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하는 거 보니 부러워서 나도 한 해 책 결산을 해볼까 한다.^^;
한 해 동안 130권 정도 읽었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다고 할 수 있는데, 책은 '대충 읽자'가 모토라서 권수에 집착하진 않는다. (과연?!) ㅋㅋ 통계를 내는 건 크게 의미 없고 인상 깊었던 책 위주로 짤막하게 얘기해 보겠다.(사진은 사치다.)
먼저 2020년의 시작은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였다. 멜랑콜리하면서도 뭔가 있어 보이는(?) '나폴리 4부작'이라는 수식어에 현혹되어 읽기 시작했는데, 홍보 문구에 반은 속았고 반은 안 속았다.(두툼한 책이 4권이라니 ㅠㅠ)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고 '릴라'라는 캐릭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어 언제나 진리인 만화, 윤지회의 <사기병>, 수신지의 <며느라기>, 보선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 심흥아의 <나는 토토입니다>, 이종철의 <까대기> 등을 재미있게 읽었다. 한번쯤 곱씹을 만한 주제에 그림까지 더해진 좋은 책이었다. 안타까운 건 얼마 전에 윤지회님이 오랜 암투병 끝에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좋아하는 그림 많이 그리셨으면 한다. R.I.P
그외 1년 동안 읽은 만화나 그래픽 노블중 괜찮았던 책을 짚어보자. 이 이상의 과학 만화를 상상하기 힘든 조진호의 <익스프레스 시리즈(그래비티, 게놈, 아톰)>,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이 이상의 국가 만화(^^;)를 상상하기 힘들게 한 김재훈의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시리즈(덴마크, 부탄, 독일, 캐나다)>, 아직까지 원작 안 읽고 버티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게 만든 <기억 전달자>, <시녀 이야기>, <사피엔스>(요건 다 읽었지만), 헉헉 조금만 쉬고... 아참! <사브리나>, <페르세폴리스>도 좋았다.
즐겨 읽는 철학책도 그냥저냥 읽었는데(주로 입문서^^),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은 <빅픽쳐>,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등이다. 또한 유튜브에서 <5분 뚝딱 철학>으로 쉽고 재미있게 철학을 소개하는 김필영의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를 무척 재미있게 읽고는 시간에 대한 여러 철학책을 뒤적거렸다. 그리하여 큰마음 먹고 소광희의 <시간의 철학적 성찰>을 샀는데 모토대로 대충 읽다가 반의 반도 못 읽고 덮어버렸다. 너무 어랴워~ -_-;; 내년에 다시 도전!
철학에 관심이 생긴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윤리학에 이르렀다. 필연적으로 동물윤리에도 흥미가 생겨 피터싱어의 <동물해방>, 제임스 레이첼즈의 <동물에서 유래된 인간>을 재미있게 읽었고, 채식과 자연식물식에까지 다다랐다. 이에 하비 다이아몬드, 존 맥두걸, 더글라스 그라함의 여러 저서를 읽었다.
소설은 원래 많이 읽지는 않으나 올해는 최대한 가까이하려 애썼다. 국내는 김애란, 김초엽, 손원평, 백수린 등의 책을 읽었고, 국외는 나쓰메 소세키, 카뮈, 대프니 듀 모리에, 무라카미 하루키, 움베르트 에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존 윌리엄스 등의 책을 읽었는데, 특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장미의 이름>, <올리브 키터리지>등이 기억에 남는다.
에세이는 홍승은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황민연의 <몸에도 미니멀리즘>, 이주영의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등이 괜찮았다.
종교 관련으로는 원제 스님과 설지 스님의 책이 좋았고, 마지막으로 과학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익스프레스 시리즈가 다 했다.^^;
쓰고 보니 쓸데없이 길어진듯 하다. 내년에도 재미있는 책 더 많이 읽고 글도 더 많이 썼으면 하는데 늘 시간이 문제다. 시간만 많으면...아니다. <글쓰기 공작소>에서 이만교는 이렇게 일갈했다. "당신은 소설가인 나를 무척 부러워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거 아니냐고. 자기도 글을 쓰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글쎄다. 겉으로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면서 무의식중에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건 고정된 삶을 누리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나 같은 사람이 부럽다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일지 모른다." 정말 뼈 때리는 말이다.ㅠㅠ 하고 싶은 일은 그냥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