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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 구급상자 : 산업현장 편 - 생명을 지키는 응급처치 가이드
이태양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산업현장의 응급처치 구급상자
지은이 이 태양은 산업현장의 응급구조사로 활동하다 교육 강사를 거쳐 안전돌보미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이른바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응급처치해 온 만큼, 그만의 노하우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것만 주의하라고 권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4.1.27.부터 상시노동자 5인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 개인사업자든 법인사업자든 구분하지 않는다)으로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법적 책임 그 처벌 수위도 만만치 않다. 사망자가 나오면 1년 이상 징역, 10억 원 이하의 벌금(현실적으로 안전배려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즉 잠재적 상시적 발생 가능성과 그 위험성이 있는 환경을 그대로 내버려 두다 노동자가 죽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겠다는 것이 법취지다)
산재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사고의 90%가 일어난다. 전체 재해 발생률로 보면 44.2%이다. 산업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안전점검을 해야 하고 안전보건 관리자 등도 늘 점검해야 하기에 빨리빨리 한 개라도 더 만들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른바 안전을 게을리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재해를 약간 다르지만, 후자는 신체형, 벌금형 등을 무겁게 하여 산업현장의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라는 취지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6장이며 1장에서는 산업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기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장~3장에서는 사고유형별로 응급조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실제 현장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을 때, 독성가스를 마셨을 때, 산소 부족으로 질식했을 때, 화상, 날아오는 물체에 맞았을 때,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날카로운 물체에 베이는 등 지혜 발생 순위에 따라 13가지 유형과 쓰러졌을 때 의식 여부, 경련, 통증, 마비, 구토 설사, 호흡곤란 등 9가지 증상별 응급처치가 실려있다. 4장 사고 예방과 대처에서는 개인 보호구, 사고 발생 위험요소, 사고 초기 생명 유지에 필요한 주요조치법, 재난 상황에서 관리자가 해야 할 행동 가이드 등이 그리고 5장에서는 산업현장에 갖춰야 할 응급의료장비 15종을, 6장은 관리자가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팁, 부록으로 “사업장 응급처치 시안”으로 안전보건관리자, 노동자 교육용이 실려있다.
TV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보다 더 험한 산업현장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에서 닥터헬기를 타고 응급구조에 나서는 모습부터 중동분쟁 지역 파견 한국군 장교를 구출하는 등 극적인 요소(흥미 진작을 위해)도 들어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결국, 그가 전국적으로 설치된 권역외상센터 시스템 구축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산업현장은 드라마 속 광경보다 더하다. 하인리히 법칙(1:29:300) 1건의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29건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차 하는 순간이 있었고, 다시 300건의 경고성 징후가 있었다는 것이다.
EHS경영(안전경영)은 인간 존엄의 개념에서 평가되고 실행돼야, “안전문화화”
안전불감증, 성과를 시간과 돈을 환산하는 문화는 한 사람을 죽을 때 회사가 입는 손해가 이익보다 더 크고, 사회적 지탄을 받고 기업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면 기를 쓰고 재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대목에서 홍성훈은 그의 책<안전경영의 시대가 온다>(라온북, 2024)에서 역발상 “안전과 경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대재해법은 회피 대상이 아니라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이 과정에서 “안전”이라는 열쇳말을 경영전략, 미래성장콘텐츠, 최소한의 기업생존보험으로서 인식해야 함을 강조한다. 안전 경영체제구축 등이 주된 내용이다.
아울러 최병철은 <맹자, 장자에게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묻다>(대경북스, 2024)에서 인간 존엄을 지표로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원전 춘추전국시대의 고전 속에서 안전경영을 배운다는 발상이다. EHS경영(안전경영)은 산재 예방 교육을 의무에서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산재 예방도 안전경영도 근본적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산업현장의 “위험”은 바로 사고방식과 인식, 인문학적 접근 속에 바로 안전문화화라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과제다. 이 책은 산업현장에서 기계적인 환경, 보건, 안전 지키기 운동만으로는 안전경영전략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없고, 안전문화라는 질을 달리하는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산업현장에서는 그저 보여주기식으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말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릴 것이다. 일하는데 위험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 일하는데 애초부터 위험이 존재할 여지를 없애면 되지라는 생각, 지은이 말처럼 잘못된 질문에 잘못된 답을 하기보다는, 잘못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해야 한다.
“리스크”와 “매니지먼트”를 어떻게 보는 가에 달려있다
이 책의 저술 목적은 산재 예방의 최소한의 행동수칙이다. 위와 같은 철학적 배경의 것인지 직접적인 언급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산재 예방이라는 관점과 안전보건이라는 측면에서 최단 시간, 적절하게 응급조치를 함으로써 골든아워(이국종의 수필집 제목이기도 하다) 즉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위험성 평가”다. 물론 이 평가리스트는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실려있지만, 문제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현장 경험을 담아 사고별, 증상별 응급조치 방법과 좁은 공간 등 실제 구조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처치법 등 매우 유용한 내용을 싣고 있다.
위험성 평가와 작업중지권
노사는 사업장에서 핵심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는 TBM(생산공정별 툴박스미팅, 소모임)을 통해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험성 평가의 절차, 평가방법, 체크리스트 작성 등에 관한 주요 내용을 적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리스크와 매니지먼트를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관건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라인은 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작업중지권이 주어진다. 정사원이든 파견사원이든 계약직이든 묻지 않는다. 문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