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헌 씨는 태도가 분명하고, 모양을 냈다기보다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키가 작은 사람으로, 아주 빈틈없고 날카로운 회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한구석도 어수룩해 보이지 않았다. 사실, 사무 변호사로서 메이헌 씨의 명성은대단히 높았다. 자신의 의뢰인과 말할 때 그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긴 했지만매정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한테 갑작스럽고 맹렬하게 정을 쏟는 노부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누구라도 할 수 있었던 아주 단순한 행동을 보고 저를 좋아하게 된 거죠. 떠날 때,
그녀는 제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꼭 자기 집에 놀러 와달라고 하더군요. 물론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녀는 대번에 날짜를 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특별히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거절하는 게 좀 뭣한것 같아서 그다음 토요일로 정했죠. 그녀가 가버리고 난 다음, 저는 친구들한테서 그녀에 대한 것을 좀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부자라는 것과 하녀 한명만 데리고 살고 있으며, 고양이를 여덟 마리나 기르는 괴짜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당신처럼 잘생기고,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서른세살의 젊은 남자가 무엇 때문에 공통점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나이 많은부인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까?"

저는 마음이 약해요~ 남에게 이끌려 다니죠. 저는 싫다는 말을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를 믿든 안 믿든 그건 선생님 마음이지만, 세 번짼가네 번째로 방문하고 난 뒤로는 저도 진실로 그 할머니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전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주머니가 길러 주셨는데, 아주머니 역시제가 열다섯 살이 채 되기 전에 돌아가셨죠. 제가 정말 어머니한테 하듯이 응석 부리는 것을 즐겼다고 말씀드리면, 아마 선생님은 웃으시겠죠?"

"오, 아니에요. 잭, 당신은 지금 직관과 예감을 혼동하고 있군요. 자, 이제앨링턴 경, 예감이 실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셔야겠어요?"
아마 어느 정도까지는 있다고 봐야겠죠." 그 의사는 신중하게 시인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상당히 많으며, 더욱이 나중에 이야기를꾸며내는 경향도 있죠."
"나는 예감 같은 건 존재한다고 생각지 않아요."

"우리들이 그럴싸하게 말하는 직관이니 육감이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는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어둠 속을 질주하는 기차처럼 인생을 경험하는 거예요."


"당신은 신호라는 것을 잊었군요."
"신호?
"예, 안전하다면 초록색이고, 붉은색은 ……, 위험 신호"
"붉은색 위험 신호? 정말 스릴 있는데요!"

그것은 외부에서, 즉 네 심리가 어떤 외부 원인의 영향을 받아 생긴 것이지.
그러나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것이 내부에서 즉, 우리의 잠재의식적 자아에서 비롯된다고 본단다. 그 아랍인이 실수로 눈짓이나 표정에서 자기 본심을드러냈겠지. 

네 의식적 자아는 눈치채거나 기억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무의식적 자아는 달라. 무의식은 결코 잊어버리지를 않거든. 우리는 또 그것을 더고차원적인, 혹은 의식적인 의지라는 게 전연 없어도 판단을 내리고 추론할수 있다고 믿지. 그러니까, 네 무의식적인 자아가 너를 암살하기 위한 공격이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너는 의식 속에서 원인 모를 두려움을 갖게 되었던 거야.

"또 너에 대해 그 사람이 느끼고 있었던 증오를 네가 잠재의식에서 깨닫고있었을 가능성도 있지. 과거에 텔레파시라고 부르던 것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어. 비록 그것이 어떻게 해서 생기는 건지는 거의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야."

더못은 입을 다물고 앉아 있었다. 그는 하마터면, "예, 하지만 오늘 밤에도느끼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뻔했다. 그건 아직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한 생각이었으므로, 입술에서 차마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그 생각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그 붉은 신호가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고 있었다.
위험해! 위험이 임박했어!

"정말 그렇습니다. 어떤 특정한 망상을 억제함으로써 비참한 결과를 낳는경우도 아주 허다하죠.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보면 억제는 모두 위험합니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기이한 버릇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에 빠져들고 만족해하는 사람은 제정신과 정신착란의 경계선을 거의 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 남자가(그는 잠깐 뜸을 들였다), 또는 여자가 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끼칠 수도 있지요."

"부인은 내 말을 아주 잘못 이해하고 있군요. 그 악영향의 원인은 뇌의 물리적인 문제에 있는 겁니다. 때때로 구타와 같은 어떤 외부 작용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선천적인 경우도 있죠."

"신부님께서는 영적인 견해를 대변해 주시고, 나는 아주 세속적이며 법률적인 견해를 대변하고, 당신, 박사께서는 순수한 병리학에서부터 초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망라하는 가장 넓은 분야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셋이라면 어떤 문제라도 아주 완전하게 다룰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 거의 그렇죠 그러나, 그들은 모든 전문적인 견해에 결여되어 있는 것을 가지고 있죠 개인적인 관점이라는 것 말입니다. 결국, 당신도 개인적인 관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나는 내 직업에서 그것을 발견했어요. 진짜로 아프다고 오는 환자 중에서, 적어도 다섯 명은 이유야 무엇이든 간에 알고 보면 
한집안에 사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죠. 

"사실, 오늘 밤 뉴캐슬에 가는 이유는 이중인격을 가진 환자 때문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환자죠. 신경증 환자입니다. 그러나 진짜 환자랍니다."
"이중인격이라면…….."

"저기 계신 의사 선생님이 아까 말했지요. 우리 몸은….….
그의 손이 참사회 의원의 배를 세게 치는 바람에 참사회 의원은 주춤했다.
"저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말해 보시죠, 만일 당신의 집에서 도둑을 발견한다.
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에게 총을 쏘지 않겠어요?"

아니, 그럴 사람이 있다면 그건 기적이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
그는 일종의 이상한 만족감을 느끼며,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이 덧붙였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
그 말이 그의 입술에서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딘스미드 씨는 돌처럼 굳어버렸다.

클리블랜드는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사람들이 그의 이름과업적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는 정신의학의 권위자였으며, 잠재의식에 관한 훌륭한 책을 두 권 썼다. 그는 또 심령 연구회 회원이자, 자기의 학설이나 연구 방향에 끼치는 한도 내에서 신비학(神學)을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기이하리만큼 선천적으로 분위기에 민감했는데,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개발시켜 왔다. 그가 드디어 그 별장에 당도하여 문을 두드리는 순간, 어떤 동요가 일고 있음을 감지했으며, 자신의 모든 감각이갑자기 예민해진 것처럼 호기심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침대 옆에 있는 마호가니 탁자에 먼지가 쌓여 있었는데, 그 먼지 속에 세개의 글자가 아주 뚜렷하게 씌어 있었던 것이다.
SOS.
자신의 눈을 거의 믿을 수 없는 듯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것은 그의 어렴풋한 추측과 예감을 모두 확증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의 생각이 옳았다.
무엇인가 이 집에는 잘못된 것이 있었다. SOS.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였다.

☆"아니오. 그와는 반대로 아가씨는 극히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건전한 사람이라면 모두 위험이 가까이 왔을 때, 그 위험에 대한 예감을 하게 되는 법이죠."

하터 부인은 안심되기는 하지만 무의미한 말을 듣는 사람에게서 종종 보듯이, 안도한다기보다는 의심하는 것 같았다.

그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좀처럼 꺾을 줄 모르는 하터 부인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잭이 알기로는 그의 이름은 래빙턴이며, 그가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라고 어렴풋이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잭은 할리가에 자주 가는 사람이아니었기 때문에, 그 이름은 그에게 거의 아니 전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 이침 그는 조용히 지켜보는 그의 눈길에 무척 신경이 쓰였으며, 그 때문에 약간 놀랐다. 

 자신의 비밀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얼굴에 뚜렷하게 씌어 있다는 말인가? 이 남자는 자신의 직업적인 직감에 의하여 감추어진 뇌 속의 회백질 안에 뭔가 탈이 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말인가? 잭은 그런 생각이 들자 몸서리쳐졌다. 그게 정말일까? 정말 미쳐 가는 걸까? 그 모든 일이 환각일까, 아니면 엄청난 음모일까?

그때 갑자기 그 해답을 시험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그에게 떠올랐다. 여태까지 그는 주위에 혼자밖에 없었다. 만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와 함께 있다면? 그렇다면 세 가지 일 중에서 한 가지가 발생할 것이다. 그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들은 둘 다 그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그 혼자서만 그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오늘의 망상이 내일은 과학적 사실로 증명될 수도 있소

"당신 같은 젊은이들은 자기들 자신의 철학밖에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확신한 나머지, 그 견해에 심한 동요를 주는 일이 발생하면 그만 질겁하고 만다는 거요. 자, 그럼, 당신이 미쳐 가고 있다고 믿는 근거나 들어보고, 당신을 격리시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도록 하겠소"

"흥분하지 마시오, 젊은이. 어떤 사람이 죽는 순간에 특히, 폭력에 의해 죽는 순간에 그들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한 것이라오. 그 환경은 아마도그 영향력을 흡수해 두었다가 적절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것을 전달하는 것인지도 모르오 이 경우에는 그게 당신이 된 거요."

앨릭스는 어렵게 학교를 졸업했다. 열여덟 살 때부터 서른세 살이 되기까지14년 동안 그녀는 속기 타이피스트로 일하여 자신의(그리고 그중 7년간은 환자였던 어머니까지 생계비를 벌었다. 그것은 그녀의 소녀처럼 생긴 얼굴의 부드러운 선을 굳어 버리게 만든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현관 위에 ‘나이팅게일 커티지 별장‘이라고 새겨져 있는 것을 올려다보았다.
"너무 기발한 이름 아니에요.
그녀는 결혼 전에 언젠가 제럴드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나이팅게일재 이름과 같음을 말한다.

"나는 당신이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아또, 그래서 다이고, 나이팅게일은 꼭 연인을 위해서만 울지, 우리는 여름밤에 우리 집 밖에서 함께 그 소리를 듣게 될 거야."

그녀는 만일 이것이 소설이었다면, 그녀가 너무나 자주 읽었듯이 그 일기는 의심할 바 없이 어떤 사실을 폭로하여 자기를 놀라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혼자서 미소 지었다. 그 안에는 틀림없이 다른 여자의 이름이 씌어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한가롭게 그 뒷장들을 넘겼다. 거기에는 날짜, 약속사업거래를 위한 비밀 사항들이 씌어 있었을 뿐, 여자의 이름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그녀의 이름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의 물결이 그녀에게 밀어닥쳐 자제하기도 전에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오! 제럴드 내가 당신을 좀더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당신은 그게 현명하다고 생각해, 앨릭스 그 푸른 수염의 사나이(아내를 여섯이나 죽인 인물)의 침실 사건을 내 인생에 여자가 있었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야. 그것을 부정하진 않겠어. 내가 부정한다고 해도 당신이 믿어 주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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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셀리아도 말했듯이 그녀의 사연은 아주 진부합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사실 그런 일은 널렸습니다. 내가 관심을 가진 건 그녀의 사연이 아닙니다. 내 관심은 언제나셀리아 그녀였습니다. 그래요, 셀리아 그녀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그녀를 캔버스에 붙잡아두고 싶었지만그건 불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수단으로라도 그녀를 붙잡아보려했습니다. 이 낯선 수단 어휘와 문장, 쉼표와 마침표- 은 내가 가진 기술이 아닙니다. 아마도 당신은 크 사 스 브와르(그런 것같네요)!라고 말하겠죠.

뭔가를 아주 잘 아는데 아무리 애써도 그게 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을 때의 기분을 아는가?

언덕을 내려오면서 그녀의 모습은 암실에서 현상하는 사진 건판처럼 점점 선명해졌다. (아버지와 함께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하던 일은 내 아주 어릴 적 기억 중 하나다.)

나는 그 스릴을 잊은 적이 없다. 하얗고 넓은 건판에 현상액을 붓는다. 곧바로 아주 작은 반점이 나타나 어두워지면서 순식간에 넓게 퍼진다. 그 불가측성이 주는 스릴이란, 

☆건판은 금세, 어두워지지만 여전히 분명히 보이지는 않는다. 
빛과 어둠이 섞여 있을 뿐이다. 

그다음에 벌어진 일은 나도 설명할 수가 없다. 현상은 끝났다. 이미지가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사진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현상은 계속됐다. 표면에서 뒤로 혹은 안으로, 어느 쪽이든 내키는대로 됐다. 적어도 이것이 내가 설명이라 할 만한 것에 가까운것이리라.

그녀가 아주 차분하고 이성적이라는 것이 나는 오히려 두려웠다. 감정은 다룰 수 있다. 감정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격렬할수록 나중에는 더 냉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차분하고 이성적인 결단은 전혀 다르다. 

서서히 그 생각에 이른 만큼 쉽게 떨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가 뭔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녀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단순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게 최선이기 때문이에요.

격한 말도 그녀를 흔들지는 못했다. 그녀는 무척이나 침착했고, 저 멀리에 있는 것 같았다.
"오래 생각했어요. 정말 그게 최선이에요. 쉽고 간단하고……빠르죠. 그리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요." 그녀가말했다.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게 아니에요. 내가겪은 일은 특별하지 않아요. 많은 여자가 겪는 어리석고 흔한일이죠. 나만 특별히 불행했던 게 아니에요. 난……… 바보예요..
그래요, 바보였어요. 그리고 이 세상에 바보가 발붙일 곳은 없어요."

나도 지금의 당신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적이 있으니까요…… 나도 당신처럼 더 살아갈 필요가 없다.
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출구밖에 보이지 않는 맹목적인 그 절망감을 알아요. 하지만 난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것 또한 모두 지나간다고요. 슬픔은 영원하지 않아요. 영원한 건 없습니다. 위로와 약은 오직 하나예요. 그건 시간입니다. 시간에 맡겨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행복해질 가능성이군요." 내가 말했다.

 흉터가 남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은 거기에 그대로 남는다. 넌 장애인이고 온전치 않아, 라는 약점 결점 - 이 남는다.

"그것도 모두 시간과 함께 지나갈 겁니다." 나는 장담했지만실은 그렇다고 느끼지 못했다. 표면적인 치유는 아무 소용이 없다. 흉터는 깊이 새겨지니까.

"하나의 위험을 피한다 해도." 나는 말을 이었다. "또다른 위험이 오겠죠. 단순하지만 큰 위험이."

"하지만 그건 전혀 달라요, 전혀요. 인간은 아는 것에 대해서는모험을 하지 않아요. 미지의 위험.. 거기에 아주 매혹적인 뭔가가 있죠, 모험하고 싶은 뭔가가. 죽음도 결국 그런 거예요….…

셀리아에게는 친절도 동정도 없었다. 그녀는 모든 감정을 헛되이 소진해버렸던 것이다. 스스로 알았듯 그녀는 그런 점에서바보 같았다. 그녀는 너무 불행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베풀동정심이 없었다. 

그녀는 이내 내게도 어떤 일이 일어났었음을 알아차린 듯했다. 우리는 동등했다. 그녀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고, 날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내 불행은, 그저 내가 어떻게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그녀의 결심을 알아보았는가를 이해하는 근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셀리아는 읽기의 매력을 알게 됐다. 책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크고 예쁜 나비였다.
"세 푸르 마드무아젤(이건 아가씨 드려야죠)." 그가 말했다.
가이드는 셀리아가 알아차릴 새도 없이 민첩하고 능숙하게핀을 꺼내 셀리아의 밀짚모자 꼭대기에 나비를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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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말 "A good home is happiness". 좋은 집은 행복이다. 그리고그 행복이 완성되는 곳은 테이블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얼굴을 보고, 맛있는음식을 먹고, 꽃과 차와 함께 추억을 음미하고 다음 행복을 계획하는 공간…

누구나 잘하는 요리 한둘은 있듯이 잘하는 뜻이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 다리가 읽는 평범한 날에도 장바구니에 꽃 한 단 담을 수 있는 여우가 늘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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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것을 아주 가까이서 본 적 있나? 기계에 대해 잘모르는 사람들이야말로 기계의 영혼과 의미를 볼 수 있는 사람들 아닐까…… ‘이름 없는 짐승‘ 나의 김승을? 그럴지도돌라......
집단적 인간.. 결국 거대한 기계로 변하는 그것이 .…..… 일 일찍이 인류를 존속시켰던 집단본능이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거야.

살아간다는 건 개개인에게 한층 더 힘들고 위험해지고 있어.
도스토옙스키가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썼지.
양떼는 새로이 모여 새로이 복종하게 될 것이며, 이제는 영원히 그럴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들에게 조용하고 겸손한 행복을, 원래 타고나길 허약한 존재들에게 알맞은 행복을 줄 것이다.

인간은 돌을 숭배해서 스톤헨지를 세웠지. 그것을 세운 인간들은 죽어서 이름도 남지 않았지만 스톤헨지는 지금도 존재해,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후손인 너와 내 속에 살아 있다는 거야. 비록 스톤헨지와 그것이 상징하는 것은 죽었더라도, 죽는 것은 살아남고, 불멸이어야 하는 건 소멸한 거야.

영원히 살아남는 건 인간이야. (그럴까? 인간의 터무니없는교만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지!) 그래서 기계의배후에는 개인이 있어야 해, 도스토옙스키가 그렇게 말했고, 

도스토옙스키의 구절이 내게 뭘 연상시키는지 아나? 내 어린시절이야. 미스터 그린과 백 명의 자식, 그리고 푸들과 스쿼럴과트리, 그건 수십만의 수난자지 ....

음악은 수학 같은 것이어야 해, 순수과학이니까. 소리가 일으키는 순수한 감정만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드라마나 낭만주의,
관념 같은 것도 근접할 수 없어.

나는 마음속 깊이 항상 그렇게 느껴왔어..
음악은 절대음악이어야 한다고,

물론 내가 그 이상을 실현한다는 말은 아니야, 관념에 영향을받지 않는 순수한 소리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이니까.
내 음악은 기계의 음악이 되겠지. 그것을 어떻게 요리할지는네게 맡길게, 현대는 연출의 시대고 연출은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수준까지 이를 거야. 

음악은 음색, 음도, 상대적 속도, 반복으로 이루어진 사차원적인 것이어야 해.
아직도 우리는 쇤베르크 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아.
현대 정신을 대변하는 그 명석한 냉혹함, 오직 그만이 전통을 무시할 수 있는 용기, 본질을 규명하고 진리를 발견하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어.

풍만하고 유려하고 성깔 있는 슬라브 비버 같아!
숲의 보호색을 쓰고 있지만 난 여기 있고, 여기에만 있을 거야. 사나운 아이들 일당에게 먹힐 때까지.

"널 보니까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어. 난 정말 못된 인간들을 수없이 만났거든. 난 네가 강하고 자신만만하고 성공한사람이라는 게 거슬렸어 · 반발심을 느꼈던 거지……… 그런데 지금은 ...… 그래! 정말 훌륭해!"

시배스천은 마음을 정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일까.
사랑이었다. 순수하고 사심 없고 애틋하고 다정한 일정, 오랫동안 기속된 깊은 애정, 비슷비슷하게 반복되는 폭풍 같은 연애니미지근한 연애보다 진짜 깊은 곳은 건드리지 않고 삶에 간간이 끼어드는 연애보다 친배는 가치 있는 김정이었다.

시배스천은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겨 거리를걸었다. 리스플렌던트 호 대참사‘를 알리는 호외를 봤지만, 아무느낌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생각할 여유 따윈 있을 수 없어. 그저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될 뿐이지. 난 한 사람만 겨우 잡을 수 있는 상태넬이거나, 제인이거나……..…난 넬을 힘껏 붙들었어."

버넌은 조용히 대답했다.
게인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나를 쳐다보던 얼굴….… 시퍼런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면서 ……"

"넬을 붙들었다고? 멍청한 놈! 넬을 구하려고 제인을 죽게내버려뒀군, 맙소사, 제인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그런 여자를구하려고, 멍청한 자식!"
"나도 알아."

버넌은 진저리를 쳤고, 부끄러웠다. 하룻밤의 애도도 못한단 말인가! 그가 슬픔과 욕망을 소리로 바꾸려는 데에는 비열하고 잔인한 뭔가가 있었다.

그러나 창조자란 그런 것이다... 비정하고 …… 모든 것을이용하는 자다그리고 제인 같은 사람이 희생물이 되는 것이다..…제인

제인…버넌은 번민과 맹렬한 환희라는 감정 사이에서 쪼개지는 것같았다.

버넌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와 음악 사이에 끼어들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책상 위로 몸을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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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생각해요. 표면적으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렇죠. 우리는 진실을 사랑해요. 내 생각에는 우리 둘 다 상황을 사실 그대로 보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물론이죠. 예를 들면 넬 베리커가 그래요. 그녀는 상황을 자기 눈에 비치는 대로,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죠.

"관습에 얽매여서 본다는 뜻인가요?"
"그래요. 하지만 그건 양면적이죠. 예를 들어 조는 자신이 관습을 무시한다고 우쭐대지만 그것이 그녀를 그만큼 편협하고편파적으로 만들기도 하니까요."

"네, 뭐가 됐든 일단 ‘반대‘ 하고 본다는 점에서 그렇죠. 조는그래요, 반항아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죠. 어떤 대상이든 장점을찬찬히 살피지 않아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조에게는 내가 아주 형편없는 남자죠. 나는 성공한 사람이지만, 조는 실패한 사람에게 감탄해요. 부자인 나와 결혼하면 잃는 것 없이 득을 보게 될 텐데도요. 요즘엔 유대인이라고 해서 크게 꺼리지도 않잖아요."

드디어 탑의 공주>가 완성됐다. 버넌은 흥분했던 것만큼이나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가망 없는 졸작이었다. 불구덩이에 던져버리는 게 최선일 것 같았다.

"아니요. 당신은 참 어리석은 아이 같군요. 유머감각, 강인한기질,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귀중한 자질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당신은 좁은 집에서 사는 것을 사랑이 큰가 작은가 하는 감정적인 문제로만 생각하려 해요. 하지만 이건 정신적인 문제예요. 당신은 버킹엄 궁전에 살건 사하라 사막에 살건 상관없을거예요. 그건 당신 머릿속이 음악으로 꽉 차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넬은 환경에 좌우되는 사람이에요. 당신과 결혼하면 친구들과도 멀어질 테고요."

"그래요. 난 당신이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쓸데없이 자만하는걸 보면 화가 나요." 제인이 침착하게 말했다. "넬에게는 친구들과 멀어지고 지금까지의 생활을 버리고 희생해주길 바라면서정작 자신은 어떤 희생도 하지 않으려 하잖아요.
"어떤 희생 말이죠? 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애버츠 퓨어슨츠를 파는 건 빼고요?"

탑의 공주>는 금세 잊혀졌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 그로부터 불과 삼 주 후에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에는 호평을 받았다‘고 할 만했다. 기존의 통념을 깰 수있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젊은 음악가들을 냉소적으로 비판한비평가들도 있었다. 또다른 비평가들은 미숙하긴 하지만 큰 가능성을 보인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극에 일관한 완벽한아름다움과 예술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열광했다. 

"만약 내가 이틀만 기다렸다면, 공연 첫날 노래하지 않았다.
면 목이 괜찮았을 거라는 거요? 네, 버넌은 몰라요. 당신이 약속해준다면 앞으로도 모를 거고요."

긴 침묵이 흘렀다. 불행한 얼굴의 두 사람은 텅 빈 벽난로를바라보았다. 바깥에서 택시들이 템스 강변을 획획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생은 계속되고 있었다...

"난 딱히 그렇지 않아요. 전쟁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예요. 사실 건강도 모든 일의 본질까지 바꾸진 못해요.

그들은 행복하게 웃으며 나갔다. 버넌은 모든 걸 잊었다. 후회도, 양심도, 제인까지도 …

 조는 흥분하며 받아쳤다.
"아니, 그렇지 않아! 네가 틀렸어. 이 전쟁이 끝나면 새로운세상이 보일 거야.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될 거야, 전에는몰랐던 것들, 잔혹함, 악, 전쟁의 황폐함을 알게 될 거라고,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함께 맞설 거야."

조의 얼굴이 상기되고 의기양양해졌다. 시배스천은 전쟁이조를 사로잡았다‘는 것을 알았다. 

전쟁은 인간을 사로잡았다.

☆인간은 냉혹한 현실의 무게를 견디게 해줄 환상과 허위의 벽을 필요로 하니까. 그녀는 그것이 가련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했다. 인간은 그것을 믿고 싶어하고, 그럴듯하게 자신을 속인다고.

"넌 동의하지 않는구나! 넌 전쟁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
"전쟁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대단한 변화를 가져온 적도없어."
"그래, 하지만 이번 전쟁은 전혀 달라."
시배스천은 미소지었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 신상에 일어나는 일은 언제나 새롭게 느껴지는 법이야."

그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궁지에 빠진 남자를 구해줄 여자야늘 있지만, 산 정상에 있는 남자 곁에 있어줄 여자는 없어. 난거기서 혼자 지독하게 외로울 거야.

또 한 가지 넬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불평 않고 참는 가난한 자들의 영웅적인 정신력이었다.

이 말을 뱉는 순간 그는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왜 어머니를 사랑하지 못할까? 그는 잘해보려고 다짐하는데 어머니만 만나면 왜 매번 그렇게 불쾌해지는 걸까? 버넌은 넬을 끌어안았다.

"난 당신이 좋아하는 게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한다.... 그런 문제가 아냐.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야. 놓아버릴 수 없는 일…….… 날 놓아주지 않고 내가 떨칠 수도 없는 일...... 보고 싶지 않지만 보지 않을 수없는 얼굴 같은 거야…….…

아주 잠깐이지만 넬은 버넌에게서 몸을 뗐다. 그녀는 라이벌과 마주선 것 같았다. 대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그녀는 버넌의음악이 내심 두려웠다. 그가 음악을 그렇게 깊이 사랑하지만 않았어도,

난 버넌을 많이 사랑했어요. 정말 사랑했죠. 버넌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무너져내렸어요. 정말 그랬어요.
하지만 버넌은 내가 슬픔에 빠져 지내는 걸 원치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죽은 사람은 남은 사람이 슬픔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아요

당신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말하고 있군요. 제인이 말했다. "죽은 사람은 남은 사람이 슬픔을 극복하고 힘을 내서 아무일 없다는 듯 살아가길 바랄 것이다.. 죽은 사람은 남은 사람이 자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게 떠들죠. 

☆하지만 난 그들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낙관하는지 모르겠어요. 난 그게 자기 편하자고 지어낸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살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데, 왜 죽은 자는 모두 같은 걸 원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요

죽은 사람 중에는 틀림없이 이기적인 사람도 많을 거예요. 죽었다 하더라도 그는 분명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을 거란 소리예요.
죽었다고 단번에 아름답고 이타적인 생각이 샘솟을 리 없죠. 

눈물이 흘렀다. 넬은 흐느꼈다. 너무해.. 너무해. 남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버넌은분명 날 원망하겠지만, 나는 몰랐어. 내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다시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난 정말 행복했는데!‘

가끔 버넌은 모두가 자신을 그냥 조지 그린으로 살게 내버려두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지 그린으로 살아가는 편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악몽같았어- 원래의 나로 돌아으기 해 속을 하려야 한다는 게 좋은 기억들이 그 기적들은 스내가 대면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지. 난 지금 늘 지독겁쟁이였던 것 같아 보고 소지 않은 것들은 한계가 인수지 않으려 했고 ,

하지만 넬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괴로움에 젖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결국 난 이런 사람인 거야….…

하지만 그녀는 소리를 내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사 년의 안락한 삶이 그녀의 의지를 묶고, 그녀의 목소리를가두고, 그녀의 몸을 마비시킨 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짐승은 나무와 철사로 만들어진 단순한악기가 아니라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던 것 같아. 미래와 과거가 동시에 존재하고, 인간이 공간을 여행하는 것처럼 시간을여행할 수도 있다고 말하자면 어떤 것에서 다른 것으로 말하는 수학자가 있어. 

기억이란 정신의 습관에 불과하고, 방법만알면 지난 일뿐만 아니라 미래의 일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헛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난 다 가능하다고 믿어.

우리는 부분적이지만 미래를 분명히 알고, 가까이 인식하고 있어. 난 그렇다고 믿어.

하지만 악덕과 타락과 무질서 속에서 종종 놀라운 것이 생겨나기도 하지. 예술에 대한 러시아의 사상은 전반적으로 독특난생처음 들어보는 유치한 헛소리도 있지만 거지의 누더기 사이로 보이는 빛나는 살결처럼 멋진 번뜩임이 엿보이거해:든....

‘이름 없는 짐승‘. 집단적 인간……… 혹시 공산주의 혁명기념탑에 그려진 그림 본 적 있나? 〈철의 거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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