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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2 - 영어 단어를 통해 정치·사회·문화·역사·상식을 배운다 ㅣ 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3월
평점 :
영어 단어를 통해 인문학을 배우다
지은이 강준만 선생의 <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시리즈는 꽤 흥미롭다. 이 책은 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2다. 앞으로 계속 나올모양이다. 적어도 격월이면 2개월 1권, 1년에 6권이... 아무튼 먼저 constitution 이란 단어가 전공이나 직업에 따라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보자, 법학에서는 “헌법”이며 건축에서는 “구조”로, 그리고 일반에서는 “체질”로도 해석한다. 왜 이렇게 복수의 의미가 될까?, 이어서 Character의 어원의 유래와 쓰임을, Pesonality와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쓰이는 맥락이 다른가? 모호한 것들을 시원하게 문장 속에서 각 단어의 쓰임을 통해 확인하자. 우리 사회에서는 캐릭터와 퍼스널의 구별이 모호해서 그냥 섞어쓰지만, 굳이 구별하자면 헷갈린다. 돌아가신 안정효 작가는 캐릭터를 인품으로 퍼스널을 성격으로하고 이 둘을 합친 것을 인성으로 보자고 했다.
영어를 영어로써 이해하기보다는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도 있다. 언어는 사회의 반영이다. 우리말의 70%는 한자어에서 유래하기에 우선 우리가 지금 쓰는 한자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기에 외국문물, 법, 정치, 사회, 문화 등과 관련된 개념을 한자(일본어 역시 한자이기에)로 표시했다. 法國,=佛蘭西(음역:불란서), 英國=이기리, 獨國=독국, 伊太利=이태리, 이런 식으로 국가는 사실 이때 생긴 신조어였다. 나라국(國)과 집(家)가 이를 합쳐서 nation에 대응했다.
이런 유의 낱말이 이제는 일본, 중국, 타이완, 한국에서도 “국가”는 일반명사로, 이른바 사회언어로서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말이다. 이러다 보니 개념이 낯설었던 섹슈얼 해러스먼트(sexual harassment)를 원문 그대로 쓰는 경향이 생겨났다. 적어도 사회언어로서 자격을 얻을 때까지, 지금은 성희롱, 성적 괴롭힘 등으로 쓰이지만, 적확하게 섹슈얼 해러스먼트의 개념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아무튼, 비슷한 범주에서는 이해되나, 그대로 담을 수 있는 대체어를 찾기 곤란한 탓도 있다.
한편으로는 원문을 그대로 쓰는 것이 개념을 명확하게 할 때도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말 글 속에 뒤섞인 외국어, 외래어, 뭐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때, 일본 국회에서 정부 관계자가 나와 국정 질의에 관한 답변을 할 때, 말은 일본어인 듯한데, 절반 이상이 영어 단어의 나열이었다. 글로벌, 월드, 콘셉트, 따위가 마구 뒤섞여 나온다. TV를 통해 생방송을 보는 국민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뭐, 일부러 못 알아먹게 할 의도였을까 하는 의심조차 들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른 것이 없게 됐지만, 셀프서비스, 셀프코너 등은 콘셉트 따위 역시 정확, 적확한 개념과 대응하는 단어를 찾기 곤란할 때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영어가 성공인 시대 성공이 인격마저 결정하는 세태. 지은이는 아는 것이 무기란 말을 하는 듯하다. 아마도 이 말은 “영어가 필요 없는 나라”라는 한 신문의 칼럼에 나오게 된 배경을 살핀 듯한데,
이런 환경 가운데, 이 책은 영어권에서 쓰이는 개념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듯하다. 발상이 꽤 참신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참신하다. 지은이는 영어 공부를 인문, 사회과학적 지식이나 교양과 접목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영어 공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욱 당당하고 설득력 있게 논하고 전파할 수 있다고 보기에 그러하다.
이 책은 7장 체제이며, 1장에서는 나이, 죽음, 부, 일, 행복, 2장에서는 고객, 광고, 악, 거짓말, 정직에 관련된 문장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3장에서는 공동체, 군중, 문화, 자유, 지식인을, 4장에서는 용기, 목적, 경쟁, 적, 전쟁과 관련된 단어를, 5장은 뉴스와 저널리즘, 언론, TV, 미디어를, 6장에서는 정치, 권력, 민주주의, 대통령, 리더, 7장에서는 진보, 종교, 정치적 올바름, 각성, 취소에 관련된 문장을 싣고 거기에 지은이 생각을 적었다. 한 대목을 살펴보자.
자기비판은 민주주의의 비밀무기(democracy)
민주주의의 ‘인민에 의한 지배’(rule by the people)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민중과 통치의 합성어다. 이 말은 엘리트의 지배의 반대 개념으로 영어에선 16세기부터 사용됐다. 그간 참여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이상으로 예찬 되기도 했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 현실처럼, 참여가 과잉이거나 계층, 세대, 성향별의 참여 불균형이 나타날 때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민주주의 역설(paradox of democracy)에 부닥치게 된다.
영국의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1795~1881)의 말을 인용한다.
“Man is sent hither not to question, but to work: The end of men, ‘it was long ago written’ is an Action, not a Thought (인간은 세상에 질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보내진 것이다. 즉, 인간의 목표는 오래전에 말해진 것처럼 ‘사고가 아니라 행동이다’.”(198쪽)
칼라일은 바로 이런 이유로 느려터진 의회를 참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혐오했다. 그는 인간이 강력하고 단호한 방식으로 통치받을 수 있다면 그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19세기의 인식이다.
영어 문장을 읽고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 하는 답을 보여준다. 즉, 맥락에서 해석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원문을 접하고 읽어보면,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은 박홍규 선생이 번역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앞부분에 무려 80여 쪽이 넘는 번역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적은 글에서도 볼 수 있다. 제2의 창작이라는 번역은 관련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 원문을 우리 말로 옮겨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원문과 번역문 그리고 각 단어에 담긴 함의까지를 유추해 볼 수 있어 이른바 입체적 학습이 가능하다. 영어를 익히고, 각 단어가 문장 속에서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원서를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훈련이 필요할 듯하다. 꼭. 이 책에서 새롭게 얻은 단어의 느낌을 기억해두고자 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