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는 사람들 - AI만 읽는 시대, 퇴화하는 인간 지능에 관한 경고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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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야말로 우리 인간의 가장 인간다운 사고방식임을 말하며 경종을 울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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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는 사람들 - AI만 읽는 시대, 퇴화하는 인간 지능에 관한 경고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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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서절벽시대라고들 한다. 일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시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성형 AI 시대에 들어서자 책은 이제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한 권의 책 제목만 말해도 방대한 데이터에서 요약과 정리를 다 해 주니 읽을 필요가 없어졌다. 키보드만 쳐도 모든 과제와 잡무를 처리해 주는 시대이니 인간은 점점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김지수 기자의 추천사처럼 읽는 인간이 '별종이 되어 버린 시대'에 과연 읽는 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언어학자이자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저자이기도 한 나오미 배런은 이 시대 읽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파헤쳐간다.

『읽지 않는 사람들』은 먼저 '읽기'에 대한 정의를 밝혀나간다. 읽는다는 것. 기본적으로 '책'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읽기를 이제 단지 책으로만 국한할 수 없다. AI 저작물도 읽기이고 온갖 소셜 미디어 또한 읽기의 한 종류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분명 많은 텍스트를 읽는다고 할 수 있다. 트위터든 인스타그램이든 우리는 수많은 글을 읽는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



SNS와 같은 글은 단편적이다. 많은 생각과 글쓰기를 요하지 않는다. 가볍게 읽고 끝내면 된다.

하지만 인간은? 우리가 영상도 숏폼과 릴스와 같이 짧은 글, 쉽고 간단한 글에만 익숙해진다면 어려운 텍스트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될까?

학생들은 어려운 수학문제나 지문을 읽는 대신 학습앱들이 요약해주는 본문에 의지하게 된다면 인간들은 쉽게 포기하게 될 것이다. 설명서를 자세히 읽지 않고 영상이나 AI에게 물어봐서 간단히 처리해버리면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게 되어버릴 것이다. 인간이 읽고 생각하고 포기해버림에 따라 인지빈곤을 일으키게 되고 인간지능은 자연적으로 퇴화하게 된다.

저자 나오미 베런은 이 점에 착안하여 AI의 글쓰기는 점점 발달되어가고 인간의 글쓰기는 점점 더 퇴화할 거라고 말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AI는 많은 데이터를 먹고 발달해가지만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글쓰기는 나아질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AI가 대신해주는 읽기와 인간이 자발적으로 읽는 독서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경험'이다.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이란 책이 있다. AI와 디지털 시대에 사라져가는 온갖 경험들. 그 중에 '읽기'가 있다.

우리가 알다시피 '경험'은 또 다른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시중의 수많은 독서 에세이는 각 사람이 읽고 자신의 경험에 녹아내어 또 다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책에서 예를 드는 유제프 차프스키의 경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애정하는 작가는 이 책을 매우 사랑한 나머지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라는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차프스키가 세상에서 가장 긴 소설이라 불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요약해서 읽었다면 과연 그의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자신만의 경험이 없는 일기. 자신의 관점이 없는 읽기는 결코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AI에게 외주하는 읽기는 결국 인간지능의 퇴화와 함께 더 넓게 나아가 인간 문화의 몰락으로 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읽지 않는 사람들』을 읽다 보면 결국 독자로서 '나'의 읽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면하게 해 준다.

나는 무엇을 읽고 있는가. 나의 읽기는 외주화되고 있는가? 나의 읽기는 생각을 동반하는가? 어려움을 대면하는가?

나만의 시각을 만들어주는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있을까?

AI시대에 AI를 활용한 여러 방법들이 많이 이야기된다. 하지만 결국 가장 인간다운 경험을 쌓을 때 우리는 경쟁력이 생긴다라는 걸 알려준다. 대표적인 '읽기'야말로 우리 인간의 가장 인간다운 사고방식임을 말하며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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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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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진 소설에서 보여지는 세상은 정해져 있다. 

표제작 제목 그대로 '어차피 멸망할 세상'이다.   이 책의 제목이자 표제작이기도 한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에서 멸망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 번째 단편소설 [녹]에서는 이주민 '녹' 의 일인 시위로 인하여 불안정한 시간 강사의 입지로 멸망할 수도 있고 기후 위기로 멸망할 수도 있다. 또는 [권능]에서 일찍 죽을 거라는 점쟁이의 예언대로 멸망할 수도 있다. 결론은 정해져 있다. '어차피' 망할 세상. '어차피' 안 될 세상이다. 그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공현진 소설은 말한다. 

그런데 '어차피'라는 어감은 결과론적인 의미가 강하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열심히 살아서 뭐 하나라는 자조론으로 빠지게 된다. '어차피'를 만들어내게 된 원인이나 해결책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결과론에 따르는 수동적인 삶에 멈추게 된다. 그래서 '어차피'에는 체념의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공현진 작가는 소설 초반 '어차피' 된 이유의 원인을 먼저 캐묻는 듯 하다. 



첫 번째 단편소설 <녹>에서는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는 '나'가 나온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시간강사를 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 시간강사이다보니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베이비시터였던 이주민 '녹'이 일인시위를 함에 따라 힘들게 지켜온 시간강사자리도 쫓겨나게 되었다. 미안하게 되었다라며 결과를 통지하는 대학 측. 다행이 모교에서는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다음 학기에는 어떻게 될 지 장담하지 못한다. 

여기서 주목하는 건 '주어가 없는 말들'이다. 주어가 없이 결과만 통지하는 사람들. 
미안하게 됐어. 라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회. 주어가 없으니 결과를 말하는 사람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주어가 없는 말들로 상처를 받는 '나' 또한 베이비시터인 '녹'에게 주어가 없는 말을 한다.  약속한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남편 또한 주어 없는 말로 책임을 피한다.  주어 없이 결과만 통지하는 세상은 '어차피' 라는 단어를 만들어낸다. 
그 상황에서 두 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직격타를 날린다. 



하지만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책임을 지려고 하는 걸 피하는 세상, 기후 위기에 대해서 어차피 망할 세상이라며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세상. 곽주호도 그렇다. 엄밀히 곽주호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책임을 느끼는 모습에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차피 죽은 거, 어차피 정리된 죽음, 주변에서는 왜 곽주호가 책임감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알지 못한다.  '어차피' 세상에서 힘들어하는 건 책임을 지는 사람들 뿐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포기해야 옳은 것일까? 그럴 수 없다. 어차피 멸망할 거라도 함께라면 좀 더 낫지 않겠는가. 영화 <타이타닉>에서 동료들과 함께 침몰해가는 배 안에서 끝까지 연주를 하던 연주자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름을 짓기 직전>에서 자신이 만든 밴드에서까지 퇴출되었던 친구 석주를 위해 함께 밴드를 결성한다. 그들이 자주 가던 주점은 비로 침몰되고 석주가 끝내 군대에 가게 되었지만 이들은 밴드 이름 짓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울면서도 노래가 좋다고 말하는 석주. 그 석주 곁에 그래도 내가 있다. 

이 상황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그 대답은 <선자 씨의 기적의 공부법>에서 선자씨가 알려준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일을 하기 위해서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는 선자씨. 생전 처음 보는 의학 단어들로 정신이 없다. 그래도 선자씨는 기죽지 않는다. 



어차피 멸망할 세상일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나가고 살아내야 한다는 걸 선자씨는 알려주고 있다. 어차피 이렇게 되었지만 그래도 미워하면서도 아껴주는 <권능>의 청아이모와 나처럼 서로 함께 부둥켜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게 '어차피' 멸망할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어차피' 이렇게 된 세상에서 우리가 살 방법은 '그래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 그래도 사랑하고 그래도 살아내는 것. 그래도 이왕이면 서로에게 다정한다면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힘이 되지 않을까 말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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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세라 핀스커 지음, 정서현 옮김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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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는 총 13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 SF소설들이 기후위기로 모든 게 멸종된 먼 미래를 그린다면 세라 핀스커가 그리는 미래는 현재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실제로 이루어질 것 같은 미래의 모습을 그리거나 또는 완전히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창조해낸다. 


13편의 단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들이기에 하나로 종합하기엔 어려운 면들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연결되는 이미지들로 이 소설을 말하고자 한다. 


소설에서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단절'이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쉽게 '단절'될 수 있는 시대이다. 가령 단편 「기억살이 날」에서 전쟁의 끔찍한 기억을 잊기 위해 상이용사들은 투표를 한다. 전쟁의 기억을 간직할지 또는 트라우마를 없애기 위해 모든 기억을 베일에 감추일지 말이다. 엄마는 기억하고 싶어하지만 베일에 감추이는 찬성투표가 이기기에 엄마는 아빠와의 좋은 추억마저도 사라져버린다.  과연 나쁜 기억을 잊기 위해 좋은 기억마저 단절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일까? 




나쁜 기억과의 단절만이 아니다. 우리는 기존 문명과도 쉽게 단절을 택한다. 


「바람은 방랑하리」 에서 지구를 떠나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유영한다. 지구 귀환이 없는 편도 여행. 그 곳에서 나는 역사를 가르친다. 떠나온 지구를 가르친다. 하지만 우주선에서 자란 세대인 학생 넬슨은 다음과 같이 반항한다. 


"그럼 아예 가르치지 마세요. " 


어린 넬슨의 반항이 단순한 반항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인문학과 같은 문과 학문은  실용적이지 않다 하여 사라지고 의예과와 반도체에만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시대.

이제 현금이 사라져가는 걸 당연시하며 버스마다 '현금없는 버스'라는 표시를 당당하게 표시하며 기존 문명과 과감히 단절하는 시대. 과연 이런 시대가 옳을까? 


「열린 길의 성모」에서도 인간이 모는 자동차는 운행이 금지되고 지역마다 다니며 공연하는 문화는 희귀해져간다. 플랫폼 위에서만 편하게 공연하고 자율주행자만 합법이 되고 신분증은 모두 모바일로만 통용되는 시대. 기존 문명이 받아들이지 않는 이 시대에 주인공들은 한탄한다.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모든 것을 잃어나고 있지 않다고. 새로운 세상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그럼 우리는 결국 이대로 단절하며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세라 핀스커는 그래도 희망을 말한다. 


표제작이기도 한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 미래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무도 없는 곳. 그곳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베이는 머릿속으로 그 곡에 맞춰 자신만의 가사를 붙였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바다로 떨어지지만 

어떤 것들은 다시 기어 나와 새로운 것으로 변한다는 내용의 가사를. 


모든 것이 떨어지고 사라져도 다시 새로운 것으로 변하며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이 희망은  「뒤에 놓인 심연을 알면서도 기쁘게」 에서도 이어진다. 삶의 마지막을 앞둔 남편 조지에게 아내 밀리는 남편이 마저 못 그렸던 그림을 그리게 한다. 


"다시 그림을 그려 보자고, 영감." 


마지막까지 해 보자고 권유하는 아내의 권유는 희망이 없어 보이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품어 보자고 말하는 작가의 음성처럼 들린다. 


언젠가 모든 것이 바다로 떨어질지라도 그 안에 또 다른 희망이 생겨날 수 있고 끝까지 살아나가야 함을 말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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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 계약을 했다. 그 이후 남편과 냉전이 2달째이다.

    말이 많던 남편이 무뚝뚝해졌고 우리는 아이들 일 이외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삶이 지옥같으니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겠다 싶었다. 혼자서 계약금을 마련하는 것도 버거웠고 그냥 이대로 가정과 일 모두 손을 놓고 싶었다. 글쓰기도 되지 않았고 공부도 되지 않았다. 함께 잘 살기 위해서 집 계약을 한 건데 이런 냉전 상태라면 다 소용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지만 최근 창비 출판사에서 <세라 핀스커 독서모임 지원 이벤트> 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 있고 내가 리더이기에 그건 놓을 수가 없어서 간신히 해 나갔다.

    우연히 한 지인의 안부가 궁금해 그 분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그 분은 최근 종영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라는 드라마의 한 대사를 응용한 글을 쓰셨다.


    동만의 형 진만이 변은아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

    변은아의 대답은 의외였다.


    힘 있는 엄마가 될 거예요.

    돈 있고 빽 있어서 힘 있는 거 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중심에 서 있는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도 안심하게 해 주는

    그런 엄마, 그런 여자가 될 거예요.



    상황이 좋았을 때 이 드라마의 대사가 멋있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어려울 때 이 드라마의 대사를 음미하니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 있는 삶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님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꺠닫는다... 나는 도망 못 가겠구나... 끝까지 밀고 가야겠구나...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내 중심을 단단히 붙들고 나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겠구나...

    그리고 남편에게도 시간을 주자.. 이것도 내 책임이니까...


    최근 민음사에서 6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는 날의 기술 》 의 책을 읽고 있다.



    세계문학전집 표지와 책 내용을 연계하여 쓰여진 책이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표지가 프랑시스 피카비아의 「열대」라는 작품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삶. 우리는 선택 이후 그게 좋은 선택이었는지 나빴는지 미리 알 수 없다.

    벌어지고 난 후 원인과 결과 인과관계에 몰두할 뿐이다.

    그렇지만 '인과 관계'에만 집중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힘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믿어 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인과관계를 말끔히 설명할 수 없고, 결말 역시 알 수 없고, 갈팡질팡하기 일쑤이지만,

    선택 이후 펼쳐지는 상황을 자기 서사로 통합하는 권능은

    오직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160p


    지금 내 상황도 갈팔질팡이다. 내 고집으로 밀고 나간 내 잘못을 탓하며 나를 원망해 본다.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이 상황을 통합하는 능력과 책임 또한 나 자신에게 있고 나 자신을 믿어주라는 것이다.

    그래야 드라마 <모자무싸>에서 말한 힘있는 엄마, 주변 사람들마저 안심하게 해 주는 엄마가 될 테니까.

    물론 쉽지 않다. 쉬웠다면 모두가 힘 있는 엄마가 되었으니까..

    이 것도 결국 내가 넘어야 할 안전지대가 되겠지..

    이 상황에서 끝까지 내 책임을 피하지 말자..

    지금 내가 할 일은 나를 믿어주는 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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