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 한석규와 최민식이 주연하던 시절의 [서울의 달] 드라마가 있다.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성공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여러 소시민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에서 한석규가 동경하던 그 상류층의 모습과 초라한 달동네가 대비되며 그들의 애환을 보여주곤 했다.

금희 작가의 소설 《천진 시절》을 읽고 있노라면 그 드라마가 떠오른다.

중국이 급성장하던 시기, 많은 젊은이들이 성공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상하이, 천진 등 대도시로 몰려와서 자리잡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여전히 밑바닥인 시절, 그 한계에서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그 한계에 좌절하거나 쉬운 방법을 택하는 사람 등 그들이 타지에서 살아가기 위한 그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그려진다.

소설 《천진 시절》은 주인공 상아가 우연히 천진에 거주하던 시절 직장 동료였던 정숙과 통화하게 되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천진 시절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사랑하기보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남자 친구 무군과 천진행을 택한 상아는 무군과의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일을 하지만 여전히 밑바닥 인생인 자신과 무군의 모습을 보며 한계를 느껴간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현실에 만족하는 무군과 성공하기 위해 구사장과 동거를 하며 풍족한 생활을 하는 미스 신과 남자에게 스폰서를 받으며 생활하는 친구 춘란을 보며 상아는 무군과 그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 초라한 생활에 만족하며 해맑게 웃는 무군의 모습이 상아에게는 영원히 이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자각으로 다가온다.


나의 약혼자가 저런 사람이었던가,

내가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여태 이렇게 살아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갈마들 때마다 나는 맛도 없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가 체한 사람마냥 속이 더부룩했다.



나는 삶의 어떤 변화, 질적으로 더 나은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내 욕망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서울의 달]이 남자인 한석규가 상류층 사모님들을 공략하며 출세를 꿈꿨다면 이 《천진 시절》에서는 여러 여자들이 성공을 위해 헤어지거나 또는 스폰서를 받는 등의 방법을 통해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고자 한다.

한 때는 외로운 타지 생활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연인 관계도 자신들의 현실과 욕망 앞에서는 사랑도 더 이상 존재되지 못할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음식에 가해진 '알맞게 뜨거운 열기'였다.

사랑이 떠나면서 가지고 간 그 열기는 음식을 냉랭하게,

더이상은 맛없는 요리로 만들어버렸다.




지금과 달리 교육은 오직 소수자의 몫이었고 타지에서 힘들게 일하지만 여전히 밑바닥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갈등과 고민이 그려진다.

그리고 작가는 살려고 버둥거리는 그녀들의 선택을 비난 대신 그 땐 그럴 수 밖에 없었노라며 그들을 감싸준다.

성공을 위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의 현 모습은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 때의 모습을 회상하며 정숙은 묻는다.

"넌 혹시 후회한 적 있니?"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지만 상아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 자신들의 욕망을 꿈꾸던 천진 시절, 상아와 정숙의 연인들은 그녀들에게 충실했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비록 결과는 달라진 게 없다한들 그녀들에게는 삶과 자신의 결정을 택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상아와 정숙은 그 때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읽노라면 내가 가장 욕망에 충실하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생각한다. 나 역시 상아처럼 현실에 안주하는 애인을 다그치며 노력하라고 다그치다 이별을 고한 시절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그 꿈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인정 속에 계속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내가 현실이 꿈 꾼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는 상아와 정숙 모두 천진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선택은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가듯 상아와 정숙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기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 2021-07-2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대회를 소개해드리고자,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

이번 독후감대회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국내외 애독자 모두가 참여 대상자이며,
미주유럽,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디아스포라 문학작품으로 구성된 총 25종의 대상도서 가운데 한 권을 읽고 독후감 작성 후, 독후감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제출해주시면 됩니다.
제출 기간은 2021.8.31.(화)까지입니다.

독후감 대상 작품 중 하나인 [천진 시절]에 대한 북리뷰를 써주신 것을 읽고,
저희 대회에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자 이렇게 초대 댓글을 남깁니다. :)
37명의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총 1,750만원 상당의 상금이 기다리고 있으니,
해외한인문학작품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웹사이트(www.diasporabook.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대회 사무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