물건들이 가득 차 있지만가게를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전혀 거래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의자에 앉아서 뭔가를 읽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가게도 염려하지 않으며 대부분 개나 고양이를 기른다. 개는 주인 앞에 앉아 있고 고양이는 책 표지의 이름들을 지우려는 듯 나란히 꽂힌 책들을 가볍게 스치며 주변적막을 더욱 깊게 한다."

센 강의 다리인 퐁 생 마리를 지나기 직전에 본격적으로 분위기를잡는다.
"이곳을 지날 때면 다리 아래 그림자 속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을감고 키스를 하는 게 전통이랍니다."
물은 언제나 낭만을 부추긴다.

인연이란, 관계가 진행되는당시에는 말할 수 없는 단어다. <비포 선셋>을 감독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Linktater의 성이 뜻하듯, 인연이란 시간이 흐른 ‘나중에서야 서로 연계‘ 되며 뒤늦은 깨달음을 안기는 법이다.

회상되는 것은 세월이 아니다. 우리가 문득문득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순간이다. 순간은 도도한 세월 앞에 늘 무릎을 꿇지만, 결정적인 지점에 되살아나서 그 모든 시간을 무화시킨다. 지루한 영원은 폭발하는 찰나를 동경한다.

편안하면서 슬프고, 묵직하면서 살짝 떨리는 니나 시몬의 노래 <당신이알았더라면 You Knew)이 흘러나왔다. 당신이 알았더라면, 당신이 믿었더라면, 당신이 있었더라면,

사랑은 소화불량으로 죽는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시카고

한때 가장 높았던 빌딩‘은 ‘현재 가장 높은 빌딩‘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척도로나 사용될 뿐이다. 한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사랑‘은,
현재이기에 가장 생생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랑‘ 앞에서 감상적인 원경으로만 희미하게 흔적을 남긴다. 어느새 시어스타워가 까마득히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드레이크 호텔에서 닉 드레이크를들으면 멋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오산이었다. 기타 반주 하나로 고독과 절망을 나지막이 토해내는 영국 포크 가수 닉 드레이크의 목소리와 함께 시카고의 첫밤을 맞고 있자니 일순간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의 노래웨이 투 블루Way To Blue)가 의미하듯 그건 우울로 가는 길이었다.

사랑은 굶주려 죽지 않는다. 그것은 늘 소화불량으로 죽는다.

시간을 견뎌낸 모든 것은
<이터널 선샤인>, 몬탁

"사랑은 자동차처럼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저 핸들과 승객, 그리고 도로 사정뿐이다."
프란츠 카프카

좁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뻑뻑한 핸들 탓을 했다. ‘밸런타인 레인123번지‘가 나올 때까지 급격하게 휘어지면서 이어지는 도로를 뱅뱅 돌며 한참을 헤맸다. 주소 하나 달랑 들고 지도책 뒤져가며 영화의 촬영지를 찾이나서는 여정은 늘 이런 식이었다.
뉴욕시 북쪽 20여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욘커스시의 평일 오후는한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함께 지내는 기쁨보다는 부대끼는 권태가 더 커져서 이별을 맞게 된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그런 영화의 주인공이 살아가는 거리 이름이 낭만적이기 이를 데 없는 ‘밸런타인 길‘ 이라니. 마약으로 신음하는 마을 한가운데 우뚝 선 아파트 이름이 낙원을 앙망하는 ‘에덴 골짜기‘ 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긴 카메라를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을 찍지 않으면 자신이 보는 것들을 즐기지 못하는 듯했다.

난 그녀가 예쁜지 못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녀가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주기만 한다면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난 계속 이렇게기낼 수 있기를 바랐다. 매일 한 가지씩 견디면서 지내는 법을배우면 되니까.

난 단순하고 간결한 것,
극도로 절제된 형태, 은은한 색들을 좋아한다.
꽃이 만발한 여름날의 목장은
내겐 언제나 과도해 보인다.

그의 집의 실내장식에 관해선 어떤의견도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이 집에서 내 몫을주장한다는 의미가 될 터였다. 행여 언급조차 하고 싶지 않은 문제였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난 물 위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오래된 학급 사진 속에서는 이름조차 희미해졌다.
내 금귀고리들은 국가에 귀속되겠지.

난 다만 서로를 좀더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살라미와 술라미트의 이야기에서처럼 우리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별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뿐인데, 우리를 이어줄 황금빛 별들을.
허둥지둥 농장을 나서는 순간 눈물이 솟구쳤다. 내 진심을 이토록 오해하다니!

다음 날은 건화를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벤니의 전화일까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가 아닐까봐 더 두려웠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어느 순간에 어른이 되었는지를 분명하게안다고 한다. 

난, 아버지를 찾아갔던 그 사흘 동안 어른이 되었다.

어머니의 머릿속은 마치 끊임없이 잘못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하는고장 난 전화 교환대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문득, 부모님 중 누구와 더 가까운지 묻는 설문지에 대답해야 한다면 그냥 빈칸으로 남겨둘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침대칸에서 나왔다가 문을 잘못 열어 기차 밖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세상은 나와 상관없이 계속 잘 굴러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물론 이렇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별에서,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로, 그러다 목덜미에서 고독의 숨결이 느껴질 때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런데 그게 정말 가능한것일까?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넘었던 것이다. 하루하루를 잘 지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맺은 암묵적인 협약이었다. 그것을 깨뜨리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했다.

게임의 목적은, 곳곳에 함정이 숨어 있는 방들을 통과해 보물을 찾아낸 다음 자정에 종이 열두 번 울리기 전까지 그곳을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난 천장에서 내려오는 칼과 괴물, 바닥이 안보이는 깊은 구덩이와 독거미를 피해 가야 했다. 하지만 비밀 통로와 마법의 음료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녀는 계속 빈방‘ 카드를 뽑은 덕분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한 칸씩 전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 

"그런 게 아니야." 그녀는 몹시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임이 마치 내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그래, 빈방뿐인 삶,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카즘 기운을 되찾은 우리는 예건처럼 숲 속을 마음껏 누비고얼음이 녹은 것에 기뻐하며 개울에서 고기를 잡겠지요.
거로에게 온기를 불어넣어주며 겨울을 잘 이겨낸 우리는이게 곧 봄이 우리의 고통을 떨쳐내게 해줄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우린 어떻게든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만큼은 바깥세상이 우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농장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한번은 도로에서 농장 쪽으로다가오는 자동차 불빛이 보이자, 부엌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숨죽이고 있기도 했다. 누군가 수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우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깥세상에 미세한 틈만 보여도 불운을 가져오는 사악한 기운이 바람에 실려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훗날 홀로 묘지 벤치에 앉아 생각하곤 했다. 우리 관계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건 비올레트와 벵트 예란이 음식을 가지고 들이닥쳤을 때였을까, 아니면 내 생일날이었을까. 데시레와의 만남은 그 후에도 계속 이어졌지만 마치 산소가 희박해져가는 느낌이었다.

수면 부족과 허기, 그것이 그날 저녁에 벌어진 모든 일의 발단이었다.

내가 당신 눈에 뿌려준 마법의 금가루는햇빛이 비추자 시든 이파리로 변하고 말았어요..
그러자 당신은 놀란 얼굴이 되어 초조해하는 나를 바라보았지요.

<리골레토>는죄의식과 순수함, 절대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음악이 공존하는 처절하고 감동적인 오페라가 아닌가. 

 이렇게 계속할 수는 없었다. 이건 애초부터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서로에게서 벗어나지 못해 안간힘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서로에게 이끌린다는 사실, 어쩌면 그것은점성술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바로 현재우리의 상태인 것 같았다. 

엉망이 돼버린 내 생일날 이후에도 우리는 계속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건 마치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장애물을 쌓아가는 것과도 같았다. 

축제는 가장 즐거운 순간에 떠나야 한다. 서로 더 많은 눈물을 흘리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그 사실을설득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난 데시레가 가정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내겐 불을 지필 수 있는 나무 막대기 하나 없었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휘어버린 한 움큼의 나사와 펜치 하나뿐.

그녀는 자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대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명료한가!

 가엾은 데시레, 그녀는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그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는 내가 강해져야만 했다.

릴에 감긴 줄을 조심스럽게 풀그그물로 건져 올려서비늘을 벗기고 화를 발라난 다음맛있게 먹을 수도 있었는데,
그 망할 사랑이란 높은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고 없었다.

우린 각자의 삶 속에 파묻힌 채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낭떠러지 위로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은커녕 서로를 그 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우린둘 다 기적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그가 자신에게도영혼이란 게 있음을 인정하기를 바랐고, 그는 밤새 내 배 위에서앞치마가 자라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그러면서 우린치열한 싸움을 계속해나갔다. 

여전히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고있었으므로 자칫 블랙홀 속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린 지금까지 그 누구와 그랬던것보다 더 신랄하게 언쟁을 계속했다.

더이상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우린 끊임없이 각자의 바리케이드를 높이 쳐올려야 했다.

모든 건 시각했던 곳에서 끝이 났다. 묘기에서,

벤니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언젠가 당신과 내가 같은 곳에 묻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는 골똘한 표정으로 외리안의 무덤을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난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난 잠시 후에야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더이상우리를 믿지 않았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슴 한쪽이 저려왔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에는 단 한 번도 데시레를 만나기 전에 느꼈던 무기력 상태에 빠지지 않았다. 내 생각이 마치 하나의 논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내 삶에서 가장 근사한 것을 포기했다. 바로 이것을 위해. 그래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없었던 것이다. 내 모든 것을 던져야 했다.

마치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플 때 아스피린 두 알을 삼킨 느낌이었다. 극심했던 고통이 견딜 만한 만성 통증으로 변해갔다.
3주가 지나자 아니타에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치어진 직후, 가끔씩 밤에 전화벨이 울릴 때가 있었다. 누군지알기만 건화를 받기는 않았다. 자칫하면 또다시 덫에 걸려들고 말게 편하니까.

시간을 1분 1분 잘게 나누어쓴 알약처럼 삼킨다.
내 앞에 남아 있는 수많은 시간들을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우리는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자신의 지옥을 만든다.


난 내가 저지른 잘못들과 놓쳐버린 모든 기회를 영화 속 장면들처럼 하나하나 떠올리며 나만의 지옥을 만들어냈다.

난 꽥꽥거리며 세상만사 모르는 게 없는 것처럼 동하는 알밑고 거만한 도널드 덕을 닮아 있었다. 각자‘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서로에게 맞춰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그가 나한테 맞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널드 덕. 

희생은 벤니가 하야 한다는 전제하에 온갖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궁리했던도널드 덕, 내가 생각이란 걸 했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난 언제나 그가 나를 더 원하고, 따라서 선택권은 언제나 내게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엄청난 딜레마에피겨 있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감내할 수 있을지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 아무것도 포기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순간에는 벤니에게 마구 화가 났다. 그 역시 자신의 삶은아주 작은 부분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자신의 집에서 살라고했고, 내 일도 거의 포기하라고 했으며, 아이도 비올레트에게 맡기라고 했다. 그가 유일하게 양보한 것이라면 아마 방을 다시 꾸미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것조차 내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 고집불통 독불장군 같으니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여자와 한 남자, 
살라미와 술라미트는 각자의 별에 떨어져살았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 다리를 만들었다.

부모님 집에 전화를 걸면다음과 같은 안내 멘트가 나온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자동응답기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다.

간절히 바라던 아이라는 의미로 ‘데시레‘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어머니였다.

이제 내게는 내 삶의 보상이 되어버린 그녀의웃음소리, 그웃음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면 난 무슨 일이든 할 수있을 것 같았다.

혼란스럽고 번잡한 삶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이름표를 붙여 파일 속에 정리한 다음
서고로 보내는 일만 남았을 뿐!!

룬드마르크 부인이 없다고 해서 도서관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건아니었다.
따라서 내게 그녀는 다음번에 사무실을 재정비하게 되면 어디론가치워버려도 별문제 없을 쓸모없는 사무집기와도 같은 존재였다.

룬드마르크 부인은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리더니 힘없이 거실쪽을가리켰다. 그녀를 따라가자 두 벽면 전체에 캐비닛이 들어 차 있는커다란 방이 나왔다. 캐비닛이라니!

그로부터 두 시간 후, 난 울음을 삼킨 채 소리가 울리는 닳아빠진돌계단을 허둥지둥 내려왔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해야만 했다.


난 공중전화를 찾아 벤니에게 전화를 했다.

난 어느새 내 삶보다 훌쩍 자라 있었다.
내겐 새로운 옷이 필요했다.
누더기라 해도 아무 상관 없었다.

"난 친구 사귀는 일에는 관심 없어요." 지극히 담담한 어조였다. "모든 게 지나치게 상호적이고 복잡해지니까요. 서로에게 얽매이게 되고."

"염탐과는 달라요. 난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전혀 없거든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고, 누가 됐든도와주고 싶은 마음 같은 거 없어요. 이 자료들을 다른 용도로쓸 의도도 전혀 없고요. 내가 수집하는 자료라고 해봐야 대부분별 쓸모가 없는 것들이에요. 그리고 어쨌든 내가 죽으면 이 파일들은 모두 파기하기로 변호사와 얘기도 마쳤고, 그렇지만 원한다면 당신 파일을 보여줄게요.‘

"그런데 이런 것들로 대체 뭘 하시려는 거죠? 단지 수집하고보관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지 않나요? 혹시 소설이라도 쓰실 생각이세요?"
문득 든 생각이었다. 소설가들 중에 그러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전혀 아니에요." 그녀가 갑자기 열을 올리며 대답했다. "그런 소설은 이미 너무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러니까 때로는…… 다른 사람의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옷 가게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처럼 말이죠. 살 생각은전혀 없지만 그냥 한번 새 옷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혹시 제 삶과 관련해 저 자신이 모르고 있는 무언가를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말해줄 수야 물론 있지만 하지 않을 거예요. 부정 행위 같은거니까. 위험할지도 모르고, 공상과학영화에서 그렇잖아요. 과거의 일부분을 바꾸는데 현재의 모든 게 달라지죠. 그리고 사실나도 잘 몰라요. 가끔씩 잠깐 동안 당신의 삶을 살아볼 뿐인걸요. 단지 빌려 살아볼 뿐, 그런다고 내 삶이 되는 건 아니니까."

 룬드마르크 부인이 나보다 더 미쳤거나, 더 염세적이거나 더 감상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단지 현실적이고 유능하며 대단히 시적일 뿐,

"그런데 매우 흥미롭더군요, 당신의 새 남자 말이에요. 당신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남자이거나, 당신하고 유일하게 잘될 가능성이 있는 남자이거나 둘 중 하나예요."

무언가 달라졌다. 그녀가 동료 이야기를 하려고 날 찾아왔던그날부터인 것 같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그녀는 입을 열기보다 눈을 더 자주 크게 뜨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그런 식의 변화였다.

사실 그녀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녀가 경험하는 것 중에 입 밖으로 내지 않는 일이 있긴 한 걸까싶기도 했다. 어쩌면 그녀는 그런 식으로 자신이 겪는 일들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도 몰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죽은 자들의 편을 들어줄까?
누가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그들의 문제에 귀 기울여주고,
그들 무덤의 화초에 물을 줄까?

날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외로움과 환멸에 찌들어 상태가 별로 안 좋은 여자거든요. 

나는 지금 닳디닳아 반들반들해진 진녹색 벤치에 앉아 남편의무덤을 바라보며 성질을 부리고 있다.

난 그가 자신의 묘석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명 과정의 한 요소이다." 남편은 생물학자였다.
고마워, 외리안,

난 이곳에 올 때마다 적어도 한 시간씩은 머물다 갔다. 억지로라도 슬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울해질 수 있다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늘 내 곁에 있었던 남편의 존재감과 평범한 일상이다. 

더블베드의 반쪽은 절대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외리안과 함께였을 때는 내가 누군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우린 서로를 규정지어주는 존재였다. 부부라는 관계는 바로 그런데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럼 이제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이제 우연히 나를 보게 되는 사람들의 시선에 온전히 맡겨진 여자다.

건강, 도기히 그 여자를 못 견디겠어. 못 견디겠다고!
대체 왜 허구한 날 거기 앉아 있는 거지?

난 어머니 무덤을 손질한 후 그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쉬면서 생각을 가다듬곤 했다. 무언가 매진할 수 있는 일을 찾아마음을 추스른 다음, 하루 이틀 버틸 힘을 얻어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가 앉아 있었다.
유리창 너머에 오랫동안 걸려 있는 빛바랜 컬러사기 같은 모습으로, 상기 검은 금발, 강백한 얼굴, 빛 눈썰과 속눈,
고 바랜 시깔의 , 대부분 하늘색 아니면 테이기색이었다. 그녀는 데이기사 여인이었다. 

☆그녀의 모든 것은 일종의 거만함과도같았다. 약간의 화장과 예쁜 액세서리만으로도 자신이 어떻게보일지,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암시할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빛바랜 모습은 이렇게 말하고있는 듯했다. "난 당신의 생각 따위 관심 없어요. 당신이란 존재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요."

벌어진 상처의 가장자리는 다시 아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멈춰 선 시곗바늘은 누군가 다시 작동시켜주기를 바란다.
(언제까지나 1시 30분에 머물러 있는 건 좋지 않으니까!)
하지만 절단된 수족에는 환상통이 존재하는 법.

내가 잘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외리안은 누구하고도 다투는법이 없었다. 그는 상대방이 지쳐서 두 손을 들고 말 때까지 조곤조곤 자신의 관점을 설명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변함없이 온화해주시는 바람에 내 쪽에서 자제력을 잃은 적이 한두 번쯤 있긴 했다. 난 마치 어린아이처럼, 가구를 발로 차고 요란하게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행동했고, 난 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내 꼴만 우스워지고 그가 이겼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될 테니까.

☆그러다가 문득 우리가 진정한 삶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신문을읽고 있는 동안 진짜 삶이 창문 앞에서 전속력으로 달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언제나 현실그 자지 자이를 안경으로 가로막아놓는 것 같아." 나는 훌쩍거다 그 누구에게도, 실지어는 나 자신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하그 있다는 생가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어느 이른 아침 큰 뇌조의 짝짓기를 관찰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가 트럭에 치였다. 사고 당시 그는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새소리를 듣고 있었다. 

난 거창하게 시를 쓸 생각 같은 건 없다. 다만 삶이란 것을 이미지로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뿐이다. 

내겐 거의 매일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일상을 정돈하기 위해 해야 할일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과 같다. 내가 꾼 꿈을 다른 사람에게이야기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난 누구에게도 내가 쓴 글을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을 파악하기 위한 각자의방법이 있는 거니까.

꽃무늬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만년필 뚜껑을 조심스럽게돌려 열었다. 만년필이라니. 볼펜이 발명된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천천히 꼼꼼하게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의 그런 행동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엄청나게, 무덤 앞에서 메모를 하는 이 여자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내가 조합해낸 그 이미지가 너무 웃겨서 난 함박웃음을 지은채 그녀를 바라보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미처 평소의 표정으로 되돌아오기도 전에 그녀의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 그러면서 내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게 아닌가 !
뭐야, 이 여자가 그 여자 맞아?
잿빛 무덤 앞에서 창백한 입술을 꼭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던베이지색 여인이 이런 미소를 지을 줄도 알았나?

언뜻 보니 그녀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내 손에 머물러 있었다.
수년간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훈련을 했다. 나는 내손을 주머니 속에 감추지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 손가락 벤니, 그게 바로 나요. 가지려면 가지고 아니려면 말아요!"

그해 가을 동안 파란 수첩에 적어둔 메모를 읽다보면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서전과 판타지소설 속 인물들이 내게 이렇게 물어오는 것 같았다. 
당신은 무엇때문에 살죠?
 이토록 덧없고 짧고 통제 불가능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삶을 채우고 있는 것은 버스 정류장에서의 끝없는 기다림과진눈깨비뿐인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오래된 영수증을 정리하거나, 벽장을 더욱더 비좁게 만드는 데 최적인 이케아 정리함을 사거나, 오래된 슬라이드필름을 분류했다. 작년에 주워 모은 낙엽들만큼이나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사진들이긴 했지만,

라디오에서 쏟아내는 활기찬 목소리들은 아직 어딘가에선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자기 자신을 납득시킨다는 건 참 힘든 일이야, 그렇지?"
메르타는 시가릴로 너머로 나를 흘끔거리며 담담하게 되물었다.

가끔씩 잡지 같은 데서 사진 속 인물은 기사의 내용과 아무런관련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볼 때가 있다. 외리안이 대략 그랬다. 그래서 더이상 그에게 질문을 하지 않게 됐다.

그 역시 내게 별로 궁금한 것이 없어 보였다. 어쩌다 뭘 물어볼 때도 얼굴에 훤히 드러났다. ‘관심 표명하려고 애쓰는 중. 그래서 나도 더이상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것 역시 그에겐 아무런상관이 없는 듯했다.

난 사과나무의 꽃향기를 꿈꾸고
넌 사과가 잔뜩 담긴 바구니를 들고 뒤뚱거리지.
우리 둘 중 누가 사과에 대해 더 잘 알까?

성인이 됐으면서도 가정을 꾸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여성들의 삶에 분란을 일으키는주칫덩어리라도 되는 양.

 내가 점심값을 내려고 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아, 고마워요, 사양하지 않을게요. 실은 오늘이 제 생일이거든요. 서른다.
섯번째,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할게요.
그 순간 난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다른 선물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

딸깍, 하는 느낌과는 좀 달랐다. 그보다는 방심하고 있다가전기 울타리에 감전된 것 같은 느낌에 더 가까웠다.

그는 1층에서는 미키마우스 귀고리와 나비 모양 비누, 그리고보라색 스타킹을 샀다. 2층에서는 반짝이는 빨간 공, 연인의 모습이 그려진 포스터(그들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거대한 조개껍데기를 타고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자기 것처럼 특이하게 생긴 모자를 샀다. 산림조합‘ 이라는 글씨는 물론 없었지만,
마지막 상자 속에는 하모니카가 들어 있었다.

"옆 무덤의 남자를 만났어!"
난 어린 소녀처럼 킥킥거렸다.

"난 벤니예요, 벤니 쇠데르스트륌. 당신 성이 발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옆 무덤에서 그 성을 본 적이 있거든요."
"네."

최고급 브랜드의 운동화와
믿을 만한 나침반이 다 무슨 소용일까?
지도를 똑바로 볼 줄 모른다면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어김없이 문제가발생했다. 꼭 하루 만에 내 안에는 숱한 십자수와 다양한 거름제조 방식만큼의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난 더운물에 몸을 담근 채 보케리니를 틀어놓고 다겐스 뉘헤테르〉를 읽으며 혹사당한 내 몸을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 다음 따뜻한 차를 마시고 새하얀 시트에서 잠들고 싶었다.
내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고독을 맛보며,
잠깐 동안의 정적이 내 혀 위로 녹아들기를 기다린다.
오직 희뿌연 햇살만이 나를 방해할 뿐이다.

☆나는 흰색 목욕 가운을 두른 채 소파에 길게 누워 빈둥거리기를 좋아했고 창문으로 스며들어온 햇살이 방 안에 그려내는 줄무늬를 보는 게 좋았다.

때로는 한 손을 들어 손에 줄무늬를 만들기도 했다. 정적을 깨는 것은 윙윙거리는 냉장고 소음과 늦가을까지 남아 있던 파리가 멍청하게 유리창에 부딪혀대는 소리가 전부였다.

나는 그의 삶 속에 들어가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려 애썼다.
하지만 어떤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가 이어졌고, 난 더이상 스며드는 햇살과 노닥거릴 수 없게 되었다. 회색빛 속에 잠긴 내 아파트는 치과 대기실만큼이나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토록 좋았던 것이 어떻게 이렇게 나빠질 수 있을까?
벤니 역시 이 시험 단계에서 나와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게분명했다. 그동안 전혀 연락이 없는 걸 보면,

그 순간, 살라미와 술라미트가 떠올랐다. 사카리아스 토펠리우스의 시 「은하수」에 나오는 두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어렸을적 의미도 잘 모르면서 무척이나 좋아했던 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리위초등학교
학부모와 경찰의 짧은 대화 후 시간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퀴즈대회의밤  6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마흔의 매들린,다섯살의 클로에.
매들린이 발이 삔 순간 그녀를 도와줘 친구가 된 제인,그녀의 아들 지기
매들린의 전남편 네이선이, 세상 착한 보니와 결혼해 낳은 딸,스카이
금발의 미인, 셀레스트
누구나 부러워할 완벽한 인생을 사는 것 같지만, 아이들의 졸업과 동시에 이혼을 꿈꾸는 불행한 그녀. 그리고 그녀의 쌍둥이 아들
그들은 모두 같은 예비학교 학부모이다.

과거와 현재의 살인사건 수사를 오고가는 소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머릿 속에선 이 한마디만..
그래서 대체 누가 죽은거야??

하지만 챕터의 말미, 조금씩 덧붙여지는 인터뷰로 드러난 단서들을 토대로 그 인물에 다가가며 추려지는 재미에,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