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
김병선 지음 / 웨일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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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그맨 김병선씨를 잘 모른다. 하지만 그는 서울대 졸업에 개그콘서트 개그맨으로 방송에 나온 이력이자 스페인과 페루까지 영역을 확장해 자신의 무대를 펼쳐 나간다. 하지만 이 책이 그의 성공기를 말하고 있는 책이라 오해해선 안 된다. 오히려 그의 실패 이야기와 가깝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고 스페인에서는 노숙자 생활까지 했던 그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이 책 속에 펼쳐진다.

그는 먼저 개그맨의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밤새우며 기획한 프로그램을 PD에게 선 보이고 기획안이 까이면 다시 만들고 합격하면 또 다른 밤샘이 이어지는 고된 작업 속에서 그는 고민한다. 과연 이대로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해외라는 불안정하지만 해외라는 넓은 세계로 나갈 것인가? 그의 선택은 더 넓은 세계였고 그는 스페인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라는 제목은 스페인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무대에 서게 되면서 알게 된 스페인식 개그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스페인에 갔지만 한순간에 노숙자가 되고 또 우연한 기회에 바의 스탠드업 코미디로 서게 되며 그는 한국과 다른 스페인식 유머를 체득해간다.

한국에서는 남의 불행 또는 자신의 불행을 개그로 이용하는 데 금지하지만 스페인에서는 그 불행이 개그 소재로 이용된다. 물론 선을 지켜야 한다. 특히 소아와 장애에 대해서는 예외이다. 저자 또한 노숙자인 자신의 불행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을 웃긴다. 아.. 나의 불행이 결코 이대로 끝이 아니다라는 걸 저자는 알아간다.

여기는 공채 시험 같은 게 없어.

웃기고 안 웃기고를 무슨 방송국 피디가 결정해.

대중이 하는 거지.

여기서 질문이 대중이 누구냐는 거야.


한국에서는 개그맨이 되기 위해서 방송국 관계자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개그맨이 되어서도 피디들에게 무대에 서도 좋은 기획안인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철저히 대중 위주다. 대중이 웃는다면 그걸로 그는 개그맨인 셈이다. 그래서 저자 김병선씨도 자신의 불행을 가지고 무대에 서서 사람들을 웃기고 스탠드업 코미디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에서는 저자의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이 많다. 어찌보면 저자의 연속되는 불행에 기를 차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행을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킬 수 있었던 데는 스페인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서며 배운 그들의 철학이 한 몫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불행을 단지 불행에서 멈추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스페인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삶의 태도가 더 많은 무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우리 나라를 비교해보면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갈수록 좁아진다. 최장수 프로그램이었던 <개그 콘서트>마저 폐지되고 정통 개그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예산 문제라고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삶이 개그를 편하게 즐길 수 없는 팍팍한 환경 때문이 아닐까?

비록 어려운 현실속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 가면서도 개그의 끈을 놓지 않고 유튜브 속에서라도 웃음을 주는 그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김하게 된다. 이 책이 성공기가 아니라서 더욱 반갑고 고마웠다. 성공한 후 다시 실패하고 재기하는 저자의 파란만장 인생기를 보여주며 완전 끝은 아니라고 그러니 당신도 힘내라고 말해주는 저자의 응원을 듣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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