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왕릉실록 - 왕릉 스토리를 통해 읽는 역사의 숨소리
이규원 지음 / 글로세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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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왕릉 실록


이 책은 왕릉 탐방을 통해 당대의 역사를 추적해보는 히스토리텔링이다. 통일신라는 여전히 혼란 속에. 문무왕을 어어 내란을 수습하고 내치에 전념했던 31대 신문왕, 32대 효소왕, 새로인 중국 발해만에 등장한 고구려의 후예 해동성국 발해, 신라는 33대로 이어지고, 54대 경명왕 대에 이르러 후삼국의 선발주자 후고구려 궁예, 고려 왕건, 견훤군의 침입 소식을 듣고 자결한 55대 경애왕(景哀王)을 거쳐 견훤과 56대 경순왕(敬順王) 순리에 따랐던 왕, 


지은이는 26대에 걸친 통일신라 왕릉을 따라 역사와 문화를 잇는 장정에 나섰다. 이 시대의 행정 체계와 관제를 들여다보면서, 왕권의 부침을 들여다본다. 누구도 찾는 이 없는 곳에 잠든 왕들의 묘, 왕릉은 지은이에게 어떤 말을 전했을까?, 인생무상이었을까, 권력 없이 그저 꼭두각시처럼 휘둘림만 당하다 스러져간 왕은 그에게 무슨 말을 전했을까?, 책 속에 실린 작은 묘비 속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과 애잔함이 전해져온다. 


이 책 <통일신라 왕릉 실록>은 삼국 왕릉과 조선왕릉 사이에 끼인 통일신라 왕릉, 지은이는 주역과 명리, 사찰 풍수를 당대의 기라성들에게 배웠다. 종교를 다룬 언론사의 풍수 대기자라 소개됐다. 풍수는 죽은 이를 위한 게 아니라 살아있는 위한 것이다. 조상의 묘를 명당에 잡아야 후손의 운이 틘다, 즉 발복한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가 이러 저러한 이유로 명당에 들어앉아, 후일 왕이 됐다는 이야기도.


역사 교과서에 실린 통일신라를 연 김춘추 그는 성스러운 피를 물려받은 “성골”이 아닌 절반만 성스러운 피가 흐르는 진골 출신, 거기에 패망 가야국의 왕가의 후예 김유신의 활약으로 통일이 된 삼국, 역사란 가정(假定)이 통하지 않는다지만, 만약 삼국이 서로의 균형 속에서 존재했더라면 어떠했을까?,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물론 언젠가는 통일이 되었겠지만, 아니, 어느 한 나라에 정복됐을지도 모른다. 그게 고구려, 백제였다면….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정권교체는 피를 부른다. 누군가는 숙청을 당하고, 누군가는 벼락출세하기도 한, 고인 물이 썩듯이 왕권교체는 권력의 재생, 정화, 자가발전의 엄혹한 질서였을까? 


신라 임금 신분의 시대적 구분은 세 갈래다. 성골, 진골, 귀족 시대(37대 선덕왕(宣德王)에서 56대 경순왕까지), 누가 어떤 경로로 왕이 됐고, 또 어떤 과정을 통해 후대로 이어졌는가를, 하나의 긴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성골이 진골에게 밀려나 귀족이 되고, 와신상담을 꿈꾸며, 진골 또한 귀족들에게 밀려나면서, 통일 후 126년 만에.


지은이가 풍수가라는 이력은 은근히 왕릉이 거기에 선 까닭의 전후를 살피면서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하기에 십상이지만, 그런 대목은 별로 없다. 그저, 어느 왕이 어떻게. 지금 왕릉은 어디에 있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만을 짧게 소개할 뿐이다. 왕릉 이야기라기보다는 통일신라 왕들의 왕위계승과정과 치세 동안의 주요 사건과 죽음을 알려줄 뿐이다. 간략하고 알기 쉬운 서술이라는 책 표지의 소개말처럼 진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적어도 왕릉에 관련된 풍수 비화 등은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통일신라 26대 걸친 연대기로 당대의 왕들을 다루고 있으니, 전체 개괄로써는 꽤 의미가 있다. 


신라 헌강왕 때 처용설화가 등장하고, 당나라에서 토항소격문으로 문명을 날렸던 최치원이 신라로 돌아온 것도 이때였다. 처용설화와 헌강왕 치세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까지 논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사와 문화를 잇는 것이었다면 말이다... 


적어도 통일신라 시대 모든 왕이 무대의 주인공으로서 주목을 받았던 인기인들은 아니었다. 치열한 권좌 다툼 속에 암중모색하는 반왕파들…. 오히려 통일신라의 흥망성쇠를 이해하는 데는 그 나름대로 도움이 된다. 아무튼, 이 책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읽느냐, 즉 관점에 따른 독해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26대 왕과 관련된 일을 적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영웅관이 없이 말이다. 곳곳에 설명된 제도 등은 이 책을 쓰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왔음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가볍게 일독하기를 권한다. 단편적으로 알려진 통일신라 역사를 실록이라는 접근 방법으로 전개하기에 당대의 시대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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