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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빌런에게 고통받는 당신을 위한 처방전
박지훈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4년 3월
평점 :
나부터 잘하자!!!
지은이는 연구원이면서 작가다. 직장 13년 차 중간급 직장인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빌런” 어느 날부터 숨이 막히는 증세가, 공황장애 진단까지,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 빌런 대처법을 이 책에 담았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결론은 내 탓이요. 나부터 잘하자고 한다. 자기성찰이자, 수신론(修身論), 내가 화(禍, 재앙)를 부른 것이니, 해결은 나로부터, 책제목<오피스 빌런에게 고통받는 당신을 위한 처방전>처럼 이 책은 해결법을 3부로 나누어 1~3단계라 이름 붙였다. 1부는 기본도 지키지 않는 빌런(1단계), 2부 일하면서 만나면 안 되는 빌런(2단계), 3부 회사 밖에서도 만나면 안 되는 빌런(3단계), 아마도 3단계가 제일 독한 듯 싶다.
우선은 빌런의 개념이다. “함께하기 힘든 사람”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기도 한다. 사회언어로서 생명을 얻은 그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은 직장을 무대로 한 것이지만, 이를 확장하면, 단체, 모임까지도 해당하니, 사회생활 속 인간관계에서라고 해두자.
출근, 회의 시간 안 지키는 사람들
글쎄다, 이를 빌런이라 할 수 있나 싶기도 하지만, 우선은 지은이 처지를 역지사지하자. TV드라마 "미생"의 어느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피해를 봐야 할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당사자다. 그들이 크든 작든 피해를 보게 하자.” (22쪽)
코리안 타임, 30분 늦는 것은 예사요. 늘 늦은 것에 핑곗거리를 찾는 이들, 과연 그럴까 싶다. 일본사람이 약속 시간 10분 전에 나와서 자리를 지킨다. 진짜 그럴까, 이건 경향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습관이 있기에 회사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생존본능에서 나온 것이지 결코 사회문화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과잉일반화. 프랑스, 독일 모두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그렇게 칼같이 지키지는 않는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은이는 남의 일에 사사건건 재미로 입방아를 뒷담화를 품평하는 일은 삼가자고 이런 빌런에게 배울 게 있다면,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는 관심을 두지 말자, 상대가 먼저 말하지 않는 한 굳이 사생활을 묻지 말자. 나 살기도 바쁜 세상에 괜한 오지랖을 부리지 말고 ‘나’ 스스로 잘하자고 한다.
회사에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것 단 한 가지 “비밀”
직장인들이 알아야 하는 회사의 절대 법칙이 있다. 회사에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단 한 가지가 비밀이다. 벽에도 귀가 있고, 창에도 눈이 있다. 빌런의 언행을 내 체크 노트에 적어두자. 빌런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서.
회사물건(社用)을 사용(私用)하지 말라
사용(社用)을 사용(私用)으로 사용(使用)하지 말라는 뜻이다. 회사에서 비싸지 않은 물건들을 챙겨가는 것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는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횡령)이다. 볼펜 한 자루, 커피믹스 한두 개를 가져가는 것으로 회사가 직원을 고소하거나 징계 처리는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또 보자. 낮에는 놀고 밤에 일해서 수당 받아 가네? 글쎄다 보기 나름이 아닐까 싶다. 지은이도 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빌런의 명언
“계산대 앞에서 10초만 뻘쭘하면, 1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많이 들어 본 이야기다. 늘 100만 원짜리 수표(부도수표인지, 무늬만 수표인지 모르겠지만)를 내면서 자기가 밥값 계산하겠노라고, 커피값 내겠노라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당장에 큰돈을 받고 거슬러줄 돈이 있을까?. 이것도 다 옛날 전설이겠거니 싶었는데,
주변의 선배 동기, 친구, 후배가 내 ATM기가 아니라는 사실, 누군가가 나에게 밥을 사주었다면 나는 커피라도 사고, 두세 번 얻어먹었다면 한 번쯤은 사야 한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걸까? 이도 사람 나름이지만, 내가 베풀기 싫으면, 다른 사람이 베풀기를 바라지도 말자는 말 또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이 옳다 그르다고 할 것도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꼴불견도 있는 법.
이 책 안에는 수많은 장면이 들어있다. 수긍이 가는 대목도 그 정반대인 곳도 있다. 빌런이라는 표현이 생소해서 그렇지 이렇게 얌체 같은 사람들, 민폐, 얌생이 등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디를 가나 한둘은 있게 마련이다. 이를 빌런이라고 부르면 그렇다. 새로 사회생활 하는 사람에게 직장 초년생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면 너무 순진한 건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는 만나서 이런 저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자, 이런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이 사람들의 엇나간 가치관, 가치체계를 함께 노력해서 돌려세울 것인가.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는 나부터 잘하자고,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같이 지내는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라고...
이 대목은 읽기에 따라서는 역으로 “각자도생”을 강조하는 듯하다. 현대 직장인들의 초상이라고 해야할까, 지은이 역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치이고, 실망하고, 마음의 병까지 생길 정도로 깊이 경험했으니, 그의 처지에서는 당연한 아니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유형의 빌런들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야 좋을지에 관한 나름의 견해와 일터라는 공동체의 질서(직장관)를 피력하는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이 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요소도 포함돼 있다.
인간이란 동물은 무리생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즉,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게 본능이다. 어떤 공동체든 얌체 같은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 이를 배제하기 보다는 오히려 끌어 안아주기를 하는 건 어떨까 싶다. 지은이의 결론은 나부터 잘하자는 말인데, 나부터 바뀌자는 말로 들린다. 그러면 함께하는 동료들도 우리라는 의식을 갖지 않을까?, 인간 사회의 사람들 관계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기는 하지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