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실수는 무리수 - 수학 중독자들이 빠지는 무한한 세계
이상엽 지음, 이솔 그림 / 해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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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들에게 희망을, 수학에 자신 있다는 사람에게 뒤통수를


지은이는 수학 강사다. 대중 수학을 지향하면서, 수학 뭐 별거 아니냐, 자,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라며, 지긋지긋한 통과의례 수학을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노력이 바로 이 책이다. 적어도 내 읽기 수준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들이여, 희망을 품어라” 이 책의 일러스트 역시, 특이한 이력의 약사인 이솔 작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은이와 같다. 수포자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펼쳐보자. 


이 책은 수학 중독자들이 빠지는 무한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 역시 이 책의 내용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자, 그럼 이 책<대부분의 실수는 무리수>란 의미,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체적으로 실수는 무리하게 뭔가를 하다가 생긴다. 즉 무리수를 두다가 일어난 막을 수 있는 실수였던 것이라고... 암시하지 않는가?


이 책은 4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수학 농담(이 아닌 진담), 2부는 질풍노도 같은, 3부 걷잡을 수 없는, 4부, 고난도의 각 수학 농담이 실려있다. 단계적으로 아는 문제, 모르는 문제를 구별해나가다 보면, 자신이 약한 수학적 개념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게 구성돼있다. 참 기발한 생각이라는 느낌이 든다.


수학자들은 수능 보면 100점 맞겠지요. 한국인이니까 그리고 TOPIC(한국어능력시험) 만점 맞겠죠.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이런 게 농담이다. 허를 찌르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당연하지 않은 것,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담는다. 일러스트(삽화)속에 문제가 나오고, 그 답과 해설은 뒷면에 실려있다. 하나의 예를 보자. 이런 문제예가 자그만치 140개다. 수학이 건들고 가는 개념과 문제풀이가 그림 속 지문 안에 다 들어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들이 눈에 어른 거린다. 


허각이네 치킨


얼마 전, 청소년노동 인권단체 모임에 갔는데, 사회자가 내놓은 문제가 바로 이 문제였다니...허각이 차린 치킨집, 손님이 와서 7만 원어치 치킨을 먹고 10만 원짜리 수표를 내놓았다. 현금이 없던 주인장은 옆집에 가서 10만 원을 현금으로 바꿔와서 손님에게 거스름돈 3만 원 내주었다. 다음 날 옆집에서 부도수표라고 알려와 10만 원을 보냈다. 그럼 허각이네는 얼마를 손해 봤을까? 답을 찾는데 희한한 셈식이 나오기도 했다. 13만 원을 손해 봤다는 사람, 10만 원이라고 악을 쓰는 사람, 3만 원이라고 하는 사람도….


이 책 뒤쪽에 실린 해설은 간단하다. 허각이네는 7만 원어치 치킨을 그냥 주었고 거기에 현금 3만 원을 주었으니 10만 원을 가져간 셈, 옆집 사장님도 10만 원짜리 수표를 다시 내주고 10만 원을 받았으니 손해 없고, 그럼, 허각이네만, 10만 원을 날렸네, 부도수표의 액면가만큼... 이런데 왜 이렇게 답이 다르게 나올 걸까?,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라 정확한 핵심이 부도수표 10만 원이다. 문제를 비틀면 이렇게 된다. 


허각이네 치킨, 주인장은 오지라퍼다. 가게 앞에 행색도 초라하고 돈도 없이 보이는 사람이 치킨을 보면서 하염없이 서 있다. 주인장은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그에게 치킨 7만 원어치와 현금 3만 원을 주었다. 이렇게 문제를 내면, 주인장은 10만 원을 썼다는 게 확실하다. 


허각이네 치킨처럼, 여러 번 생각하게 해서, 헷갈리게 만들어 답을 찾도록 하는 방법으로 1부에서 4부까지, 읽고 고민하고 답하고, 뒤로 넘겨 해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이솔 작가 말처럼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로 개념과 정의다. 명확하게 점, 선, 면 등의 정의를 알고 있으면, 여기에 실린 농담은 그야말로 혼란스럽지 않다. 혼란스럽다는 말은 개념을 정립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확인이다. 수포자에게는 내가 얼마나 수학에 개념이 없는지를 바로 알게 해주고, 수학을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은 이유는 바로 개념 정립의 두서없음을. 운 좋으면 정확히 아는 문제가 많이 나올 때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그야말로 운이 안 좋은 것이라는 증명이다. 


이 책은 여러 번 읽다 보면, 수학적 사고라는 게 어떤 것인지, 손이 잡힐듯하다. 허각이네 치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면 곧바로 답이 나오는 것처럼. 꽤 흥미로운 책이다. 사고훈련에는 안성맞춤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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