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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말하지 않는 전쟁들 - 우크라이나 전쟁의 뒷면, 흑백논리로 재단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에 관하여
김민관 지음 / 갈라파고스 / 2023년 11월
평점 :
전쟁이 말하지 않는 전쟁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황 취재에 나섰던 김민관 JTBC 기자, 그는 3년 동안 국방부 출입 기자로 일하기도, 2017년부터 외교 안보 분야를 취재해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뒷면은 흑백논리로 재단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적었다. 취재기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편파적이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기자의 기본은 객관성을 유지한 채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지만, 전쟁을 취재하면서, 삶의 무너져버린 현장에서 들리는 울부짖음,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뒹구는 시민들의 주검을 보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여전히 진영의 아귀다툼과 냉전, 우크라이나를 유럽세로 끌어들이려는 끊임없는 공작,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세력권 내에 머물게 하려는 러시아, 이 전쟁의 원인제공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미국”의 패권주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김진명의 <푸틴을 완벽하게 죽이는 방법>(이타북스, 2023)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100년 동안의 가족사, 빅토리아 벨림의<루스터하우스>(문학수첩, 2023) 등이 나왔다. 김진명은 푸틴에게 전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아무튼, 루스터하우스는 소비에트연방(소련) 출신과 우크라이나인과 가족으로 묶인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루스터하우스는 구소련시대 고문을 했던 장소였다. 거기에 얽힌 가족사이기도 하다. 전쟁은 어떤 명분도 없음을.
김민관 기자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참혹했다. 폴란드에 주둔 중인 미군 부대 지휘관에게 미국은 어떻게 대응하려는가 듣고 싶었지만, 들을 수 없었다. 국경 검문소 끝자락에서 세워진 난민캠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구원이 있다. 와신상담해도 부족할 터인데, 폴란드 사람들은 우선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거리에 두 나라의 국기도 걸려있다. 방도 내준다. 이게 진짜 공동체다.
측은지심이 없는 전쟁, 인간의 파괴 본능인가, 전쟁은 모두를 죽인다. 적도 아군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진(秦)의 목공(穆公)과 진(晉)의 혜공(惠公), 군주가 아무리 미워도 천재지변의 백성 구호가 우선, 이것이 인도(人道)다. 혜공의 목공의 도움으로 진의 군주가 됐지만, 목공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적으로, 때마침 진(晉)에 가뭄이 들자, 목공은 천재지변에 무고한 백성들이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어, 이들에게 곡식을 보내주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 민간인이든 아이든 병원이든 닥치는 대로 죽이고 파괴하는 소토작전, 이 역시 시오니즘과 자유라는 가치의 충돌, 이스라엘은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 듯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첨단기술과 무기 성능을 서슴지 않는다. 사람들이 죽건 말건, 이런 악마가 하나님, 하느님이 선택한 민족이라니, 종족 민족주의라는 게 이렇게 무섭게. 앤터니 로엔스킨의 <팔레스타인 실험실>(소소의 책, 2023)에 실려있다.
기자의 눈에 비친 우크라이나는 양국의 지도자들과 그들이 속한 진영에서는 결판을 내야 할 전쟁이겠지만, 그 포탄이 날아드는 전쟁터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이야기, 백 명이 전쟁을 겪었다면 그들에게 전쟁은 백 개다. 단순히 하나의 전쟁이 아니라 전쟁을 경험한 모든 사람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군인이건 러시아군인이든 모두가 피해자다. 그래서 "전쟁이 말하지 않는 전쟁들"이다.
전쟁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멈춰야 한다. 탄소배출 제로를 외치면서, 전쟁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예외라니, 기후위기의 주범은 전쟁이기도 하다. 평화를 외치는 이들이 왜 전쟁을 반대할까, 전쟁이 남긴 피해는 세대에 걸쳐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헌법은 “평화헌법”이라 부른다. 군대를 두지 않으며, 전쟁을 영속적으로 포기한다는 제9조의 존재 때문이다. 핵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 해마다 히로시마에 모여 평화를 다짐한다. 이것이 전쟁이 말하지 않았던 전쟁들이다. 일본 국민은 지금도 전쟁 중이다. 무장을 하려는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 소리 없는 전쟁이다.
이 책을 통해 인류사를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로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 눈에 들어오는 평화, 그 의미와 중요성이 명확해진다. 더욱이 남북의 대치상황,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휴전(정전)협정, 여전히 전쟁 중이란 의미다. 총을 쏘고 대포를 날리고 전투기가 폭격하는 건 전쟁의 한 장면일 뿐, 대치상황과 긴장, 통제로 빚어지는 인권탄압과 전쟁이란 도구로 국민들을 통제하는 것 또한 전쟁이다.
백 명이 전쟁을 경험했다면 이는 백 개의 전쟁이다. 제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쟁이란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가, 이 책은 “전쟁의 이면, 그림자, 후유증”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전쟁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하지 않다. 정당할 수 없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