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걷다 - 운명, 그 기상천외한 이야기
김기승 지음 / 다산글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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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운명을 걷다


작가 감기승의 장편소설 <운명을 걷다>는 운명론이다. 운명의 장난처럼 누군가의 예언대로 살아가는 한 남자, 미래는 정해진 것인가, 아니면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하는 것인가? 


한국 사회에서 “점” “역술” “사주명리학” “철학관”만큼이나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사주팔자는 무슨 점쟁이 제 죽을 날짜도 모른다는데, 혹세무민인 것이지, 아니야. 세상, 천지간의 조화는 이미 정해졌다고, 하늘의 기운을 보고, 사람의 인생을 점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보는 게 아니라 우주의 질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정치인은 내 운명이 다음 선거에도 당선될 팔자인가라며, 천기누설해 달라고 조른다. 운명이 그게 아니면 이를 피해갈 방도를 찾아달라고 돈을 싸 들고 찾아와 문턱이 닳도록...


우리가 하늘이 정해준 운명에 따라 삶을 사는 이미 정해진 경로를 저만 모른 채 가고 있다면 너무 서글프지 않나. 니체의 신은 죽었다가 이 소설의 대척이라면 대척이겠다. 위버멘쉬(초월, 극복), 자신을 믿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 실상 한계라는 것 또한 내가 만들어 놓은 경계선일 뿐이지 않을까?, 아무튼, 내가 처한 현실은 내가 맘먹기에 따라 넘어설 수도, 극복할 수도 있기에, 나 자신과 싸움이 결정적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니...


망기이타(忘己利他)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지켜줘라. 이야기의 시작은 70년대 말 유신헌법으로 사회를 옭아매고, 긴급조치를 세상을 “입틀막(입을 틀어막고 말을 못 하게)”하던 시절, 주인공 최철호와 백은하의 젊은 날의 만남, 당대의 공기(분위기)와 시대정신은 대학생들에게 입틀막을 했던 더럽고 음습한 악마의 손을 뿌리치고 “자유”를 “민주주의”를 외치라고 한다. 최철호가 어릴 적 만났던 큰스님은 어린 그에게 20대 초반 고초를 겪게 되고 시대가 그를 원하며 유혹을 손길을 뻗칠 것이라고, 그저 학문에만 몰두하고, 다른 사람을 도우라고, 그게 네 운명이라고...


그는 79년 10월 26일 정보부장 김재규가 쏜 총에 박정희가 쓰러지고, 유신이 무너지고, 긴급조치는 자동으로 해제되는 봇물이 터졌다.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김재규의 총알은 80년의 서울의 봄을 예고하는 총성이었다. 이 무렵 대학 내 대자보를 써 붙인 사건으로 모처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던 최철호는 그날로 다른 모든 이와 함께 풀려났다. 김재규가 그를 살린 셈이다. 


12.3. 대통령은 밤 10시를 넘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45년 전의 아픈 기억과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 그가 운명을 믿는지 안 믿는지는 별개다. 그가 큰 스님에게 배운 “역술”은 저주받은 재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눈앞 사람의 운명이 보인다. 어떤 팔자인지 모르고 사는 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최철호는 남의 인생에 끼어들지 말라는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큰 스님의 경고에 따라 그만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데, 아니 돕는 게 아니라 남의 인생에 끼어들고싶은 유혹에 따른 건 아닌지, 그 자체 또한 운명이지 않았을까? 주말이면 도인으로 변장하고 굴다리 밑에서 점을 봐주는 “태랑”이란 점술가는 최철호의 또 다른 운명이었을까, 대학을 명예퇴직하고 강화도로, 그의 첫사랑이자 평생을 못 잊었던 여인 백은하와의 만남 또한 운명인가?


이렇게 운명은 꼬이고 또 꼬인다.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라, 옭아 맨 틀에 이미 갇힌 최철호는 변장 점술가로 자유를 만끽했을까, 운명과 운은 같은 것인가, 운을 만드는 법칙을 다루는 책에서 나온 것처럼, 

건진법사도 천공도 명태균도 모두 앞날을 내다보는 운명을 타고난 듯하지만, 최철호의 스승이 그에게 남긴 것처럼 남의 인생에 끼어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경고를 모두 잊고 산 모양이다. 최철호는 자신의 운명을 알았을까? 만나고 헤어짐 역시 운명인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데, 왜 운명에 기대려하는가, 운도 운명도, 최철호의 스승의 말처럼 그저 확률일뿐, 한날 한시에 태어난 이들은 모두 같은 운명이 아닌 것 적어도 수백만의 경우 수가 존재한다는 사실, 이를 믿느냐 마느냐 역시 자신의 결정이라면,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게 아니라 날마다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닐까,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처럼, 그 누군가가 짜놓은 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렇게 믿을 뿐이다. "운명이란 무엇인가?", 운명을 사유하는 시간, 모처럼 머리 복잡해지는 소설 또한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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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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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 “그날을 보다”


    허남훈 작가의 장편소설<밤의 학교>은 판타지 소설이다. 무대는 현재의 한 고등학교 안,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화자인 ‘나’에게 온 엽서,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지워지고 없다. 흐릿하게 남은 사연, “저는 내일 항공학교로 갑니다. 선생님, 저는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 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대를 오가는 열쇠였다. 영화<2009 로스트 메모리즈> 대동아공영권으로 묶여 100년이 지난 어떤 날처럼, 그렇게 찾아온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 나는 유동하, 친구 기웅이와 은서, 그리고 권기옥 최초의 여성 비행사, 안중근 등 우리가 아는 의사, 열사들이 등장한다. 학교야말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다 함께 모여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것을. 


    학교 현관을 지날 때마다 사진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던 칼,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시선, 수업 시간엔 졸다가 어디선가 들려온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기도..기웅이 통학시간을 줄여보겠다고 가져온 침낭, 열 두 시 오 분 전,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과거 속으로, 역사의 현장으로


    교실을 노크하며 송죽(마쓰타케를 소리로 읽은 것인가)이 나타났다. 과학실로 송죽과 나는 정신없이 달려갔고, 1909년으로 들어왔다. 숭죽은 송죽회라는 단체이고, 숭죽으로 불렸던 소녀는 권기옥이라, 안중근에 관한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권기옥이 달려간 방향에서 어느새 총성, 나를 흔들어 깨우는 기웅, 꿈이었단 말인가, 밤새, 기옥은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지사 권기옥이다. 


    또 한밤이 지났다. 멀리서 소곤대는 소리가 들린다. 안경 소년과 책 소년 윤동주의 어린 시절이다. 안경 소년은 동주가 시 대신에 산문을 읽고 있는걸 보다 산문도 읽어라며, 말을 건네고, 윤동주는 응 이제 명동촌을 떠나, 심훈 선생처럼 용감하고 멋진 청년이 될 수 있을까 하고, 그 순간 3반 교실에서 불이 번쩍였다. 3반 창문 앞에서 본 교실은 야산으로 바뀌었다. 잡은 포로를 풀어주라는 안중근 의사다. ‘나’는 놀랐다. 한밤중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4차원의 새로운 공간, 밤의 교실들이 시공간을 넘어서 내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교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2학년 8반 교실 부근, 8반 교실로 들어가지 기차역으로 변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에게 불벼락을 내린 그 날, 그 현장이다. 코레아 우라! 를 외치던 나는 러시아군에게 잡혀 감방에 기옥이와 갇히는 신세가,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의 얼굴을 몰랐다. 그래서 내가 알려주려고 했던 건데...감방 안에 있던 어르신은 헛기침하면서 실제 이토 히로부미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나는 유동하다 수번 2336의, 취조실에서 나를 부른다. 안중근에게 묻는 검사, 이자는 유동하라고 하며 피고인이 통역을 위해 하얼빈으로 데려간 사람이 틀림없냐고, 안중근은 그렇다고 답한다. 꿈이었나 보다... 


    작가는 말한다. 김구 선생과 유관순은 만난 적이 없지만, 서로 연결돼있다. 밤의 학교 교실은 난장판이다. 을사늑약에서 120년 세월 동안, 어쨌든 매 순간, 매 장면 승리하는 자들에 의해 다시 쓰이는 역사, 같은 시간대 다른 장소에서 그들의 하나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그 길을 향해가고 있었다. 만주에서 하얼빈에서, 상하이에서 로스앤젤레스에서, 훙커우 공원에서 그 젊음은 영웅이나 의사, 열사로 존중받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애초 바랐던 것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안녕뿐이었다. 그 끈기와 버티는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밤이 되면 학교는 역사의 현장으로 가는 과거의 게이트로 변한다. 교실마다 특정 시기의 역사현장으로 이어진다.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처럼 벽장이 과거의 세계로 통하는 문인 것처럼 말이다. 역사소설 속 주인공, 의사 안중근을 비롯하여 이봉창, 윤봉길, 유관순, 권기옥 등 한 획을 그은 이들이 활동하던 그 현장 속으로... 이른바 박제화된 역사를 살아움직이는 현대사회로 소환하여 톺아보려한다. 정의와 역사가 방향을 잃어버리고, 식민지가 당연하다는 논리 속에 우리의 역사적 사실마저 의심하고 조작됐다고(승자의 역사의 역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자의 관점에서 역사는 여전히 서술된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확인하기도 한다. 입체적인 교양 역사이자, 역사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후속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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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없는 쿠데타 - 글로벌 기업 제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클레어 프로보스트 외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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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경제가 먹어 치우는 “민주주의” 글로벌 기업은 메뚜기떼처럼


      이 책<소리 없는 쿠데타>은 다국적 기업들이 지구의 남쪽에서 그리고 개도국에서 심지어는 중국 선전에서 경제특구를 만들도록 부추기고, 가난한 나라의 자원을 탐내고, 이른바 치고 빠지는 사기 집단처럼, 그들이 지나간 곳은 마치 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간 초토화 된 평야였다. “민주주의”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곳의 행동양식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도 행동도, 공동체를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금씩 양보하는 그런 사회, 다국적 기업에는 국경은 필요 없다. 무시로 돈 냄새를 따라 움직이는 물줄기처럼 자연스레 국경을 넘나들고, 장애가 되는 정부가 있다면 산만큼 큰 해일로 덮어버리면 된다. 미국이 제삼 세계를 자기 입맛대로 요리하기 위해 정부를 세웠다 엎었다 하듯이 기업 또한 그러하다. 다만, 정치 군사냐 경제냐는 접근법의 차이일 뿐, 





      이 책의 지은이들 클레어 프로보스트와 매트 겐나드는 탐사보도를 천직처럼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중남미의 엘살바도르의 금광의 영원한 채굴 금지를 목격했고, 미얀마가 어떻게 다국적 기업들에 휘둘리면서 부를 잃어가는지를, 70~80년대 “경제특구”의 건설의 대가 섀넌 열풍, 중국의 장쩌민도 3주 동안 강의를 듣고, 돌아와 중국 선전에 경제특구를 세웠단다. 

      이 책은 다국적 기업의 야수 본능에 관한 탐사보고다.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질주한다. 이들은 사법, 복지, 유토피아, 군대라는 방탄으로 제 몸을 가려가면서 서서히 은근히 지속적으로 먹이를 압박한다. 지칠 때까지 몰아붙이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질 즈음에 만족스러운 사냥꾼의 미소를 지으며, 불쌍한 사냥물을 내려다본다. 




      이들의 정체를 한 꺼풀씩 벗겨 내려가는 데 책의 구성은 4부이며, 1부 ‘기업 사법’에서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라는 세계은행 아래 있는 기구를 통해서, 한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건다. 국제무대라는 경기장에서, 2부 ‘기업 복지’에서는 저개발국 원조라는 서비스를 소개한다. 영국이 잘하는 경기인 듯하다. 외국에서 유학생을 불러와서 장학금 주고 친영파를 기르기 작전에 투입된 돈도 원조금으로 계상하고, 차관 이자를 탕감해주거나 줄여주는 것도 원조로 계산한다. 인신매매단이 야금야금 사람을 갉아먹으며 영혼을 파괴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 3부 ‘기업 유토피아’ 물건의 원가를 낮추는 데 기가 막히게 듣는 특효약, 바로 인건비 가지고 장난치기다. 노동자수용소, 포로수용소와 다를 바 없다. 한국의 70년 마산 수출지역을 떠올려 보시라, 노조를 만들었다 하면 바로 다음 날 회사를 문을 닫는다. 바로 그 자리에 다른 이름의 회사를 차린다. 기업 하는데 노동조합이 방해했다고, 지금도 이런 곳이 있다. 제4부 기업 군대, 영화 <더블타겟>에서 나오는 미 정부의 더러운 일을 처리해주는 민간군사 조직, 이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어디서건 살인 면허를 받았기에, OTT에 올라온 <중증외상센터>라는 드라마에서 의사인 주인공이 전쟁 중인 나라의 다친 가난한 사람들의 약값을 대기 위해 군사 조직의 전담 의사로 일했던 과거가 소개되기도...


      숨겨진 자본주의 대헌장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다. 세계은행은 ‘온건한 제안’을 통해 이 분쟁해결기구가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며 반대할 이유가 없는 단순한 제도라고 규정하면서 진실을 은폐했다. 일제가 한반도를 땅을 모두 제 것으로 만들려 세웠던 동양척식회사처럼 말이다. 이 기구에 한 번 제소당한 국가는 엄청난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파상공세를 당한다. 이기건 지건 벌거벗긴 채로, 여기에 슬그머니 끼어드는 합의, 이게 바로 새로운 세상을 위한 새로운 규칙인 셈이다. 엘살바도르의 금광채굴사건도 좋은 예다.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엘살바도르 정부는 엄청난 빛을 떠안았다. 소송에 이기고도 400만 달러를 물어야 했으니.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이겨서 그나마 다행이다. 지면 어떻게 되나?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는 경제특구 세우기 운동


      이제 중국에 공장을 세워 값싼 노동력으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내다 팔아 이익을 남긴다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영화는 어디에도 없다. “노동법”규제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중국에 있던 공장은 베트남으로 넘어가고, 또 캄보디아, 미얀마로 퍼져나간다. “노동자의 권리가 없는 나쁜 일자리”를 만들려고, 위에서 언급했던 7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의 전형이 지금 파키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다. 투자자에게 공식적으로 국내 노동법 적용 면제, 자 해 드시고 싶은 만큼, 노동력을 착취하든 환경오염을 일으키든 당신들 맘대로, 대신에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지은이들이 찾은 중국의 선전(深圳) 경제특구 30주년의 그 어느 날


      30주년 폭죽이 터지고, 중국 정부의 황금 방패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0년대, 거리 곳곳에 CCTV가 왜 이런 감시 도구가 필요할까, 곧이어 곳곳에 일어나는 시위들, 10년 전 중국 2014년 한 해 1,300건, 15년에는 2,700건이라고,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의 열악함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고, 사업자가 해고수당과 사회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회사 문을 닫아버려 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항의하기도 하는 등, 노동자들의 여전히 수용소 생활과 같은 상태다. 경제특구 30년이 지났지만, 2015년 중국은 7억 5,00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이른바 기아선상의 아리아는 끝났다고, 1인당 국민소득도 올랐지만, 여전히 빈부격차가 크다. 선전 번화가의 네온사인이 켜지는 것만큼 그 반대편 빈곤의 그림자도 길어진다고,




      지은이들은 중남미의 작은 나라에서 아프리카 독립국 가나, 그리고 경제특구로 거덜 난 중국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아프리카건 아시아든 “노조하면 인생 망쳐요, 죽어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찾아달라고 말하는 노동조합이 무슨 죄를 지은 것인가, 답은 하나, 기업활동에 방해되는 모든 것은 적이며, 악마라고, 

      지구촌에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벌어질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을 지은이들은 이 책에 담았다. 세계 곳곳에서 오늘도 다국적 기업들의 총성 없는 쿠데타가, 소리 없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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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령대군 - 문화 군주 세종대왕의 형님 이야기
      이복규 지음 / 유아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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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효령대군의 재발견

      지은이 이복규 선생은 기존에 소개됐던 역사적 인물을 다른 각도에서 톺아보기를 시도해왔다. 이른바 고정된, 굳어진 어떤 인물에 관한 이미지를 해체하고 새롭게 조명해보는 흥미로운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 책<효령대군>, 역시 그런 작업 중의 하나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책 구성은 태종 이방원이 왕좌에 오르기 전, 정안군의 사저에서 1396년 여흥민씨(원경왕후)와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난 효령대군, 형 양녕, 동생 충녕(후일 세종)과 두 살 터울로 본명, 휘자는 보일시(示)변인 보(𥙷)였다. 당대에는 피휘법이라 하여, 왕은 이름은 잘 쓰지 않는 한자를 골라서 썼는데 이를 벽자라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효령

      태종은 효령을 세자로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기 때문”리고 했다고 한다. 아무튼 효령은 이런 이유로 왕위계승에서 밀렸으나, 실록(태종실록과 성종실록의 배치되는 기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무튼 세종이 세자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태종의 점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눈치챈 양녕이 거짓으로 광기를 부리고, 도망 다니며 문제를 일으키면서 효령에게 이르기를 부왕의 마음은 정해졌으니, 헛수고할 필요가 없다고, 효령이 이 말을 듣고 절로 달려가 밤새 북을 두들겨 북 표면의 가죽이 부풀어 올랐다고 하여 효령 북이라 부르기도...

      왕좌의 게임, 태종은 공성에서 수성으로 전환을 위해 “문민 통치에 적합한 충녕을”

      태종은 왕좌 게임의 승자다. 두 번에 걸친 변을 일으키고, 그 칼에 형제들의 피를 묻히고 올라선 왕좌, 이제 공성은 끝이다. 수성으로 전환하기 위해 조선에 필요한 것은 무관 풍의 양녕이나 자질이 미약하고 성질이 심히 곧은 효령이 아닌 이른바 문민 통치를 기대할 수 있는 충녕이다. 태종은 상왕으로 물러 나와 군사 등, 권력의 향배에 영향을 미치는 부문을 자기가 직접 챙겼는데, 이른바 세종의 안정된 통치기반 조성을 위해, 문제가 될 소지의 싹을 자르는 일을 직접 한 것이다. 이는 17세기 일본 전국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쇼군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자식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닛코에 은거, 자식들의 세력 안정에 저해될 인물들을 닛코로 불러들여 처리해버린다. 시대 영걸들의 생각은 비슷한가 싶다.

      유학을 정치이념으로 삼는 조선, 독실한 불교 신자?, “불교 신앙”을 가까이한 효령

      효령을 둘러싼 이야기, 6명의 왕을 거쳐 91세까지 장수한 효령, 양녕이든 효령이든 형제의 우의로 왕좌를 양보한 것일까, 글쎄다 이는 태종이란 인물을 잘 봐야 한다. 양녕을 꼬드겼다는 이유로 민무구, 무질 형제를 처단했다. 또 세종의 장인 심온 역시 외척 발호 예방 차원에서 싹쓸이를, 이럴진대, 왕좌를 놓고 자식들 사이에 시비가 붙는다면 기 경험자인 태종이 이를 어떻게 처리했을 것인가, 상상이 가능한 일이다.

      조선왕조실록의 편찬자는 누구인가, 조정의 신하들이다. 그들에게 주군 세종은 역사의 중심이다.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의 우애를 미덕으로 강조하며, 삼강오륜을 중히 여기던 시대 질서와 이런 분위기에서 부모에게 효를 다했다고 하여 효령이요, 시묘 역시 정효군이었으니, 왕이 정한 일을 왈가왈부할 수 있으랴, 후일 양녕은 충녕, 세종의 장자 문종의 죽고 왕좌에 앉은 단종을 내치고 왕이 된 수양을 찾아가 축복했다는 말이 전한다. 양녕이고 효령이고, 효와 형제의 우애를 알았다는 이들이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는 역모를 잘했다고 하고 또 침묵을 지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복규 선생의 돋보기는 오롯이 이 책의 주인공 효령만을 들여다보지만,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주변도 볼 것이다. 역사적 사정도 살필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들은 꼬꼬무다.

      효령대군 행적의 인문학적 가치

      조선 시대 유학자들의 약점을 지적했다던 남명 조식은 지금 학자들은 비로 먼지를 쓸고 물을 뿌릴 줄도 모르면서 입으로만 하늘의 이치를 말하여 남을 속이여 이름을 도적질하려 하다 화가 다른 이에게까지 미친다고, 지은이는 효령을 효제충신의 실천자로 봤다. 이른바 삼강오륜을 실천했다는 말이다. 이를 오늘날의 가치로 바꿔보자면, 문화 다원주의 추구, 혈연중심주의와 학연중심주의의 극복이다. 이른바 위버멘쉬(니체가 말하는 초인)라는 말인가,

      장수의 비결은 내 마음을 비운 덕이다. 물론 효령의 아내가 33년 동안 본디 허약체질이었던 효령의 건강을 보살폈다는 말이다. 술도, 음식도, 무엇보다도 세속에서 벗어나는 명상, 불교를 깊이 믿었다는 점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했다는 것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유학과 유교를 섞어 쓴 이유는 뭘까, 뭔가 개운치 않다. 효령을 효제충신=부모에 효도하고, 형제 우애, 나라에 충성했다. 불경을 해독하고 원각사를 지을 때 감독도 했다고 전하는데, 그가 남긴 글이 있었다는 말은 없다. 그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아무튼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이야기, 왕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산속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됐다고, 그런데 후손들이 번창했다 하니...7남 2녀의 자손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의 행간을 잘 보면 또 다른 힌트가 있을 듯하다. 양녕과 효령의 조카 수양이 그의 조카를 죽이고 왕좌를 빼앗은 걸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종실 어른으로 이런 삼강오륜이 물구나무서는 일을 보고도. 그러니 이들은 천수를 누린 것이다. 동생의 손자면 이들에게도 손자였을 것이고, 그렇게 우애가 깊었다던 형제의 손자가 죽임을 당했는데, 이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던 것일까? 이 대목에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일 뿐인가, 그 행간과 이면에 패자의 눈물을 찾으려 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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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훈의 아시아 - 연대와 공존의 꿈으로 세계사 다시 쓰기
      장문석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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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최인훈의 아시아 시간, 공간, 원리


      한국문학의 역사적 획을 그은 작가 최인훈, 60년대 광장을 발표하면서 분단문학을, 사상계의 문학특집란은 1960년대 문학을 결산하고 70년대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맥락에서 최인훈과 그의 문학은 주요지점에서 소환됐다. 최인훈과 그의 시대를 조망하는 작업(배지연, “1960~70년대 문학장과 최인훈-1970년 전후 ‘사상계’ 문학비평을 중심으로”) 등이 이루어져 왔다. 장문석이 10여 년에 걸쳐 연구 집필한 <최인훈의 아시아>는 부제 “연대와 공존의 꿈으로 세계사 다시 쓰기”로, 최인훈의 문학세계 속에 나타난 “아시아”라는 키워드를 분석했다. 그가 텍스트로 삼은 것은 <그레이구락부 전말기> <광장> <회색인><크리스마스 캐럴><총독의 소리><서유기><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태풍><화두> 등이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됐고, 1장 ‘최인훈, 아시아를 질문하다’에서는 최인훈의 아시아, 광장, 새로운 세계사 이해를 향하여, 최인훈의 아시아를 탐색하는 지도가, 2장 ‘아시아의 공간- 냉전을 넘어선 평화의 상상력에서는 동아시아의 ’광장’에서 중립을, ’크리스마스 캐럴‘ 속에서 한국의 지식인과 통일을,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 지역의 민중, 민주주의에 대한 최인훈의 상상을 살펴본다. 3장 ’아시아의 시간- 비서구 근대의 경험을 통한 보편성의 재인식‘에서는 한국이라는 풍토에 이식된 서양, 한국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든 전통, 잊힌 한국 민중의 꿈으로 다시 쓴 인류의 이상을, 즉, 비서구 민중의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여 탈식민지화 사회적 연대라는 이상을 발견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4장 ’아시아의 원리- 연대와 공존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계사의 원리‘에서는 근대사와 식민지 양상을 살펴보면서, ’아시아주의’를 수행적으로 재구성하고 주변부 시각에서 새로운 세계사의 원리를 제시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5장 ’최인훈, 아시아를 생각하다/살다‘에서는 최인훈의 아시아라는 사상, 최인훈의 아시아가 멈춘 곳, 다시, 아시아의 최인훈? 세계의 최인훈? 을 담았다. 


      아시아, 연대와 공존을 넘어 세계시민으로까지


      최인훈은 1934년생으로 원산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다, 한국 전쟁과 함께 1951년 남쪽으로 내려와 목포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법대를 다니다 중퇴, 군 장교로 근무하던 1958년 시인으로 등단, 1960년에 발표한 <광장>으로 문제 작가라는 평판을 얻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은 대체로 1960~1970년대 발표한 소설들이다. 김창우가 쓴 <최인훈, 이렇게 말하다>(창해, 2024)는 너무 어려운 평들이라서 이해하는 데 한계가 또렷해 보이지만, <광장>이라는 작품이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하는 게 관심사였는데, 광장이라는 관념, 그 표지는 무엇이었을까.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으로 가는 ‘타고르’ 배에….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 당대의 지식인들이 고민의 핵심이지 않았을까, <광장>은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 시대를 마감하고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됐다. 중립, 평화, 그리고 통일, 한반도 모순을 둘러싼 화두가 녹아있다. 


      최인훈의 생애사라는 관점에서 톺아보는 이 책은 1960년대 현실적 정치 질서로서 동아시아 냉전 질서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한국의 문학적 위치를 성찰했지만, 아시아를 사유의 계기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1970년대 그는 점차 자신에게 내재한 아시아의 차원을 발견하며, 아시아를 사유의 계기로 활용한다. 한국-동아시아-세계라는 틀을 통해 인식하였다. 


      최인훈의 상상- 식민지가 없는 한국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를 고민한 <회색인>, 4.19혁명이 열어주었던 가능성이 5.16군사쿠데타로 닫히고,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된 시기인 1963~64년에 발표한 소설, 한국이 나아갈 수 있는 세 가지의 길, 첫 번째는 노예의 환상에 충족하고 만족하는 삶, 두 번째는 한국이 후진국이라는 생각 자체를 거부하는 길, 세 번째는 선진(주인)과 후진(노예)의 관계를 정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인훈은 ’아시아’라는 보조선을 긋는다. 서구와 비서구, 선진과 후진, 제국과 식민지, 세계와 한국 등 두 개의 항을 기반으로 했을 때, 찾을 수 없던 길이 ’아시아’를 넣어 생각함으로써, 길이 열린다. 


      최인훈 문학의 문학사적 의미를 “한국 문학사상 최초로 주체적인 개인의 한국적 존재 여부를 명렬히 실험하던 그 한편에서 매우 암시적인 방법으로 실행된 그 실험에 대한 반성적 돌이킴의 최초 시도”라는 문학평론가 정과리, 독립적 자유인이라는 의미에서 근대 국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분석적으로 해체해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열어놓은 최초의 실험이었다고 본 것이다. 


      식민지와 냉전을 마주했던 최인훈의 문학


      최인훈의 문학이 다시 아시아인을 위한 문학으로, 혹은 세계시민을 위한 문학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아시아와 세계시민은 최인훈 문학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최인훈의 아시아를 통해 탐색해보았다. 국제 사회의 강대국 전술에서 비롯된 약소국의 끈질긴 싸움, 그것은 외부 문명을 따라잡기 위함도 아니며, 독립 문명을 이루겠다는 몽상에 빠지지도 않으면서 주변에 몸을 두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것에서 자세를 가다듬는 태도, 자신의 식민지성과 주변부성을 바로 보면서 공존과 연대를 꿈꾸는 용기, 지금, 최인훈의 아시아가 묻는다.


      1994년의 자전적 소설<화두>에서 그의 사유 세계를 어렴풋이..., "인류를 커다란 공룡에 비유해 본다면, 그의 머리는 20세기 마지막 부분에서 바야흐로 21세기를 넘보고 있는데, 꼬리 쪽은 아직도 19세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진흙탕과 바위산 틈바구니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짓이겨지면서 20세기의 분수령을 넘어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소설은 아직도 공룡의 몸통에 붙어 있는 한 비늘의 이야기라고(2장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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