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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ㅣ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까치글방에서 출간한 아르센 뤼팽 전집은 국내 추리소설 시장에 가히 기념비적인 시리즈입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성실한 번역과 양질의 편집, 좋은 해설이 삼위일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으니까요. 암튼 뒤늦게나마 이 의미 있는 시리즈를 읽게 되어 흐뭇합니다.
뤼팽 시리즈의 첫 작품인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을 읽고 처음 느낀 것은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입담입니다. 뤼팽의 활약상을 사뿐사뿐 풀어내는 작가의 글솜씨는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주인공 뤼팽처럼 치고 빠지는 날렵한 필치로 사건을 전개시키는데 이야기의 규모가 커지는 장편에서 그 역량이 어떻게 발휘 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제대로 처음 만난 뤼팽이라는 인물은 흔해빠진 표현 그대로 ‘신출귀몰’했습니다. 또 한 가지, 확실히 독자들의 쾌감과 동경심을 자극하는 인물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뤼팽은 나쁜 놈이잖아요. 뻔뻔스러운 도둑이자 모사꾼이고, 음흉한 사기꾼입니다. 뭐 일지매나 홍길동처럼 의적도 아닌 주제에 흠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초인적인 재주와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품격 있는 직업정신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영화 <영웅본색>의 주인공처럼 어둠의 세계에 살지라도 강호의 도는 저버리지 않는 태도라고나 할까요? 정말이지 낭만적인 영웅상(?)입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뤼팽에 열광하지 않나 싶습니다. 게다가 갖은 거 없는 저로서는 뤼팽의 먹이감이 될 리도 없으니 흐뭇한 미소를 흘리며 뤼팽의 활약을 즐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