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인 더 미러
로즈 칼라일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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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떤 쌍둥이보다 더 닮은 모습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거울형 쌍둥이로 서로 거울을 보는 모습처럼 똑같았다.

거울 속에서 나는 내 모습을 볼 수 없다.

거울 속에는 서머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쌍둥이 딸이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쌍둥이들이 서로 친하게 지낼 거라고.

하지만 쌍둥이를 키우며 알게 된 건 친구보다 경쟁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하고 갖고 싶은 물건도 나눠야만 하는 아이들. 아이가 커가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듯하다.

『걸 인 더 미러』는 그 경쟁과 욕망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가족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모든 게 똑같은 샴쌍둥 자매로 태어난 서머와 로즈. 상대방을 보면 내가 보이는 이 자매들의 질투와 욕망을 둘러싼 심리게임이 시작된다.

쌍둥이들은 서로가 비교대상이 되기 쉽다. 그리고 그 비교는 쌍둥이간에 경쟁과 질투를 부채질한다.

소설 속 서머와 로즈 또한 모든 이들의 비교대상이다.

상냥하고 모든 이들에게 인정 받으며 부유한 애덤과 애덤이 전 아내 헬렌 사이에서 낳은 타르퀸까지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서머. 그에 비해 서머와 똑같은 외모임에도 서머의 그림자로 취급받으며 남편 노아와 이혼 직전인 동생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데칼코마니처럼 찍어낸 듯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언니 서머를 보면서 생각한다.

"왜 언니만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난 거야?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 릿지는 가문에 집착하는 부유한 사업가다.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 애나베스에게서 쌍둥이와 아들 벤이 있고 새로운 아내 프랜신에게도 네 명의 아이들이 있다. 아버지가 죽으며 거둔 단 하나의 유언.

바로 가장 먼저 결혼해 후계자를 낳는 사람에게 전 재산 1억 달러를 물려준 다는 것이다. 해변 저택과 펜트하우스 그리고 1억 달러. 누가 아버지의 전재산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아버지의 유언에 가족들의 욕망이 끓어 오른다.


『걸 인 더 미러』에서 언니 서머가 사고로 바다에서 실종되며 서머의 삶을 살기로 선택한 아이리스의 아슬아슬한 심리전과 아버지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누가 먼저 아이를 낳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족들의 치열한 쟁탈전이 압권이다.

언니와 똑같은 외모로 태어났기에 자신의 모습 그대로 언니의 삶을 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순간 순간 튀어나오는 자신의 정체성, 자신이 아이리스라는 걸 모르게 하기 위해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삶.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가족들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느 누구도 욕망에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 없이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한다.

소설의 시작은 쌍둥이 자매 아이리스가 언니에게 갖는 열등감이었다.

언니의 삶을 질투했고 빼앗고 싶었던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끝내 자신을 버리고 실종된 언니의 자리를 차지함으로 언니가 되려고 했다. 긴박한 전개 속에 사건이 진전되고 아이리스는 뒤늦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려고 했던 걸까?


하지만 이 소설이 끝내 도덕적인 질문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만약 아이리스가 자신을 사랑했다면 어땠을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조차 자신을 보지 못하고 언니 서머를 보았던 아이리스.

파멸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 바로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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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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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모든 세계가 멈춘 듯한 이 때, 이 모든 원인을 외부가 아닌 바로 우리 인간으로부터 시작해야 함을 말해주는 듯해 매우 의미심장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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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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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말이 필요없는 작가이다. <개미>, <나무>, <신> 그 외에 수많은 책들을 펴내는 그는 자신만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하는 작가이다. 사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명세와 작품등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의 작품은 그의 신작 『문명』으로 처음 접했다. 이 신간의 주제가 고양이의 시각으로 그려진 인간과 인류 문명을 고찰하는 시점에서 그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커서 용기를 내 책을 읽게 되었다.



『문명』은 전지적 고양이 시점이다. 프랑스 몽마르트에서 살고 있는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소설이다. 자신을 키우는 인간 나탈리를 반려 집사라고 부르며 인간의 손의 관절을 보면서 놀라움을 표하면서 그는 인간을 유심히 관찰한다. 나탈리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만 고양이 바스테트는 인간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스스로 몰락해가는 과정 속에 고양이 시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이었다.

같은 동족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고 비난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 서로의 몰락을 자초하는 인간이기에 그는 인간들이 글을 쓰고 읽을 줄 아는 것 이외에는 부러울 것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는 어리석은 존재들일 뿐이었다.

인간들끼리 서로 싸우고 전염병이 돌며 인간과 문명은 위기를 맞는다. 시체가 썩어나고 지구의 종말을 고하는 듯한 이 위기에 인간과 다르게 번성하는 종자가 있다. 고양이의 천적 "쥐"는 빠른 번식력으로 인간을 위협하며 파리를 자신들의 거주지로 변모시킨다. 쥐들에게 마냥 당할 수만은 없는 일. 파스테르는 실험묘인 피타고라스와 대통령의 반려묘였던 볼프강 등 동료 고댱이들과 함께 인간들과 쥐를 막아낼 준비를 한다. 시테섬으로 거주지를 옮겨 쥐들의 공격을 막아내지만 실험쥐 출신인 티무르의 수하 아래 있는 쥐들의 공격은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문명』을 고양이 바스테르의 시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면서 과연 인간은 위대한 존재인가? 라는 한 가지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특히 고양이들이 만난 돼지들이 인간의 야만성을 폭로하는 장면에서는 과연 우리가 동물들에게 야만성을 대할 정당성을 확보한 존재들인가?

고양이 바스테르는 인류 문명이 위험에 처하고 고양이들의 문명을 건설하려는 꿈이 있는 존재이다.

바스테르의 반려 집사인 나탈리는 문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머와 예술, 그리고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인간은 이 세가지를 다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히 바스테르의 시점에서 인간은 서로 싸우고 죽이는 존재인데 과연 바스테르는 이를 납득할 수 있을까?

소설은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면서 끝이 난다. 인간과 고양이들이 과연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쥐들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그리고 바스테르는 자신의 꿈인 고양이 문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그렇다면 인간과 인간 문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다음 3권에서 알 수 있게 될 듯하다. 아직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히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모든 세계가 멈춘 듯한 이 때, 이 모든 원인을 외부가 아닌 바로 우리 인간으로부터 시작해야 함을 말해주는 듯해 매우 의미심장한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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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지나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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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국제 결혼은 이제 흔한 현상이지만 1970년대 과거에는 국제 결혼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1973년에 대만 사람인 저자 싼마오와 스페인 남자 호세와의 국제 결혼도 대단했지만 신혼 생활을 스페인도 아닌 사하라 사막에서 시작한 저자의 신혼 일기를 그려 화제를 모았던 『사하라 이야기』에 이어 사하라에서 카나리아 제도로 거주지를 옮긴 부부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카나리아 제도.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해 있지만 스페인령인 이 섬에서의 생활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가 누군가. 싼마오다. 사하라 사막에서도 재미있게 살아간 저자는 머나먼 카나리아 제도에서도 저자만의 위트를 뿜어낸다. 직장 문제로 남편과 주말부부로 홀로 카나리아 제도에 떨어져 지내야 하는 저자는 노인들로 붐비는 이 섬에서 마이웨이로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싼마오는 싼마오다. 오지랖 넒은 저자는 조금씩 마을 사람들의 삶에 개입하면서 마을의 일원이 되어간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마을길을 청소하는 할아버지가 보기 안타까워 함께 빗자루를 들고 차를 끌고 시내에 가는 길에 지나치는 사람들을 모른 체하지 못하는 저자는 어느 새 이웃들과 함께 어울러 살아간다. 하긴 사하라 사막에서도 살아간 저자가 아니였던가.

저자가 갑작스런 시댁의 방문으로 끙끙 앓고 있는 이야기는 또 어떤가. 아무리 쾌활한 저자라 하더라도 여자에게 시댁은 어려운 존재이다. 특히 자신과의 결혼을 극구 반대했던 시어머니라면? 그것도 불시에 찾아온 어머니와 시누이의 가족들이라면! 시댁 식구들을 대접하기 위한 저자의 고군분투기를 보며 동서고금을 물론하고 시집살이는 쉽지 않구나라는 걸 체감하게 된다. 저자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애를 쓰지만 그저 부모님이 오셔서 마냥 좋기만 한 남편 호세를 보면서 역시 남자는 다 큰 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허수아비 일기』는 끈질긴 꽃장수 이야기, 호탕한 친구였으나 결혼 후 아내의 바가지에 주눅든 남편 호세의 친구 미카이, 대만 친정에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호세의 장난스런 편지 등등 저자 부부의 생활이 펼쳐지며 웃음을 자아 낸다. 저자를 보며 동양인을 차별하는 시선 또한 그려지기도 하고 시댁에서 자신들을 생각해 줄 걸 은근히 바라나 자식이 독립한 이상 개입하지 않는 스페인 시댁의 모습 또한 비교되는 모습 또한 그려지기도 한다. 전쟁의 위험을 피해 사하라에서 카나리아 섬에서도 행복하기를 선택하며 소중하게 보내는 이 부부를 보면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의 표지처럼 사하라에서든 카나리아 섬에서든 천국은 어디에나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책 속에 찬란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신이 질투한 걸까. 저자의 소개란을 보면 저자의 남편 호세는 결혼한 지 6년만에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만약 남편이 오래 살았다면 <사하라 이야기>와 <허수아비 일기>에 이어 또 다른 일기를 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싼마오와 호세의 두 번째 집들이 <허수아비 일기>를 읽고 나니 더욱 행복하고 싶다는 바램이 더욱 간절해진다.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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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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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의 저자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백영옥 작가의 책이다. 2012년 출간된 책의 개정판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 된 에세이다. 2012년에 쓴 책이니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어른의 시간'이란 무엇인지 새삼 궁금해지는 책이다.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뭔가를 하고 싶어도 다 크고 나서 해. 어른이 되고 나서 하라는 어른들의 충고를 듣고 나면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토록 되고 싶던 성인이 되면 어느 새 나이 든 자신의 모습이 씁쓸해진다. 이 책이 내게 다가온 의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내게 청춘의 이름을 지나 완연한 어른이라는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위로하는 글이다.


행복은 '오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이다.

내가 애써 발견하는 것이다. 의지를 가지고 선택해야 비로소 손에 잡히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자신의 마음닿는 대로 살아도 되지만 그만큼 나 자신에게 충실할 수 없는 시간들이 아닐까.

남의 관심을 갈구하고 남의 시선에 신경쓰며 인싸가 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는 시기. 우리의 행복은 나에게서가 아닌 남으로부터 찾으려고한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가 활발한 요즘 남들의 '좋아요'에 목말라하며 타인의 시선을 갈구한다. 내가 기준이 아닌 남의 '좋아요'가 기준이 되는 세상. 만족은 있을 수 없다. 이 간단한 진리를 시간이 지난 후 늦게 발견하게 된다. 바로 행복은 자신 안에서 찾아내야 하고 발견해야 함을.

또 하나의 가게가 사라졌다.

하지만 추억이 담긴 동네 가게들이 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일에

나는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며 나에게 익숙한 공간들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씁쓸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백영옥 작가는 사라진 홍대의 '리치몬드 제과점'과 '한가람 문고'등 저자의 추억의 장소가 하나씩 문을 닫을 때마다느끼는 쓸쓸함을 이야기한다. 나 역시 회사 앞 친숙했던 가게들이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철거되는 현장을 보고 동네에서 아이들을 보며 인사를 주고받던 가게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릴 때면 미처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에 그 곳을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나의 청춘의 한쪽이 떨어져나간 듯한 그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허황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한 쪽으로 바꾸기 위한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건 불행하지 않은 쪽이 아니라,

행복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흔에게』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마흔을 지나면서 인생은 춤추듯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삶이 아닌 춤추듯이 순간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가라고 말했다. 나 역시 청춘인 시절에는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린 직장 동료에게도 이대로 안주하며 살면 안 된다고 채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른인 지금은 안다.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열심히 산다 해도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앞을 보고 달려가는 삶을 떠나 즐겁게 내려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기시미 이치로의 말대로 저자 또한 좀 더 '행복'해지는 쪽을 애써 선택하며 삶을 다행으로 여기며 살아갈 것을 이야기한다.

'어른'의 시간.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이다. 끝까지 가야 할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다독이는 책이다. 성공하자고 말하는 책이 아닌 매 순간을 소중하게 살아가자고 말해주는 책이다. 각자의 인생 무게가 힘들 수 있지만 행복을 포기하지 말자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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