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었습니까?"
"제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던 곳에요."

고귀한 정신이 스러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도 없다.

"런던의 범죄자들은 죄다 멍청한 놈들이야. 여기 창문 밖 좀 내다보게,
왓슨, 사람들이 어렴풋이 나타나서 희미하게 보이다가 또다시 구름 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잖나. 도둑이나 살인자라면 호랑이가 정글속을 돌아다니듯 모습을 감춘 채 런던을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이야.
모습이 드러나는 건 목표물에 달려드는 그 순간뿐이지."

"사소한 절도 사건은 제법 되지 않나."
홈즈는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이 거대하고 음울한 무대는 그보다는 훨씬 더 대단한 범죄를 위한 거야. 내가 범죄자가 되지 않은 게 런던에는 천만다행이지." 그가 말했다.

"왓슨, 자네라면 미치광이나 치매 환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바보 천치와 한 방에서 자는 게 싫겠니?"
"아니, 전혀." 나는 어리둥절해하며 대답했다.
"그것 참 다행이군." 홈즈가 말했다. 그날 밤 그가 한 말은 이것이 전부였다.

"제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성함을 말씀하셨는데요. 그쪽이 독신자고 사무 변호사이며 프리메이슨 회원이고 천식이 있다는 분명한 사실 말고 다른 건 모르겠군요."

나는 내 친구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주리했는지이해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과, 법률 문서한 뭉치, 회중 시곗줄,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우리의 의뢰인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범한 사람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다.

"이렇게 대담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자들은 셋뿐이야. 오버스타인과 라로티에르, 에두아르도 루카스지. 세 사람 다 만나 봐야겠어."
"고돌프 스트리트의 에두아르도 루카스 말인가?"
나는 조간신문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렇다네."
"못 만날 거야."
"왜지?"
"엊저녁에 집에서 살해당했으니까."

우리가 모험에 나설 때면 내 친구는 번번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를 까무러칠 듯이 놀라게 했다는 사실을 개닫자나는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왓슨?"
"암호문이야, 홈즈."
내 친구는 순간 무엇을 알아냈는지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암호긴 한데 그리 어렵진 않네, 왓슨, 이건 이탈리아어일세."

"기괴망측한 사건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를 충분히 검토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사건을 해결할 열쇠가 될 때가 많다네."

"자네, 뻔뻔하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나?"
"노력하는 수밖에."
"아주 좋아, 왓슨! 부지런한 꿀벌 이야기와 더 높이‘라는 구호를 합친것 같군, 노력하는 수밖에. 이게 우리의 좌우명일세."

내게 뱀같이 교활한 지혜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 모티머가 불쾌한 수준까지 질문의 강도를 높여 오자 슬쩍 프랭클랜드의 두개골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물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 모티머는 마차를 타고오는 내내 골상학에 대해서만 떠들어 댔다. 나는 셜록 홈즈와 괜히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것이 아니었다.

"왓슨, 자넨 날 잘 알잖아. 난 결코 겁이 많은 인간이 아닐세. 더군다나곧 닥칠 위험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용감한 게 아니라 멍청한 거라네."

"인간의 이목구비는 감정을 드러내는 수단일세. 자네의 이목구비는 충실한 하인 같지."

"얼마 전에 내가 자네에게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한 구절을 읽어 준걸 기억하겠지. 면밀하게 추론하는 자는 친구가 말하지 않은 생각까지읽는다고 한 구절 말이야. 자넨 그걸 저자의 놀라운 상상력 정도로 취급했어. 내가 줄곧 버릇처럼 자네 생각을 읽는다고 해도 못 믿겠다고했지."

"아니, 난 그런 말한 적 없네."
"입으로는 말 안 했지. 하지만 눈썹으론 분명 했다고."

"홈즈 씨는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사악함을 꿰뚫어 보신다.
고 들었어요. 홈즈 씨라면 절 둘러싼 위험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알려주시겠죠."

우리가 마이링겐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한 때는 5월 3일이었다. 우리는 나이가 지긋한 페터 스타일러가 운영하는 영국식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 주인은 제법 똑똑한 사람이었고, 런던의 그로브너 호텔에서 3년 동안 일한 적이 있어서 영어 실력도 유창했다. 

4일 오후, 우리는 주인의 권유로 길을 나섰다. 산 너머에 있는 로젠라우이의 촌락에서 하룻밤 머물 셈이었다. 그런데 호텔 주인은 산 중턱에 있는 라이헨바흐 폭포 쪽으로 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폭포를 구경하려면 길을 좀 돌아서 가야 한다고 했다.

뒤를 돌아보니 팔짱을 낀 채 바위에 기대서서 휘몰아치는 폭포를 내려다보는 홈즈가 보였다.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본 홈즈의 모습이었다.

"교수가 사라진 순간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는 걸 깨달았어.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모리어티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 그들의우두머리를 죽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 복수하고 싶어 할 사람이 셋은 넘었으니까. 다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이고, 그들 중 하나는날 잡을 게 틀림없었어. 

그런데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내가 죽은 줄 알면 녀석들도 마음을 놓을 테지. 그러면 녀석들이 방심한 틈을 타 내가그들을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네. 그러고 나서 내가 아직 살아있다고 세상에 알릴 생각이었어. 인간의 두뇌는 얼마나 빨리 움직이던지 모리어티 교수가 라이헨바흐 폭포에 떨어지는 순간 이 모든 생각을떠올렸다네."

"파이프 담배는 가끔 아주 흥미롭지. 시계와 구두끈을 제외하면 이거보다 주인의 개성을 더 잘 드러내는 물건도 없어." 그가 말했다.

"우린 몇 년 동안 같은 방을 썼으니 같은 감방에서 생을 마감해도 괜찮겠군."

"이건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인데, 런던의 지저분한 뒷골목에서보다 이렇게 한가롭고 아름다운 시골에서 훨씬 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 법일세, 왓슨"

"어떤 단서로 모자의 주인을 찾을 생각인가?"
"추측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수밖에 없지."
"모자만으로?"
"물론이지."

"장담하건대 평범한 것만큼 부자연스러운 것도 없지."

셜록 홈즈는 운동 자체를 위해 운동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근력이 좋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홈즈는 분명 자신의 체급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권투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그는 아무 목적 없는 운동을 시간 낭비로 보았고, 탐정이라는 직업에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몸을 움직이려 하지도 않았다. 일을할 때만큼은 그는 지치지 않고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는 대체로 식사를 간단히 했으며, 일상생활도 엄격하다 싶을 정도로 소박했다. 가끔 코카인을 복용하는 것을 빼면 나쁜 습관 같은 것도 없었다. 그것도 사건이 거의 없고 신문마저 지루할 때 무미건조함을 타파하려는 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내 친구의 손에 들어온 사건의 성격과는 별개로,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그의 능력과 예리하고 치밀한 추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나로서는 그가 일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가장 어러운 수수께끼를 빠르고 명쾌하게 풀어 나가는 솜씨를 지켜보는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나는 홈즈가 언제든 거침없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너무 익숙해진 터라그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웬만하면 영국을 떠나지 않는 게 좋아. 내가 없으면 런던 경찰국이 쓸쓸해할 테고, 범죄자들이 활개를 칠 테니까 말이야."

"안타깝지만 왓슨, 자네가 내린 결론은 대부분 결함투성이라네. 솔직히 말해 자네에게 자극을 받는다고 했던 건 자네의 오류에 주목하는과정에서 가끔 진실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었어."

"개는 같이 사는 가족을 닮게 마련이지. 우울한 가정에서 활기찬 개를보거나, 화목한 가정에서 축 처진 강아지를 본 적이 있나? 사나운 주인옆에 사나운 개가 있고, 위험한 주인 옆에 위험한 개가 있는 법이지."

"마차를 타고 올 때 토비를 데려오게나."
"개 말인가?"
"맞아. 특이한 잡종견인데 후각이 놀랄 만큼 뛰어나지. 난 런던 경찰전체의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토비의 힘을 빌릴 걸세."

"사람 자체가 악질인지 주인이 시켜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무례하게도 내 앞에 개를 풀어놓지 뭔가. 그래도 개든 사람이든 내 지팡이를 싫어해서 별일은 없었다네. 그 사건 이후 나와 마부 사이가 악화되는 바람에 더는 조사할 수 없게 되었지."

나는 금고를 여는 일이 그의 특별한 취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많은 숙녀들의 명예를 집어삼킨 용, 다시 말해 이 녹색과 금색을 띤 괴물과 맞서는 것이 홈즈에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평범하지 않은 것은 사건에 방해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중요한것은 거꾸로 추리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건아주 유용하고 쉬운데도 사람들은 별로 연습하지 않죠. 일상생활에서는 순차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거꾸로 뒤집어서 생각하는 방식을 소홀히여기기 쉽습니다.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 쉰 명이 있다면 분석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는 셈이죠."

"내 눈은 얼굴을 장식하는 수염이나 모자가 아니라 얼굴 자체를 살피도록 훈련되어 있네, 변장을 간파하는 능력이야말로 탐정이 갖추어야할 첫 번째 자질이지."

☆연구를 즐기는 학생에게는 해답이 없는 문제가 흥미로울지도 모르지만 평범한 독자는 짜증스러워할 것이 분명하다.

"홈즈 씨, 당신은 마법사군요! 이게 거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죠?"
"다른 곳에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내가 외쳤다. "정말 놀라워요! 당신의 활약상은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사건의 진상을 공개해야 해요. 당신이 하지 않는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원한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박사님." 홈즈가 대답했다.

"아침 공기가 참 상쾌하군! 저기 작은 구름 좀 보게. 꼭 거대한 홍학의분홍 깃털처럼 떠돌아다니지 않나? 짙은 구름이 낀 런던 하늘 위로 붉은 태양의 가장자리가 보이고 있어, 태양은 수많은 사람을 비추지만장담하건대 그들 중에 자네와 나처럼 기이한 사건에 얽혀 있는 사람도없을 걸세. 자연의 위대한 힘 앞에 인간의 사소한 야망과 노력은 얼마나 하찮게 느껴지는지!"

"그러고 나서 당신은 목사관으로 가서 밖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집으로돌아갔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죠?"
"당신 뒤를 밟았으니까요."
"아무도 못 봤는데요."
"뒤를 밟고 있는데 당신이 보면 안 되죠."

"맹세컨대, 왓슨, 자넨 놀라운 실력을 발휘했네. 아주 잘했어. 중요한걸 모두 놓치긴 했지만 요령은 터득했군, 색깔을 구별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만 보지 말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 집중해야 해."

"당신에게 비공식적인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동안 미해결 살인 사건이 세 건이나 되어선 안 되죠, 레스트레이드, 하지만 몰세이 사건은 당신답지 않게… 그러니까 제법 잘 처리했다는 말입니다."

"이건 귀족이 보낸 편지 같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자네는 오늘 아침생선 장수와 세관 감시원에게 편지를 받았을 텐데."
"맞아. 내게 오는 편지는 개성이 다양하다는 게 매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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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습작 Juveallia)이라는 에세이에 이렇게 적었다. ‘상상력이 풍부한 소년이 짧은 여가 시간을 틈타 책을 들고 구석으로 숨어들었을 때, 앞으로 한 시간은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끼는 것처럼 충만한 기쁨은 세상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코난 도일은 대화문으로 난해한 플롯의 세부 사항을 전달할 뿐 아니라 홈즈와 왓슨이 유쾌하게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한다. 홈즈는 베이커 스트리트에서 왓슨의 속내를 꿰뚫어 보며 말한다.

"인간의 이목구비는 감정을 드러내는 수단일세. 자네의 이목구비는충실한 하인 같지." 그런가 하면 홈즈는 왓슨에게 자신이 제안한 계획을 따를 것인지 묻기도 한다.

 처음 셜록과 왓슨을 접한 뒤로 나는 지금까지도 그들이 자아내는 문학적이면서도 자연 과학적인 분위기에 흠뻑 빠져 있다. 자욱한 안개에 구름마저 잔뜩 낀 아침이었다. 진창이 된 거리의색이 그대로 반사된 듯한 하늘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누르스름한 베일 같았다. 

나는 홈즈와 왓슨이 핸섬 마차에 올라타 혼잡한 런던 거리를 누빌 때마다 기대감으로 마음이 벅차오른다. 직접 런던 거리를 방문했을 때도 이 오랜 유년의 향수는 잦아들지 않았다. 빅토리아 시대의 스모그가 폐와 지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알게 되었다

홈즈가 원래 살던 곳이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거대한 타임머신과도 같은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다.

1859년, 바람이 거센 에든버러의 골목길과 모퉁이 사이에서 태어난 코난 도일은 에드거 앨런 포와 같은 작가의 글을 읽으며 자랐다.
이 기괴한 미국 작가는 탐정 소설 몇 편을 썼는데, 그중 세 편에 점잔 빼는 프랑스 아마추어 탐정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한다. 포는 독자에게 뒤팽은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하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거의 제시하지 않는다.

셜록 홈즈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지러운 사회의 인과 관계와 우리의 행동에서 비롯되어 외부로 뻗어 나가는 나비 효과를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여전히 홈즈의 통찰력을 숭배한다. 

외투 주머니에서 끄집어낸추론과 마부의 장화와 담뱃재, 왓슨의 균일하지 않은 면도 상태에서이끌어 낸 분석을 유괴당한 소년을 추적하면서 자전거 타이어 자국을 확인하거나, 춥고 어두운 밤 우리가 발로 짓뭉갠 잔디밭을 과학의 시신으로 어보기 위해 비디에 엎드린 홈즈를, 나는 베이커스 리 221번지에 있는 게난 열일곱 개를 지친 걸음으로 올라선다. 

그리고 늦은 밤, 구름 모양의 파이프 담배 연기 속에서 홈즈와 맛슨 앞에 자리를 잡고 있다. 허드슨 부인이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도록 불을 붙이 두었다. 불은 안개 속에 도사리는 위협에서 우리를이끌어 주는 이성의 빛처럼 눈부시게 오른다.

인용 부호가 없는 1인칭 서사는 모두 왓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이라고 명백하게 언급된 몇사례를 제외하고는 인용 부호 안에 따로 표시가 없는 단독 화자는홈즈로 보아도 무방하다. 홈즈의 독백은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독자는 그의 목소리를 쉽게 알이들을 수 있다.

자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탐정의 말을 빌려 볼까 한다. 우리의 방식이 어떤지는 여러분도 알 것이다(이 대사는 〈보스콤 계곡의 비밀)에 등장한다. 어떻게 사건을 해결했느냐는 왓슨의 질문에 "자네도 내 방식을 알잖아."라고 홈즈가 대답한다. - 옮긴이), 부디 즐거운 독서가 되길 바란다.

"알기는 쉽지만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 문제입니다. 누가 2 더하기 2가왜 4인지 증명해 보라고 한다면 박사님은 그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어도 증명하긴 어려울 겁니다."

레스트레이드 경위와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 우리는멋진 연극을 볼 때처럼 저도 모르게 동시에 박수를 쳤다. 홈즈의 창백한 뺨에 홍조가 어리는가 싶더니 그는 청중의 호응에 감사하는 위대한극작가처럼 우리에게 몸을 숙여 보였다. 

이 순간만큼은 그도 잠시나마완벽한 추리 기계이기를 그만두었고, 존경과 갈채를 바라는 인간의 마음에 냉소를 던지지도 않았다. 그는 유독 자부심이 강하고 내성적인성격이라 세간의 평가를 경멸하고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친구의진심 어린 감탄과 칭찬에는 깊이 감동할 줄도 알았다.

홈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반 씨, 수수께끼는 아무나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홈즈는 돈을 위해서라기보다 사건을 해결하는 자체를 즐겼기 때문에 별나기나 기이한 싱함을 보이지 않는 사건은 아서 맡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한텐 보이지 않는 걸 자넨 많이 읽어 낸 것 같군." 내가 말했다.
"보이지 않는 게 아냐, 왓슨, 보지 못한 거지. 자넨 어딜 봐야 할지 몰라서 중요한 걸 죄다 놓치고 말았어. 그동안 자네에게 소매가 얼마나 중요한지, 엄지손톱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숨어 있는지, 구두끈에는 또얼마나 중요한 문제가 얽혀 있는지 누차 말했는데 아직도 모르는군."

"아니, 이 기사 말입니다. 표시가 돼 있는 걸 보니 홈즈 씨도 벌써 읽으셨겠죠. 나름대로 체계적인 글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무척 거슬리네요.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시시콜콜한 문제만 파고들면서 시간을 때우는 사람이 쓴 이론이 분명합니다. 실용적인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저는 이 남자를 지하의 삼등석에 태우고 거기 탄 사람들의직업을 맞혀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죄다 틀릴 거라는 데 천 대 일로걸겠습니다."

"돈을 잃으시겠군요. 그런데 저 기사는 제가 쓴 겁니다." 셜록 홈즈가싸늘하게 말했다.

"자료! 자료! 자료가 없어! 나라고 진흙 없이 벽돌을 만들 순 없다고."
홈즈가 안절부절못하며 외쳤다.

날씨는 더없이 화창했다. 눈부시게 태양이 빛나고 하늘에는 양털 구름이 넘실거렸다. 숲과 길가의 나무들이 초록빛을 띠기 시작했고, 대기에 촉촉하고 상쾌한 흙냄새가 가득했다. 싱그러운 봄기운 속에서 우리앞에 닥친 불길한 사건을 떠올리니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요새 현장 수사하러 나갈 일은 없나?"
"없네. 그러니 코카인을 하는 거지. 난 두뇌 활동 없이는 듯 아 그거없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한단 말인가? 여기 초는 앞으로의 보..
정말이지 지루하고 암울하고 공허한 세상이 아닌가? 를 조어두컴컴한 집들을 뒤덮는 저 누런 안기 좀 보거나 이보다 더고 무미건조할 수 있겠는가? 이봐, 왓슨 내게 능력이 있다. 흔들 드슨의미가 있나? 발휘할 기회가 없는데, 범죄도 진부하고 일도 전부터하늘 아래 모조리 진부한 것들뿐이네."

닥치는 대로 읽는 독서가치고 정밀한 지식을 습득한 사람은 드물지 않은가. 타당한 이유도 없으면서 사소한 문제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이는없을 것이다.

그녀는 홈즈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불쑥 깨닫고는 화들짝 놀랐다. 그녀의 큼직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에 두려움과 놀라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걸 알아내는 게 제가 하는 일이니까요. 홈즈가 웃으면서 대꾸했다.

"명백한 사실보다 더 의심스러운 건 없다네."

"자네도 알겠지만 런던에는 남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사람이 이주 많아. 낯을 가려서 그런 사람도 있고, 인간이 싫어서 그런 사람도 있지.
하지만 그들이라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잡지 최신 호를 보는 것까지꺼리지는 않아.

 디오게네스 클럽은 이들을 위해 생겨났고, 지금은 마을에서 가장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지 클럽회원들은 다른 회원에게 말을 붙일 수 없게 되어 있어 손님방에서 말고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할 수 없지, 이 규칙을 세 번 어기고 위원회에 보고되면 클럽에서 제명될 수도 있어. 우리 형이 창립 멤버 중 한명이라 그런지 나도 거기 가면 무척 편안하다네."

홈즈는 아침에, 정확히 말하면 친절에 유독 약했다.

"자넨 전에 없이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어, 왓슨, 지금으로서는 자네가무슨 실수를 한 건지 잘 기억나지 않는군, 전반적으로 자네의 조사는사방에 경고를 발하는 효과를 냈네. 그런 데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지."

"홈즈 씨, 간밤에 무척 기이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터졌습니다. 난생 처음 접하는 사건이에요. 이런 때 마침 여기에 홈즈 씨가 계신 게 신의섭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 전체를 통틀어 우리가 유일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홈즈 씨니까요." 목사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런던의 여러 신문에 나오는 고민 상담란을 빠짐없이 철해 둔 두툼한 스크랩북을 꺼냈다. 맙소사! 신음과 아우성과 푸념이 넘쳐 나는군, 특이한 사건들이 넘쳐 나! 하지만 색다른 것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사냥터지." 홈즈가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다.

"슬픔을 잊기에 일만큼 좋은 게 없지, 왓슨."

커튼 뒤로 길쭉하고 호리호리한 홈즈의 그림자가 방 안을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뒷짐을 진 채 빠른 걸음으로 방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의 성향과 버릇을 속속들이 아는 나로서는 자세나 분위기만 봐도 그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홈즈가 다시 일을 시작한 것이 틀림없었다. 약물이 빚어내는 몽환 상태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사건에 열중하게 된 것이다.

내 친구는 열정적인 음악가였다. 연주 실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훌륭했다. 그날 오후 내내 홈즈는 1층 특별석에 앉아 더 없는 행복감에 휩싸인 채 음악에 맞추어 길고 가는 손가락을 부드럽게흔들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과 꿈꾸는 듯한 나른한 눈빛은홈즈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명석한 두뇌와 재빠른 순발력으로 사냥개처럼 범죄자를 쫓던 탐정 홈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홈즈라는 한 사람 안에 내재된 두 가지 면모는 번갈아 가며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이따금씩 홈즈의 치밀하고 빈틈없는 면모가 그를 사로잡는 시적이고 사색적인 성향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홈즈는 깊은 무기력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기운이 넘치곤 했다. 며칠 동안안락의자에 앉이 빈둥거리면서 흥 연주를 하거나 흑자체 활자본을들여다볼 때처럼 그가 심심찮게 보일 때는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건 해결에 대한 열정이 치솟아 추리력이 직관의 수준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홈즈의 추리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알지못하는 것을 알아내는 그의 능력에 불신의 눈초리를 던질 정도다.

"홈즈 선생, 오늘 아침 당신은 큰 실수를 한 거요. 난 당신보다 더 강한사람도 무너뜨려 왔으니까. 내 뜻을 거스르고 잘된 사람은 없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달라요." 홈즈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음흉하고 교활한 족제비처럼 생겼으며 비쩍 마른 남자가 승강장에서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골 풍경에 걸맞게 연갈색 디스트코트를 입고 가죽 각반을 차고 있었지만 나는 그가 런던 경찰청의 레스트레이드경위라는 것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만든 사람이 있으면 푸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

"물론 교활한 사람이라면 엉뚱한 자국을 남기기 위해 자기 자전거 타이어를 바꿀 수도 있겠지. 그런 생각까지 할 수 있는 범죄자라면 내가자랑스럽게 상대해 줄 만하네."

"오늘 밤에는 더는 할 말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 내게 바이올린을 건네주게 30년 동안만이라도 이 우중충한 날씨와 끔찍한 인간들 생각은하지 말자고,

"왓슨, 이제 우리 일은 끝났으니 즐길 시간이네. 샌드위치와 커피라도먹고 나서 바이올린의 세상으로 떠나 보세. 그곳은 모든 것이 감미롭고 섬세하고 조화롭지. 빨간 머리 의뢰인이 복잡한 문제를 들고 우릴찾아와 골치 아프게 하는 일도 없고 말이야."

"이봐, 왓슨, 나 같은 사람은 무엇을 봐도 내가 하는 일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저주를 받았다.. 자넨 여기저기 흩어진 집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지. 하지만 나는 저런 집들을 보면 서로 멀리 떨어져있으니 완전 범죄가 가능하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
너도밤나무집(1892)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지, 왓슨."

"왜 제게 오신 겁니까? 아니, 그것보다, 왜 곧바로 오지 않았습니까?"
홈즈가 외쳤다.

"그 반댈세. 홈즈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내게 솔직히 그렇다고말하지. 그가 별말 없을 때는 실마리를 찾았을 때라네. 아직 확실하지않아서 말을 안 하는 거야."

"설명을 해 주면 밑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근거는 발히지 않고결론만 알려 주는 편이 훨씬 더 인상적이지. 그가 말했다.

"가보리오의 작품은 읽어 보셨습니까? 홈즈 씨 생각에 르콕 탐정은 어떻습니까?" 내가 물었다.

"르콕은 형편없는 강도였습니다. 한 가지 봐 줄 만한 점이라고는 그의의욕뿐입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정말 화가 나더군요. 문제는 죄수들중에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느냐는 것이었죠. 저라면 24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했을 겁니다. 그런데 르콕은 여섯 달이나 걸렸습니다. 탐정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해 가르쳐 주는 교본은 될 수 있겠네요. 홈즈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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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일반판
웨스 앤더슨 감독, 에드워드 노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MENDL‘S & 영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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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자네도 나처럼 단조롭고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난 기이한 일을 좋아하잖나. 내가 맡았던 사건들을 기록하는 데 그렇게 열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자네는 수많은 내작은 모험담을 아름답게 꾸며 주었어."

"안녕하십니까? 아프가니스탄에 계시다 왔군요." 그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며 내 손을 꼭 쥐었는데 보기보다 손아귀 힘이 꽤 썼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 별것 아닙니다."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일어나게, 왓슨! 얼른! 게임이 시작됐어. 설명은 천천히 하겠네. 빨리옷 갈아입고 나와!" 홈즈가 외쳤다.

"내 정신은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지. 내게 문제를 던져 주게 할 일을달라고, 가장 난해한 암호도 좋고, 가장 복잡한 분석 과제도 좋아. 그럼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테니까. 그땐 이런 인위적인 자극제 같은 건없어도 돼. 하지만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건 참을 수가 없네. 난 내 정신이 고양되길 원해. 그래서 나만의 특별한 직업을 선택한 거야. 아니,
실은 내가 만든 거지. 이 일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으니까."

나는 1894년에 우리가 한 일을 기록한 묵직한 원고 세 권을 살펴보았다. 솔직히 말해 이렇게 많은 자료 중에서 사건 자체로 흥미로우면서도 내 친구에게 유명세를 가져다 준 특이한 능력을 증명하기에 적합한 사건을 고르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의 사람됨과 외모를 보면 평소 주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키는 1m 80cm를 넘었는데 워낙 깡말라서 훨씬 더 커 보였다. 대단히 무기력한 상태일 때를 제외하고는 눈매가 항상 날카롭고 형형했다. 홀쭉한 매부리코 때문에 전체적으로 냉철하고 단호해 보였다. 툭 튀어나오고 각진 턱은 완고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손에는 늘 잉크와 화학 약품 자국이 묻어 있었지만, 깨지기 쉬운실험 도구를 다루는 모습을 볼 때면 손놀림이 무척 섬세하다는 것을알 수 있었다.

"제가 오래전부터 들은 격언이 하나 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하나씩 배제한 뒤 마지막에 남은 것이 아무리 터무니없어 보이더라도진실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내가 보기엔 평범한 모자같은데 실은 섬뜩한 사연이 숨겨져 있겠지. 자네가 수수께끼를 해결하고 범죄를 처단할 실마리일 테니 말이야."

 "아니, 아니야. 범죄가 아닐세몇 제곱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공간에 400만 명이나 되는 인간들이부대끼면서 생기는 별나고 사소한 일 중 하나일 뿐이지. 인간들이 복닥복닥 얽히며 살다 보면 서로 부딪히게 마련이고, 여러 가지 사건이뒤엉키기도 하지. 그러다 보니 범죄까지는 아니어도 당혹스럽고 기이한 일들이 쉴 틈 없이 쏟아진다네." 셜록 홈즈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불쑥 몸을 돌린 다음,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아래쪽 내리닫이 창틀 밑바닥에서 2.5㎝ 위에 난 구멍을 가리켰다.
"맙소사! 저건 또 어떻게 봤습니까?" 경위가 외쳤다.
"찾고 있었으니까요."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우리가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네가 내지식의 한계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지."

"맞아. 참 재미있는 글이었지. 철학, 천문학, 정치학에 대해서는 전혀모른다고 썼을 거야. 식물학에 대해선 편차가 심하고, 지질학 지식은아주 풍부해서 런던에서 80km 이내에 있는 흙을 보고 어느 지역인지맞출 정도지. 화학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잘 알고, 해부학 지식은체계적이지 않아. 대중 문학과 범죄 기록에 대해서는 가히 독보적이고, 바이올린 연주자이고, 권투 선수이면서 칼도 쓸 줄 알고, 법에 대해서도 잘 아는 데다 코카인과 담배 중독자이기도 하지. 여기까지가 내분석의 핵심이었던 것 같군." 나는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나는 오랫동안 셜록 홈즈와 돈독한 사이로 지냈고, 그와 함께 겪은 신기한 체험이나 흥미진진한 추억의 일부를 때때로 기록으로 남겼다. 하지만 그가 유명해지는 것을 꺼린 탓에 번번이 곤란한 입장에 처하곤했다. 

어둡고 냉소적인 성향을 지닌 셜록에게 대중의 박수갈채란 그저혐오스러운 것이었다.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은 멋지게 사건을 해결한뒤 다른 경찰에게 사건의 진상을 밝히게 해 놓고 엉뚱한 사람이 칭찬받는 모습을 비웃음 섞인 얼굴로 지켜보는 것이었다.

"천재성이란 끝없이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형편없는 정의 이긴 하지만 탐정 일에는 딱 맞는 표현이지요." 홈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건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았지? 자넨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나보군."
"내 앞에 잘 닦아 놓은 은제 커피 주전자가 있긴 하지."

"세상에는 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있으니 어느 정도의 개인적인 복수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시다니. 선생 눈에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나 보군요. 그렉슨이 안심한 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의대한 정신에 중요하지 않은 건 없지요." 홈즈가 훈계조로 말했다.

"덕분에 잠시 권태에서 벗어났지. 이런, 벌써 지루해지기 시작하네. 내삶은 진부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연속이야. 가끔씩 이런 문제가 생기는 덕분에 그나마 좀 낫지만." 그는 하품을 하면서 대답했다.

"무척 난감한 질문이군요. 증거도 없는데 의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가 말했다.
"어떤 의심인지 한번 들어나 보죠. 증거는 제가 찾으면 됩니다."

셜록 홈즈는 눈을 감더니 의자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손가락 끝을마주 댔다. 그가 말했다. "이상적인 추론가라면 한 가지 사실을 접하더라도 다각도에서 살펴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물론, 앞으로 일어날 결과까지 추측할 수 있지."

"사람은 머릿속의 작은 다락방을 자신이 자주 쓸 만한 가구로 채워 놓아야 해. 나머지는 헛간이나 서재 같은 데 쌓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쓰면 되지."

"전 셜록 홈즈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걸 알아내는 게 제가하는 일이죠."

"왓슨, 그건 내 실수였어. 유감스럽게도 자네의 회고록으로만 날 접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더 자주 실수를 한다네."

셜록 홈즈는 그녀를 항상 ‘그 여성‘ 이라고 불렀다. 그녀를 다른 호칭으로 언급하는 것은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다. 홈즈 앞에서 그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여성은 빛을 잃었다. 그렇다고 해서 홈즈가 아이린 애들러에게 애정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은 아니다. 

모든 감정, 그중에서도 특히 연애 감정은 냉철하면서도 놀랍도록 균형 잡힌 성격의 홈즈에게는 혐오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계와 같이 완벽한 추리와관찰을 선보였지만, 여자들이 연애 상대로 삼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었다. 비웃거나 비아냥거리지 않고서는 한결 나긋한 감정을 입에 올린적조차 없다. 

관찰자가 보기에 이런 성향은 제법 바람직하다. 인간의동기나 행동을 가리는 베일을 드러내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훈련된 이성적 사고의 소유자가 자신의 섬세하게 조절된 정신세계에 이런 감정이 비집고 들어온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정신적인 사고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불안정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것은 정밀한 기계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성능이 우수한 돋보기에금이 간 것보다 더욱 곤혹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홈즈에게도 한 여자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세상 사람들에게 정체불명의 의문스러운 기억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이린 애들러다.

"일곱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해 봤네. 전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맞아떨어지지."

"흠, 우선 남아 있는 분말을 봉투에서 꺼내서 불붙인 램프 위에 놓겠네. 이렇게! 자, 왓슨, 이제 앉아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의자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매캐한 사향 냄새가 코를 찔렀고, 속이 메슥거렸다. 냄새를 맡자마자 내 두뇌와 상상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눈앞에 짙은 먹구름이 소용돌이쳤고, 그 속에 보이지 않지만 무엇인가 소름 끼치는 것, 상상도할 수 없이 추악하고 괴기한 존재가 숨어 있다가 불쑥 튀어나와 나를소스라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전이 있었어, 왓슨, 진전이 있었다고, 나는 전보를 훔쳐볼 계획을 일곱 가지나 세워 두었네. 하지만 이렇게 한 번에 성공할 줄은 몰랐어."

나는 홈즈가 자신의 가공할 만한 정체를 숨기기 위해 예전에 수없이그랬듯 변장을 하고 가명을 쓰면서 일하고 있음을 눈치 챘다. 그에게는 런던의 다른 지역에 적어도 다섯 개의 은신처가 있었으며, 그는 그곳에서 신분을 바꾸고 지낼 수 있었다.

"왓슨, 자네도 보았겠지만 연필 자국은 보통 종이 아래에도 남는다네.
그 탓에 화목한 결혼 생활이 깨질 뻔한 사람도 수없이 많았지."

"무슨 소린가, 자네를 돕는 건 내 기쁨이자 특권일세." 나는 홈즈에게이렇게 진정 어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져서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반쯤은 장난스럽고 반쯤은 냉소적인 평소의 태도를되찾았다.

"경찰은 자료를 수집하는 데 무척 뛰어나죠. 그걸 잘 활용하지 못한다.
는 게 문제긴 하지만요."

"범죄를 분석할 때는 수많은 사실 중 정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와 주의력이 분산되어 중요한 데 집중할 수 없으니까요."

가끔 나는 내 친구 셜록 홈즈의 성격에 다소 별난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 딴에는 그 누구보다 논리정연하게 사고할 수 있고 복장도 제법 단정하고 깔끔한 편이었지만, 사사로운 버릇을 알고보면 어수선하기 짝이 없어서 함께 사는 내가 부아가 치밀 정도였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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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길로 향한 숲의 울타리가 열리더니, 이상한 여자 한사람이 집 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무척 마르고 매우 키가 컸으며, 붉은 체크 무늬의 스코틀랜드 숄로 몸을 너무 단단히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나들이용의 작은, 흰양산을 든 기다란 손이 허리께에서 나타나 보이지 않았으면 팔이 없는 여자라고 생각되었을 겁니다. 걸음을 옮길적마다 들썩거리는, 둥글게 만 회색 머리단으로 둘린 미라 같은 그녀의 얼굴은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컬 페이퍼를 하고있는 훈제청어를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그 여자의 이름은 미스 하리에트였습니다. 여름을 지내기위해 한촌寒村을 찾아다니다가 6주일 전에 베누빌르에서 발걸음이 멎었는데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상 그녀는 교리에 열광하는 그런 광신자들의 한 사람이었고, 영국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완고한 청교도 중의 한 사람이었으며 또한 늙고 착했으나 견디기 힘든 노처녀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여자들은 유럽의 모든 여인숙 주인의 식탁을 자주 방문하고, 이탈리아를 망치고, 스위스를 독살하고, 지중해의 매력적인 도시들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듭니다. 또한 그들의 이상한 괴벽, 화석처럼 굳어진 처녀의 품행, 그들의 표현할 수 없는 몸단장 그리고 밤에 상자 속에 그들을 미끄러뜨린다고 생각할 만한 어민 고무 냄새 등을어디에나 가지고 다니지요.

내가 여인숙에서 그런 여자 중의 한 사람을 알아보았을 때,
나는 밭에서 허수아비를 본 새들처럼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이 여자는 조금도 내게 혐오감을 주지 않을 만큼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나는 넓고 부드러운 경치가 너무 좋아서 이 고요한 지방에묶여 이제는 떠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무명의 농가에,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언젠가는 우리자신의 육체로 비옥하게 될 좋고 건강하고 아름답고 푸른 대지 곁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만, 어쩌면 약간의 호기심이 또한 나를 르카쉐르 할멈 집에 붙잡이 두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약간 이상한 이 미스 하리에트와 사귀고 싶었고,
또 방황하는 늙은 영국 여자의 고독한 영혼 속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이주 이상하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나는 막 습작 하나를 끝마쳤는데, 그것은 내게 썩 괜찮아 보였고 또 사실 그렇기도 했습니다. 15년 후에 1만 프랑에 팔렸으니까요. 

넋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또 감동을한 것 같기도 한 그녀가 중얼거렸습니다.
"오! 선생님, 당신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방법으로 자연을이해하시는군요."

맹세코 나는 여왕에게서 듣는 찬사보다도 더 감동이 되어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매혹당하고, 정복당하고, 패배했습니다. 명예를 걸고 말씀드립니다만, 나는 그녀를 껴안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음날은 그녀가 나를 알아보자 얼른 와서 손을 내밀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곧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종교적 열광 속으로 껑충 뛰어 들어가는 일종의 스프링이 달린 영혼을 지닌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50세가 되도록 처녀인 채로 있는 모든 여자들처럼 균형을 잃고있었습니다.

시큼해진 순진 속에 젖어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속에 아주 젊고 불타는 그 무엇을 지니고있었습니다. 그녀는 너무 오래된 술처럼 발효된 열렬한 사랑으로, 인간들에게는 조금도 주어 본 적이 없는 관능적인 사랑으로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이미 그것을 느껴 보았기 때문에 그 떨림을 알아보았습니다. 내 생각은 전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아! 여자가 열다.
섯 살이든 쉰 살이든, 서민층의 여자든 사교계의 여자든, 여자의 사랑의 떨림은 곧장 내 마음으로 오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이해하는 데 주저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의 가엾은 온 존재는 흔들리고 떨리고 질려 버렸습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기적 앞에서 놀라고,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비탄에 잠겨 있는 나를 남겨 두고,한마디 말도 없이 가 버렸습니다.

그녀 곁에는 나 혼자뿐이라서 내가 관례의 격식을 수행해야만 했습니다. 그녀의 주머니 속에서 마지막 순간에 쓴 편지가 한 장 발견되었는데, 그 유서는 그녀가 마지막 나날을 보냈던 이 마을에 매장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어떤 무서운 생각이 내 가슴에 죄어들었습니다. 그녀가 이곳에 남아 있기를원하는 것은 나 때문이 아닐까?

얼마나 불행한 사람들이 많습니까! 나는 가혹한 자연의 영원한 부당함이 이 인간이라는 피조물을 짓누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불우한 자들을 지탱케 해주는 것, 한번은 사랑받는다는 희망도 어쩌면 가져본 적이 없이 그녀로서는 끝이 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그녀는 그렇게숨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을 피했겠습니까? 왜 그녀가 모든사물들과, 인간이 아닌 모든 생물들을 그렇게 정열적인 애정으로 사랑했겠습니까?

그리고 나는 그녀가 신을 믿고 있었다는 것과 자기의 비참함의 보상을 다른 곳에서 바랐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목가
기차는 방금 제노아를 출발하여 마르세이유로 향해 가고있다.

이 해안에서는 장미들이 자기 집에 있는 것이다! 장미는 강하면서도 산뜻한 향기로 이 지방을 가득 채우고 있고, 공기를맛있는 것으로, 포도주보다 더 풍미 있고 그리고 포도주처럼취하게 하는 그 무엇으로 만들고 있다.

기차는 이 정원 속에, 이 부드러움 속에 지체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천천히 가고 있었다. 기차는 끊임없이 작은 역들에서, 몇 채의 하얀 집 앞에서 멈추었다가는 오랫동안 기적을 울린 후에 다시 침착한 태도로 떠나곤 하였다. 

기차에 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졸고 있는 것 같았고, 이 따뜻한 봄의 아침에 위치를 바꾸어 볼 결심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기차의 맨 마지막 칸에는 뚱뚱한 한 여자와 젊은 남자가 말없이, 그리고 이따금 서로 쳐다보면서 마주앉아 있었다. 여자는 스물다섯 살쯤 되어 보였다. 검은 눈과 커다란 가슴, 그리고 통통한 뺨을 가진 그녀는 피에몽 지방의 건장한 시골 여자였다. 그녀는 나무 걸상 밑으로 몇 개의 꾸러미를 밀어 넣고,
무릎 위에는 바구니 하나를 올려놓았다.

"당신은 내게 크나큰 도움을 주셨어요. 정말 고마워요."
그러자 그가 고마워하는 어조로 대답했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저예요, 부인, 이틀 동안이나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요!"

노끈
고데르빌 주위의 모든 길에는, 농부와 그들의 아내들이 장이 서는 큰 마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장날이었기 때문이다.

브레오테의 오슈코르드 영감은 방금 고데르빌에 도착하였다. 그는 땅에서 작은 노끈 조각을 보자, 광장 쪽으로 갔다. 진짜 노르망디 사람으로 검소한 오슈코르느 영감은 소용이 될만한 것은 무엇이든지 주워모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고데르빌 주민들과 지금 장에 있는 모든 일반인들에게 알립니다. 오늘 아침 아홉 시와 열 시 사이에, 뵈즈빌르 거리에서 5백 프랑의 돈과 서류들이 들어 있는 까만 가죽 가방이 분실되었습니다. 즉시 면사무소나 만느빌르의 포르튀네 울브레크 씨 댁으로 가져다주시기 바랍니다. 20프랑의 사례금이 있을 것입니다."

그는 그것을 느꼈고, 걱정했으며, 소용없는 노력으로 지쳐버렸다.
그는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지금은 익살꾼들이 재미 삼아 그에게 ‘노끈‘ 이야기를 하게했다.
 그것은 마치 전쟁터에서 싸움을 한 병사에게 그의 전투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과도 같았다. 밑바닥까지 철저히 상처를 입은 그의 정신은 쇠약해져 갔다.


12월 말경에 그는 자리에 누웠다.
그는 1월 초순에 죽었다. 임종의 고통 속에서 헛소리를 하면서도,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자기의 무죄함을 증언하였다.
"짧은 노끈이오…… 짧은 노끈....… 자, 여기 있어요. 면장님."

후회
망트에서 사발 할아버지‘ 라고 불리는 사발 씨가 방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가 내리고 있다. 쓸쓸한 가을날이었다.

인생에는 침울한 날들이 있는 것이다. 지금 그를 위한 인생은 우울한 날들밖에는 없다.
그는 예순두 살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독신의, 늙은 총각이다. 이렇게 혼자서, 헌신적인 사랑도 없이 죽어 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더 이상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고 평화스럽게살았다. 어머니 역시 돌아가셨다. 얼마나 슬픈가, 인생이란!
그는 혼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머지않아 그가 죽을차례다. 

그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끝이리라. 지상에는 폴사발 씨가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리라.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다른 사람들은 살아갈 것이고, 서로 사랑할 것이고, 웃을것이다. 

그렇다, 사람들은 즐길 것이고,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이 영원한 확실성 아래에서 웃고, 즐기고,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만일 죽음이 그저 있을 법한 일이라면, 아직은 희망을 가질 수도 있으련만, 그러나 아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낮이 기울고 난 후 밤이 오듯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그의 인생이 가득 채워져 있었더라면! 만일 그가 무언가 했었더라면, 즉 모험, 커다란 쾌락, 성공, 온갖 종류의 만족들을 맛보았더라면, 그러나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그리고 잠자리에 든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본 것이 없다. 그렇게 그는예순두 살의 나이에 이른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렇다,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는가? 그는 결혼할 수도 있었다. 얼마큼의 재산이 있었으니까. 기회가 없었던 것일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기회를 만들어 주었지 않은가! 그가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무관심은 그의 큰 병이었고 결점이었으며 악습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으로 해서 그들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가. 어떠한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일어나고, 움직이고, 거동하고, 말하고, 문제들을 연구하는 것은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의 인생은 실패했다. 완전히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사랑했었다. 만사가 그렇듯이, 그는 남몰래, 괴롭게 그리고 안일하게 사랑을 했었다. 그는 옛 친구인 상드르 부인을 사랑했었는데, 그녀는 그의 오랜 동료인 상드르의 부인이었다. 아!

"좋소, 난 당신을 보았던 그날부터 당신을 사랑했었소. 그걸 알고 있었소?"
그녀는 옛날의 그 억양과 같은 말투로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바보! 난 첫날부터 그걸 알고 있었는 걸요!"
사발은 떨기 시작했다. 

쥘르 삼촌
흰 수염이 난 가엾은 노인이 우리에게 동냥을 하였다. 내친구 조세프 다브랑쉬는 그에게 5프랑을 주었다. 내가 깜짝놀라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불쌍한 사람을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자네에게 들려 주지. 그 기억은 줄곧 나를 따라다니고 있어.
이런 것일세."

"어때! 저 안에 만약 쥘르가 있다면, 얼마나 뜻밖의 일이겠는가!"
아버지의 동생인 쥘르 삼촌은 한때는 공포의 근원이었다가당시는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었지. 

나는 소년 시절부터 그에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었다네. 그래서 대뜸 그를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았지. 그만큼 그에 대한 생각이 내게 친숙해졌거든.
나는 그가 미국으로 출발하던 날까지의, 그의 생의 그 기간을낮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그의 생활의 세세한 것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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