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진짜와 허상에 관하여
에밀리 부틀 지음, 이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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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도 하나의 특권임을 알게 해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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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진짜와 허상에 관하여
에밀리 부틀 지음, 이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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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은 '자신을 소유하는 것, 자기 소유를 달성하는 것'을 뜻하는 하나의 이상이었다.


퍼스널 브랜딩이 유행하고 인플루언서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진정성'은 중요한 의미를 띄게 되었다.

특히 자본주의 시대에 유튜브, 틱톡, 블로그 등 여러 소셜미디어 세계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들 못지 않은 힘을 얻으면서 그들이 갖는 메세지와 진정성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가령 올해 그린피스 홍보대사이자 기후위기를 알리는데 앞장 선 연예인 류준열의 환승 연애 사건은 그의 바른 이미지에 환호하던 팬들을 실망시켰다. 또한 환경 보호론자인 류준열씨가 환경을 파괴하는 스포츠 골프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었다. 왜 그럴까. 그가 보여주었던 이미지와 취미가 맞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가 보여주는 것이 취미와 생활 모두에 일치되길 원하는 사람들의 특성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정성은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과 사적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이 일치되는 것을 진정성으로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저자가 찰스 귀논의 저서 <진정성에 대하여>에서 말한 진정성의 개념 '자신을 소유하는 것'이라는 표현은 정확해 보인다.


진정성을 가장 많이 요구받는 직업은 무엇일까? 자본주의 시대에는 바로 자본주의의 최고의 산물, '셀럽'이다.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의 저자 에밀리 부틀은 셀럽들이 어떻게 진정성을 얻으려고 하는지 주요 예시를 들어준다.

킴 카다시아의 <카다시안 따라잡기>,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등 그들이 각자 자아와 페르소나를 어떻게 펼치는 지 보여주는데 초연결 시대에 빈번하게 쓰이는 도구는 바로 '소셜 미디어'와 '리얼리티 쇼'였다.

그 중에서 리얼리티 쇼는 현실(리얼리즘)을 강조하지만 실상 리얼처럼 보이게 하는 조작의 힘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 리얼리티 쇼를 보면서 우리는 예전에 <우리 결혼했어요> 또는 <산장미팅> 또는 김종국과 윤은혜의 '당연하지' 게임을 통해 연인 관계로 의심받게 하는 여러 쇼들을 보며 설레이고 오해했던 경험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각종 리얼리티가 난무하는 시대, 진정성이 진정한 셀럽이 갖추어야 할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진정성을 남발하며 조작하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진정성이 '자신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했다면 결국 '정체성'을 빼 놓을 수 없다. 결국 자신의 특징, 살아온 환경에 의해 생겨진 정체성에 맞게 살아가기 떄문이다. 진정성을 지키기 위한 명목으로 정체성의 경계를 짓는 우리들의 모습은 페미니즘, 또는 젠더,인종갈등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자신에 맞게 살 것을 강요하려는 명목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순수한 진정성을 추구하려면

어느 정도 특권이 필요하다.

자아의 진정성에 대한

산발적이고도 포괄적인 탐구는

해당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진정성은 불가능한 정신인 것일까?

자본주의에 의해 '진정성'이 가장 요구되면서도 훼손되는 이 시대에 어떻게 진정성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저자는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다소 기본적인 해결책 같아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가장 기본적인 이 점이 잘 안 되어 있고 자신을 꾸미기 바쁜 현대 시대이기에 우리는 다시 첫 걸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에서는 진정성을 위해 셀럽, 예술, 제품, 정체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진정성을 고찰한다. 하지만 저자가 영국인이므로 모든 예시가 한국인과 동떨어진 타 문화권의 셀럽들의 예시가 대부분이어서 책 속에 제시된 예시들을 결합하여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이 아쉽다. 만약 한국 문화에서 설명이 되었다면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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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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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출신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이드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 

미국에 오래 살지만 사람들을 피하며 유령처럼 존재하는 엄마.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아빠를 떠나지 못하는 엄마. 

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는지 답답함 속에 엄마를 떠나보냈다. 엄마를 떠나보낸 후 발견한 한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 


[영호와 함께] 


영호? 그는 누구인가? 엄마의 잊혀진 연인인가? 

제이드는 평생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찾아 떠난다. 왠지 '영호'를 찾으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영숙과 제이드』는 저자 오윤희 작가가 우연히 읽게 된 한 재미교포의 책에서 읽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고 쓰게 된 계기가 이 소설의 배경이었다. 


그렇다면 작가가 읽은 여성들은 누구인가? 


그 누군가는 빚과 납치등으로 한순간에 미군 기지촌으로 끌려가 미군의 성적 노예로 살아가게 된 기지촌 출신의 여성들을 의미한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서울로 올라와 가정부 일을 했지만 주인의 아들이 성폭행 시도가 들통나며 쫓겨난 건 바로 아들이 아닌 가정부 영숙이었다. 가해자는 주인집 아들인데 영숙이 아들을 홀렸다는 얼토당토한 이유만으로 가해자가 되어 졸지에 주인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엄마와 동생 학비를 대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 했던 영숙. 숙식이 제공되는 일자리면 어느 것이든 좋다고 사정했을 뿐인데 그게 기지촌 노예가 되는 길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운명의 장난처럼 영숙의 삶은 절벽에 내몰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영숙과 제이드』의 이야기가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오윤희 작가는 두껍지 않은 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분량에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영숙의 이름으로, 미자의 이름으로, 경아의 이야기로 짐승만도 못한 삶을 과감하게 풀어낸다. 


안에서는 노리개, 바깥에서는 양공주 또는 창녀로 어디서도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악몽 같은 삶 속에 그나마 한 줄기 빛이라면 이 지옥같은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아 주는 동료들이다. 


밥을 굶어 허덕이는 영숙에게 수모를 겪고 얻은 초코렛을 주는 미자.

교활한 주인 마마의 마약 수렁에 빠지기 직전 따끔한 조언으로 도움을 주는 제니,

부자집 외동딸에서 기지촌으로 전락했지만 절대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 친구 경아.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사람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일말의 양심도 없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게 얼마나 쉬운지 소설은 이야기한다. 






『영숙과 제이드』는 읽기에 쉽지 않은 소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읽어야 하는 건 우리가 외면한 이들을 복원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임이기 떄문이다. 이제 늦었지만 부끄러움 속에 감추었고 매도했던 그들 역시 우리 사회의 일원이었기 떄문이다. 


소설 말미. 

제이드는 엄마 영숙의 삶을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어떤 이는 엄마를 타락한 여자로 불렀고, 

다른 이는 엄마를 가리켜 피해자라고 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엄마는 

불친절한 운명과 용감히 싸웠던 생존자였다.


누군가는 이 의견에 반기를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끝내 외면한다면, 그리고 그들의 호칭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운 게 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소설 속 제이드처럼 그들을 부르는 호칭부터 우리는 바꿔나가야 함을 말해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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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박희종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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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 수 없어라는 외침을 이것도 괜찮은 삶이라는 걸 말해주는 추리소설이자 힐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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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박희종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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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는 것.

그게 싫다는 오빠의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이 무너져 버렸다.


『추리의 민족』이라는 책 제목과 표지에 실린 '범인은 여기요'라는 문구에서 우리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이 바로 배달 서비스에서 비롯된 소재라는 사실을. 코로나 이후 상승세를 탄 배달 서비스는 이제 우리의 삶에 깊숙히 자리잡은 문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 '이렇게 사는 것' 은 무엇을 의미할까?

장편소설 『추리의 민족』 의 작가 박희종 소설가는 많은 배달 기사님들이 가장 속상해하는 말에서 소재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들을 때 가장 속상한 말이 무엇일까?

"잘 안되면 배달이나 하지 뭐."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배달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말. 그 소재가 되었던 이 말은 소설 『추리의 민족』 의 주인공 '온종일'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여자친구 다정의 같이 살래라는 프로포즈를 거절하게 만드는 구실이 된다.

취업이 잘 안 되서 배달하며 살아가는 게 싫다는 것이라는 그의 고백은 여자친구 다정에게 헤어지자는 통보처럼 받아들여진다.



소설 『추리의 민족』 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인물들의 특성이 쉽게 드러난다.

다정의 남자친구이자 배달 라이더 '온종일' 은 온종일 다정을 생각하는 순정남,

'온종일'의 베프이자 소설을 끌고 가는 핵심 인물인 '정석'과 '순경'은 이름답게 정석대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순경'은 경찰 공무원 또는 각종 공무원에 목 매다는 공무원 수험생이다.

그리고 온종일의 여자 친구 '다정'은 말 그대로 다정함의 끝판왕 '다정'한 사람이다.

헤어지자고 했지만 사람 관계가 어디 칼로 무 썰기처럼 쉬운 게 아니다. 미련이 남고 붙잡을 수 밖에 없다. 온종일 또한 자신의 자격지심으로 이렇게 사는 게 싫다고 했지만 다시 한 번 빌고 싶다. 마침 여자친구가 시킨 배달 '봉이닭발' 주문이라니. 이건 다정이 다시 화해하자고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왠 걸.. 집에서 봉이닭발을 슬그머니 받아든 손은 명품시계를 찬 남자의 손이다. 그새 다정이 자신을 배신한 걸까? 다정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긴 걸까 생각하던 중 세 친구의 추리가 모여 위험을 감지한다. 다정이 위험하다. 그러니 이제 다정을 알 수 없는 위험으로부터 건져야 한다.

배달 라이더의 이야기이니만큼 추리도 배달 라이더들답게 풀어나간다.

배달 주문만 있으면 삼엄한 경비도 제재받지 않고 출입할 수 있는 점.

오토바이로 어디든 도로를 횡단할 수 있는 점.

라이더들이 힘을 합치기만 마을 수색은 식은 죽 먹기라는 점.

하지만 배달하는 이유만으로 받는 수모 또한 저자는 잊지 않는다.



오더 뜨면 배달이나 하는 애.

생각없는 존재.

나이 상관없이 반말해도 개의치 않는 존재.

사람들은 라이더들에 대한 무매너와 편견이 그들을 속상하게 한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다.

그저 당연하게 무시하고 편견을 대한다. 하지만 그들 또한 누군가를 위할 수 있고 그들만의 시스템으로 경찰들도 쉽게 못 하는 연합작전을 펼치며 다정을 구해낸다. 그러면서 소설은 말한다.

이래도 우리가 생각없이 배달이나 하는 존재냐고.

우리는 당연하게 무시 받아도 되는 존재가 결코 아니라는 걸 소설에서는 멋지게 보여준다.

시간을 중요시여기는 라이더들의 특성만큼 시간에 맞춰 도와주고

무전이나 전화로 지시를 받는 게 익숙한만큼세세히 듣는 라이더들의 특성만큼 사소한 말 하나도 신중하게 들을 수 있는 라이더들. 그들의 직업 노하우가 모두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텍스티에서 출간된 박희종 작가의 장편소설 『추리의 민족』은 배달 라이더들의 직업 특성과 함께 현대 문명기기의 기능까지 결합하여 추리를 풀어가는 미스테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사는 게 싫다"라고 말했던 종일이,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는 베프 정석과 순경.

그리고 함께 한 동료들을 위해서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놓지 않는 라이더들과의 연합.

사건을 해결해가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삶임을 인정하는 힐링 소설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추리의 민족』 을 보게 되면 앞으로 배달 오시는 기사분들을 다시 유심히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저 분들의 삶에도 소중한 사람이 있음을. 지키고 싶은 사연이 있음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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