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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은 국가범죄다
정재룡 지음 / 닻별 / 2023년 5월
평점 :
마녀사냥은 국가범죄?, 반지성주의의 방증
이 책은 정재룡, 전 국회사무처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인 고위공직자 출신이 “이혼”이란 주제로 그가 당한 모든 부당한 것을 세상에 알리는 글이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헌법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장하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의 실현이자, 침해된 자신의 권리를 회복하고자 하는 투쟁의 기록이다.
굳이 그가 고위공직자였음을 밝히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공직자의 윤리라는 테두리에서도 극히 사적 영역인 혼인 횟수, 즉 이혼을 몇 번 경험했느냐가 왜 중요한가?,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상징적이다. 공무원은 이혼하면 안 되는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혼하는가가 문제인가?,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생활을 침해당해도 참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이를 강요하는 것은 위헌이다. 국민 누구에게든지 사생활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상식을 요구하는 이들, "낙인" 비윤리적?, 집단사고의 무서움
이혼의 횟수가 그의 공직생활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는 별개 사안이지만, 그의 문제 제기는 사생활과 공직에서의 능력은 별개의 영역이며, 당사자의 구체적 사정이 어떠했는지는 묻지 않는 것이 사생활보호의 취지가 아니겠는가,
이 글은 지은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거기에 달린 댓글을 묶어서 싣기도 하고, 또, 자신이 활동했던 관련 분야의 글도 싣는 등, 다양한 장르, 아무튼 한 개인이 이혼을 계기로 조직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사실 왜곡과 더불어 배제와 차별, 심지어는 백안시까지. 공직자에게 사생활의 권리를 포기하라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이제 그만, 오늘도 어디선가 이런 논리에 자유를 침해당하고, "낙인"찍이고, 인격이 말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하고 지지하기 위해 글이 이 책이다.
이런 글쓰기 형식에 익숙지 않아서,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글의 서두에서 사건의 시말을 써두지 않아서, 맥락을 이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의 주장 핵심은 알 듯하다.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마냥 사냥, 국가범죄, 국가폭력, 헌법 가치의 부정, 이를테면 이 사회의 엘리트 공무원인 자신조차도 이런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데, 보통의 사람들은 어떠하겠냐고? 뭐 이렇게도 들릴 수도 있겠다. 저출산, 4포, 5포 시대의 젊은이
들, 혼인 외 출산에 관한 소회, 등 이른바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까발린다.
누군가가 책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는 이유가 있다. 단지, 자신의 개인사에 국한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일반이 알아야 할 내용이라든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제안이라든가, 아니면 자신의 신변잡기를 썼든 간에 세상을 향해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활자화하여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지은이가 지난 6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2021년 7월에서 2023년 4월까지 22개월 동안의 그가 쓴 것들이다.
지은이가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반지성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개인의 존엄과 사생활존중이라는 사회공동체 존립을 위한 기본질서가 무너져있음을. 과잉공감으로 끼리끼리, 이른바 코드가 맞는 사람들만의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누군가를 음해하는 것이 자신에게 되돌아올 부메랑이란 것을 모르는 무지의 죄악과 범죄, 마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공과 사의 구별이 없어진 세상, 적어도 아니면 말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분명, 피해자에게 사과를 해야한다. 진심으로...
지은이가 분노하는 이유는 너무도 와 닿는다. 지은이를 향한 비이성적이고 황당한 무차별적 공격
한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 국가가 헌법이 그리고 공직이든 민간이든 사조직이든 존중해야 할 한 개인의 인격, 그리고 사생활 보호, 사생활존중, 왜곡된 질서, 문화와 맞서 싸우는 외로운 시민, 그 끝은 알 수 없다.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지, 아니면 헬조선에서 떠나 영혼의 자유로움과 해방을 찾을 것인지,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처럼. 제3국을 선택할지….
마냥 사냥, 국가범죄, 그 밑바닥에 흐르는 복잡한 사정은 모르겠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줄 세우기와 파벌, 그리고 조직 내 승진, 자파 채우기의 희생양으로 삼을 명분으로 지은이의 이혼 경력이 표면에 이유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 인간 존엄, 그 누구로부터도 존중받아야 할 고유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