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받는 것은 모욕이다 - 깊은 내면의 ‘나’를 만나는 게슈탈트 심리상담 EBS CLASS ⓔ
김정규 지음 / EBS BOOKS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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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사람 사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 연결성이 없어진 사람의 의미는 무엇인가로 시작되는 김정규 선생의 이야기는 각자도생의 서글픈 모습을, 모든 걸 상품과 소비라는 관점에서 본 현대 사회는 자기 고민을 들어 줄 가족도 친구도 없는 단절의 시대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가 섬처럼 따로 떨어진 고립된 대상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관계의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고.


단절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그 해법은?


지은이는 평생 연구해 온 게슈탈트 심리학, 실존철학, 문학, 기독교와 선불교, 초월영상의 주제를 통합하여 질문에 답을 찾는다. 이 책은 13장으로 이루어졌고, 1장 너의 세상과 나의 세상을 시작으로 2장 “이해받는 것은 모욕”이라고, 3장 당신의 생각에는 역사가 있다. 4장 당신은 인정받기 위해 태어났나?, 5장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일, 감정의 두 얼굴, 내 안에 불청객이 있다. 몸은 말한다. 당신 안의 악마와 천사를. 마지막 13장 나의 발견으로 답을 내놓는다. 


심리학 계보에 대한 비판과 게슈탈트 심리학의 특징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그리고 이반 파블로프와 존 왓슨, 벌허스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을 거치면서, 인간은 자율적 의지가 있는 생명체가 아닌 하나의 기계로 전락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행위의 주체가 아닌 외부 자극을 받아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출력이 가능한 기계로 인간의 존재가 아닌 대상이 돼버렸다. 이런 흐름에 맞서 독일 철학자 브렌타노를 중심으로 돼 에드문트 후설, 막스 베르트하이머, 볼프강 쾰러 등의 현상학자와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분트의 구조주의 심리학에 반대, 인간은 능동적 행위를 하는 정신을 가진 존재임을 밝혀낸다. 인간은 불완전한 것들을 연결해 완전한 형태로 본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해받는 것은 모욕?


이해받기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특성이다. 나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처지가 되어 그의 눈으로 세상을 경험해 보는 용기 있는 시도(역지사지)는 익숙지 않다. 늘 상대방에게 나를 이해해 달라고 하듯, 나 또한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보면 어떨까, 


당신은 인정받기 위해 태어났나? 


늘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아야만 하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때 쌓이는 스트레스, 인정받지 못하면 자기 존재가 부정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면 과연 우리 존재는 정당화되는 것일까? 인정욕구와 자존감, 그런데 우리 존재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세상은 그 누구의 세상과도 다른 그 사람만의 우주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나 자신으로서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나를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춤으로써 비로소 받아들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금의 나를 변형시켜야만 가능해지는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


억울함의 세습


억울한 엄마는 억울한 아이를 키운다. 부모 사이의 갈등은 자녀에게 불안감과 무기력감을 느낀다. 자기가 어렸을 때 부모의 속을 썩이는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폭언과 폭행을 했던 것처럼 자신도 지금 똑같이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말이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법


게슈탈트 치료 중 두 의자 기법은 마음속에 두 개의 자아가 분열된 상태로 존재하는 현상을 외부로 나타나도록 돕는 방법이다. 흔히 우리 내면에 두 개의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가해자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다. 가해자는 비난하는 목소리이고 피해자는 우리의 본래 자아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 자신을 잘 알 안다고 생각하는데, 큰 착각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기보다는 거의 자기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오해의 경험이 자기를 오해하고 자기 비난과 자학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확대 재생산된다. 


이 책은 현장 상담 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표면 감정과 심층 감정, 그리고 심층 감정을 찾는 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의 이야기 핵심은 우리는 자기를 잘 안다는 착각 속에 산다. 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자기 오해를 하고 있다. 내 안에 있는 나와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해소하는 것 또한 그렇다. 심리, 마음의 이치나 도리, 혹은 길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저 지나친 일들이 내 안에 쌓이고, 스트레스가 되고,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구가 나를 내가 아니게 만들어 주체가 아닌 대상화시키고 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나를 나답게 또 나로서 사는 법을 전혀 모른다. 깊은 내면의 ‘나’ 본래의 나를 찾는 여정에 이 책은 훌륭한 동반이 되어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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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01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제목이 무척 자극적이었는데, 이해받는 것은 모욕이라는 그 의미를 잘 알 수 있는 리뷰였어요.

moonbh 2024-03-09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게슈탈트 심리상담을 하시는 김정규 선생의 제목을 정했을까...우리가 잘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어서,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아야 하고, 이해받는 것이란 ˝대상화˝다. 곧 이해받는 것은 모욕이라고... 대상화가 아니라 나를 나답게 또 나로서 사는 법을 우선 찾아야한다. 노자의 자중자애와도 통하는 대목입니다.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