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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의 가격 -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박지성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라는 단어로 격상되었다. 며칠동안 계속되는 폭염의 기승 속에 변해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보다 이제는 끝났다는 탄식의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온다. 기후 위기를 다룬 책들에서도 <폭염 살인> 등 살인이라는 단어가 붙으며 기관사 없이 폭주하는 기후 위기의 시대를 보게 된다. 자명하게 보이는 기후 위기에 역행하는 미국 정치 및 경제계 흐름등 현실과 이념 사이의 괴리 속에서 이 현실을 표류하고 있다.
그동안 출간되었던 많은 대부분의 책들은 기후학자 또는 환경 운동가들의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과학적으로 때로는 현장에서 보이는 것을 쓰기에 그들의 이론과 탄식은 의심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학자가 보는 지금의 환경은 어떨까?
『1도의 가격』에서 나오는 박지성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 환경경제학자로 현재 와튼스쿨 교수로 활동하며 기후위기를 경제학적으로 진단하는 학자이다. 그는 지구의 기후 위기를 단지 위기로만 보는 현상에 사로잡혀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은 '느린 연소 slow burn' 와도 같다.
먼저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은 『1도의 가격』 이지만 이 책의 원제목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느린 연소' 천천히 타오르는 것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당장의 위기만을 주목하다보니 당장 눈 앞의 피해만을 주목하느라 막상 중요한 느리게 타오르는 것들을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기후위기에 나타나는 질문에 대해서 당장 정부와 언론 또는 학계에서 발표하는 자료는 대개 계산 가능한 '시장자산'들이다.
산불로 인한 집의 수, 사망자 수, 불탄 대지 평수 등등은 계산하기 쉽다. 이는 모두 숫자로 쉽게 나타낼 수 있는 시장자산들에 속한다. 하지만 이게 끝일까? 병에도 '당뇨병'은 당뇨병만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에 따르는 합병증들을 더 우려하듯 기후위기에 따르는 '비시장 nonmarket 자산'들에 대해 걱정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저자는 미국에서 매년 여름 빈번하게 일어나는 토네이도를 예로 들어 설명해준다. 해당 지역 학생들의 늘어나는 교육의 격차, 또는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 더 멀리 공기의 질을 파괴시키는 연기의 위험성 등에 대해서는 전혀 발표되지 않는다. 그건 왜 그럴까? 당장 눈 앞에 있는 것에만 급급하느라 수치상의 숫자만을 주목할 뿐이다.
가령 트럼프와 선진국 정치가들은 왜 기후변화에 대해 이러한 비시장 자산을 보지 못할까?
그 이유에 대해 '생각 시스템'에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 당장 처리하기 쉬운 현안에 집중하느라 빠르게 생각하는 시스템 사고방식에 목매이지만 기후변화는 '느리게' 생각하는 통계적 사고 시스템에 매어 있다라는 점을 주목한다. 그 부분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치명적인 약점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임기 하에 주로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 치중하느라 단기적인 시스템에 매어 있는 정책들의 한계는 기후위기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정치인들의 정책보다 느리게 천천히 통계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시스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1도의 가격』 이 다른 기후위기를 다루는 책들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단지 기후위기 문제에 매어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가 경제학자이다보니 기후 적응 자금에 대해서 과연 어느 부분에 써야 더 적응할 수 있을 것인지를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이미 와 있는 기후위기 현실을 피할 수 없다면 제도적으로 받쳐줄 수 있는 시스템의 유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보험, 은행 대출 서비스, 국제무역 네트워크와 같은 인프라 확충이 가장 취약한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들이 극복할 수 있는기회가 되어줌을 저자는 데이터와 여러 조사를 통해 보여준다.


단지 위험성을 알리는 비관적인 현실론이 아닌 경제학적으로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하는 사람은 단연코 정치가들일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 정책으로 회귀를 선언한 트럼프와 기후 위기에 둔감한 한국의 정치가들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사실 그들이 이런 책을 읽을 리는 없다.
하지만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폭염 속에서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래도 그 너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 주는 책이다.
내일도 강한 폭염이 예보되어 있는 이 때 우리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