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4
장 노엘 파비아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조한나 감수 / 한빛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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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란 이질적인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지닌 학문이다. 첫째는 '과학적'이라는 탈을 쓴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의학은 응용과학에 속한다.) 의학은 인과론과 환원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인과론은 원인 없이 결과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고, 환원주의란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어 인식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우리 인체를 장기-조직-세포-분자 순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 책 또한 의학과 관련된 여러 주제에 대해 두 관점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을 추측하고 환원적으로 파고들어 실험과 관찰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낸다. 그 혜택을 우리 인류는 고스란히(불평등하긴 하지만)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의학의 두 번째 특징은 경험주의적 학문이라는 것이다. 경험주의라 함은 일견 과학적, 객관적 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철학에서 인식론에 따르면 경험주의가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이성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요는 인식의 기초로 감각적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경험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누적되고 체계화되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중심의 의학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처럼 비과학적이라 불리는 지식이 언제든 과학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주 먼 미래에는 모든 의학적 지식이 과학이라는 체에 걸러질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인간을 대상으로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완벽하게 대조 가능한 실험이나 연구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인간은 초정밀 기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험적 의료시술이나 지식을 인과론과 환원주의로 분석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 이 책에도 과학적 방법론이 본격적으로 대두하기 전 의학의 역사는 이러한 비 근거 중심의 '경험주의적' 의학이었다고 서술한다. 


얼마 전에 음식과 건강에 관한 꽤 괜찮은 블로그를 하나 발견했다. 그 블로그에는 시중에 널리 알려진 여러 식이요법을 분석하고 정리해 놓은 좋은 글이 많았다. 허접한 데이터나 경험담으로만 쓰인 책이나 인터넷, 방송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는 좋았다. 엉터리 전문가에게 "그런 간접적인 상관관계 논문이나 경험담을 근거로 제시하지 말고 무작위통제실험 등의 도저히 반박할 수 없고 꼼짝할 수 없고 누구라도 수긍하고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해서 본인의 주장을 펴시라"는 것이다. 응? 뭔가 좀 더 나간 것 같다. 이런 데이터가 있을까? 가능하기는 할까? 잘 모르겠다. 기계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도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할진대 하물며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 저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있을까?


과학의 발전 역사도 늘 완벽한 실험과 통제가 이루어낸 성과는 아니다. 때론 이론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실험 데이터를 관찰자의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기도 했고, 이론이 간결해서 혹은 수식이 아름답다는(?) 전혀 비합리적인 태도로 새로운 발견을 받아들이기도 했다.(과학사의 이런 흥미로운 내용에 대한 자세한 글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_-;;;) 어쨌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꼼꼼히 근거를 분석하고 캐묻는 태도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논리적, 합리적, 이성적이라는 거대한 괴물에 매몰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그 끈들은 완벽하지 않다. 근거 없는 의심은 배척해야 하지만 합리적이라는 끈에 과하게 매몰되면 그것 또한 망상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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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1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원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연구가 점점 가속화 되어가고 있어요. 제가 학생때 세미나에서 precision medcine 에 관련한 통계학적 방법론에 대해서 연구하신 분이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워낙 이곳 미국에서는 오바마때 이후로 그 분야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에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이 혈안이 되어서 그 쪽으로 몰려 있는 추세에요. 발표자가 intro에서 자신의 연구를 비유적으로 설명한다고, 한 예를 들었어요. 로켓이 맞힐 곳을 정확히 설정해서 쏘게 되면 그 곳에 정확히 떨어지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어느 한 항암제가 암세포로 가는 경우를 정확하게 계산하면 정확하게 딱 죽이는 것(일명, precision medicine의 목표)을 실현할 수 있다. 발표가 다 끝나고 어느 한 교수가 아주 단호하게 큰 소리로 외쳤죠. ˝Humans are not machine!!˝

noomy 2021-01-19 16: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재미있네요.^^ 표적치료를 말씀하신 거 같은데 뭐 의학 기술이 더 발전하면 그런것도 가능하겠죠. 그런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인간의 메커니즘을 다 밝히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의식이란 주제만 봐도 그렇고요.
 
조동익 - 2집 푸른 베개 [일반반]
조동익 노래 / 뮤직앤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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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

해야만 할 일을 잠시 놓는다.

얼룩 붙은 창문 너머 나풀대는 초(超) 현실의 백운(白雲) 부스러기들

그리고 조동익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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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10강 - 종교에 대해 많이 묻는 질문들
길희성 지음 / 동연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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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교종교학자 길희성 선생님이 종교에 관한 가장 궁금한 주제를 10개의 강의로 추려낸 책이다. 종교의 정의부터 시작해 신의 존재, 종교 비판, 종교 다원주의, 사후세계 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가득하다. 유튜브 ‘심도학사’라는 채널에서 저자가 직접 강의한 내용을 볼 수도 있다. 참고로 비교종교학(comparative religion)이란 말 그대로 세계의 여러 종교들의 특징과 공통점, 차이점 등을 연구하는 종교학의 한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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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14 0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려주신 길희성교수님 유투브 잠깐 들어봤어요. 나중에 시간 내어서 쭈욱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감사해요.

noomy 2021-01-14 09:5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시간날때 조금씩 들어보려구요^^
 
빅 슬립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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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플롯, 범인 찾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문장이 들어온다.


추가)
얼마전에 이 소설이 원작인 영화를 봤는데 나쁘지 않다.
제목이 좀 그렇긴 하지만..^^;;
<명탐정 필립> -1978년작, 로버트 미첨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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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10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연 이름이 ˝미침˝ 인줄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시력이 미침 ㅠ)

noomy 2021-01-10 10:1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남들 다 하는 거 보니 부러워서 나도 한 해 책 결산을 해볼까 한다.^^;

한 해 동안 130권 정도 읽었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다고 할 수 있는데, 책은 '대충 읽자'가 모토라서 권수에 집착하진 않는다. (과연?!) ㅋㅋ 통계를 내는 건 크게 의미 없고 인상 깊었던 책 위주로 짤막하게 얘기해 보겠다.(사진은 사치다.)

 

먼저 2020년의 시작은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였다. 멜랑콜리하면서도 뭔가 있어 보이는(?) '나폴리 4부작'이라는 수식어에 현혹되어 읽기 시작했는데, 홍보 문구에 반은 속았고 반은 안 속았다.(두툼한 책이 4권이라니 ㅠㅠ)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고 '릴라'라는 캐릭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어 언제나 진리인 만화, 윤지회의 <사기병>, 수신지의 <며느라기>, 보선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 심흥아의 <나는 토토입니다>, 이종철의 <까대기> 등을 재미있게 읽었다. 한번쯤 곱씹을 만한 주제에 그림까지 더해진 좋은 책이었다. 안타까운 건 얼마 전에 윤지회님이 오랜 암투병 끝에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좋아하는 그림 많이 그리셨으면 한다. R.I.P


그외 1년 동안 읽은 만화나 그래픽 노블중 괜찮았던 책을 짚어보자. 이 이상의 과학 만화를 상상하기 힘든 조진호의 <익스프레스 시리즈(그래비티, 게놈, 아톰)>,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이 이상의 국가 만화(^^;)를 상상하기 힘들게 한 김재훈의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시리즈(덴마크, 부탄, 독일, 캐나다)>, 아직까지 원작 안 읽고 버티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게 만든 <기억 전달자>, <시녀 이야기>, <사피엔스>(요건 다 읽었지만), 헉헉 조금만 쉬고... 아참! <사브리나>, <페르세폴리스>도 좋았다.

 

즐겨 읽는 철학책도 그냥저냥 읽었는데(주로 입문서^^),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은 <빅픽쳐>,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등이다. 또한 유튜브에서 <5분 뚝딱 철학>으로 쉽고 재미있게 철학을 소개하는 김필영의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를 무척 재미있게 읽고는 시간에 대한 여러 철학책을 뒤적거렸다. 그리하여 큰마음 먹고 소광희의 <시간의 철학적 성찰>을 샀는데 모토대로 대충 읽다가 반의 반도 못 읽고 덮어버렸다. 너무 어랴워~ -_-;; 내년에 다시 도전!

 

철학에 관심이 생긴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윤리학에 이르렀다. 필연적으로 동물윤리에도 흥미가 생겨 피터싱어의 <동물해방>, 제임스 레이첼즈의 <동물에서 유래된 인간>을 재미있게 읽었고, 채식과 자연식물식에까지 다다랐다. 이에 하비 다이아몬드, 존 맥두걸, 더글라스 그라함의 여러 저서를 읽었다.

 

소설은 원래 많이 읽지는 않으나 올해는 최대한 가까이하려 애썼다. 국내는 김애란, 김초엽, 손원평, 백수린 등의 책을 읽었고, 국외는 나쓰메 소세키, 카뮈, 대프니 듀 모리에, 무라카미 하루키, 움베르트 에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존 윌리엄스 등의 책을 읽었는데, 특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장미의 이름>, <올리브 키터리지>등이 기억에 남는다.

 

에세이는 홍승은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황민연의 <몸에도 미니멀리즘>, 이주영의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등이 괜찮았다.

 

종교 관련으로는 원제 스님과 설지 스님의 책이 좋았고, 마지막으로 과학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익스프레스 시리즈가 다 했다.^^;

 

쓰고 보니 쓸데없이 길어진듯 하다. 내년에도 재미있는 책 더 많이 읽고 글도 더 많이 썼으면 하는데 늘 시간이 문제다. 시간만 많으면...아니다. <글쓰기 공작소>에서 이만교는 이렇게 일갈했다. "당신은 소설가인 나를 무척 부러워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거 아니냐고. 자기도 글을 쓰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글쎄다. 겉으로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면서 무의식중에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건 고정된 삶을 누리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나 같은 사람이 부럽다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일지 모른다." 정말 뼈 때리는 말이다.ㅠㅠ 하고 싶은 일은 그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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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2-31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oomy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내년에도 많이 뵙겠습니다~~

noomy 2020-12-31 23:27   좋아요 1 | URL
초딩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늘 아낌없는 좋아요 감사드립니다.^^

파이버 2020-12-31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oomy님~ 130권이라니 엄청 다양한 책들을 만나셨네요! 익스프레스 시리즈 극찬하시니 궁금합니다ㅎㅎ
올해가 벌써 한 시간도 남지 않았네요 내년에는 하고 싶은 일 모두 바라시는대로 이루어지시길 기원합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noomy 2020-12-31 23:2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파이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익스프레스 시리즈는 강추입니다~ 기회되면 한 번 읽어보세요~^^

han22598 2021-01-01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깔끔한 책 결산이네요^^ noomy은 저랑 독서분야가 많이 겹치지 않네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궁금하네요 2021년에는 어떤 책들을 읽으시고 쓰게 되실지...

noomy 2021-01-01 10:23   좋아요 2 | URL
han22598님 책 결산도 궁금해요~ 올려주세요 ㅋㅋ 저도 그게 좋아요. 서로 관심있고 좋아하는 책을 엿볼 수 있다는거. 그게 같으면 같은데로 다르면 다른데로 재미있거든요. 배우는 것도 많고요~

han22598 2021-01-02 09:4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내건 공개하지 않고 혼자서만 누렸네요. 결산이라고 할만한 분량도 안되는 독서량인데 ㅋ 조만간 올려보겠습니다. ㅎㅎ

scott 2021-01-0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미님 2021년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찬 나날이 되세요 북플에서 아이폰으로 연하장이 안그려져서 2021년에 태어난🐮흰송아지 한마리만 놓고 가여 ㅋㅋ

noomy 2021-01-01 13: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