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2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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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와 다혜.

이 둘은 정령 이렇게 끝나게 되는 것일까...?

"가슴 아픈 청춘의 방황과 참혹한 젊은 날의 슬픔"을

노래한 러브로망의 고전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그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옛날을 말하던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어디로 갔는가

겨울나그네 2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일 년 휴학 뒤끝의 3학년이었고 이제는 졸업반이 된 다혜.

그를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가을 구치소 철문 앞이었습니다.

구치소에서 풀려나오던 그를 문 바로 앞에서 만나 그날 밤 현태 씨와 둘이서 그를 데리고 아버님 산소에 함께 간 뒤...

종적을 감춘 민우...

또다시 다혜는 그를 찾아 나섭니다.

나는 도망자다. 수배된 범죄자다.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이미 폭행전과 1범의 전과자다. 이번에 나는 사람을 칼로 찔렀으며 밀수 행위의 주동자로 수배될 것이다. - page 36

도망자 신세가 된 민우.

그럼에도 발걸음을 다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다혜의 모습에...

"...... 오랜만이에요."

민우가 웃었다.

"...... 그렇지요. 아주 오랜만이지요?"

"...... 웬일이세요?"

그제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혜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웬일로 서 계세요?"

"다혜 씨를 만나러 왔어요."

민우가 머리를 긁으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보구 싶어서 왔어요. 안녕하세요." - page 53

예전과 다름없는 얼굴,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평소의 그가 가진 이미지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 왜 그가 변한 것처럼 느껴질까.

정말 마치 잠깐 머물다 다시 떠날 사람처럼 행동하는 그의 모습과 뜻밖의 내뱉는 고백에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들을 수밖에 없는 다혜.

그것은 슬픈 일이었다. 사랑하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었다.



한편 현태는 민우를 찾으러 민우의 이모가 있는 곳까지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민우의 아이를 밴 여자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이는 내가 아이를 가진 것을 몰라요. 그이가 이곳을 떠날 때에 난 벌써 아이를 가졌는데 우린 둘 다 그 사실을 몰랐어요."

...

"다음 주가 산달이에요. 다음 주면 배 속에서 아이가 나와요. 무서워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아기를 나 혼자 낳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이리로 온겁니다."

맥없이 웃으면서 현태가 말을 받았다.

"어디선가 붙들려 혹시 감옥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아기를 낳으면......"

현태가 주머니를 뒤져 명함을 꺼냈다.

"...... 제게 연락을 주십시오." - page 120 ~ 121

현태는 이 상황이 가엾었습니다.

민우가 그토록 사랑하는 다혜, 민우를 그토록 사랑하는 다혜.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떻게 하고...

어디에 두고...

민우의 아이는 태어나야 할 것이냐...

불행이다. 이것은 불행이다.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다.

또 한 번 오랜 감옥 생활을 마치고 출감한 민우.

다신 돌아가지 않겠다 결심했지만 갈 곳이 기지촌밖에 없었고 거기서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은영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에게만 잔혹한 현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다혜는 점점 현태에게 의지하며 민우를 잊어가고, 몇 년 후 불현듯 찾아온 은영에게서 민우의 죽음을 듣게 됩니다.

그의 무덤 앞에 선 두 사람...



지고지순한 민우와 다혜의 사랑.

가슴 저미도록 아팠습니다.

그래서 더 이 노랫말이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보았네.

가지에 희망의 말 새겨놓고서.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

오늘밤도 거니네 보리수 곁으로.

캄캄한 어둠 속에 눈 감아보았네.

가지는 흔들려서 말하는 것같이.

그대여, 이곳에 와서 안식을 찾아라.

민우의 모습이 아련이 그려지는데...

풋풋했기에 더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초상.

이제는 한 편의 수채화로 남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소중한 감정 하나 받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

다른 이들도 읽으며 각자 소중한 무언가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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