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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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판 이혼숙려캠프 같은 마라맛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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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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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이 있다. 물을 칼로 베어도 금방 합쳐지듯, 부부 싸움도 금새 화해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그 말도 옛말이 된지 오래다. 물은 칼로 베어지지 않듯, 부부 싸움도 자주 하게되면 너무 베어서 다시 붙어지지 않는다. K.L. 슬레이터의 심리스릴러 《남편과 아내》는 제목과 표지만큼 강렬하듯 부부 관계가 인생을 파탄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편서스펜스 소설이다. 


이상한 밤이었다. 


소설은 여러 인물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소설의 첫 장을 여는 인물은 세라. 바로 이 심리스릴러 소설의 희생양이 되는 인물이다. 

술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데이트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사람과 마주친 이상한 밤. 

하지만 어떤가.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는 세라를 위해 뭔가를 약속해 주었다. 그걸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느 억센 손에 어딘가로 끌려가 목을 조이고 죽게 된다. 이 범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세라에게 없어진 독특한 무늬의 스카프 하나. 그 스카프를 찾아야 한다. 


《남편과 아내》 는 세라 그레이슨 실종 사건을 찾는 노팅엄셔 경찰과 함께 세 쌍의 부부들이 나온다. 


유방암 투병을 하고 있는 니콜라와 배관공사를 하는 남편 칼 밴스 부부 

니콜라의 자랑스러운 아들 파커와 부유한 인플루언서 루나 부부 

니콜라와 칼을 무시하는 루나의 부모님 조와 마리 부부. 


이 소설이 영리한 점은 초반 파커와 루나 부부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점을 아주 공들여서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이 자란 집안 환경, 루나의 집착과 질투, 파커의 바람기 등등. 각방 등,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처럼 파커와 루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믿게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 《남편과 아내》 가 바로 파커와 루나의 이야기라고 철썩같이 믿게 한다. 아니 속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진짜 빛을 발하는 부분은 파커와 루나 부부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이야기가 다른 부부의 이야기로 확장되면서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는 것처럼 과연 10년 아니 30년 넘게 맞대고 살아온 부부지만 과연 상대방을 제대로 알고 있나라는 의심에 빠지게 한다. 거만하지만 완벽한 조와 마리 부부조차 그들 사이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되며 파커와 루나 사이로 좁혀졌던 범인의 범위가 모든 인물들로 확 넓혀진다. 모두에게 문제가 있고 모두에게 동기가 있다. 무엇보다 부부는 서로를 가장 잘 안다 하지만 눈 뜬 장님과도 같은 관계이다. 


장편서스펜스 《남편과 아내》 는 결국 책 속의 모든 등장인물의 이야기이자 모든 부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 또한 10년 넘게 부부생활을 하고 있고 남편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믿는다. 하지만 작가는 묻는다. 과연 그럴까? 

소설을 읽다보면 과연 남편은 나를, 나는 남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직면하게 된다. 이 소설의 반전을 알게 된다면 누구도 자신의 배우자를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부부 관계에 얽힌 증오와 배신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을 극한으로 치밀어 오르는 상태에서 마지막 승자는 가장 순수한 이들만이 남는다는 건 그래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이 멀고 치유해야 할 상처가 가득하며

삶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어떻게든 우리는 새로운 삶을 함께 일궈 나갈 것이고 살아남을 것이다. 


《남편과 아내》 는 마지막까지 힘을 빼지 않고 달려가는 소설이다. 강력한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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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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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세요? 

소설책을 좋아한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주위에서 듣는 말들이 있다. 재테크나 일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책들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허구의 이야기들이 과연 삶에 유용한 것이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소설을 탐닉하는 나에게 읽을수록 유용성을 강조해주는 책들이 있다. 내 삶의 전환점이 되어준 이야기 마나토 가나에의 <이야기의 끝>이 그랬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임볼로 음붸의 소설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지난 달 초 읽은 김주혜 작가의 소설 <밤새들의 도시>는 나의 화려하지 않은 현실을 감싸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직감한다. 김혜진 작가의 소설 『오직 그녀의 것』이 또 다른 나의 일과 삶들을 지탱해 줄 것이라고 말이다. 

딱히 좋아할 만한 것도 없이 막연히 아버지의 꿈인 교사로서의 길을 생각하던 홍석주. 그녀는 대학 시절 청강생으로 듣게 된 최민애 작가 겸 교수의 수업을 듣게 된다. 자신의 작품을 합평하는 수업에서 냉정하지만 날카롭게 비평하는 자신의 말에 대해 최민애 교수는 홍석주에게 말을 한다. 

작품을 냉정하게 보라는 건 단점에 집중하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그 작품이 지닌 고유한 지점, 빛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라는 의미이기도 하죠. 좋은 점을 찾는 건 부족한 점을 찾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부족한 부분에서 잠재성을 발견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고요. 


최민애 작가는 분명 창작과를 수강하는 학생, 즉 자신만의 작품을 창작해내는 작가 지망생인 홍석주에게 하는 충고였다. 하지만 이 말을 결국 편집자의 길로 가게 되는 홍석주에게 편집자의 기본을 암시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작품의 빛나는 가능성을 발견해내는 사람. 부족한 점을 고쳐주고 잠재성을 키워주는 직업이 바로 편집자의 일이니 말이다. 

모든 사회 신입생들이 그렇듯 좋아하기보다 생계를 위해서 일을 시작한다. 홍석주 또한 마찬가지였고 의도치 않게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한 그녀가 교열부에서 편집부로 가기 위한 면접을 보며 물은 질문은 바로 '책을 좋아하세요?'였다. 

책을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을 던진 장민재 사수의 말에 표정으로 답한 홍석주. 『오직 그녀의 일』에서는 '좋아한다'는 것이 단지 마음이 좋아한다는 것이 아닌 좋아하기 위해서 수많은 일들을 감당해낼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었음을 전반적으로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때론 양보해야 하고 물류창고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생각이 다른 동료나 상사를 설득해야 할 때가 있고 작가를 설득하기 위해 기나긴 토론을 이어갈 때도 있었다. 일들은 쉽지 않다. 개인만의 작업이 아닌 작가와 편집자, 그 외 다른 여러 관계자 그리고 독자들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고군분투해야 한다. 그 과정은 늘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떄면 새로운 형태로 시련과 고난을 안겨준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세요?'라고 질문했던 장민재 편집자는 홍석주에게 마지막 책을 건네며 말한다.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 속에는 밉고 싫고 그만두고 싶어도 꾸역꾸역 해 나갈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책에서 동료 규한보다 먼저 차장으로 승진한 대목이 나온다. 규한은 여행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어 매출에 일조를 한 편집자이다. 하지만 먼저 승진한 건 규한이 아닌 석주였다. 규한은 반발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홍석주는 '책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진심으로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그녀의 일로 증명해내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은 결국 자신의 삶으로까지 이어진다. 늘 남의 이야기를 만들어주느라 원고를 우선시하던 석주. 석주의 개인적인 삶은 늘 작가와 책 뒤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작가의 말에서 감사의 대상에 나오는 한 구절과 책 뒷편에 편집자의 이름으로 존재감을 알기 쉽지 않은 직업이다. 말 그대로 시시하고 평범한 삶. 반복적으로 읽고 만드는 직업. 하지만 그 평범한 하루들이 쌓여 오직 자신만의 것,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 바로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원고보다도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건 바로 자신의 인생이자 어느 편집자도 건드릴 수 없는 오직 그녀만의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삶의 편집자이다. 최민애 교수가 말했던 부족한 점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해내는 과정이자 좋아하는 걸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꾸역꾸역 해 나가며 인생을 수정해나가는 한 권의 책의 저자이자 편집자라는 걸 이 책으로 말해준다. 

내 삶의 모토는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겠습니다' 이다.  『오직 그녀의 것』은 내게 좋아한다는 말의 의미를 더 날카롭게 묻는다. 

밉고 싫고 그만두고 싶어도 꾸역꾸역 해 나갈 수 있나요?
이 일을 더 좋아하기 위해 부차적인 것들을 감당해낼 수 있나요? 

결국 좋아한다는 말은 더 큰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라는 걸 김혜진 작가는 말해준다. 

그래서 나는 2026년 내 모토를 그대로 밀고 나간다.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겠습니다. 
좋아하기 위해서 다른 것들도 감당해낼 수 있을 만큼 더 좋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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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독립하는 법 - 쓰는 사람에게는 믿는 구석 하나가 더 있다 땅콩문고
정지우 지음 / 유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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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은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적지자 희망이다. 

읽지 않고 책 쓰려는 사람만 늘어나고 1쇄도 다 팔리지 않는 시대, 과연 글쓰기로 독립할 수 있을까 라는 건 꿈 같은 소리가 아닐까? 하지만 여기에 Yes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지우 작가이다. 만약 다른 작가가 이 제목을 내걸었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지우 작가가 누군가?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와 《사람을 남기는 사람》의 정지우 작가라면 괜히 허튼 소리를 할 리가 없다. 그러므로 작가의 진정성만을 믿고 그의 책을 읽는다. 


그렇다면 과연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은 가능한가? 


우선 작가는 Yes라고 말하지만 이 책은 Yes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이야기한다.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이라지만 정지우 작가는 먼저 인세로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한다. 


작가로 사는 게 과연 가능하긴 한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 전업작가는 거의 없어요.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 18p 

작가로만 사는 전업작가는 없다. 그러므로 글쓰기만으로 독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다른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책 제목은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이라는데 제목과 다르지 않은가?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글쓰기만으로 먹고 살 수 없기에 '관계'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모든 것들이 관계로 이어지기에 나를 믿어주는 단 한 명부터 시작하여 관계를 쌓는 법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준다.  단지 조회수나 팔로워 수가 아닌 나를 믿고 일을 맡기거나 구독해줄 사람들과의 관계를 얻기 위해 해야 할 방법을 알려준다. 



내게 가장 뼈떄리는 작가의 조언은 '단 한 명의 소중함'이었다. 


작년 8월부터 유료 구독 서비스 <데일리 사라>를 발행하고 있다. 무명작가이고 평범한 내 구독 서비스를 신청해 주는 분은 많지 않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글을 꾸준히 구독해주시는 구독자분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구독자 수가 적은 사실에만 집착하기에만 바빴다. 정지우 작가의 글을 보면서 단 한 명이 내 글을 구독해준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단 한 명부터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관계의 본질이자 독립의 전제조건임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전문성'이었다. 


우리는 흔히 전문성이라고 하면 한 분야에 남과 다른 깊이를 가진 사람을 의미하곤 했다. 

하지만 정지우 작가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전문성을 '수직적 전문성'이라고 한다면 우리에게는 '횡단적 전문성'을 가질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경우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자신의 관심 분야인 저작권에 대해서 글을 쓰며 경험을 스스로 만들어갔다. 

그러한 경험들이 하나씩 쌓여서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만들어졌다. 내 분야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닌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서 일을 벌이는 것. 그것이 조합되어 현재 정지우 작가만의 브랜드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가? 

나는 어떤 조합을 만들어 가야 하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 나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아직 나는 그 대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알 수 있는 건 저자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다. 

그 경험 속에서 나만의 조합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로 독립할 수 있는 법은 맞을까? 

그 질문에 대해서 나는 답은 50 대 50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50은 바로 전제조건을 과연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로 독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제조건이 쉽지많은 않다. 특히 소통에 약한 나에게는 다시 기초로 돌아가라고 이 책은 경고한다.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 은 단지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프리랜서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이 책으로 글쓰기가 아닌 삶의 본질 또한 바꿔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역시 정지우 작가다운 책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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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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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작가의 <타운하우스>는  독특하다. 한 마디 느낌으로 한다면 서늘하다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첫 번째 단편 [말의 눈]을 보면 타운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수연의 집 지붕에 물이 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인적이 드문 곳, 비는 쏟아지는데 지붕을 고치기 쉽지 않다. 마침 레몬청이 담긴 유리병을 들고 찾아온 지희가 찾아온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신고된 지희의 딸. 
그리고 그 현장을 목격했지만 나서지 않는 수연의 딸 서아. 
지희는 수연에게 서아를 설득해서 말해달라고 매일 찾아온다. 수연은 서아에게 진실에 대해 묻지만 서아는 두리뭉실하게 말한다. 

"그냥 보기만 했어." 

보기만 했다는 말이 더 의미심장한 것은 서아 역시 학교폭력으로 내쫓기듯 이 곳에 왔기 때문이었다.  

이 소설집 <타운하우스>에서는 '보기만 했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건 두 번째 단편 '쥐'로 옮겨가면서 더 큰 의미로 발전된다. 

군인 사택에서 살고 있는  윤진. 군인 사택에서는 남편 계급이 부인들의 계급과 같다. 같은 직종에 근무하기에 이웃과도 친하게 지내는데 쥐를 찾기 위해 찾아다니는 대령급 사모를 만난다. 

쥐를 보았느냐고 묻는 윤진에게 사모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며 말한다. 

"사고의 진위 말이야. 
이렇게 인사이동이 많은 동네인데 그 사람들을 다시 같은 관사에서 만나지 못했다는 것. 
그건 소문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 아니겠어? 
여기서는 말이야. 눈에 보이는 건 답이 아니야!"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사회. 그 사회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다. 제대로 보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진실은 가려져 있다. <말의 눈>에서 서아가 보기만 했다고 하지만 본 것을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그건 제대로 본 것이 아니다. 또한 쥐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쥐가 없는 것이 아니고 어딘가에 있듯 진실은 보지 않았다고 해서 쥐가 없는 게 아니다. 제대로 보지 못하면 쥐는 어디에서나 있다. 

안과의사 은애가 제약회사 직원 재복과 연계해 보험을 타는 내용을 그린 이야기 <맹점>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요양원비를 내기 위해서 힘들게 살아가는 은애. 막상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들의 눈을 치료해주지만 정작 자신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맹점을 가지고 있는 은애는 그 맹점으로 인해 재복과 결탁하고 일을 벌린다. 

"그런데 선생님.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말 아시죠?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말도 아실 테고요. 
눈이 안 보이는 건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에요. 주로 자신보다는 남부터 해치거든요. 그래 놓고 몰랐다고 하면 
뭐.... 끝이죠." 


눈에 안 보이는 것. 그건 <언캐니 밸리>에서 청한동의 부유한 사람들이 그들 밑에 일하는 사람들이 안 보이는 현상과도 일치한다. 거동도 힘든 부유한 노부인들이 젊은 여성을 작품 대여비라고 하며 몇백만원을 주지만 정작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자본주의의 사회. 한 사람이 염산테러를 당했지만 그 테러의 피해자가 누군지 보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자신의 파티를 위해서 하숙생을 소리소문없이 있어 달라는 성박사의 행태 등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제대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제대로 본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에서 답을 찾는다. 둘째 아들을 잃고 사이가 멀어진 혜경과 윤석. 그들은 그 원망의 대상을 잘못 찾았었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이 가도록 서로 대면하지 못하고 서먹한 관계로 지내야했다. 하지만 막상 원망의 대상인  전 前시장의 실종 후 제대로 된 진실을 보게 된다. 그런 후 비로소 화해의 단추가 시작된다.



이웃과의 관계에서, 또는 부부관계에서, 가족 관계에서 제대로 보지 못함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서늘하게 피쳐주는 듯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제대로 보고 있는가? 

과연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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