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무려 1년이 넘도록 책장에서 썩고 있었습니다. 효율적이지 못한 책의 두께와 센스 없는 표지 디자인, 호기심이라곤 1%도 자극하지 못하는 제목, 거기에 상투적인 광고 문구가 이구동성으로 저에게 주문을 걸더군요. ‘다른 책을 먼저 읽는 게 어때~~~’ 그런데 1년만에 펼쳐든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어벤저>는 흥미만점의 ‘첩보 모험 활극’이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90년대 중반 발발한 보스니아 내전에 미국 젊은이 하나가 봉사활동을 떠납니다. 그런데 그만 그 젊은이는 악명 높은 세르비아 민병대 두목에게 비참하게 살해됩니다. 공교롭게도 그 젊은이의 할아버지가 미국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굴지의 기업 총수입니다. 그는 정부의 힘을 빌어 악질 전범을 응징하려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깨닫죠. 결국 ‘어벤저’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는 무시무시한 프리랜서 해결사에게 이 일을 맡기고, ‘어벤저’는 대담하고 교묘한 솜씨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런 이야기라면 할리우드 영화나 테러리즘에 맞서는 주인공이 활약하는 미드, 혹은 장르소설에서 이미 수차례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새로울 것이 없는 뻔한 이야기가 프레데릭 포사이드라는 노장의 손을 거치자 ‘완전’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합니다. 결국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보다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웅변합니다.

<어벤저>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장르소설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작가의 세계관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탁월한 테크닉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사로잡습니다. 노련한 장르소설 작가답게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는 복수극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을 꼼꼼하게 추적하며 세상의 지배하고 구성하는 복잡한 힘의 논리에 대해 까발립니다.

복수극이 끝날 때 즈음 독자가 확인하는 것은 탁월한 해결사의 훌륭한 작전 수행이나 악당의 비참한 말로가 아닙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아군’과 ‘선(善)’에 대한 회의입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작가가 제시한 근거가 사실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절대악과 절대선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서로 이용해 먹기 위해 발버둥치고, 끊임없이 속고 속이는 아수라장인 셈이죠.

더욱 끔찍한 것은 이런 끔찍한 일들이 과거에도 수없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벤저>에서 다룬 미국인 살인사건은 1990년대 중반 코소보에서 시작하여 2001년 9월 10일에 끝을 맺습니다. 바로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이죠. 작품을 위한 ‘작은 비극’은 마무리되었지만 이어서 일어나는 ‘엄청난 비극(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일어난 바로 그 사건!)’이 이전투구는 계속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끔찍한 폭력과 증오의 뿌리가 어디에서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폭력과 증오가 만들어낸 순환 고리 속에 무고한 피해자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작품의 숨 가쁜 전개와 뛰어난 재미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어벤저’의 활약이 마냥 통쾌하고 시원하지 않았던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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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7-01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핵심스토리는 헐리웃 영화같네요ㅋㅋㅋ
하지만, 거장의 손을 거쳐 재탄생했다니 기대됩니다^^
lazy devil님 추천은 100% 신뢰가 돼요. 서평계의 보증수표 lazy devil님!!!ㅋㅋㅋ
무더위 가시기전에 꼭 읽어 볼께요^^
(책 1년씩 묵혔다 읽는거 아주 널리 퍼진 일이죠ㅋㅋ 저도 그래요^^)

lazydevil 2008-07-03 17:37   좋아요 0 | URL
보증이라뇻, 완전 주관적 수다입니다. 그런데 쥬베이님이 잘 봐주시니 흐뭇~~할 따름...^^; 참참 쥬베이님이 r강추하신 <황새>를 조만간 읽으려는데 기대가 큽니다~~~^o^

Forgettable. 2010-04-0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빌님........
저도 이 리뷰 읽고 지난 여름인가에 사서 묵혀두고 이번 주말에 읽었는데요. 기절하는줄 알았어요!!!!!!!!

아, 이거 대박!
이라고 데빌님한테 문자 보내고 싶어서 죽을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어요. 완전 재밌어요! 간만에 아주 좋은 미쿡소설 잘 읽었슴다 ㅋㅋ 데빌님 덕분이에요!

lazydevil 2010-04-05 01:12   좋아요 0 | URL
포겟님의 뒷북 대애애바악~~ㅋㅋ 근데 제 덕분이 아니라 포사이드 덕분이죠.
아.. 근데 포겟님 댓글보니 포사이드 작품이 땡기네요.

요즈음 어울리지 않게 고상한 책들만 줄창 읽어대서... 다시 장르의 세계로 귀환하고 픈 맘이 있다눈.. 캐드펠 수사님 여섯권이 반년째 대기중이심다. 죄송해요, 수사님~
 
[폐허] 서평단 알림
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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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공포소설이라는 장르는 짧을수록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공포 체험은 일종의 충격이고 전율입니다. 그런데 이 놈은 파급효과도 큰 반면 쉽게 흩어지고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그 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일종의 면역력이 생긴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섬뜩한 공포를 불러일으킨 공포소설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중·단편들입니다. 물론 장편 중에서도 훌륭한 공포소설이 있죠. 하지만 그 작품에는 다른 무언가가 더 있습니다. 즉 충격 요법만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들로 독자들의 관심을 잡아두거나 공포를 배가 시킵니다.

스콧 스미스의 <폐허>는 공포를 불러일으킬 만한 좋은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소설의 장점은 그것뿐입니다. 멕시코 휴양지로 여행을 간 미국 젊은이들은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의 동생을 찾으러 오지 마을로 떠납니다. 하루 나절 색다른 경험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뜻밖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바로 밀림 한 가운데 고립된 것이죠. 그리고 무언가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칩니다. 

<폐허>는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입니다. 하지만 그 많은 페이지를 메우고 있는 것은 반복되는 상황과 비슷비슷한 갈등뿐입니다. 꼼꼼한 세밀한 묘사는 등장인물을 둘러싼 분위기와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에 별 감흥이 없습니다. 아니 이미 벌어진 일을 반복해서 묘사하고 있기에 점점 흥미가 사라집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걸맞은 컨텐츠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노련한 설발투수가 다양한 구질이나 완급조절, 패턴의 변화로 타자를 상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한 두 가지 구질로 한 두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투수와는 분명히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스콧 스미스는 고집스럽게 한 두 가지 컨텐츠로만 500페이지를 소화합니다. 그렇다고 그 공이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큼 위력적인 것도 아닙니다. 쓸만하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솔직히 지루하게 읽었습니다. 스콧 스미스가 누구처럼 컨텐츠 부족으로 떨어지는 긴장감을 탁월한 입담으로 때울만한 ‘글빨’을 가진 작가도 아닌 지라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폐허>의 문제점에 대한 나름의 처방을 내려봤습니다. 전체 분량에서 삼분의 일 정도를 후딱 들어내고, ‘식물’(스포일러!!)에 대한 가공한 사연을 심어주면 어떨까? 아니면 아예 절반 정도로 줄이면 ‘식물’에 대한 미스테리가 더욱 충격적이지 않을까? 잔인한 독자는 언제나 제 멋대로 상상하고 결론 내기를 좋아하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 <폐허>를 찾아보니 상영시간이 91분이더군요. 짧은 상영시간을 보니 호기심이 생기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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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6-23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솔찍한 서평, 많이 지루하셨나 보네요^^
데블님 견해를 종합하면-->500페이지 분량을 이끌어갈 힘이 없으면 차라리 짧께 쓰라ㅋ
나중에 한번 읽어 볼께요~

lazydevil 2008-06-23 22:51   좋아요 0 | URL
서평단 신청도서라 조금 망설였는데..., 재미있게 읽은 분도 많길래 걍 솔직모드로 썼어요.
 
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읽는 동안 두 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왜 제목을 ‘백야행(白夜行)’으로 했을까?
둘째 권을 읽을 즈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야행’은 말 그래도 ‘하얀 밤을 거닐다’라는 뜻입니다. 좋은 제목입니다. 그런데 굳이 일본어 원제목을 고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편집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뜻도 풀어 쓴 것이 훨씬 잘 와 닿고 어감도 좋지 않나요?
    
왜 제목을 ‘백야행’으로 했을까?
마지막 셋째 권을 읽을 즈음 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떠오른 의문은 책을 출간한 국내 출판 편집자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묻는 말입니다. 당시은 왜 제목을 ‘백야행’이라고 했는가?

친절하게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기가 이 작품의 제목을 왜 ‘백야행’으로 했는지 서너 차례에 걸쳐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다음에 인용된 글처럼 말입니다.

     똑같은 질문에 대한 기리하라의 대답은, 한낮에 걷고 싶어, 라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같아, 라며 히로에는 기리하라의 대답에 웃었다.
     "기리하라 씨, 그렇게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내 인생은 백야(白夜) 속을 걷는 것 같으니까" - '중'권 141쪽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이렇게까지 친절하게고 구체적으로 제목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이해하지 못하면 바보죠. 그런데 전 선뜻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제목의 의미는 이해 할 수 있었지만 주인공의 심정을 눈곱만큼도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적어도 멋들어진 제목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까지 주인공 료지와 유키호의 심리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백야행>이라는 제목은 평생 악행을 저지르고 살아온 주인공들의 심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주인공 료지와 유키호의 심리적 고통이 전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인용한 글처럼 노골적이며 깊이 없는 대화로 제목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의 배후에는 언제나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사건의 실체에서 주인공들이 차지하는 위치는 적절하고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두 주인공의 포지셔닝에만 신경을 씁니다. 용서받지 못할 악인의 길로 들어선 그들의 불운과 고독함, 죄의식을 뜻하는 제목을 사용하고도, 정작 그와 관련된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전무합니다. 사건의 진상을 뻔히 짐작할 수 있고, 료지와 유키호의 관계가 명백히 드러난 마당에도 작가는 술래잡기 놀이로 독자의 시선을 잡아둘 뿐 제목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더군요.

한마디로 이 작품은 본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감상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읽는 내내 공허하고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예 ‘그림자 살인사건’과 같은 제목을 붙였다면 이렇게까지 허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백야행>은 가공할 만한 책읽기의 속도를 보장합니다. 그 이유는 사건이 하나둘 벌어질수록 주인공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초반 누가 주인공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패턴이 눈에 익으면 그야말로 술술 읽히죠. 이때부터 독자들도 본격적으로 술래잡기 놀이에 동참하게 됩니다. 눈을 가린 독자들을 요리하는 작가의 솜씨는 칭찬할 만 합니다.

하지만 술래잡기 놀이가 끝나고 안대를 풀고 나면 허망하기 그지없습니다. 드러난 주인공의 모습이 알맹이가 없는 껍질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죠. 류지와 유키호는 실체가 없는 그림자나 다름없습니다. 그들 내면에 자리한 상처와 고뇌는 안대를 한 독자의 상상과 기대 속에만 있었던 겁니다. 작가는 애초에 류지와 유키호의 내면은 안중에 없었기에 만들어놓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뒷맛이 씁쓸합니다. 서둘러 이 작품의 책장을 넘긴 이유가 이야기의 끝이 궁금했던 것이지, 결코 류지와 유키호가 만들어 놓은 ‘하얀 밤’에 전적으로 몰입하고 공감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비로소 깨달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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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5-28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zy devil님 글을 읽으며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뭐낙 정확하고도 냉철하게 분석하셔서요.
저는 <백야행>, 아무 생각없이 미친듯 읽었어요ㅋㅋㅋ
서평 쓰려다 결국 포기했던 작품^^ 잘 읽고 갑니다~~

lazydevil 2008-05-30 10:23   좋아요 0 | URL
이 무신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쥬베이님이 제 글을 언제나 좋게 좋게 봐주시니 흐뭇할 따름입니다~~~^o^
 
숲을 지나가는 길 - An Inspector Morse Mystery 2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무지에서 온 섣부른 판단일 테지만, 콜린 덱스터는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며 지적인 탐정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콜린 덱스터는 기괴함이나 극적 긴장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합니다. 그가 다루는 살인사건은 이런 저런 이유로 미궁에 빠졌을 뿐 흔한(?) 살인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엽기적인 살인광이 등장하지도 않고, 복수에 눈이 먼 냉혹한 살인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는 미궁에 빠진 ‘평범한’ 살인사건을 독자 앞에 던져 놓습니다. 독자는 명민한 모스 경감과 함께 사건의 전모를 조금씩 파악해 나가죠. 그러는 동안 독자는 모스 경감의 썰렁한 유머와 현학적인 취미, 속물적인 연애행각, 이기적인 인간관계 등을 눈뜨고 지켜봐야합니다. 거기에 은근히 이죽거리는 듯한 어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문체와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지치지 않고 머리를 내미는 자기 과시적인 인용문도 감당해야 합니다. 만약 이걸 오히려 즐긴다면, 모스 경감과 함께 하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답답하고 맥 빠진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아직까진 모스 경감 시리즈에서 ‘화끈한 뭔가’를 본적이 없으니까요.

<숲을 지나가는 길>은 모스 경감 시리즈의 특징이 넘쳐납니다. 도대체 모스 경감(실은 콜린 덱스터)은 어쩜 그리 아는 것도 많고, 잘난 척 하는지...! 그 모습이 참으로 재미있었습니다. 게다가 명석한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얄미워 보입니다. 그러니 팬들이라면 좋아할 수밖에요. 만약 팬이 아니라면? 두 말할 필요 없이 최악일 겁니다.     

다섯 편 중 세 편을 읽어버렸습니다. 슬프군요. <밑줄 긋는 남자>의 주인공 콩스탕스는 죽기 전에 로맹 가리의 작품을 다 읽어버릴까 두려워 한 작품 한 작품을 아껴서 읽습니다. 제길, 저도 그 꼴이 되어야 하나요? 국내에 출간된 모스 경감 시리즈 다섯 편 중 이제 남은 작품은 불과 두 편 뿐입니다. 다른 작품의 출간은 요원하기만 하니 답답하군요. 그렇다고 늘그막(?)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학구열이 넘치는 부류의 인간도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내 출판 시장에 대한 저주와 불평을 쏟아내는 것은 주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니 불평이 아닌 애원을 해야 하나요?? 제발... 제발... 이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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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5-2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린 덱스터 몰랐는데, lazy devil님 덕에 알고 갑니다.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며 지적인 탐정소설을 쓰는 작가]] 정말이에요??ㅋㅋ 이야..끌리네요 끌려
로맹 가리의 작품을 꽂감먹듯 야금야금 먹는 콩스탕스도 흥미롭네요^^

lazydevil 2008-05-23 21:41   좋아요 0 | URL
이 작가, 얄믿도록 잘난척하는데, 귀엽기만 합니다. 쥬베이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스트로 2009-12-0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사라진 보석'을 보고 나서는 다시는 모스 경감 어쩌고 시리즈는 안 볼 거란 생각을 했는데, 이 글을 보고 나니까 왠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슬며서 들기도 하네요. 한번 속는 셈 치고 볼까요? 그리고 나서 재미 없으면 어쩌죠? 왠지 불안하기도 한데요... ^^

lazydevil 2009-12-10 13:09   좋아요 0 | URL
<사라진 보석>은 조금 빠지는 작품입니다. 물론 모스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팬들은 여전히 즐거운 작품이지만요. <숲을 지나는 길>은 출간된 작품 중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소 산만한 초반부를 넘기면 그야말로 대단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스 경감 시리즈는 호불호가 분명한 시리즈라 저도 조금 불안하네요.^^;
 
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와 손톱>은 두 가지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소설입니다. 삼인칭으로 서술되는 법정 이야기와 일인칭으로 진행되는 어느 마술사의 이야기죠. 그리고 이 작품은 마술과도 같은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법정 이야기와 마술사의 사랑과 복수 이야기는 작품 후반부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하나로 맺어집니다. 아울러 살인사건의 범인(들)도 밝혀지죠. 

이야기의 결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검은색 아트지로 봉인되어있는 뒷부분을 뜯었을 때 그다지 놀랍거나 충격적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눈치신공이 경지에 이른 약사 빠른 독자의 내공 때문이라기보다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바로 작품의 탄탄한 구성 때문이죠.

다시 말하면 작가가 면밀하게 준비한 단서, 즉 살인사건을 둘러싼 정황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자연스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건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만이 알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없을 뿐이죠. 노파심에 덧붙이면, 이는 미스터리 소설로서 <이와 손톱>이 지닌 한계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성취를 말하는 겁니다.

<이와 손톱>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법정 이야기와 마술사 이야기를 따로 읽게 되면 어떨까? 물론 두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완벽한 한편의 이야기로 완결되지만 독립적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특히 일인칭으로 진행되는 마술사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독립적인 중편소설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듯 합니다.

만약 밸린저의 이 작품에서 풍기는 문학적 향기를 이야기한다면, 바로 마술사 이야기 때문일 듯 합니다. 그 만큼 이 이야기는 인상적입니다. 마치 한 때 즐겨 읽던 폴 오스터의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만약 <이와 손톱>을 처음 읽는 분이라면, 미스터리 소설의 반전에 대한 강박증세가 없는 분이라면, 한번쯤 권하고 싶은 책읽기 방법입니다.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인 나의 심리에 훨씬 쉽게 빠져들 수 있을 테니까요.

깔끔한 디자인과 손에 꼭 들어오는 판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자가 스스로 밝히듯 영어식 표현을 우리말에 어울리게 많이 윤문한 듯 합니다. 아무튼 읽기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다만 예상 외로 오자가 종종 눈에 띄었고, 역자 후기는 글쎄요... 블로그에나 어울릴 듯한 내용이 소중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아무리 역자 ‘후기’라지만 독자에게는 역자의 넋두리보다 작품이나 작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가 더 반가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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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5-1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리하십니다^^ 역자후기에 대한 lazy devil님의 날카로운 평을 접하니
역자후기가 읽고 싶어지네요. 작품보다요ㅋㅋㅋ
<이와 손톱>, 한번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던 작품인데 아직 못읽고 있어요
스토리를 많이 누설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작품소개를 해주셔서 감사히 읽었답니다.

(lazy devil님 서평을 이달의 우수리뷰로!!!!!ㅋㅋㅋ)

lazydevil 2008-05-11 13:23   좋아요 0 | URL
ㅎㅎㅎ알라딘에 존재하는 유일한 우수리뷰 추천자 쥬베이님~~~ 고맙습니다앙~^^*

칼리 2008-05-13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정 이야기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마술사 이야기 까지...게다가 두개의 이야기를 한편의 이야기로 완결시킨다. 정말 작가의 역량을 충분히 느낄수 있는 구조가 탄탄한 이야기인것 같네요. 미스터리 소설의 반전에 대한 강박증세가 심한 저는...조금 고민이 되네요^^

lazydevil 2008-05-13 23:16   좋아요 0 | URL
칼리님 반간습니다. 걍 혼자 궁시렁거린거니까 정상읽기하세요. 작가의 원래 의도도 그걸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