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 지혜에 관한 작은 책,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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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법


요즘, 나를 찾자는 주제의 인문학 서적이 넘쳐난다. 자기 계발을 비롯하여 심리학, 행동과학, 경영학에서조차, 개인과 사회의 갈등과 불안에 눈길을 돌리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낸다. 이른바 자유인으로서 나,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내 삶의 주인공인 나를 대신에 다른 사람이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지 않는가, 이런 인식 속에서 에픽테토스의 이 작은 지혜의 책 속 가르침은 한 줄기의 빛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삶 속에 “자유”라는 보편성은 여전히 우리에게 내 삶의 주인공으로 서라고 가르친다. 노자든, 소크라테스든….


이 책에 실린 지혜의 이야기의 주인공 에픽테토스는 고대 그리스 스토아철학자로 무소니우스 루푸스에게 철학을 배웠고, 니코폴리스에서 학교를 열고 철학을 가르쳤다. 이 책<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은 그의 가르침을 제자 아리아노스가 정리해 엮은 핸드북이자 칼이란 의미로서 앵케이리디온이름이 붙여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에픽테토스 가르침의 정수 53편을 담은 지혜에 관한 작은 책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며 읽고 또 읽어 제 것으로 만들라는 삶의 지침이기도 하다. 이런 가르침은 후일 로마 황제가 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핸드북이 되기도, 내 “삶의 주도권”은 우리 생각과 달리 놀랍게도 늘 내가 쥐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마음의 평정을 늘 나를 떠나 어디론가 달아나려 한다. 


에픽테토스는 그의 출생 배경과 신체적 약점이 자기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명확하게 말한다. 금수저이건 흙수저이건 절름발이건 외부에서 나를 규정하는 환경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나일 뿐이라고, 여기에 휘둘리면 나는 내 삶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넘겨주는 게 된다고, 이 책에 실린 53편의 삶의 지혜 가르침 속에서도 중심된 가르침 “내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법”은 각자도생의 시대인 오늘,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말씀이다.


지혜의 숲속을 거닐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분란에 개입하지 말라. 권력과 명예를 누리는 사람(이른바 난사람), 어떤 업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든 사람)을 볼 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움츠러들지 말고, 그저 행복한 사람이로군 하고 여겨라, 행복은 본질적으로 각자의 처지에 달린 것이니 이를 위해 다른 사람과 경쟁하거나 비교하며 남을 시기할 필요는 없다. 이른 바 된 사람, 사람이 된 사람은 오로지 자신을 되돌아보며, 남들이 나를 존경, 칭송할수록 이를 경계해야 한다. 존경이든 칭송이든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걷게 하는 통행증이라 생각하라. 어느 하나에 집중, 편향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말이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다른 사람으로부터 시기도 질투의 대상도 되지 않도록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원망도 바람도 갖지 말고 오로지 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살피라는 말이다. 


우리는 늘 경계선에 서 있다. 자칫 판단을 그르치면 통제할 수 없는 분란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에

픽테토스는 우리에게 장군, 권력자가 되기보다는 자유인을 갈망하라고 한다. 자유인은 되는 길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관심을 거두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든 크든 늘 유혹을 당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무엇을 바라볼지는 나 자신의 자세일 뿐이니, 무언가에 집착하는 순간, 내 삶의 주도권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는 노예인 내가 존재할 뿐이다. 


배움에 따라서, 삶의 관조


“배움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불행으로 타인을 비난한다. 배움이 부족한 사람은 불행의 원인으로 자신을 지목한다. 배움이 충만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35쪽)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대상 자체가 아닌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불안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라고 조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관점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가치판단이 바탕에 깔려있다. 에픽테토스는 갈등과 억압, 슬픔을 마주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시비를 따지기보다는 나 자신과 자신의 관점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내 앞을 지나갈 때, 다시 오지 않을 듯, 허겁지겁 집어내려 하지 마라. 어차피 되돌아올 테니….


배움이란 학식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중자애의 태도이자 내 삶의 주인공이 곧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죽음을 공포로 여기는 것은 내가 무섭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고, 죽음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고미숙<현자들의 죽음>(EBS BOOK,2023)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태도, 장자에게 죽음은 삶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순간이다. 아내가 죽으면 화장실에 가서 몰래 웃는다는 시쳇말이 있듯, 당대에도 그랬을까, 장자는 생각은 전혀 다르다. 아내의 죽음은 슬프다. 하지만 인간, 그리고 삶이란 본디 생명도 형체도 기(氣)도 없었던 것이 저절로 혼합되어 기로, 형제로, 생명으로 됐다가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갈 뿐이다. 


에픽테토스의 죽음에 관한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이성으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오는지, 에픽테토스는 이럴 때는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원망도 하지 말고, 오로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만 생각하라고 한다. 이런 생각이 자유인이 되는 길을 여는 열쇠이며 내 인생, 내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길이다. 


이 작은 책 속에 실린 가르침 53편은 동양 고전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지혜와도 놀랍게도 비슷하다. 읽고 또 읽는 동안에 떠오르는 노자나 부처의 말씀, 조선 성현의 말씀과도 겹친다. 이것이 지혜에 관한 보편적 이해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갈등의 불안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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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론 : 성공을 위한 내려놓기
다카모리 유키 지음, 원선미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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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론, 성공을 위한 내려놓기 

 

이 책의 지은이 다카모리 유키는 2006년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 스타즈에 고교생 드래프트 4순위로 입단, 그로부터 6년 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은퇴, 지금은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한다. 

 

프로야구 선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제아무리 품성이 뛰어나고, 팀의 화목 메이커로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핵심 업무인 공을 잘 때리지 못하면, 끝이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 생활 중에 1안타밖에 때리지 못했다. 연봉 580만 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품성은 경기를 잘한 뒤에 플러스알파의 의미 밖에…. 냉혹한 세상에서 그가 배운 것을 사회에 나와 풀어낸다. 왜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배운 덕일까?, 그저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은 없다. 열심히하자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 책은 모두 9장으로 구성됐고, 1장에서는 지금 당장 한다. 결과를 낼 수 있는 상태란 무엇인가, 완료와 종료는 다르다. 2장. 생각하지 않고 한다.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은 당신이 한 의사결정의 결과다. 누구를 탓하랴, 오로지 자신만이 감당해야 하는데, 3장 구체적으로 한다. 의욕과 노력만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없다. 4장. 가치의 본질 깨닫기, 5장. 말을 바꾼다, 6장, 상대방이 이기게 한다. 7장 자신을 움직이게 한다. 8장 자신의 존재 방식을 정한다. 9장 자신의 상태를 높인다. 

 

이 책은 “자기계발”류로 그 특징은, 이미 처절하게 실패를 경험한 지은이가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일 듯하다. 지금 한다, 미룸 없이, 생각과 의지를 곧 실행에 옮겨라, 종료와 완료는 한 끗 차이지만, 길게 여운과 미련을 남기는 미 완료는 바로 끊어내라. 완료는 지금, 한다. 지금, 누군가에 의뢰한다. 지금, 실행할 날을 정한다. 지금, 하지 않기로 정한다. 10분 동안 미 완료한 것이 무엇인지 적고, 15분 이내에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라, 그러면 “개운해진다.”라는 말은 생각해볼 만한 조언이다. 

 

완전히 항복해 본다

 

자기방어, 그래도, 어쩔 수 없어서, 물론 그렇게 느낀다. 그는 나름 업계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성공비결이 무엇이냐를 알고 싶어 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왜일까, 그들과 지은이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는 걸까?, 지은이는 자기계발, 자기 변혁을 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항복”하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가치관이나 행동방식 모두를 내려놓으란 말이다.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고, 자문해보라고, 세븐 일레븐의 철자를 써보라는 말에 바로 그 자리에서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내가 내 발목을 잡는 것을 찾아내서 철저하게 끊어내 보라는 말이다. 어떤 사람은 너무 높은 현실의 장벽 앞에 무너지겠지만, 나는 어떻게 해서 넘을 것인가를. 누구에게 넘는 방법을 물어보는 것보다, 갈등과 불안에 항복하고 내려놓기(방하, 혹은 모든 것을 비우면)내 안에 역량을 깨우는 빠른 길이라고, 아마도 세상에서 나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나뿐임을 인정하는 데서 자기 변혁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글은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쉽게 썼다. 하지만, 행간을 읽는 수고는 해야 할 듯하다.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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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 4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외 옮김 / 동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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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돌봄과 기술, 그리고 생각들, 고대 그리스로마와 그리스도교의 그것


<자기 자신에 관한 진실 말하기>는 미셸 푸코가 죽기 2년 전, 캐나다 토론토 빅토리아대학의 강연과 세미나 내용이다. 일부는 강연의 녹취를 바탕으로, 또 일부는 푸코의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엮은 미공개선집 4로 나온 것이다. 


자가 자신에 관한 진실 말하기는 자기 돌봄, 자기 수양, 자기 성찰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푸코는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그레고리우스에 이르는 역사적 시기,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에서 그리스도교 수도원의 정신적, 육체적 욕망을 억누르는 수양을 하는 수덕주의(修德)가 발달하는 초기 그리스도교에 집중하여, 서구 역사에서 자신을 돌보는 기술을 특징 짓는 자기 돌봄과 자기 인식을 이론적 담론에서가 아닌 자기 실천, 자기 테크닉(기술), 자기 테크놀로지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것이었다. 


푸코의 <자기해석학의 기원>(동녘, 2022, 이 책에 앞선 나온 푸코의 미공개선집3) 푸코는 계보학적 연구를 통해서 ‘주체 일반’과 관련된 근대의 구축물, 그리고 지배 테크닉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섹슈얼리티의 연구를 시작하면서 주체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 이를 통해 만들어 내는 자기 인식, 그리고 자기 테크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40-44쪽).


푸코에 따르면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에서 자기 돌봄은 자기 인식에 흡수, 통합됐고 이후 삶의 형태가 된다. 에피쿠로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등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최고권자가 되는 법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주체는 자기 자신과 관련해 비판의 대상, 투쟁의 장의 중심이 된다. 결국, 이러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개정과 자기 수양에서 변화하게 된다. 철학적 자기 수양은 자기 제어와 세계에 대한 대비를 목표로 했던 것에 비해, 그리스도교의 자기 수양은 세속으로부터 해탈과 자기 자신의 포기로 귀결된다. 푸코에 따르면, 이교 자기 수양에서 개인은 자기 변화를 통해 진실을 얻지만, 그리스도교는 자기 수양에서 개인은 다른 현실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인식이 돌봄보다 우세해진다. 그리스도인은 성서의 진실을 믿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푸코에 따르면 성서해석과 자기 해석, 이중의 해석에서 자기해석학이 기원한다. 


자기 돌봄


푸코는 자기 돌봄의 기원을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에서 발견, 소크라테스는 자기 인식의 인간이기보다는 자기 돌봄의 인간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돌봐야 하는 자기란 영혼을 말한다. 자기 영혼을 제대로 돌보려면 자기 인식을 위한 거울이 필요하고, 이 거울은 영혼과 같은 속성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고. 이렇게 영혼을 들여다봄으로써 자기 자신을 돌보면서 정의로운 행동의 근거가 되고, 정치적 행위의 규칙들을 부여하는 원리들과 본질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알키비아데스>에서 자기 돌봄은 타자 돌봄이 자기 돌봄의 능력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정치 입문을 준비하는 청년을 위한 실천이며 자기 인식과 상호 내포 관계에 있다. 이때의 자기 인식은 그리스도교의 자기해석학처럼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것을 찾아내 고백하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은 물론이다. 


자기 돌봄의 구체적 테크닉


푸코는 세 번째 강연에서 자기 돌봄을 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테크닉을 설명하는데, 전사처럼 방어와 공격에 꼭 필요한 동작만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을 앞에 두고 당황하지 않는 법,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러기 위한 구체적 테크닉인 시련과 명상이며, 그 정점에 죽음에 대한 명상이 있다. 


파레시아다. 이는 세 번째 세미나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다. 제정기 그리스 로마 시대의 파레시아(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실천), 이 시기의 주체 형성에 관여하는 진실한 말을 하는 자는 스승, 인도자, 지도자다. 진실한 말을 할 수 있는 자는 자기 돌봄에 필요한 타자이고, 제자는 침묵 속에서 경청한다. 


글쓰기다. 이 역시 고대의 중요한 테크닉 중의 하나였다. 자기 쇄신, 자기 영혼의 점검이 글을 통해 나타난다. 푸코가 휘포므네마타(말하는바)를 다시 상기하기 위한 요약 메모를 중요한 기술적 개념으로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철학자의 말을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나온 ‘상기’ 자기 테크닉 중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 진실을 드러내려면 주체가 망각한 목록 속에서 주체의 진실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푸코는 고대의 자기 테크닉이 주체가 적절한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매개 수단들을 발견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봤다. 이렇게 구축된 주체의 구조는 그리스도교의 고백 종용으로 점차 변해간다. 


특히 그리스도교 이전의 역사를 신과 인간의 역사였다면 그리스도교의 시대는 신의 세계였다는 점은 바로 푸코가 자기해석학의 기원이라고 까지 이야기할 정도였다는 점이다. 그의 자기해석학의 기원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흥미로운 천경의 <미셸 푸코의 실존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북코리아, 2024) 또한 참조할만하다. 


아울러 흥미 있는 부분은 세 번째 세미나 주요 주제인 “파레시아”다. 솔직하게 말하기란 아주 중요한 것이어서 정치적 장면이든 인간관계든 간에 늘 긴장된 분위기를 만들지만, 빛과 소금 같은 존재의 역할이다. 민주정이든 군주정이든 이 파레시아 문제는 18세기 말 19세기 초 의회가 나타나면서 사라졌다는 한다. 그렇다면 정치의 본질과 역할은 명확해진 셈이다. 의회와 언론의 자유가 파레시아문제의 진정한 계승자라는 것이다. 파레시아는 개인의 덕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전문적인 정치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많은 쟁점을 보여주는 대목들, 동양의 수양(자기 통치, 자기 수양, 자기 돌봄)에 관한 푸코의 생각은 동, 서 문명의 접점에서 보는 자기 문제는 그리스도교적이지도 않고, 그리스로마 경험과도 거리가 먼 동양의 자기 윤리의 발견은 쇼펜하우어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또한 새로운 생각거리다. 익숙지 않은 용어와 개념, 흔히 말하는 자기 돌봄과 다름으로 헷갈리는 대목도 없지 않지만, 핵심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는 철학과 정치, 윤리 등의 면에서 주요한 내용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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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거죠? - 우울과 불안에서 나 자신을 구하는 인생 심리 기술
줄리 스미스 지음, 권혜림 옮김 / 지식서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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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불안한 당신에게 심리치료사가 되어 줄 책

임상심리학자로 10년 넘게 감정의 기복에 휘둘려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있는 지은이 줄리 스미스는 이 책을 통해서 심리학자로서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함께했던 사람들과 그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은 값진 지식과 지혜, 실천 기법을 소개하려 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정서적 경험의 실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고, 감정을 건강한 방식으로 다루게 된다면 회복력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고, 정신건강이나 신체 건강이나 다를 바 없음을 강조하는 지은이, 이 책의 내용의 핵심은 아프지도 아주 건강하지도 않은 0의 상태에서 점차로 +쪽으로 옮아가기 위한 기법과 기술을 소개다. 고통 속에서도 나 자신을 챙기는 심리 도구 활용법, 삶의 동력을 어떻게 찾을까, 부정적인 감정 패턴을 조정하는 법,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자아비판의 굴레에서 나오려면,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할 일, 미래가 두려울 때 해보면 좋은 일들 6가지를 어떻게 하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우울과 불안의 주체는 당신, 당신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면 된다

지은이의 사고법에 주목한다. 누구를 치료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서 심리학자가 아니라,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왜 그런지 그 이유를 깨닫게 도와주고, 스스로 그 자신을 가둔 껍질을 벗기고 나올 수 있는 기술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책은 8부 36장으로 장마다 끝에 내용 요약이 짧게 실려있고, 실천 활동으로서 무언가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거기에 짧은 “도구상자”도 들어있다.

지은이가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60초짜리 “숏폼”에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 책에 담았다.

1부 어둠에 관하여, 즉 우울한 기분이 무엇인지, 경계해야 할 감정의 함정은 또 무엇인지를 밝히고, 기본을 바로잡는 방법을 설명한다. 2부 동기부여,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법을 비롯한 인생의 변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를 다룬다. 3부 감정적인 고통에 관해서는 말의 힘을 활용하는 법, 감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4부 상실의 슬픔에 관하여, 애도를 다룬다. 이어 5부 자기 회의(자아비판) 은 어디까지 해야 하나, 6~7부에서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다룬다. 우리가 경제활동이든 사회활동이든 일상적인 활동과 생활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다른 것인가?,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8부에서는 의미 있는 삶에 관하여, 그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행복론”에 관한 문제 제기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 우울과 불안의 근본 원인은 환경, 즉 사회구조 속에서 생기는 사회적 문제(거시적 환경)와 나와 다른 사람 사이(관계)에서 생기는 개인적인 문제(미시적 환경), 이 두 가지 문제는 유기적이다. 어떤 사회환경인가에 따라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회 따로 개인 따로는 존재하지 않기에, 최근 들어 쏟아져 나오는 심리에 관한 서적들, 심리이론, 불안, 스트레스, 우울, 자신감, 자기계발 등, 결국 이런 책들에서 말하는 핵심은 “나”를 찾기다. 내가 누구인지,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나를 지키는 경계(바운더리)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다. 여기에 책들이 내놓는 처방은 우리는 놀랍게도 “나”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나를 알아야, 나를 둘러싼 것들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이 어떻게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기술과 방법 등을 알려준다.

이 책 또한 이 범주 안에 들어있는 책이다. 다만, 지은이는 심리이론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이미 나와 있는 좋은 책들이 많기에 이를 참고하라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내용에 관한 평가는 매우 곤란하다. 읽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도와 영향이 다르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미칠 수 있기에 그렇다.

이 책의 특징은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불안과 스트레스란 어떤 것인지, 동기부여와 자기 회의 그리고 의미 있는 삶에 관한 생각을 명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서술 자체도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돼 있다.

의미 있는 삶에 관하여

지은이는 이 책 32장에서 38장까지 의미 있는 삶에 관한 내용을 담아냈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라는 말에 담긴 문제에서 중요한 말을 적어두었는데, 행복한 순간은 아주 커다란 꽃다발에 담긴 한 송이 꽃에 불과하다. 사랑과 기쁨이란 강렬한 감정과 큰 고통과 두려움, 수치심이란 감정, 둘 중 하나가 없으면 나머지 하나를 가질 수 없다. 감정은 하나의 다발로 온다. 행복은 늘 사랑과 기쁨이 충만한 상태가 아니라, 그 이면에는 고통, 두려움, 수치심이 존재한다는 점을, 순간의 행복과 순간의 고통 등 늘 쌍을 이루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말을 유념해야 한다.

의미와 가치관, 어떤 사람들은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에 치료를 시작한다. 인생의 이정표, 즉 내 삶을 지탱해주는 의미와 가치관의 혼란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가치관은 고정불변의 것은 아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세우고 싶은 원칙이 무엇인지에 관한 생각들이다. 즉 가치관은 완료할 수 있는 작업의 집합이 아니라는 뜻이다. 밖에서 의미를 찾고 가치관을 생각하는 건, 어찌 보면 착각이다. 지금 우리는 의미를 찾고 가치관을 향해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중이니.

“정신건강을 위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정신건강이 걱정될 때다”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누구나 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이상적인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지은이의 이 말이 현대 사회를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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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나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 쇼펜하우어의 인생에 대한 조언(1851) 라이즈 포 라이프 2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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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인생에 관한 조언, 53개의 아포리즘을 통해서 본, 인생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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