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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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를 쓰는 아프리카, 프랑스의 식민지를 거친 곳...

대충 이런 곳이 소설의 배경이 된다.

주인공 여자아이의 성장소설인 이 책은 어린 시절 유괴되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한 소녀가 다양한 사람과 마주치게 되고 그들과 엮어지고 관계를 맺고 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국인과 프랑스 인의 부모를 둔 작가가 소외된 나라의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소설을 썼다는 것이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대체로 글이란 자신의 경험이 그 토대가 될 지언대 이 여자 주인공 소녀의 삶을 그는 어떤 위치에서 지켜볼 수 있었단 말인가. 하킴의 할아버지 엘 하즈가 작가의 위치였을까 짐작해본다. 그는 자신의 손녀 마리마의 여권을 라일라에게 남김으로써 그녀의 잃어버린 신분을 찾아준다. 물론 엘하즈 이전에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던 병원의 여의사도 라일라의 신분증을 만들어주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자신이 갖지 않았다. 프랑스인이 만들어준 신분은 그녀가 바란 자신의 삶이 아니었던 것이다.

 

소녀는 억압받고 갇혀지내는 생활에 익숙하지만 대범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마치 물고기가 헤엄쳐 나가듯이 쭉쭉 앞으로 헤엄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가 만나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문화속의 사람들은 그녀의 삶에 영향을 주면서 한 여자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그녀가 만난 서구인은 친절을 가장한 뒤에 음흉한 모양새가 감춰져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예쁘장한 황금색을 탐내는 문명의 이기심으로 상징되는 것이다.

 

르 클레지오의 문체역시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쳐가는 물고기를 연상시킨다. 그의 글은 미끄러지듯이 소녀 라일라의 일상과 새로운 만남을 쑥쑥 그려내고 있다. 그의 사실적 묘사는 거의 사건의 전개와 연결되어 박진감 넘치는 라일라의 여정을 따라가며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라일라가 만나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은 바로 다양한 우리네 독자 자신들이기도 하다. 파리와 보스턴을 거쳐 니스에 도착해 다시 그녀가 돌아간 곳은 바로 자신이 탈출한 아프리카 그곳이었다.

 

90년대 초반 서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잠시 들린 파리에는 검은 색 피부의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우리 일행이 탄 코치 버스를 운전한 기사도 아프리카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흑인이었다(그들은 미국이나 남미의 흑인과는 다른 인상이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에 많은 식민지를 둔 나라였다. 까뮈의 이방인의 배경이 되는 알제리도 그렇고 프랑스어가 공용어가 되어있는 세네갈같은 나라를 생각하면 프랑스에 사는 아프리카인의 삶에 대해 그런저런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가 중국인 교포의 삶을 다룬 소설을 쓴다고 할 때 우리는 조국이란 상징성으로부터 크게 자유로워질지 못할 것 같다. 르 끌레지오의 소설을 보면서 소설은 애국심이란 이데올로기와도 전혀 무관할 수 있고 지구 어느곳의 인간의 삶도 포용될 수 있는 소재이자 공감의 표현대상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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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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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딸을 위해 딸과 유전적으로 같은 배아르 찾아 착상시켜 아이를 가진 엄마.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언니를 위해 제대혈과 골수를 주고  나중에는 신장이식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아이는 이제 더이상 언니에게 희생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이것이 이 소설의 광고에 등장하는 줄거리이다. 물론 이 내용은 적확한 지적이다. 이 책은 그러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책을 끝까지 읽어가다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들의 일반적 문제제기가 아주 덧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가족의 끈끈한 사랑의 힘에 당연하면서도 정당한 어떤 것을 작가의 눈속임으로 인해 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줄기세포로 자신과 똑같은 또다른 자신을 만들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다는 이야기는 섬뜩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에스에프영화에서만 목격하지 않을지 모른다. 이미 우리의 과학과 장수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틀림없이 이런 과정으로 진전될 것이다. 적어도 똑같은 자신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여분의 장기를 만들어 두는 것이 유행이 되는 세상은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다. 아픈 사람을 위해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의료행위도 몇십년전에는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꺼려지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마음대로 성형을 밥먹듯하는 세상이 되었음을 연예인들은 자기의 어느부위를 고쳤다는 말을 서스럼없이 하게 되었다. 조금있으면 당당하게 말하게 될 것이다. 사고의 진화또는 퇴보란 상상외로 빠른 속도를 보여준다.

 

영화 아일랜드에서 아기를 갖기 위해 자신의 분신에게 임신을 시키는 여성이 나온다. 그리고 아이를 낳자마자 분신인 대리모는 목숨을 잃는다. 원래의 인간을 위해 수많은 분신들이 다른 세계에서 자신이 이용되는 시기만을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그 때가 되면 자신은 꿈의 섬으로 이주하게 됨을 자축하며 떠나간다. 또 에일리언에서의 여주인공은 또다른 분신으로 영속되는 삶을 산다. 과거에 죽은 나는 유전자로 다시 태어난 새로운 나와 동일체로 해석된다.  한 외신에서는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가 죽자 그 고양이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고양이를 만들고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치료를 위해 그것도 한 가족내에서 가장 유사한 유전자배아를 찾아 동생을 태어나게 한다는 것은 치명적 병에 시달리는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누구나 생각해봄직한 시도일 것같다. 아픈 아이를 둔 부모가 무슨 일인들 못할까. 그런데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도대체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서글픈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세상 모든 인간이 두 남녀의 거룩한 만남과 잉태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종족유지의 본능이라는 생물적 자연, 즉 우리속의 이기적 유전자의 정보대로 움직이는 기생하는 유전자의 숙주로서의 단순한 행위때문에 태어나는 생명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언니의 치료를 위해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은 동생에게는 회의적인 생각밖에 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절박한 상황에 처한 한 소녀의 입장을 모티브로 내검으로써 그 어느 이야기보다 흥미와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서 책장을 들춰보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다.

 

동생 안나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응석받이처럼 묻고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고만 하는 아이인가? 최후의 반전(안나의 교통사고)과 달리 최초의 반전인 안나와 케이트의 관계라는 공고한 기반은 소송으로 비춰지던 이야기의 전개에 커다란 반성의 물결을 만들어준다. 가족의 힘이라는 상식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도 작가의 꼬드김으로 잠시 망각하고 있던 그것을 그제야 깨닫게 된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렇지 바로 그거야하고 깨닫는다. 이야기는 더이상 소송이 아니고 가족문제가 된다. 엄마인 사라가 말했던 가족문제이지만 문제가 있는 가족이 아니라 사랑이 가득찬 가족이다.

 

안나이야기에 겹쳐지는 줄리아와 캠벨의 사랑도 후반의 반전이 있기까지 갈등과 의혹이 점철된다. 캠벨에 대한 독자의 비난은 동정과 애정으로 탈바꿈하고 우리가 아는 표면뒤에는 더 큰 사랑의 힘이 존재함을 믿는 작가의 긍정적 사고를 느끼게 한다. 이런 어려운 의학적, 윤리적 문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될 것인가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책읽기는 그렇지 바로 그거였어라는 잠시 망각한 진실의 뚜껑을 열고 훈훈한 사랑을 만끽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결말에서 주인공의 사고는 작가가 염두에둔 희생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의 행복은 누군가의 희생에 의한 것이라는 진리를 말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안나의 출생은 한 가족에게 이용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케이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긋난 길을 걷는 제시의 행동에도 드러난다. 즉 안나는 케이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스러운 아이였다. 최후에 일어난 희생은 그렇게 도움을 줄수 있어서 행복했던 주인공의 최고의 희생이자 선물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희생이란 비참하게 스러져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고대제의에서 바쳐졌던 희생의 동물들도 고대인들에게는 무한한 성스러움의 상징이었다. 결말이 불만스럽다면 나는 이 승화된 희생의 의미를 되새겨봄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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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 위기에서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존본능
리앤더 카니 지음, 박아람.안진환 옮김 / 북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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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화려하게 컴백한 사람이란 내용의 신문 기사를 접했을 때 참을 신기한 느낌이었다. 대를 물려 기업을 이어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뿐아니라, 게다가 한번 쫓겨나면 영원히 버려진 사람으로 취급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였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은 인물자체가 호기심을 불러내는 매력이 있나보다. 성격이 강해 고집세면 주변 사람이 힘들고 안하무인적 기질로 인해 독불장군이 되기 쉽다. 확실히 이 사람도 확신이 뚜렷하고 한번 이거다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게 잡스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애플사내에서 다른 스티브는 무조건 성을 붙여 불러야 하며 잡스만이 유일한 스티브로 존재한다고 한다.

전용제트기를 가진 사람을 두고 인생 참 기구하다는 말을 과연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못해 놀라움자체이다. 그의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은 이제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케네디의 대통령취임사만큼 유명한 기념비적 연설이 되었다.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시라고 요약했던 그의 생각은 새로움에 도전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힘과 비젼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사실 그가 대학원생 생모의 입양아였으며, 블루칼라의 양부모가 일년을 벌어 보내준 대학등록금으로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어 중퇴했다는 얘기와, 배고픔을 해소하기위해 일요일 멀리있는 힌두교사원에 걸어가서 일주일만의 포식을 즐겼다는 등의 과거는 그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부유한 평탄한 가정에서 자란 이들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그의 성공기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동경의 대상도 되었다.

아이팟이란 엠피3플레이어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애플의 사나이로 등장한 잡스. 그는 애플에서 쫒겨난 뒤 픽사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세웠는데 이 회사에서 만든 영화 토이스토리가 성공하고 이후 계속된 작업에서 성과를 보여 디즈니에게 매각되었다. 한 시대를 휘어잡았던 디즈니는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잡스의 픽사를 사들였고 잡스는 이로써 디즈니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잡스가 재기하게 된 밑거름이 된 픽사는 그가 세태와 문화를 읽을 줄 아는 예민한 감각을 지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픽사와 함께 세운 넥스트역시 애플의 사장으로 재 취임하게 만든 요소이긴 했지만 넥스트는 부를 가져온 토대는 되지 못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영화산업이란 시대의 메인 이슈를 포착할 수 있었던 그의 재능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처럼 애플로 돌아와 컴퓨터 라인의 맥과 디지탈음악 플레이어 아이팟, 아이폰에 이르기 까지 그가 만들어낸 제품들은 바로 현재와 미래의 시장을 읽어내는 그만의 시선 덕분이었다. 

80년이후 워드프로세서등으로 대표되던 컴퓨터 제1세대, 90년대 중반이후의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제 2세대,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기기연결을 중심으로 한 제3 세대 컴퓨터의 시대라고 스티브 잡스는 말한다. 이정도의 시대구분은 누구든지 할 수 있을 것같지만 그는  이런 컴퓨터 세상의 중심흐름을 타겟으로 적절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독자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대량판매에 성공할 수 있었다. 거기다 소니의 워크맨이 범한 우를 범하지 않는 현명함도 가지고 있었기에 이것이 가능했다. 현재까지도 그 판매량의 최고봉을 뺏기지 않은( 머지않아 아이팟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지만) 소니의 워크맨은 디지털 음원을 재생할 수없게 한, 말하자면 자사제품의 타사호환성에 실패함으로써 역사으 뒷자리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소니는 디지털음원의 표준이 된 엠피쓰리파일을 자사의 애트랙으로 바꾸게 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잡스의 경우 그는 애플 제품이 윈도우에서도 실행될 수 있게 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상대와 중요한 결정을 할때는 자신의 정원을 산책하자고 말한다고 한다. 그 때 자신은 맨발로 숲길을 걸으면서 한없이 부드러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데... 융통성은 AS에서도 나타나서 타사의 컴퓨터를 수리받을 때 겪을 고충을 맥은 단 한번으로 해결해줄 수 있게 하고 있단다. 국내에서 삼성컴퓨터의 AS시스템에서 받았던 인상과 비슷할지 궁금하다. 실제로 우리에게는 애플 컴퓨터이야기는 잘 이해안되는 면이 많다. 하드웨어 강국이다보니 MS사의 소프트웨어가 깔린 컴퓨터를 당연시하는 곳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맥에 관한 부분에는 맥의 변천과정을 보여주는 제품사진도 같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번역서니까. 

어릴때 이웃집 아저씨로부터 선물받은 히스키트가 오늘날의 그를 있게 만든 것처럼 인생을 결정하는 주요한 계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일단 자리잡은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에너지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열정 못지 않게 좌절 또한 인생의 성공에 지대한 밑거름이 된다. 스티브 잡스에게 배우는 키포인트 교훈이다. 그의 직원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천재와 꼴통을 왔다갔다한다고 한다. 꼴통이 두렵지만 싫지 만은 않은 이유는 잡스의 통제가 만들어내는 훌륭한 결과에 대한 서로의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잡스처럼 일하면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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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 1% 용기와 희망 -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스코프 누구누구 시리즈 18
이채윤 지음 / 러브레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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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경쟁때부터 이미 오바마자서전을 비롯해 많은 오바마관련서적이 나왔다. 우리나라에도 번역서뿐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한 또다른 오바마 이야기를 다룬 여러종류의(독서연령층을 고려한)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워낙 국제사회에서 전쟁도발국의 인상이 짙었던 부시정권의 미국인지라 민주당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니 먼나라(거리상으로는)인 우리나라에서도 오바마가 잘해야될텐데 하는 걱정으로 지켜보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민하되 1분이상해도 해결안될 거면 아예고민하지마라는데 오바마가 정치를 잘해야될텐데라는 고민은 역시 우리가 고민한다고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데’도 말이다. 오늘 아침 방송프로에 나왔던 신경정신과 의사의 말이다.

그 많은 오바마 서적중에 어린이용으로 읽기좋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표지서도 보듯이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인 오바마아저씨가 인상좋게 보이는데 책사이사이 곳곳에 이런 삽화가 다정스럽게 들어가 있고 무리없는 푸근한 어법으로 술술 잘 읽히게 구성되어서 아이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 보통 책내는데 급급해 기존 성인용도서의 내용을 어린이용으로 가공한 책들을 보면 급조한 듯 문장이 수월하지 못하고 어색한데가 더러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전반적으로 장구성이나 이야기의 흐름전개가 무리가 없고 이야기 들려주듯 되어있되 과장된 어체가 아니어서 좋다. 더우기 어린이들이 감동받을 만한 내용으로,어머니가 어린 오바마를 혼자 비행기에 태워 하와이로 다시 보낸 내용이나,크리스마스 시즌에 케냐에 있던 아버지가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학교의 일일교사까지 맡아 아이들과 선생님께 좋은 인상을 남긴 대목은 특히 기억에 남았다.

단지 거스름으로 더 받은 1000원을 돌려주는냐 마느냐하는 갈등을 길게 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오바마아저씨 이야기를 읽은 어린이 여러분이라면 금방 할 수 있는 일일거라고 결론부분에서 말하고 있는데 너무 상투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슈가 될만한 용어들을 상세히 따로 설명해주는 친절함도 보여 이 책의 깊이는 더해진다. 흑인 인권 운동가인 두사람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엑스를 비교하며 설명한 곳은 이 두 사람이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각각 배경으로 운동을 전개한 사람이란 사실을 환기시켜서 더 돋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내년 1월 20일이면 케네디이후 가장 희망을 불러일으켜 줄 대통령으로 회자되는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날이다. 큰 일을 하는 사람도 제각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방황의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걸 아이들은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대신 그 방황과 곤란의 시절을 헛되이 넘기지 않고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 노력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시즌에 어린이용 선물로 이 책은 어떨지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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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
애덤 필립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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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말짱하다는 것, 다시말해 정상이라는 것은 미쳤다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제정신으로 살아간다는 말은 도대체 뭘 말하는 걸까?

영어권 최고의 산문 스타일리스트라는 저자 애덤 필립스는 이런 질문에 답하고자 두꺼운 책 한 권을 썼다. ’Going Sane’ 이것이 이 책의 원제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광기에 대해 다양하게 살펴보는 것을 놓치지 않았고 심지어는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광기적 증상에 대해 아주 심도있게 통찰하고 있지만 결국 이야기의 결말이자 종착지는 멀쩡함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분명히 말해 저자는 진정으로 제정신이라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인지 굉장히 먼 우회로를 따라 독자가 따라오기를 기대한다. 예상과 달리 성인들의 일반적인 현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인간의 성장과정을 영사기를 돌리듯 자세하게 더듬어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과거의 자신과 또 현재의 자녀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원래 광기란 나쁜말이 아니다. 그것은 무수한 예술철학자들과 예술가들에게 창조적 에너지로 받아들여졌다. 또 때로는 광기는 진정한 멀쩡함으로 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무조건 순응해야하는 사회안에서 거짓 멀쩡함속에 살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광기는 인간의 생명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찰스 램이 말하기를 오로지 천재만이 광기를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다고 했는데 저자는 예술가의 광기가 진정한 멀쩡함이 되기위한 조건으로 램의 천재를 인용했다. 천재는 광기를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는 재능이며 두려움을 위안으로 바꾸는 재능이다.

도킨스의 사고는 저자에게 멀쩡함을 생각해보게하는 또다른 발단이다. 도킨스는 막을 수 없는 혼돈의 파도로서 우주의 운명과 자기 삶의 희망을 연계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멀쩡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자는 으스스한 세상에서 멀쩡함이 우리의 생명줄이라고 해석했다. 혼돈과 엔트로피에 맞설수 있는 버팀목으로서의 멀쩡함. 이렇게 볼 때 저자는 도킨스의 과학적으로 계몽된 현대인의 멀쩡함에 반은 회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혼돈에 무릎꿇지않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하는 것이 저자는 멀쩡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은 우리의 소유물이며,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모든희망을 무너뜨려 문화와 물리적 우주는 물론이고 심지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주는 언어까지도 우리를 광기로 몰고간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멀쩡하다는 말이 쓰여질 때는 벼화와 은폐를 의도한 것인지 갈등해결을 의도한 것인지 그 의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은 또한 어떤 것인지 문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도킨스의 주장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피력의 시도로서 멀쩡함에 대해 생각해본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진짜 멀쩡함의 이야기 전개는 다듬어지지 않은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충동으로서의 광기에 많은 부분 할애하고, 정신적 장애 세가지(자페증, 우울증, 정신분열증)에 대해 고찰한 뒤, 돈에 대한 집착의 근거를 탐색한다. 이상의 문제제기를 거쳐 그는 다음의 결론에 도달한다.

진정한 멀쩡함이란
1)자발적으로 협조하는 것이다. 그냥 유순한 멀쩡함은 광기이다. 침착하든 분노하든 창의적이든 우둔하든 기계적이든 능동적이든 논란에 늘 개방적이다.
2)환경이 우리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으며 세상을 뛰어넘는 어떤 것이 우리 내면에 있다고 믿는다.  
3)불평하지 않고 실제로 행동하게 한다. 불만족은 도피처라기보다 영감의 원천이 된다.
4)이해받는 욕구가 불필요한 것처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불필요하다. 인간관계에서 종속되지 않는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다.
5)자신을 아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타인을 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방식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6)요즘의 방식으로 하자면, 어떤 아이디어를 독점하지 않는 것, 모든 사람이 자신의 관점에서는 옳다는 생각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 모든 사람이 겉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훨씬 더 혼란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7)다른 이에게 굴욕을 안겨주는 것은 최악의 행동이다. 굴욕을 예방하기 위한 모든 자원이 진정한 멀쩡함이다.

겸손하다거나, 중용의 도리를 지켜야한다거나, 타인을 배려한다거나, 관용을 베푼다거나, 불의를 그냥 넘기지 않는다거나 하는 말들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교훈이 되어가는지 모르겠다. 간사해질대로 간사하게 진화한 현대인들에게 맞는 말은 우리 다함께 제정신으로 살아보자는 말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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