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발검무적 지음 / 파람북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한국은 어떤 나라이고, 한국인은 어떤 존재들인지
대한민국(大韓民國) 국호다. 큰 “대”에 나라 “한”을 써 큰 나라 사람의 나라, 한국인의 정체성은 그릇이 큰 사람이란 것인가? 이 책<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의 지은이는 발검무적이란 필명으로 소설, 번역서, 인문교양서 등 학제와 장르를 넘나들며 집필활동을 해왔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공부하였고, 외국에서 오랫동안 한국학 강의를 해 오면서, 한 발짝 떨어져 관찰자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톺아보면서 “한국은 어떤 나라이고, 한국인은 어떤 존재들인지”를 그 이유를 밝힌다. 마치 이어령 선생이 일본문화 핵심을 날카롭게 지적한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같은 맥락이라는 느낌이다.
책 구성은 3장이며, 42개의 키워드로 본 한국 문화론이다. 가장 대표적인 8282는 왜?, 왜로 시작하는 것들, 1장 ‘다채롭고 역동적인 것들’에서는 14개의 주제로 우리 사회와 한국인의 성격을 분석해본다. 물론 개인적 성향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형성의 토대를 탐색하는 것이다. 시위문화를 비롯한 식당의 호출벨, 다른 나라에 비해 치안이 좋은 이유, 냉장고, 아파트, 한겨울에도 찬물을 찾는 이유(요즘 유행하는 ‘얼죽아’), 많은 교회, 산후조리원, 높은 자살률, 빨리빨리는 왜, 너무나 잘 알려진 소재들이다. 이에 관해서는 100인 100색의 이유가 존재한다. 2장 ‘열광하고 집착하는 것들’에서도 14개 주제를 왜와 함께 탐색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를 비롯하여 치킨, 먹방, 술잔 돌리기, 폭탄주, 음주 후 해장국, 성형수술, 교육열, 영어 많은 기념일, 커피, 외국인, 하얀 피부에 집착하는 한국인, 3장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에서는 방과 신발, 설날떡국, 내가 아닌 우리, 음력고수, 약속남발, 매사에 질문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표정,나이부터 확인, 호칭에 민감반응, 연고를 따지는 이유 등 14개의 정신문화를 다루는데, 이런 것들은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보이지 않는, 밖에서는 분명하게 보이는 것들이다.
왜 한국인들의 시위는 그렇게 독특할까?
화두다. 이번 윤석열 탄핵과 파면 요구 시위에서도 신화가 탄생했다.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는 진화한 것인지 기후위기를 의식한 것인지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응원봉”등장, 세계적인 이목을 끌려는 의도는 없지만, 한국의 시위문화는 늘 외국 미디어의 관심사다. 지은이는 한 마디로 “한민족의 DNA에 각인된, 항거 역사의 연장”이 시위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외세의 침략에 대한 항거는 무의식 속에 각인된 학습된 행동일 것이다. 시위 현장에서 입을 모아 부르는 노래는 동지의식의 공유방식이다. 2024년 한겨울에서 2025년 엄동설한까지 찬바람을 물리친 시위대의 지정곡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자발적 범국민의 움직임이었다. 미묘하게 달라진 시위문화는 여전히 살아서 움직이는 민주주의 정신의 구성요소다. 강물은 배를 띄울 수도 엎을 수도 있듯이,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처럼 파괴하는데 중심이 있는 게 아니라 이성적, 합리적 그리고 배려, 주장은 주장대로 집회장 정리는 정리대로 나름의 질서를 갖추고 진행되는 게 “한국 시위문화”다.
왜 한국은 치안이 좋은 걸까?
이에 관해서는 다양한 각도의 분석이 나와 있다. CCTV의 감시 눈이 사방팔방으로 거미줄처럼 부정적 의미로는 조지 오웰의 근미래 소설 <1984>의 빅 브러더처럼, 한때 영국 사회가 CCTV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불만이 높았었는데, 이후 중국 온 사회를 그물망처럼, 그리고 한국 사회가... 카페에서 노트북 컴퓨터나 휴대전화, 지갑 등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그대로 있더라는 이야기, 우리에게는 당연하지만, 한국을 방문한 이방인의 눈에는 신기한 현상이다. 그 나라에는 CCTV 감시망이 그리 촘촘하지 않기 때문일까...
지은이는 한국의 치안이 좋은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하는데, 첫째는 범죄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라는 것이다. 동양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자신들이 감내할 것들, 주위의 시각과 편견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사회적 압박이 만만치 않다.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와 혐오대상이 되기에...이런 실리적인 이유가 심리바탕에 깔려있다고 봤다. 둘째로 범죄자는 반드시 잡힌다는 사실이다. 지문감식분야는 세계 최고수준이며, DNA분석 또한 그러하기에 검거율 90%은 보통이라는 인식이 자리한다.
왜 한국 식당에는 호출벨이 있을까?
한국에만 있는 현상?, 글쎄다. 일본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는데... 지은이가 분석한 호출벨이유가 흥미롭다. 첫째는 8282문화다. 뭐든 한꺼번에 내오고 빨리내와야 한다. 분초를 다툰다.즉 촌각을 다투는 일때문일수도 있지만, 늘 뭔가에 쫓기는 듯한 심리 때문이다.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이유는 빨리 마시고, 달려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를 씁쓸한 사회 현상이다. 두 번째를 보면 주문을 받는 식당측의 효율과 관련있다. 음식가져다 주기의 효율적인 동선 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로 번거로운 호칭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껄끄러움을 없앤다는 것이다.어느 가게에서나 정겹게 부를 수 있는 ~이모라 부를 수 있는 분위가가 없어졌다는 것 때문이다. 요즘 여기요, 사장님, 등으로 명확한 호칭을 못찾을 때, 호출벨이 편하기에, 일본은 말 그대로 ~미안하다는 의미의 “쓰미마센”으로 끝나는데도 호출벨이 있으니...
왜 한국인은 식당 가위를 사용할까?, 왜 식당 아줌마를 ‘이모’라 부를까? 왜 한국의 가정에는 냉장고가 많을까? 식당에서 가위가 등장한 것은 모두들 그런가보다라고 여기겠지만, 나처럼 여전히 위화감을 가진 사람도 있다. 지은이는 접대받는 쪽이 최상의 편의를 제공받는다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접대를 하는 쪽에서 먹기 좋게 바로바로 고기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는데, 이 역시 글쎄다. 냉면, 국수는 장수와 관련있다. 국수처럼 길게 끊어지지 않고 명이 이어지라는 것인데, 가위를 넣어 짜르는 모습을 보면, 섬뜩하다. 국수는 끊지 않고 쭉 빨아들여야하거늘... 이 역시 8282문화와 서비스와 장유유서의 문화가 만들어낸 것일까?, 특히 3장에 담긴 정신문화를 별도로 설명이 필요할 정도다.
이 책에 실린 42개의 한국문화 키워드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지은이의 학식과 다양한 경험이 녹아들어 있어 꽤 흥미롭고 신박하다, 논쟁 촉발과 담론을 일으키기는 계기로도 작용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