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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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쓰기 공동체에 등록해 글을 쓴다. 남편에게 글쓰기 수업을 등록하겠다고 말했을 때 남편은 "너 작가가 되려고 그려냐? 등단하기가 쉬운 줄 아냐?"하며 나를 비아냥거렸다.

글쓰기를 쓸모 없는 일로 치부하며 반대하는 남편을 가까스로 설득해가며 수업을 시작한 내게 남편 이외의 또 다른 장벽이 있었다. 그건 바로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쓰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특히 최근 글쓰기 주제였던 '나의 가족'이라는 주제에서는 앞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비록 온라인 카페에서 글쓰기도 해보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글쓰기의 힘을 믿었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무한 공감을 해 주었던 입장과 달리 중년 남성도 상당수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 나의 이야기를 솔직히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에 숨막혀하는 나의 모습을, 모성애라는 이름에 짓눌러 사는 나의 모습이, 가족이 내게 보금자리보다 무거운 십자가로 받아들여지는 나의 정의가 타인에게 특히 남성분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거짓으로 행복한 척 쓸 수 없었고 솔직한 나를 말하자니 두려웠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멈춰져 있었다.

사전서평단으로 만나본 홍승은 작가님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에서 작가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간다. 남들에게 맞추기 위해 상대방과의 키스가 첫키스였다고 거짓말하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왔던 과거를 말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글을 쓰며 자신이 느꼈던 점을 질문해가며 자신의 일을 글쓰기로 치환해낸 과거를 이야기한다. 글을 쓰면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숨겨져 있던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써보라고 이야기한다.

앞서 내 이야기를 쓰는 데 힘들어하는 내게 이 책은 나의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내 삶의 서사를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 것을 이야기하며 당당히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전작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제는 아직까지 우리의 마음 속에 웅크린 말들을 꺼내서 들려주라고 말한다. 말하는 순간, 글을 쓰며 표현하면서 그 언어가 힘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과연 좋은 글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은유 작가님은 자신의 삶을 공적인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홍성은 작가님은 좋은 대답이 아닌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부당했던 경험들 속에 과연 이것이 옳은지를 질문해가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변화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되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나는 나의 삶에 몇 번의 질문을 했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내 글이 남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탐구해야 함을 깨닫게 해 준다. 지금까지 이 사회는 너무 많은 부정의 의미를 내게 가져다 주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회가 정의해 준 부정의 의미에 따를 것을 강요받으며 판단되어야 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함께 글쓰기를 배우는 남성분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내 모습 또한 사회가 정해 준 판단에 나를 옭아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에서 주눅들어 있는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해 주었다. 무엇이 되든 내 서사의 편집권은 남성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음을 이야기하며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따뜻하게 권유해준다.

"이런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도 될까?"라고 질문하는 내게 저자는 나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리고 대답해준다. 내 자신의 이야기가 타인의 이야기와 엮어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함께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자고 격려해준다. 글쓰기를 시작한 후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 삶의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다. 용기를 내어 나의 이야기를 쓰자.

내 이야기를 '없던'일로 만들지 말자. 말하면서 내게 주어진 부정의 의미를 긍정으로 바꾸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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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20-01-30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발 더 나아가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