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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Alice in Wonderland ㅣ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앨리스 영어본을 책으로 본 뒤 영화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나온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이 고작이었으나 별로 상태도 안좋았다. 그러던 차에 빨빨 새 거인 앨리스가 영화로, 그것도 팀버튼이란 개성있는 감독의 지휘하에 만들어져 개봉된다는 소리에 두근반세근반 했더랬다. 예고편을 보고 있자니 극도로 화려한 색상이 마치 3차원 애니메이션느낌도 나고 앤 해서웨이, 헬레나 본햄 카터, 조니뎁 등의 배우의 활약상도 기대가 커졌다.
극장가기전에 읽었던 책, 이리저리 책장이라도 넘겨보고 가길 잘했다. 캐터필러 앱솔룸과 홀연히 사라졌다 나타났다하는 웃는 고양이 체셔 캣의 구체화된 이미지를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자장수 조니뎁의 분장이 과거의 팀버튼 냄새를 풀풀 풍겼지만 영화는 월트 디즈니사의 모토를 절대로 저버리지 않는다. 주인공 앨리스는 위장병이 있는 띨한 사내의 결혼신청을 받는 순간 자신의 장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숲속으로 달아나다 매일밤 꿈속에 나타나는 원더랜드로 돌아간다. 꿈에 시달린 어른이 된 앨리스의 눈가엔 다크 서클이 두드러져 있다. 하지만 마지막 붉은 여왕의 괴물을 물리치고 현실로 돌아온 그녀가 중국을 탐험하기 위해 배에 올라 엄마와 언니에게 작별하는 장면에서 얼마나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나. 영화는 아가씨가 된 앨리스가 새롭고 진취적인 삶을 선택하기까지의 또다른 환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영화는 책이 아니었다. 단지 영화 곳곳에 나오는 책의 흔적들이 영화보는 이들의 마음을 간질이고 흐믓한 미소를 짓게하고 나아가 책의 변용이 흥미로운 영화의 저력이 됨을 확인하게 한다. 극의 대본은 기존 용재를 십분 활용하여 또하나의 앨리스를 창조했다. 레드퀸과 화이트 퀸의 대결구도에서 착한 나라 화이트 퀸이 승리한다는 가장 판에 박은 구조인데 이 속에는 미국식 기독교가치관에 기초한 정의가 곧 디즈니의 이념과 상통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하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선악구도의 단순함을 뛰어넘는 비범함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고 꿈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한 소녀의 용기를 보여주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시각적 상상력을 통해 전혀 실망감을 주지않는 탄탄함이 묻어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루이스 캐럴다운 독특한 언어유희가 적절한 번역어로 거듭나 쑥크리 케익, 쭈그리 주스, 으쓱쿵작춤이란 재밌는 우리말을 만들어냈다. 보는내내 기분좋은 동화의 세계에 빠져든다. 책내용을 하나도 모르면 당췌 뭔 소리인지 모를 위험도 있으나 책을 읽고 가도 책대로 안되었다고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무섭게 평이 엇갈릴 수 있는 영화중의 한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