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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지나가는 길 - An Inspector Morse Mystery 2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무지에서 온 섣부른 판단일 테지만, 콜린 덱스터는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며 지적인 탐정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콜린 덱스터는 기괴함이나 극적 긴장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합니다. 그가 다루는 살인사건은 이런 저런 이유로 미궁에 빠졌을 뿐 흔한(?) 살인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엽기적인 살인광이 등장하지도 않고, 복수에 눈이 먼 냉혹한 살인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는 미궁에 빠진 ‘평범한’ 살인사건을 독자 앞에 던져 놓습니다. 독자는 명민한 모스 경감과 함께 사건의 전모를 조금씩 파악해 나가죠. 그러는 동안 독자는 모스 경감의 썰렁한 유머와 현학적인 취미, 속물적인 연애행각, 이기적인 인간관계 등을 눈뜨고 지켜봐야합니다. 거기에 은근히 이죽거리는 듯한 어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문체와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지치지 않고 머리를 내미는 자기 과시적인 인용문도 감당해야 합니다. 만약 이걸 오히려 즐긴다면, 모스 경감과 함께 하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답답하고 맥 빠진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아직까진 모스 경감 시리즈에서 ‘화끈한 뭔가’를 본적이 없으니까요.
<숲을 지나가는 길>은 모스 경감 시리즈의 특징이 넘쳐납니다. 도대체 모스 경감(실은 콜린 덱스터)은 어쩜 그리 아는 것도 많고, 잘난 척 하는지...! 그 모습이 참으로 재미있었습니다. 게다가 명석한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얄미워 보입니다. 그러니 팬들이라면 좋아할 수밖에요. 만약 팬이 아니라면? 두 말할 필요 없이 최악일 겁니다.
다섯 편 중 세 편을 읽어버렸습니다. 슬프군요. <밑줄 긋는 남자>의 주인공 콩스탕스는 죽기 전에 로맹 가리의 작품을 다 읽어버릴까 두려워 한 작품 한 작품을 아껴서 읽습니다. 제길, 저도 그 꼴이 되어야 하나요? 국내에 출간된 모스 경감 시리즈 다섯 편 중 이제 남은 작품은 불과 두 편 뿐입니다. 다른 작품의 출간은 요원하기만 하니 답답하군요. 그렇다고 늘그막(?)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학구열이 넘치는 부류의 인간도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내 출판 시장에 대한 저주와 불평을 쏟아내는 것은 주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니 불평이 아닌 애원을 해야 하나요?? 제발... 제발... 이렇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