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와 한 남자, 
살라미와 술라미트는 각자의 별에 떨어져살았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 다리를 만들었다.

부모님 집에 전화를 걸면다음과 같은 안내 멘트가 나온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자동응답기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다.

간절히 바라던 아이라는 의미로 ‘데시레‘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어머니였다.

이제 내게는 내 삶의 보상이 되어버린 그녀의웃음소리, 그웃음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면 난 무슨 일이든 할 수있을 것 같았다.

혼란스럽고 번잡한 삶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이름표를 붙여 파일 속에 정리한 다음
서고로 보내는 일만 남았을 뿐!!

룬드마르크 부인이 없다고 해서 도서관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건아니었다.
따라서 내게 그녀는 다음번에 사무실을 재정비하게 되면 어디론가치워버려도 별문제 없을 쓸모없는 사무집기와도 같은 존재였다.

룬드마르크 부인은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리더니 힘없이 거실쪽을가리켰다. 그녀를 따라가자 두 벽면 전체에 캐비닛이 들어 차 있는커다란 방이 나왔다. 캐비닛이라니!

그로부터 두 시간 후, 난 울음을 삼킨 채 소리가 울리는 닳아빠진돌계단을 허둥지둥 내려왔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해야만 했다.


난 공중전화를 찾아 벤니에게 전화를 했다.

난 어느새 내 삶보다 훌쩍 자라 있었다.
내겐 새로운 옷이 필요했다.
누더기라 해도 아무 상관 없었다.

"난 친구 사귀는 일에는 관심 없어요." 지극히 담담한 어조였다. "모든 게 지나치게 상호적이고 복잡해지니까요. 서로에게 얽매이게 되고."

"염탐과는 달라요. 난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전혀 없거든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고, 누가 됐든도와주고 싶은 마음 같은 거 없어요. 이 자료들을 다른 용도로쓸 의도도 전혀 없고요. 내가 수집하는 자료라고 해봐야 대부분별 쓸모가 없는 것들이에요. 그리고 어쨌든 내가 죽으면 이 파일들은 모두 파기하기로 변호사와 얘기도 마쳤고, 그렇지만 원한다면 당신 파일을 보여줄게요.‘

"그런데 이런 것들로 대체 뭘 하시려는 거죠? 단지 수집하고보관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지 않나요? 혹시 소설이라도 쓰실 생각이세요?"
문득 든 생각이었다. 소설가들 중에 그러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전혀 아니에요." 그녀가 갑자기 열을 올리며 대답했다. "그런 소설은 이미 너무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러니까 때로는…… 다른 사람의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옷 가게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처럼 말이죠. 살 생각은전혀 없지만 그냥 한번 새 옷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혹시 제 삶과 관련해 저 자신이 모르고 있는 무언가를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말해줄 수야 물론 있지만 하지 않을 거예요. 부정 행위 같은거니까. 위험할지도 모르고, 공상과학영화에서 그렇잖아요. 과거의 일부분을 바꾸는데 현재의 모든 게 달라지죠. 그리고 사실나도 잘 몰라요. 가끔씩 잠깐 동안 당신의 삶을 살아볼 뿐인걸요. 단지 빌려 살아볼 뿐, 그런다고 내 삶이 되는 건 아니니까."

 룬드마르크 부인이 나보다 더 미쳤거나, 더 염세적이거나 더 감상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단지 현실적이고 유능하며 대단히 시적일 뿐,

"그런데 매우 흥미롭더군요, 당신의 새 남자 말이에요. 당신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남자이거나, 당신하고 유일하게 잘될 가능성이 있는 남자이거나 둘 중 하나예요."

무언가 달라졌다. 그녀가 동료 이야기를 하려고 날 찾아왔던그날부터인 것 같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그녀는 입을 열기보다 눈을 더 자주 크게 뜨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그런 식의 변화였다.

사실 그녀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녀가 경험하는 것 중에 입 밖으로 내지 않는 일이 있긴 한 걸까싶기도 했다. 어쩌면 그녀는 그런 식으로 자신이 겪는 일들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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