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 위기에서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존본능
리앤더 카니 지음, 박아람.안진환 옮김 / 북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화려하게 컴백한 사람이란 내용의 신문 기사를 접했을 때 참을 신기한 느낌이었다. 대를 물려 기업을 이어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뿐아니라, 게다가 한번 쫓겨나면 영원히 버려진 사람으로 취급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였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은 인물자체가 호기심을 불러내는 매력이 있나보다. 성격이 강해 고집세면 주변 사람이 힘들고 안하무인적 기질로 인해 독불장군이 되기 쉽다. 확실히 이 사람도 확신이 뚜렷하고 한번 이거다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게 잡스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애플사내에서 다른 스티브는 무조건 성을 붙여 불러야 하며 잡스만이 유일한 스티브로 존재한다고 한다.
전용제트기를 가진 사람을 두고 인생 참 기구하다는 말을 과연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못해 놀라움자체이다. 그의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은 이제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케네디의 대통령취임사만큼 유명한 기념비적 연설이 되었다.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시라고 요약했던 그의 생각은 새로움에 도전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힘과 비젼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사실 그가 대학원생 생모의 입양아였으며, 블루칼라의 양부모가 일년을 벌어 보내준 대학등록금으로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어 중퇴했다는 얘기와, 배고픔을 해소하기위해 일요일 멀리있는 힌두교사원에 걸어가서 일주일만의 포식을 즐겼다는 등의 과거는 그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부유한 평탄한 가정에서 자란 이들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그의 성공기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동경의 대상도 되었다.
아이팟이란 엠피3플레이어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애플의 사나이로 등장한 잡스. 그는 애플에서 쫒겨난 뒤 픽사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세웠는데 이 회사에서 만든 영화 토이스토리가 성공하고 이후 계속된 작업에서 성과를 보여 디즈니에게 매각되었다. 한 시대를 휘어잡았던 디즈니는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잡스의 픽사를 사들였고 잡스는 이로써 디즈니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잡스가 재기하게 된 밑거름이 된 픽사는 그가 세태와 문화를 읽을 줄 아는 예민한 감각을 지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픽사와 함께 세운 넥스트역시 애플의 사장으로 재 취임하게 만든 요소이긴 했지만 넥스트는 부를 가져온 토대는 되지 못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영화산업이란 시대의 메인 이슈를 포착할 수 있었던 그의 재능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처럼 애플로 돌아와 컴퓨터 라인의 맥과 디지탈음악 플레이어 아이팟, 아이폰에 이르기 까지 그가 만들어낸 제품들은 바로 현재와 미래의 시장을 읽어내는 그만의 시선 덕분이었다.
80년이후 워드프로세서등으로 대표되던 컴퓨터 제1세대, 90년대 중반이후의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제 2세대,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기기연결을 중심으로 한 제3 세대 컴퓨터의 시대라고 스티브 잡스는 말한다. 이정도의 시대구분은 누구든지 할 수 있을 것같지만 그는 이런 컴퓨터 세상의 중심흐름을 타겟으로 적절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독자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대량판매에 성공할 수 있었다. 거기다 소니의 워크맨이 범한 우를 범하지 않는 현명함도 가지고 있었기에 이것이 가능했다. 현재까지도 그 판매량의 최고봉을 뺏기지 않은( 머지않아 아이팟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지만) 소니의 워크맨은 디지털 음원을 재생할 수없게 한, 말하자면 자사제품의 타사호환성에 실패함으로써 역사으 뒷자리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소니는 디지털음원의 표준이 된 엠피쓰리파일을 자사의 애트랙으로 바꾸게 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잡스의 경우 그는 애플 제품이 윈도우에서도 실행될 수 있게 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상대와 중요한 결정을 할때는 자신의 정원을 산책하자고 말한다고 한다. 그 때 자신은 맨발로 숲길을 걸으면서 한없이 부드러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데... 융통성은 AS에서도 나타나서 타사의 컴퓨터를 수리받을 때 겪을 고충을 맥은 단 한번으로 해결해줄 수 있게 하고 있단다. 국내에서 삼성컴퓨터의 AS시스템에서 받았던 인상과 비슷할지 궁금하다. 실제로 우리에게는 애플 컴퓨터이야기는 잘 이해안되는 면이 많다. 하드웨어 강국이다보니 MS사의 소프트웨어가 깔린 컴퓨터를 당연시하는 곳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맥에 관한 부분에는 맥의 변천과정을 보여주는 제품사진도 같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번역서니까.
어릴때 이웃집 아저씨로부터 선물받은 히스키트가 오늘날의 그를 있게 만든 것처럼 인생을 결정하는 주요한 계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일단 자리잡은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에너지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열정 못지 않게 좌절 또한 인생의 성공에 지대한 밑거름이 된다. 스티브 잡스에게 배우는 키포인트 교훈이다. 그의 직원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천재와 꼴통을 왔다갔다한다고 한다. 꼴통이 두렵지만 싫지 만은 않은 이유는 잡스의 통제가 만들어내는 훌륭한 결과에 대한 서로의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잡스처럼 일하면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