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 장군, 상인, 지식인
미할 비란.요나탄 브락.프란체스카 피아셰티 엮음, 이재황 옮김, 이주엽 감수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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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몽골은 미지의 세계이다. 광활한 대륙과 칭기스칸과 그 후예들,그리고 실크로드... 그 뿐이었다.

그 몽골 사람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과연 몽골 제국은 어떤 사람들이 활동했을까?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은 저자 미할 비란, 요나탄 브락과 프란체스카 피아셰티가 여러 문헌을 참고하여 몽골제국에서 활약했던 장군과 상인 그리고 지식인들을 다룬다.

이 책에는 15명의 인물들의 생애와 업적이 기록되어 있다. 장군 부터 상인들 그리고 지식인들을 보여 주며 그 당시의 몽골 사회와 그들이 남긴 업적이 어떤 의미인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나의 경우 매우 광범위한 역사를 다루고 있어 이해하기가 다소 쉽지 않았다. 내가 몽골 제국의 인물들을 읽어가면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단연 여성들이었다. 놀랍게도 몽골 제국은 여성의 정치 참여와 사회 참여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장군들과 상인들 그리고 지식인들 각 다양한 부문에 여성들의 이름이 나란히 소개된다.

몽골의 공주이자 전사이기도 한 쿠툴룬은 당당히 몽골 장군으로 기록되는 여성이다. 몽골 국가를 세운 카이두를 아버지로 둔 쿠툴룬은 남성 장군들보다 무예 실력이 더욱 출중했다고 하며 넷플릭스 시리즈 <마르코 폴로>의 여주인공이 되기도 했다고 하니 그 명성이 꽤 대단했음을 짐작케 한다.

배우자를 구하는 조건으로 자신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하지만 공주에게 패배할 시 말 백 마리 이상을 공주에게 바치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많은 구혼자가 도전했으나 패배하여 그 백 마리의 말들로 재산을 불렸다고 하니 참 놀랍다.

몽골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불교 등 혼합된 종교로서 각 종교를 후원하는 것도 모두 정치의 일종이었던 듯 하다. 금장 칸국의 황후 타이둘라는 전략적으로 기독교 상인을 후원하며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얻었지만 정작 중요한 타이둘라 황후가 어떤 종교인지는 밝혀지지 않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은 세 명의 저자들이 몽골 제국에 대한 사회상을 깊게 파고든다. 이슬람의 학문 발달 및 이주민에 불과한 인물 이사가 통상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중대한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배경 등 흥미로운 이야기등을 많이 알려준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각 인물 소개가 끝난 후 참고 문헌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분량을 꽤 차지한다. 참고 문헌을 모두 뒷 부분에 수록했다면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하는 편집상의 아쉬움이 남는다.

몽골제국. 이 책은 몽골 제국에 대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몽골이 여성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주었다는 점도 놀랍고 그들의 천문과학 발전에 있어서도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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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
김병선 지음 / 웨일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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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그맨 김병선씨를 잘 모른다. 하지만 그는 서울대 졸업에 개그콘서트 개그맨으로 방송에 나온 이력이자 스페인과 페루까지 영역을 확장해 자신의 무대를 펼쳐 나간다. 하지만 이 책이 그의 성공기를 말하고 있는 책이라 오해해선 안 된다. 오히려 그의 실패 이야기와 가깝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고 스페인에서는 노숙자 생활까지 했던 그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이 책 속에 펼쳐진다.

그는 먼저 개그맨의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밤새우며 기획한 프로그램을 PD에게 선 보이고 기획안이 까이면 다시 만들고 합격하면 또 다른 밤샘이 이어지는 고된 작업 속에서 그는 고민한다. 과연 이대로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해외라는 불안정하지만 해외라는 넓은 세계로 나갈 것인가? 그의 선택은 더 넓은 세계였고 그는 스페인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라는 제목은 스페인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무대에 서게 되면서 알게 된 스페인식 개그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스페인에 갔지만 한순간에 노숙자가 되고 또 우연한 기회에 바의 스탠드업 코미디로 서게 되며 그는 한국과 다른 스페인식 유머를 체득해간다.

한국에서는 남의 불행 또는 자신의 불행을 개그로 이용하는 데 금지하지만 스페인에서는 그 불행이 개그 소재로 이용된다. 물론 선을 지켜야 한다. 특히 소아와 장애에 대해서는 예외이다. 저자 또한 노숙자인 자신의 불행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을 웃긴다. 아.. 나의 불행이 결코 이대로 끝이 아니다라는 걸 저자는 알아간다.

여기는 공채 시험 같은 게 없어.

웃기고 안 웃기고를 무슨 방송국 피디가 결정해.

대중이 하는 거지.

여기서 질문이 대중이 누구냐는 거야.


한국에서는 개그맨이 되기 위해서 방송국 관계자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개그맨이 되어서도 피디들에게 무대에 서도 좋은 기획안인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철저히 대중 위주다. 대중이 웃는다면 그걸로 그는 개그맨인 셈이다. 그래서 저자 김병선씨도 자신의 불행을 가지고 무대에 서서 사람들을 웃기고 스탠드업 코미디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에서는 저자의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이 많다. 어찌보면 저자의 연속되는 불행에 기를 차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행을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킬 수 있었던 데는 스페인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서며 배운 그들의 철학이 한 몫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불행을 단지 불행에서 멈추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스페인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삶의 태도가 더 많은 무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우리 나라를 비교해보면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갈수록 좁아진다. 최장수 프로그램이었던 <개그 콘서트>마저 폐지되고 정통 개그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예산 문제라고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삶이 개그를 편하게 즐길 수 없는 팍팍한 환경 때문이 아닐까?

비록 어려운 현실속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 가면서도 개그의 끈을 놓지 않고 유튜브 속에서라도 웃음을 주는 그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김하게 된다. 이 책이 성공기가 아니라서 더욱 반갑고 고마웠다. 성공한 후 다시 실패하고 재기하는 저자의 파란만장 인생기를 보여주며 완전 끝은 아니라고 그러니 당신도 힘내라고 말해주는 저자의 응원을 듣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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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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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동네서점들도 힘든데 헌책방이라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의 정겨운 헌 책방들은 사라져가고 인터넷 서점의 중고서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중고서점마저도 이젠 대형서점들에 잠식당하는 사회이다. 개인이 하는 소규모의 헌책방으로 사람들은 잘 가려하지 않는다. 그만큼 헌책방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의 작은 헌 책방』 은 일본에서 20년째 헌 책방 '벌레문고'를 운영하는다나카 미호씨의 글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 생활을 접고 하루 아침에 헌책방을 차리기로 한 21살의 다나카 미호씨가 책방을 세우고 지금까지 운영하면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한다.

앞서 말했듯 동네 서점도 힘든데 헌 책방은 더욱 힘겹다. 저자 또한 헌 책방을 시작할 때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 단돈 100만 엔이었다. 부모로부터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기에 100만엔으로 모든 것을 헤쳐나간다.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손님들이 가지고 오는 헌 책만으로 운영을 해야 했기에 책방에 헌 책을 확보하는 것 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저자의 "벌레문고"는 관광지 변두리기에 관광객들이 잠시 들르거나 또는 화장실만 이용하고 가는 얌체 손님도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힘으로 해야 했기에 녹록지 않은 헌 책방을 운영하기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20년 가까이 운영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사람들이다.

비록 책을 사지는 않고 다른 자신의 애장품만 사가는 손님이지만 명절에 아내의 처가에 올 때마다 꼭 방문하여 인사를 주고 받는 명절용 손님 O 씨의 이야기와 헌책방 선배이자 동료로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는 모리카와 씨, 벌레문고에서 라이브 공연을 해 주는 도모베 씨등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다나카 미호씨의 원동력이다.


헌 책방이니 책에 관한 에피소드도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헌 책은 읽은 이의 사연을 담고 있다.

저자가 좋아하는 가수 도모베 마사토에게 헌 책을 기증받았고 그 책 속에 자신의 또 하나의 인생책인 <미국의 송어 낚시>를 보며 결국 각자의 책의 주인은 결국 찾아오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 팔리지 않는 전집류와 백과사전을 들고 온 손님에게 매입을 거부할 때의 곤란함, 책값 책정의 어려움 등등 혼자 부딪쳐 가며 배우는 신참 헌책방 주인의 고군분투기 또한 따뜻하게 그려진다.



저자는 헌 책방 '벌레문고'를 운영하면서 이 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처음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헌 책방 창업을 고려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이드가 되어 주기 위한 목적인만큼 저자 또한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헌 책방은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서 한참 벗어난 장사입니다.


비주류의 비주류에 속하는 일. 좋아서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저자가 계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일에 대한 사랑이기 떄문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곁에 있어주는 반려묘가 있고 그리고 책이 있는 곳.

그 마음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져 올 수 있었기에 벌레문고를 운영할 수 있었다.

느리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운영하는 곳.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곳, '벌레문고'에서 저자는 하루를 살아가며 말한다.

"아, 역시 벌레문고에 앉아 있는 건 즐겁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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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집 - 없으면 안 되나요? 이까짓 2
써니사이드업 지음 / 봄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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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부터 지금까지 내 집을 가져본 적이 없다. 대학생때는 기숙사와 닭장촌이라 불렀던 방 한 칸짜리 방에서 자취생활을 했고 취업 후부터 지금까지 전세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나도 남편도 은행님에게 대출을 최대한 자제하고자 과감한 내 집 마련 대출을 못 하고 한 집에서 7년 째 전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까짓, 집』 이라는 표지와 함께 작은 글씨로 '없으면 안 되나요?"라는 문구에 귀여운 그림은 자가 소유가 없어도 씩씩한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책을 막상 펼쳐보면 현실에서 집을 찾으러 다니며 정착하기까지가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저자 써니사이드업은 유년 시절, 그리고 청소년 시절, 독립 후 잠시 머물던 공간에서 결혼하여 지금까지 떠돌아다니던 방랑기를 유머러스하게 펼쳐나간다. 마치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세를 구하기 위해 방랑하는 전세유목민들은 알 수 있다. 좋은 전세 구하기가 과연 하늘에 별 따기라는 걸.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사장님일 수 있는 남편과 달리,

믹스 커피를 들이켜 가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던 밤이 무색하게도

부동산 중개인에게 나는 '사모님'이거나 '아줌마'이거나 '저기요'였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집에 얽힌 이야기들 증 공감이 가는 사연들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면 바로 여자인 저자 혼자만 방을 구하러 갔을 때와 남편과 함께 혹은 남편 혼자 방을 구하러 갈 때의 부동산 중개인의 달라지는 태도이다. 즉 미혼 여성과 남성을 대하는 태도가 방을 구하는 데에서도 차별된다는 점이다.

똑같은 조건으로 방을 구해도 여성인 저자에게는 전화번호만 받아놓고 가르는 둥, 또는 XX 조건 구하는 사람이라는 둥 장난삼아 대한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갈 때는 '사모님'이라고 존대하고, 남편만 갔을 경우에는 동일한 조건임에도 자신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던 방을 보여준다. 같은 조건임에도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며 대하는 뼛 속 깊은 태도는 매번 저자를 힘들게 했다.

나의 경우 결혼 전에는 친오빠와 함께 살았고 결혼 후에는 남편이 혼자 부동산을 돌아다닌 경우이기에 이러한 차별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나와 친한 지인 중 미혼으로 지내고 있는 언니가 내게 해 준 말들이 떠올랐다. 그 언니는 방을 보러 다닐 때 절대 혼자 다니지 않고 가까이에 있는 큰아버지와 함께 동행한다고 했다. 자신이 많이 다녀보았지만 항상 무시하는 태도에 기분이 상했고 큰아버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같은 고객이지만 손님을 가려 받고 여자를 경제적인 주체로 잘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의 악습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남편과 내가 사는 우리집이 내 기억 속 우리집과 같아지려면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던 우리가,

이제 스스로 엄마가 되어 서로를 맞아주어야 한다.

그렇게 상실감으로부터 독립한다.

돌아가고 싶은 우리집이 된다.


부부가 결혼 후 함께 살게 된 집이 진정 자기 집으로 여겨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저자는 결혼 후 2년 동안 '우리집'은 친정 본가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마음에 남편이 섭섭한 마음을 표현해냈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랬다. 특히 신혼초, 다툼이 많았던 때에는 지금 이 집이 내 집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드물었다. 온전한 우리집이 되기 위해서 더욱 많은 희생과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 '우리집'이 되는 건 노력이 필요하다.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 대출이 없이는 집을 구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나 역시 치솟아오르는 집값을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렵다. 은행님 집이라는 둥, 방 하나만 우리 집이라는 우스개 소리는 이제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전세유목민에게 2년은 어찌나 이리 빨리 다가오는지. 그럼에도 느슨하게 즐겁게 살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글에 같은 유목민으로서 공감과 함께 저자의 웃픈 현실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글에 위로도 함께 받는다.

그래도 저자님.... 이까짓, 집 없으면 안 되나요? 라고 묻지만... 그래도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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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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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소녀 코요테.

코요테는 엄마와 언니 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아빠 로데오와 함께 스쿨 버스 '예가'를 타고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아이다.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빠와 단 둘이 집을 떠나 여행하는 삶을 살아가는 코요테는 할머니와 통화하던 중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엄마와 형제들이 죽기 전 놀이터에서 함께 추억상자를 묻었던 공원이 철거된다는 사실!

비록 추억상자를 묻은 네 명 중 코요테만 살아있지만 함께 꺼내리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코요테는 그 장소가 철거되기 전에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단 문제는 한 운전자인 아빠 로데오는 절대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는 것. 아빠 모르게 집으로 운전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소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가는 도중 스쿨버스에 합류하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빨리 가야만 하는 밴드 연주자 레스터부터 살바도르와 엄마 등등. 그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코요테 또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이들은 서로를 응원해 준다. 단지 스쳐 가는 사람이 아닌 서로를 응원해 주는 과정이 따뜻하다.

가족을 잃어 본 경험이 없는 이들은 결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막상 슬플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슬픔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다. 가족 세 명을 한꺼번에 잃은 코요테는 아빠 로데오에 의해 감감정을 통제당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건 아무 소용 없는 일이야, 코요테.


안 돼, 아가.

거기로 돌아가지 마.

네 행복은 여기, 지금에 있어.

예전 일은 다 잊어야 해.


잊기 위해 5년 넘게 길 위의 삶을 살아가고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살아간다. 이 소설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감추려 들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코요테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그 여행 도중에 사람들과 함께 가고 추억 상자를 열기까지 비로소 감정을 드러내며 서로를 위로해준다. 물론 이들이 그저 떠도는 삶이 아닌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건

뭔가로부터 달려가는 것보다 낫다.

훨씬 낫다.


소설에는 책을 좋아하는 코요테가 캠핑장에서 만난 또 다른 친구 피오나와 책을 매개로 친해지는 장면이 나온다.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피오나의 말을 보며 같은 책을 좋아하는 기쁨과 책만큼 친구 사기기에 좋은 매체가 없다고 말하는 코요테의 말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또한 코요테에게 호의를 베풀던 피오나의 엄마가 코요테가 스쿨 버스에서 살아가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태도가 단번에 달라진 피오나의 엄마를 보며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게 되어 씁쓸함이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그럼에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씩씩한 코요테를 보면서 그 밝음 속에 슬픔의 감정이 숨어 있다는 사실에 안타깝기도 했다.

아빠 로데오와 고양이 아이반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떠나는 제 2의 여행. 코요테는 과연 집을 찾았을까? 아직도 길 위에서 찾고 있어도 상관없다. 희망이 있는 한, 그리고 서로가 있는 한 이들은 행복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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