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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56
까뜨리느 아를레이 지음, 이가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지푸라기 여자>는 욕망과 음모, 배신, 파멸에 관한 통속소설입니다. 여기에 팜므 파탈도 등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건 1940년대 할리우드에 등장한 장르물인 필름 누아르의 키워드군요. 필름 누아르라는 장르가 1930,40년대에 유행하던 통속소설에서 비롯된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이나 범죄소설이 바로 그것인데, 할리우드 필름 누아르의 효시로 불리는 존 휴스턴의 <몰타의 매>는 그 유명한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를 충실히 영화로 옮겨놓은 작품입니다.
재미있는 건 <지푸라기 여자>에는 팜므 파탈이 아닌 ‘옴므 파탈(?)’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주인공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이 바로 남자라는 거죠.
그런데 <지푸라기 여자>는 보다 더 ‘통속적’인 느낌입니다. 여기서 ‘통속적’이라는 의미는 뭐랄까요... 흔히 말하는 ‘드라마’같다는 의미입니다.
작가인 까뜨리느 아를레이는 음모, 신분상승, 배신, 파멸의 과정을 밟아가는 주인공 히르데갈데의 모습을 하드보일드 소설처럼 비정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완전범죄의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하는 추리소설도 아닙니다. 성공을 손에 넣으려는 순간 나락을 떨어지고 마는 어리석은 여자의 이야기를 다분히 멜로드라마 풍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속적’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뒤에 실린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눈에는 눈>도 무척이나 통속적이고 재미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합니다. 악녀인 아가트, 악녀를 사랑한 남자 마르셀, 마르셀의 누이 마르트가 그들입니다. 이들이 각각 살인극, 멜로드라마, 복수극의 주인공입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악녀인 아가트 때문에 마르셀이 죽자 누나인 마르트가 복수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각각의 캐릭터가 극단적으로 충돌하며 의외의 흥미를 자아냅니다. 읽고 있는 작품이 살인극인지, 멜로드라마인지, 복수극인지 헛갈릴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쫓아가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통속적’이니까요. 덕분에 독자들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상황을 기민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