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안 가르쳐주는 업무 센스 - 전체 프로세스를 꿰뚫는 87가지 일의 기술
이동조 지음 / 경이로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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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원의 일머리란? 

 

이 책 <회사에서는 안 가르쳐주는 업무 센스>는 실무현장 지침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법에서 1장짜리 보고서 만드는 법, 팀 리더의 의중까지 파악하여 프로젝트 관련 사전(시장, 과거 유사 프로젝트 등에 관한 정보취합 등) 조사를 한다면, 어떨까, 이런 걸 “일머리”라고 하지 않을까, 늘 염두에 두지만 일에 매몰되다 보면 마치 터널 속에 있는 것처럼 상하좌우와 앞뒤를 가리지 못하고 늪에 빠질 때가 있다. 

 

지은이 이동조는 프로젝트 기획을 수행하기도 하고, 기획 자문, 기술평가위원 등으로 현장에서 터득한 자신의 경험을 매뉴얼화(지은이의 “통합 업무 스킬 교육 매뉴얼”)하여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지침을 이 책에 담았다. 구성은 일의 성공을 전제로 구조화된 5가지 영역을 각 장에 실었다. 

 

1장에서는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일 통찰과 혁신 사고 영역’을 다루는데,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일을 장악하는 법 등 20가지의 기술을 설명한다. 

 

2장은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방법을 담은 ‘업무역량 향상 영역’이다. 프로젝트 기획안 작성법에서 일할 때 실수를 줄이는 법과 전문가 찾기가 중요한 이유까지 19가지의 기술을, 3장에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소통이란 어떤 것인가를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다. 핵심은 의사결정자의 심리 파악, 효과적인 회의 준비, 말하는 법, 신뢰감을 주는 언어에서 명함을 주고받는 것까지 16개의 기술을, 여기서는 작은 차이가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는 점을 설명한다. 

 

4장 조직문화 이해 영역은 이른바 건강, 행복한 조직 만들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주제인데, 싫은 선배와 일 잘하는 법, 직원 사이의 선을 넘지 않는 방법 등, 자칫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비롯하여 성평등, 성인지, 차별적 용어(성희롱, 여성비하 표현 등 주의하기 등과도 관련된 부분이다. 선배가 후배를 위해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정중하게 알려주었는데, 이런 행위의 의도가 후배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면, 소통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선을 넘지 않는 태도, 이른바 평등 대우와 상대에 관한 존중이다. 퇴근 후까지 이어지는 미묘한 활동들, 후배, 선배 모두 경계해야 할 내용으로 17가지 스킬을, 

 

그리고 마지막 5장은 자기 창조 기술이다. 집단 혹은 조직안에서 구성원들과 소통, 호흡도 중요하지만, 자기 계발, 즉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직과 개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미래를 바꾸는 마인드 셋을 비롯하여 유리멘탈 극복에서 마인드 컨트롤까지 15가지 스킬이 실려있다.

 

읽기 전에 생각해보기, 내 경우와는 다르잖아는 없다 

 

신입부터 경력까지 기본적으로 숙지해두고 체화해야 할 것들 이른바 전체 프로세스를 꿰뚫는 87가지 일의 기술이다. 이 책을 처음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지금 여기서 내가 궁금한 것을 목차에서 찾아서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제 것이 되듯,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업무매뉴얼(지침서)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하다. 내용을 외울 필요도 없다. 키워드(주제)항목을 살펴보고, 연계되는 부분을 찾아서 읽어내면 하나의 문제라도 다양한 각도에서의 접근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은 자신이 처한 지금의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만 알면 헤쳐나가는 데 유용한 팁으로 작용할 것이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현상 파악을 하는 데 우선 일독을 하고 나서 자신의 환경과 현장을 이미지화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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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선 - 뱃님 오시는 날
요시무라 아키라 지음, 송영경 옮김 / 북로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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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파선 “뱃님 오시는 날”


이 소설의 작가 요시무라 아키라는 1927년생이다. 1973년에 낸 소설<관동대지진>에서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6천 명이 일본 자경단에 학살당한 사건을 다뤘다. 철저한 취재와 고증으로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해, 기록문학이란 영역을 새롭게 각인, 기쿠치간상을 받았다. 이 소설 <파선>은 1982년에 발표했다. 


암초 더미가 많은 외진 갯가 척박한 마을, 이곳에는 17가구의 사람들이 산다. 촌장과 부촌장, 바람만 피할 수 있는 거칠고 험한 집에서, 이들은 늘 보릿고개다, 바다에 나가 잡아 온 생선을 말려 대처에 내다 팔고 식량으로 바꿔온다. 이마저 없으면 초근목피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아비나 딸이 고용 하인으로 큰 포구로 팔려 간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남자아이는 10살이 되면 한 몫으로 쳐주고, 여성은 15살이 되면 결혼할 수 있는 나이지만, 17가구 중 누군가는 고용살이하러 마을을 떠난다. 딸들은 대처에서 몇 년을 살고 오면 결혼적령기를 지나 홀아비 등과 혼인을 하고 살기도 한다. 주요 등장인물 이사고, 그의 아버지도 가족들 생계를 위해 3년의 고용살이를 떠났다. 시기에 따라 찾아오는 고기떼, 문어, 오징어, 정어리, 꽁치 떼가, 이들에게 암초투성이 외진 갯가는 신산한 삶의 터전이다. 이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바로 “뱃님”이다. 


이곳 해안가에서 깊은 산을 이틀 정도 넘어야 번화가에 닿는다. 그곳 역시 포구다. 일본의 자연환경은 화산의 영향으로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우리의 산천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국 통일과 함께 다이묘들의 영지는 높은 산과 골이 자연스러운 경계가 돼, 백성들은 그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지 못했다. 군사력이자 경제력이었으니.


뱃님은 하늘이 준 혜택이기도 하지만, 욕망이 빚어낸 참극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배경은 에도 바쿠후(幕府) 시절일 터이고, 번(藩)에서 번으로 혹은 바쿠후로 가는 조운선(쌀 운반선)이나 번 소유 선박, 상인들의 선박이 풍랑을 만나 좌초, 난파, 파선, 피난 등의 이유로 암초투성이인 외진 해안가에 도달하면 마을 사람들에게는 하늘이 베풀어준, 부처님의 보살핌이었다. 뱃님은 그들에게 점지된 것이다. 마을에서 죽은 이가 오랫동안 헤매다가 마을 사람 누군가의 배를 빌어 세상에 나오듯, 이들에게 뱃님 또한 그렇게 반가운 존재다. 아니 생명줄이다. 한 해에 한 두 차례 혹은 수년에 한 차례, 이렇게 갯가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뱃님, 때로는 마을 사람들이 뱃님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풍랑이 이는 겨울, 갯가에서 장작불 아궁이를 만들고 거기서 소금을 굽는다. 거친 바다 풍랑을 피해오는 배가 이 불빛을 찾아오다 암초에 걸리기를 기다리며, 그들의 눈은 덫을 쳐놓고 기다리는 동물의 매서운 눈빛처럼 바뀐다. 배가 걸려들면, 번의 배 즉 관공선이 아니라면 배 안의 있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 이것이 뱃님의 운명이다. 아무런 증거를 남겨서는 안 되기에 그렇게 비밀을 유지해야만 이들이 사니까,


험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존방식은 철저하게 함께하는 것이다. 뱃님이 온 흔적도 지워야 한다. 어쩌다 찾아오는 뱃님, 멋지고 고급스러운 그릇, 나무, 쌀, 기름, 초, 소금 등 생필품을 얻는다. 그리고 흔적을 없애야 한다. 마치 흔적도 없이 배가 사라진 듯. 번의 배는 손대지 않는다. 잘못 손댔다가 꼬리라도 밟히면 마을 전체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기에.


이런 삶 속에서 이사쿠는 10살이 되고 이제 한몫하는 축에 든다. 이들에게 죽음은 탄생의 기원이다. 이 마을에서 죽은 영혼은 멀리 되돌아서 다시 이 마을의 누군가의 뱃속에 잉태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객사하면 다시 이 마을로 돌아올 수 없다는 두려움도. 부부 사이의 성행위도 죽은 이를 불러들이는 예식이라고, 


인간의 욕심은 재앙을 부른다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


어느 날 뱃님이 오셨다. 이 배 안에 탄 사람은 모두 죽었다.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다. 붉은 옷은 고급스럽기만 한 게 아니라 복을 불러온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은 붉은 옷을 챙겼다. 뱃님이 이들에게 안긴 것은 식량이 아닌 천연두였다. 


소설은 인간의 숙명, 제약된 자연환경 속에서 삶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뱃님을 오라고 기원하며 밥상을 차서 날리고 이 밥상에 올랐던 것들이, 멀리 날아갈수록 뱃님오시기 기원이 잘 듣는다고, 이들의 삶은 누군가의 불행이 그들에게는 횡재가 된다. 


일본의 오래된 이야기, 마을 전설에는 이런 유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생존의 본능”이 공동체에서 어떻게 집단의식이 되는지, 도덕도 윤리도 이들에게는 사치다. 측은지심을 베푸는 순간 그들은 오랫동안 굶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이들의 장례 의식도 마찬가지다. 가는 이를 위해 기도하고 불경을 읊조리는 게 아니라 멀리 돌아서 마을의 누군가의 뱃속에 잉태되기를, 이렇게 해서 마을 공동체는 끊임없이 재생산하게 되고 없어지지 않는다. 이 마을에 찾아온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탄 뱃님은 천연두를 가져왔다. 하늘의 벌인지, 촌장과 이사쿠의 어머니 등 천연두에 걸린 사람들은 마을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곳에서 죽어야 한다. 그리고 며칠 후 멀리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아버지, 고용 하인 생활을 마치고 귀향한 것이다. 이사쿠는 바다를 향해 배를 저어나간다. 


꽤 흥미로운 주제의 소설이다. 고려장이란 풍습이 고려 시대에 나왔다는 황당한 말, 나이 든 부모를 산에 버렸다는 이야기는 오래전 일본의 풍습이었다. 먹을거리가 다 떨어지고 나면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하기에 입을 하나 더는 것이 나머지 가족의 생존을 보장하는 길이었기에 여기서 도덕, 윤리는 사치였고 이를 따질 겨를이 없다. 이 역시 삶의 모습이다. 이런 죄책감을 없애는 게 “윤회”다. 이 마을 누군가의 아이로 태어나 다시 마을 사람이 된다는 믿음은 이들이 뱃님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죽이면서 받았던 죄책감과 불안을 벗어나는 그 무엇이었다. 지금도 우리는 뱃님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뱃님을 유인하는지도 모른다. 한비자의 "재앙은 복에 기대어 있고, 복에는 재앙이 숨겨져 있다"라는 말을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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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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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비자>가 어려운 이유, 어떻게 읽어야 할까?


지은이 김영수는 사마천과 <사기>의 연구자다. 지난 30년 가까이 150여 번의 중국방문, 이른바 역사현장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톺아보면서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찾아다니는 발로 뛰는 실천가이기도 하다. 마치 미제사건을 추적하면서 사소한 증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형사처럼, 한편 다양한 각도와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현대 사회의 이슈와 접맥한 저서들도 왕성하게 펴내고 있다. 


그의 이번 책은 한비자(韓非子)를 향한 오해와 이해를 함께 들여다본다. 우리가 입에 자주 올리는 사자성어 중 “좋은 약은 입에 쓰다”(양약고구)처럼 <한비자>에서 발원된 것이 적지 않다. 이 책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는 진계천의 10권 55편을 저본으로 삼아 리더십이란 개념으로 포착한 것이다. 한비자에 관한 평가는 상반됐다. 호불호가 정확히 갈린다. 최고가 되려는 이는 한비자를 읽어야 한다. 제왕학이라고 평하는가 하면 천하제일금서라는 평가도 있다. 이는 마치 서양세계의 15세기 중반에서 16세기 초반에 살다간 불운한 사상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두고, 금서라고 규정한 로마교황, 이 두 사람은 리더십에 관해서 말하지만 다소 결은 다르다. 하지만 한비자나 마키아벨리의 논리 주장은 약소국의 처지에서 나온 것이기에 맥이 통하는 부분도 있다. 이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지은이는 비교의 핵심인 “사상”이란 면에서는 마키아벨리는 한비자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평했다.


중국 사상사의 “뜨거운 감자” <한비자>


이 책은 중국 사상사의 뜨거운 감자, 진시황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한비자, 그만큼 그의 사고는 위험했다. 내 편이면 다행이지만 적으로 돌아선다면 살려둬서는 절대 안 될 그런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한비자 연구자 중국의 이종오는 중국 정치가와 지도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비자>의 사상, 특히 통치술에서 일정한 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공산당체제의 중화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시진핑 주석 그의 황제를 꿈꾸고 있다. 그의 이런 사고 배경에는 한비자의 리더십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이니, <한비자>는 기원전에서 현재까지 2천 년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마키아벨리도 마찬가지이지만. 과연 여기에는 오해가 없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


아무튼, 이 책에 실린 내용은 3부 구성이고, 1부는 한비자와 <한비자> 실제 한비자가 한 말과 후일 제자들이 지은 글들이 한데 묶여 <한비자>라는 서책이,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내용의 책인가,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등을 한비자에 관한 소개다. 2부는 <한비자> 가볍게 읽기는 20대목을 골라 그 의미를 짚어본다. 3부는 <한비자> 무겁게 읽기,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가면 읽어볼 대목 등이다. 아무래도 인간이란 불완전체 관한 이해, 인간관계 또한 스승 순자처럼 성악설을 고수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한편 삼국지의 제갈량의 “읍참마속” 고사처럼 법가사상의 대표주자이기도 한 한비자. 법은 늘 엄중한 게 아니라 적용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태도가 중요하다. 눈에는 눈과 입과 귀가 없으니 당연한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법처럼, 


<한비자>의 핵심 법(法), 술(術), 세(勢)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한비자>를 가볍게 읽든 무겁게 읽든 놓쳐서는 안 될 기준이다. <한비자> 사상의 핵심은 법, 술, 세의 통합이기 때문이다. 한비자는 통치술에 관한 전문서이고 통치는 권력자와 그에 기생하는 신하의 관계 설정이 핵심이니, 이를 유념하면서 세 범주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법은 통치의 기본도구다. 술은 법을 시행하는 방법이다. 법조문을 있는 그대로 적용해서는 신하와 백성을 따르게 할 수 없다. 원칙의 본질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융통성을 발휘해야만 인간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제갈량의 “읍참마속”은 어떻게 평가해야 한단 말인가?, 제갈량이 평소 아끼던 마속이 군령을 어기고 싸움에서 패하자 그의 목을 벴다. 이로써 제갈량이 얻는 것은 추상같은 명령의 권위와 힘인가, 아니면 병사들 사이에 퍼지는 공포일까, 답은 쉽지 않다. 아마도 <한비자>가 어려운 이유는 이런 이중성,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이 가능한데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술(術)은 늘 흔들리기에 재정의가 필요하다. 긴장감을 놓치는 순간, 술은 말 그대로 기술에 그친다. 기술 풀이라는 말이고 정치학적으로는 정치 공학이라 할 수 있다. 순간순간 무원칙하게 적용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법보다도 어려운 게 술이지 않을까 싶다. 


세는 권세(權勢)다. 즉, 권력자의 세력, “힘(power)”이다. 인사권 없는 통치는 무기력하다. 개인으로 보자면 자신이 정한 원칙을 다른 사람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돈, 명예, 자리, 성취 등과 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 지은이가 이해하는 권위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 듯하다. 그는 마음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권위까지 있으면 금상첨화(45쪽)라고, 하지만 권위(authority)는 정당성을 얻은 권력이기에 존경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한비자는 세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 결국 법과 술이 능하더라도 힘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이른바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비자가 법을 강조하고 있다고 본다든가, 술이 핵심이라고 본다든가 하는 따위는 모두 한비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이를 뒤집어보면 그만큼 한비자는 까다로운 책이란 뜻이기도 하다. 


리더의 수준은 누구와 함께하느냐로 결정된다


<주도(主道)> 편에 이르는 데로 ‘군주의 길’ 즉 ‘리더의 길’이다. 총명한 리더는 눈과 귀를 항상 열어두고 인재들의 재능과 제안을 살핀다. 그런 다음 일과 상황에 맞추어 인재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와 권한을 준다. 한의 개조가 된 유방과 항우의 차이는 무엇이었나?


유방의 삼불여(三不如)의 리더십으로 세 사람만도 못하다. 소하, 장량, 한신을 이름이다. 총명하지 않고도 총명한 자의 스승이 되고, 지혜가 없더라도 지혜로운 자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시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대목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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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사태, 그날 밤의 기록
한유라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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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사태 그날 밤의 기록


시일야방송대곡(是日也放聲大哭) 목놓아 큰소리로 우노라...원 세상에 아무리 형편없고 자질 없는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지은이 한유라에게 이날 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장난처럼 들렸다. 아마도 10시 25분 무렵에 TV로 중계된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방송사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 지은이는 당장 국회로 달려갈 수도 없어, 교사는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컴퓨터 앞에 앉아 수업자료를 만들었고,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에 이런 수업자료를 만들었는데 전역모도 이번 사태에 관한 수업자료를 모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남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가 바로 이 책이다. 중립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지은이, 그는 민주주의와 시민혁명을 가르치는 역사 교사로서 12. 3. 12.14. 2차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까지, 혁명의 역사를 다루면서 학생들에게 자유와 평등, 주권재민의 가치를 가르쳐왔지만, 더는 책 속의 활자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현실이라는 점을 느꼈다고 말한다. 작은 돌 하나가 물수제비를 일으키며 일파만파로 수십만 명의 찾아 읽었다는 이 책의 구성은 다섯 장이다. 첫 장은 어젯밤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둘째 장 계엄령이란 무엇인가, 셋째 장 12.3 계엄령의 문제를 법과 사회 경제 그리고 국제 위상 등으로 톺아봤다. 넷째 장에서는 12.3 계엄령의 영향을, 그리고 마지막 장에 관련 용어와 개념을 싣고 있다. 100여 쪽의 팸플릿이지만, 누군가가 분노에 차서 기분 풀이로 마구 써 내려간 게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자료”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시민혁명, 그리고 지금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12·3 사태 타임 라인


사태(事態)는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이나 상황. 또는 벌어진 일의 상태로 “무엇인가가 일어났다”라는 표현으로 성격 규정 등을 하지 않는 사실 그대로를 전하는 객관성에 바탕을 둔다. 시간이 흐른 뒤,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라 하기도 하고, 내란죄라고 하기도 한다. 12.3. 22:25, 12.4. 01:01. 여야 국회의원 비상계엄 해제 요구결의안 발의 및 만장일치로 가결(재석 190명), 같은 날 01:10분경 계엄군 철수 시작, 04:26분 대통령 대국민 담화로 계엄해제 선언, 05:04분 국무총리실,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 의결 발표, “6시간의 공포와 트라우마” 45년 만에 발령된 계엄령, 


12.3 비상계엄령 선포이유


이 책은 자세하게 선포이유를 적고 있다. 첫째는 “탄핵의 남발” 정부 출범 후 22건의 탄핵소추 발의, 22대 국회 출범 이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 판사 겁박, 검사탄핵, 행안부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부 장관 탄핵 시도 등,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둘째는 “국가 예산 처리”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치안 유지를 위한 주요예산 삭감,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치안 공황상태로, 군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인상 등 처우 개선비까지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국회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 마비,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라고, 이런 비상계엄령은 13번째다. 어느 것 하나, 진짜 국가 비상상태인 적은 없었고, 헌정 질서의 유린, 독재 정치의 역사와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계엄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각 당의 대응 모습과 지난 22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반국가 세력이란 용어를 지속해서 언급함,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 협의 불가능”, “반국가 세력 여전히 활개”, “반국가 세력들, 자유민주주의 위협”, “우리 사회 내부에 반국가 세력 곳곳에서 암약”


이 책은 12·3 사태가 일어난 배경을 미디어 보도와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이유, 제 정당의 논조 등을 정리했다. 계엄령의 배경의 한 원인으로 대통령의 취임 초부터 반국가 세력이라는 키워드에 집착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분단 원인과 해결방안에 관해서는 여, 야, 진보든 보스든 제각각의 논리가 있게 마련이다. 무엇이 우선이든, 우선은 휴전상태를 정전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는데 남과 북이 합의해야 하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데는 다른 의견이 없을 듯하다. 정치(政治)란 휘어지고 잘못된 곳을 바로잡고 다스린다는 뜻이다. 


법적인 문제와 경제, 국제적 위상에 관한 문제는 지금껏 언론에 노출된 내용을 잘 정리했다. 이 책 한 권에 12.3 비상계엄에서 12.14. 제2차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를 담았다. 소추안의 상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이후의 절차와 과정 등까지 한눈에 이해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정리했다. 


우선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내용은 여, 야의 주장점 등을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그대로 싣고 있다. 판단은 독자가, 이 책은 수업자료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의 큰 이슈를 어떻게 접근하고 봐야 할 것인지를 안내하는 자료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자연재해든 인적재해든 이렇게 사태로 보고, 하나하나씩 정리해나간다면 가짜뉴스에 휘둘릴 염려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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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회에도 쿠데타가 있었는가?
조원진 외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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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대 사회에도 쿠데타가 있었는가?


있었다는 당연한 답변인데 생소하다. 그런데 쿠데타, 그건 요즘에 쓰는 말이 아닌가, 옛날 역사는 정변인데, 이 두 낱말의 함의는 같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것인가, 또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것인가? 꽤 혼란스럽기도 하고 흥미스러운 주제다. 


우리 귀에 익숙한 정변(政變)은 선왕이 죽거나 선양하는 등의 절차 외에 비정상적(당대에는 정상이었을지도, 현대 사회의 인식으로는 관련 법규정에 따르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인 방법으로 최고 권력 교체를 말하기도 한다. 한편 쿠데타는 프랑스어 어로 “정부에 일격을 가한다”는 뜻으로, 군대와 경찰 등을 동원한 정치적 선동과 무력)으로 정권을 무너뜨리거나 빼앗는 것을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낱말이다. 유사하지만 다른 것으로, 보통 내부적으로 정권이 불안한 상태에서 발생하고, 지배계급 내부의 단순한 권력 이동이 이루어지며, 체제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혁명과는 구별된다. 동양 사회에서는 맹자 등의 유학자들이 천명(天命)으로 “역성(易姓)혁명”이 혁명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고조선 시대(기원전 200년)에서 신라하대까지, 고려 건국 이전까지(980년 이전)로 보면 약 1200년 가까운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정변이 얼마나 일어났고, 그 정변의 배경과 성격은 어떤 것이었는지, 고구려 28명의 왕, 이들의 평균 재위 기간은 25년, 백제 31명의 왕, 신라 상대 28명의 왕, 하대 23명 등 51명, 발해는 15명의 왕이 있었다. 신라하대인 통일신라와 발해를 묶어서 ‘남북국시대’라고도 한다. 이 책은 8명의 연구자가 각각의 시대를 맡아 집필했는데, 고조선 위만의 정변과정과 조선건국(조원진)에서 발해 역사의 변혁(임상선)까지, 고구려사에 보이는 정변과 역사적 의미(김진한), 고구려 차대왕(次大王)의 정변과 초기 왕위계승원칙(이종록), <일본서기>에 보이는 백제의 정변에 관한 고찰(홍성화), 백제 초기의 왕위계승과 정변(박재용), 신라 상대의 왕위계승과 정변(김희만), 신라하대의 쿠데타와 대외교섭(최희준) 등의 논문이 실렸다. 


학술연구서라서 읽는 데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겠지만, 각주 등 참고문헌 등이 함께 올라와 있어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듯하다. 왜 우리 고대사에서 “쿠데타”라는 항목에 초점을 맞춘 이유를 그것이 즉 쿠데타가 역사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명한 것이다. 쿠데타를 정변으로 해석하는 게 맞는 것인지, 위에서 적은 좁은 의미의 쿠데타와 넓은 의미의 쿠데타를 어떻게 구분 짓는지 등의 고민이 각 저자의 논문 행간에 실려있다. 고대 삼국의 왕위계승과 정변, 정변으로 왕권이 교체된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삼국 관계 속에서 정변을 통한 왕위교체가 삼국 사이의 권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즉, 한 나라 안에서의 영향에 더해 대외 관계에 미치는 영향까지를 언급했더라면 좋았을 듯한데 후자의 분석이 없음이 다소 아쉽다. 


특히 고구려, 백제, 신라의 왕위계승 원칙은 같은 세대 즉 형제승계와 세대 간 승계(예컨대 장자계승, 혈연원칙도 있을 것이고 영웅관에 따른 계승도 있을 것이다). 


고구려사에 보이는 정변과 역사적 의미


꽤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동명성왕 이른바 주몽, 해모수, 유화부인, 금와왕 등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부족 국가연합의 성격의 고구려 초기에 어느 부에서 집권하는지, 무력이 강한 쪽인가, 아니면 절충한 것인지, 신라의 왕선출은 어떻게, 백제는 계속해서 벗겨도 벗겨도 색깔이 같은 양파처럼.

형사취수제도와 왕위계승의 상관관계는 있는 것인가?, 세대 승계인가, 형제승계, 어느 쪽이 원칙이었을까 하는 따위의 의문이 계속 일어난다. 


일본서기에 보이는 백제의 왕위계승


일본서기에 보이는 백제의 정변 현황은 4세기 말에서 7세기 초에 한정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6세기 초 동성왕 시해 사건의 배후에 무령왕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7세기 초 의자왕 대에는 초기 전제왕권 확립을 위한 친위쿠데타 성격의 정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후자 의자왕의 경우는 어머니의 대리청정을 벗어나기 위한 정변이었음을 익히 알려졌지만, 6세기 초 무령왕, 그의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의 지역 전설에는 무령왕이 도일하던 때 임신한 부인이 어느 지역에서 출산했다는 전설로 지금도 축전을 여는 곳도 있으나, 아무튼 무령왕의 도일은 망명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백제의 담로(식민지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한지는 별론으로 하고)경영자로 간 것인지, 후일 동성왕이 죽자, 일본에서 건너와 왕위를 계승하는데, 국내에서 무령왕에게 권력을 넘기기 위해서 정변을 일으킨 것인지, 선양한 것인지조차, 아무튼 꽤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는 백제의 담로제도성격과 실질(실제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사력이 있었는지, 경제력은 어느 정도였는지)과 왕자들 사이에서 왕위계승을 위한 암투나 경쟁 등의 갈등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고구려 무사 집단이 일본 동북지역에 나타나고 이들의 성씨가 고려(高麗)라 쓰고 읽기는 고(코)마로 읽는다. 이 집안의 장자 외의 자식은 창씨하여 이노우에(井上)로 쓴다는 설도 있고, 고구려 보장왕의 아들 약광(若光)을 일본 조정에서 고려약광이라고 했다는 설, 이후 방계는 이노우에, 고이즈미, 간다, 나카야마 아라이 등의 다른 성씨로 바꾸었다는 설도 있다. 


책 제목은 "쿠데타"인데, 내용은 정변이라는 돼 있다. 굳이 쿠데타라고 부르는 데는 여전히 익숙지 않다. 또한, 한국 현대사에서 보이는 쿠데타와도 왠지 모르게 겹쳐, 부정적인 이미지로, 아마도 고정된 관념 때문에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고대사의 정변, 쿠데타의 성격은 역성혁명이론에 터 잡은 것도 보이고(주몽, 동명성왕), 이는 부족연합의 수장 자리를 놓고 송양과 경쟁하다 이겼는데, 이를 천명으로 이른바 신의 아들이기에 당연하다는 논리로, 정변을 정당화했다. 한편 또 다른 예는 잔학무도하다는 이유로 왕을 갈아치우는 예, 왕위계승을 두고 태자 혹은 세자와의 경쟁, 조선 시대의 2차에 걸친 왕자의 난처럼. 이 책이 나온 시기(윤석열의 친위쿠데타)가 주는 미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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