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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 - 거짓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쑨중싱 지음, 박소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평점 :
거짓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신뢰는 어떻게 사기는 되는가?
타이완대학 사회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했던 쑨 중상의 책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속지 않는 삶을 위해 한 번은 들어야 할 관계의 인문학이다. 이 책의 핵심은 “신뢰와 사기”는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의 문제의식은 “왜 똑똑한 사람도 속을까?”, “나는 사기 당하기 좋은 사람일까?”라는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남을 속이는 ‘사기’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지는 ‘자기기만’, 사기와 거짓말에 관한 총체적인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학술논문 수준의 근거제시와 대중 교양서 수준의 글쓰기, 그 어느 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6장으로 1장에서는 인류의 역사가 곧 ‘사기’의 역사다고 갈파한다. 지금까지 사회학 연구의 대상으로 ‘사기’에 초점을 맞춰 동서고금의 고전과 성경을 비롯하여 현대의 사회학, 심리학 이론과 실험을 섭렵했다. 2장에서는 ‘사기’란 무엇인가, 아무도 믿지 않으면 속지 않을까라는 소주제로 사기의 구조와 거짓말의 분류, 식별요소와 쟁점이 될만한 ‘거짓말에 담긴 도덕’ 선의의 행동이면 뭐든 괜찮은 것인가?, 라는 물음을.
3장에서는 ‘자기기만’과 ‘사기의 심리’를 다루는데, 사기의 역사와 구성요소 등에 이어 본론 격이라 할 수 있는 내용으로 흔하디흔한 자기기만의 주요 원인과 사기꾼의 종류 등을, 이 역시 믿음과 배반의 관계처럼, 신뢰 관계 형성이 우선적임을 지적한다. 4장, 아이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는 통념을 깨버린다. 아동심리, 발달심리, 본 볼비의 애착 이론과 로렌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6단계론을 전개하면서, 아이의 거짓말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정리했다. SNS와 Z세대의 사고이해, 말보다 행동을, 5장 정치판의 거짓말은 당연지사인가?, 마키아벨리즘에 관한 재고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의 저서에서 주장하는 것은 사기 쳐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상황과 시기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똑똑해서 제 꾀에 넘어간다는 말, 정치인의 말찬지, 사기, 거짓말, 철면피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6장에서 지금껏 사람은 쉬운 적이 없다고 갈파한다. 사람들이 친밀한 관계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느끼는 결과는 내가 상대방을 속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속이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화술과 전술도 일종의 사기다
지은이는 논어에서 손자병법에 이르기까지 남을 속이는 화술과 전술에 관한 인식, 명나라의 장응유의 <편경(騙經)>, 이른바 속이기 경전과 성경, 시가에 관한 철학적 사유,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마키아벨리까지, 서양 기독교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아우구스티누스<고백론>에 ‘거짓말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거짓말을 여덟 가지로 분류했는데, 이를 보면 첫째, 가장 피해야 할 거짓말로 신앙교류에 관한 거짓말이다. 둘째, 부당하게 어떤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거짓말, 셋째, 누군가에게는 이롭지만 동시에 신체적 모독이 아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 넷째, 단순한 거짓말과 사람을 속이려는 욕망에서 비롯한 거짓말을 순수한 거짓말이다. 다섯째,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대화로 환심을 사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거짓말이다. 여섯째, 누구도 해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거짓말이다. 일곱째, 판사가 소환해서 묻는 경우가 아닌 한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익하기도 한 거짓말이다. 여덟째, 아무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적어도 신체적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누군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짓말이다. 그는 세상에 죄가 아닌 거짓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을 속여도 자신을 스스로 정직하다고 여기는 어리석은 자기기만이라고 했다. 이는 고전 <예기, 중용>에서 말하는 신독(愼獨)과도 유사하다.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다.
나의 믿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 책에서는 미국의 사회학자 그라노베터의 <사회와 경제: 체제와 원칙>에서 정의한 믿음을 5가지로 정리하여 소개하는데, 첫째,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나 이익 계산에 기반한 믿음 즉 합리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 둘째, 인간관계에 기반한 믿음, 셋째, 집단과 온라인 신분에 기반한 믿음. 셋째, 집단과 온라인 신분에 기반한 믿음, 넷째, 제도적 장치에 기반한 믿음, 다섯째 규범에 기반한 믿음 등을 들고 있다. 믿음의 세 가지 요소를 말한 사회학자 러셀 하딘은 “캡슐화 이익모델” 이론을 제시했다. 믿음의 세 부분을 포함한다. 신뢰하는 사람, 신뢰하는 사항, 신뢰받는 사람이 가지 암묵적인 리스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같은 고향 사람, 입사 동기, 제일 친한 친구 등, 이미 이런 믿음에는 배신, 사기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자기기만- 누구든 자신을 스스로 속일 수 있다-
사회학에서 중요한 개념의 하나가 ‘자아’와 ‘타자’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와는 결이 다르다. 사회학에서 자아는 거울 자아를 가리키는데, 우리가 보는 ‘나’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 생긴다는 뜻이다. 미국 사회학자 조지 허버트 머드는 ‘사회적 자아’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자아가 놀이 단계와 게임 단계를 거쳐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즉,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타자와 상호작용하며 자아는 어느 정도 변화한다고, 자기기만은 이성적인 주체가 동기의 영향을 받아 어떤 신념을 형성하는 비이성적 행위다. 동기, 의도, 출발점,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갈레오티). 또 그 양상으로 일방적인 생각, 환각, 신념, 보이지 않는 손 등의 네 가지로 분석하기도 했다. 결국은 기존의 모든 불리한 증거는 자기 욕망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이 믿는 그 어떤 것이 틀림없기를 바라는 데서 출발한다. 흔하디흔해서 너무 쉽다.
자신을 스스로 속여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 첫째는 자기기만은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의 이미지 보호를 위해서다. 둘째로는 인지 부조화를 줄일 수 있다. 논리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셋째 사기기술 향상, 남을 속이기 전에 나를 속이는 것, 즉, 사기 훈련이라고 보기도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속여 이타 정신 혹은 사심 없는 나로 보이게 하는 것, 넷째,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한다. 긍정적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 것이다.
문화, 예술계에서도 벌어지는 사기, 초유의 사기, 다단계 사기, 금융사기, 보이스피싱, 속지 않은 삶을 위해 한 번은 들어야 할 관계의 인문학이다. 사기꾼을 징치하는 것은 정의다. 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가형벌권, 자위행위 금지 등의 법과 원칙을 깨는 일인데도 사람들은 환호한다. 조희팔 사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꾼" 과 사기꾼을 징치하는 비질란테 등...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도 다시 봐야 하고... 우리의 고정된 관념 속에 자리한 "사기"의 모든 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논쟁점 또한 적지 않아서 꽤 흥미로운 담론을 펼칠 수 있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