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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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동화입니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에서 등장하는 난쟁이들의 모습.

설마 저렇게 작은 사람이 있을까? 라며 어린 시절엔 의아해하곤 하였지만 실제 존재함을 알았을 땐 적잖은 충격을 받곤 하였습니다.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이 책의 난쟁이 '주주'.

그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난쟁이라고 합니다.

실존했던 폴란드의 난쟁이, 주주.

그가 바라본 세상 속은 과연 그의 키만큼일지 궁금하였습니다.


폴란드의 귀족 가문에 태어난 그에겐 어릴 적부터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그의 아버지, 안톤 보루브와스키 백작은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자살을 하였고 그로인한 생활고에 쫓긴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다른 귀족 집에 맡겨 버리게 됩니다.

원래 그의 이름은 유제프 보루브와스키.

하지만 그가 입양되면서 그를 맡아 준 귀부인이 그에게 '주주'라는 이름을 지어지고 그는 귀족들의 광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부인, 저를 돌보아 주시겠다는 이 큰 은혜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인께서 결정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평생 충실하게 부인을 사랑할 것이며 모든 노력을 다해 부인을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늘 부인 곁에 있겠습니다.」 - page 18

자신의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복슬강아지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어린 아이, 유제프.

첫 장부터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는 키는 작지만 머리 둘레, 가슴과 엉덩이, 두 팔과 다리, 손과 발 등, 모든 신체 부위가 이 키에 맞는 정확한 비율로 갖고 있었습니다.

「인간 미니어처로군요. 완벽한 축소판이야.」 - page 21

'주주'란 이름은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주joujou>는 <장난감>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어린아이들의 말이다. 보통은 <주에youet>라고 한다. - page 34


그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멋진 외모와 세련된 태도를 지니고 있었으며 언변이 뛰어났고 지성과 재능이 출중하였기에 가는 곳마다 화제를 일으키곤 하였습니다.

하지마나 그런 스타의 모습 뒤엔 차별과 설움의 이면을 간직해야만 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존재이기에, 그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를 그저 <장난감>과 같이 대할 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이야기를 하며 귀족들 자기들만의 사리사욕과 이기심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주'는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만들며 끊임없이 한 인간으로써의 권리를 주장하며 살아나갑니다.

그런 그도 결국 죽음 앞에선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고요했기에 그의 마지막이 더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는 결코 난쟁이가 아니었습니다.

또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난쟁이의 삶의 모습이 아닌 우리의 인생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이면들.

과연 누가 '장난감'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 주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제프는 죽음의 여신보다 가난의 여신이 더 두려웠다. 파리 오텔디외의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죽음의 여신이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었다. 유제프는 여신이 입을 맞출 때 그 어느 때보다 홀로 외롭게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절대 고독이 그를 애잔하게 했고, 어두운 우물 속으로 뛰어내려 그 검은 물 너머로 건너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당혹스럽고 한없이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두렵지는 않았다. 그 검은 물 너머의 길을 따라가는 이 새로운 여행을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일까?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마차나 수레, 노새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일까...... 하늘로 날아갈 날개는 하느님이 주시는 건가, 아니면 악마가 돋아나게 하는 것인가? 나는 천사가 되는 것인가, 전설 속의 용이 되는 것인가? 이 몸도, 이 작은 몸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인가? 나는 영원히 난쟁이인가, 영원히? - page 464 ~ 465

그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외친 이야기.

그가 던진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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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안녕하신가영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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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면서 쉽사리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나면 다들 자는 밤엔 왠지 나만의 시간이기에 그냥 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차 한 잔과 책 한 권.

책 한 권을 다 읽을만큼 오랜 시간을 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족이 아닌 다른 이에게서 듣는 위로의 말은 또다른 치유가 되곤 합니다.

이 책의 문구가 너무 좋았습니다.

"새로운 기억이 자리 잡기 전에

옛날의 좋았던 기억들을 남겨놓아야지."

지금의 제 처지를 대변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지금도 중요하지만 옛날의 기억도 간직하고픈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소홀했던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안부를 전하는 뮤지션 '안녕하신가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녀의 이야기엔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는 소소한 행복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뮤지션이기 때문일까.

저라면 놓쳤을 부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순간의 감정을 잘 캐치하여 글을 써 내려간 그녀의 재능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욕심이 없을 것 같은 그녀도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바라는 것이 크게 세 가지나 된다고 하였습니다.

<세 가지 소원>에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소원은 '평범'의 위대함을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좋은'뮤지션이 되는 일보다 '그냥' 뮤지션이 되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꾸준히 무언가를 조용히 해나가는 것이 아마도 가장 어렵고 위대한 일일 것이다. - page 23

흔히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루함과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곤 하는데 그녀는 그런 평범함이 더 어렵고 위대하다고 하니 지금의 제 일상이 누군가의 시선엔 위대해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상을 그저 투정만 부렸던 제 모습.

괜스레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방인>에선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타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기 일쑤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누군가를 보았을 때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의 선입견이 되고, 그런 선입견을 지닌 채 그 사람을 지나치지만 뒤돌아서서 그 사람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은 편견이 된다. - page 88

'선입견'과 '편견'.

나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잠이 들기 전, 어둑어둑한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작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한 편으론 일기같고, 한 편으론 노래인 듯 느껴졌었습니다.

그녀의 일상은 우리와 다를 바 없었지만 시선과 감성은 마치 유리처럼 세밀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그저 지나칠 수 있었던 일상이 그녀로 하여금 빛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이 책을 읽어보려 합니다.

왠지 이번엔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으로, 서로 쉽게 이루지 못하는 밤에 위로를 하듯이 그렇게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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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
박혜란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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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부터 눈길이 갔습니다.

『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 

그리고 이어진 문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은 망한 날!"

어릴 적에는 그저 까르륵~거리며 웃기도 잘 하였는데 이제는 개그프로그램을 보아도 크게 웃지를 않고 오히려 세상사의 근심걱정은 혼자 떠맡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나마 아이에게서 조금씩 웃는 법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매일 일어나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까르륵~거리며 노는 아이.

그 아이가 주는 행복으로 하루하루가 살 맛 난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다 '일상 찬미'를 하고파 70세 호기심 대마왕이 펼치는 일상 속을 들여다보기로 하였습니다.


<프롤로그>의 제목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디어 노인이 되었다

아무리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노인이 되었다고 마냥 기쁠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일흔 살은 단순히 70이란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었다. 70은 노인인증서였다. 나는 드디어 노인이 된 것이다! 이러니 새해 아침, 기분이 그토록 껄쩍지근할 수밖에.

가슴 밑바닥에서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아리송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한층 가까워진 죽음 앞에서 앞으로 과연 어떻게 하루하루 나이 들어갈 것인가. - page 8

그렇게 시작된 70세 재미주의자이자 호기심 대마왕이 펼치는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의 일상도 유쾌상쾌통쾌함만 가득하진 않았습니다.

그 속엔 아픔도 있었고 우리가 간직해야 할 것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모든 것을 툭툭 던지는 식의 말투로, 당연한 일이기에 괜스레 근심걱정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나면 한결 편해진다는 듯이 이야기하였기에 오히려 그녀가 이야기하는 일상을 우리는 순간순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인생이란 것>엔 시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병이 찾아오기 마련.

저도 20대와 30대 중반까지는 결혼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들의 초대가 가득하였는데 점점 가슴 아픈 일들이 다가오기에 이 글이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이란 게 워낙 이 따위로 굴러가는 건가. 그렇게 시누는 혼자 남겨졌고, 아들의 보살핌을 받다가 스스로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아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면서 단호하게 선택한 길이었다.

지금 시누는 요양원에서도 나와 요양 병원에 누워 있다. 얼마 전 찾아간 병상의 시누는 숨 쉬는 것도, 먹는 것도 자력으로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 잘생기고 환한 얼굴은 그대로였다. 이렇게 멋지고 착한 사람이 왜 여기 누워 있어야 하나,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인생무상. - page 67 ~ 68

인생무상.

가슴이 먹먹한 이야기지만 받아들여야하기에 또 다시 마음을 추스려 보았습니다.


<뱃살 콤플렉스>는 그녀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이 평생 짊어져야할 과제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요즘 난 날마다 조금씩 더 나오고 있는 배 때문에 고민이다. 이 나이에 웬 외모 콤플렉스? '여성들이여, 규격화된 사이즈에 당신 몸을 맞추려고 애쓰지 말라. 당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고 주장하던 페미니스트 맞아?'라고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변명하자 들면 이건 외모 콤플렉스가 아니라 건강 콤플렉스다. 나처럼 팔다리가 가늘고 배만 볼록 튀어나온 이른바 거미 체형이 건강에 가장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도 자꾸 들려주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 page 165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나이와 상관없이 여자이기에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그녀의 마지막 반응은 제가 다이어트를 결심할 때마다 하는 것과 똑같았습니다.

역시......ㅋㅋ

내일부터는 좀 덜 먹을까? 맥주도 끊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치맥으로? - page 170


그녀의 전작 『나이 듦에 대하여』가 있다고 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로는 전작에선 이런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남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을 나 혼자만 깨달았다는 듯이 난 나이가 내 몸을 어떻게 짓주물렀는지에 대해서 낱낱이 까발렸다. 까발릴 뿐만 아니라 한껏 잘난 체하며 충고의 말씀까지 늘어놓았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들어가는 존재이다. 몸이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비우고 멋지게 늙어 가자 어쩌고저쩌고. 앞으로는 제대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으로 젊은이들의 귀감이 될 듯이 떠들어 댔다. - page 5

이 책을 읽고나니 전작이 궁금하였습니다.

이 책에서 나이 듦에 대해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완벽하게 준비를 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순간순간을 여유롭고 즐기라고 하였다면 그 전작을 통해 완벽히 나이 듦에 대해 깨닫고 싶어졌습니다.

그녀의 에필로그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육십사 년을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더운 여름은 난생 처음인 것 같아요."

지인의 말에 나도 거들었다.

"육십사 년은 그래도 낫지, 난 칠십 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더위 난생처음이에요."

육십사 년이면 어떻고 칠십 년이면 어때. 별걸 갖고 다 경쟁을 하는 것 같아 우린 그 무더운 거리 위헤서 소녀들처럼 깔깔 웃었더랬다. - page 275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한 마디.

내가 사는 오늘 하루하루가 난생처음 맞는 날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무언가 새로운 이벤트가 없으면 사는 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십 년 이상을 그렇게 살았다. 이제 일흔이 넘어서야 일상의 새로움을 다시 느끼고 있다니 참 어리석기도 하다.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 page 279

책을 읽고 나니 저 역시도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를 해 보고자 합니다.

하루하루 난생처음 살아보는 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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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 중 - 젊은 언니의 유쾌발랄 프랑스 정복기
김원희 지음, 명난희 그림 / 봄빛서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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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소설에 한창 빠져있었습니다.

그 속엔 주인공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나이와 달리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대담하고 기상천외한 일을 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생활의 지혜가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풍성하게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곤 하였습니다.


이번엔 소설이 아닌 여행기에 눈이 돌아갔습니다.

『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 중』

갑자기 tvN에서 했던 <꽃보다 청춘>이 떠올랐습니다.

할아버지들이 해외여행을?

프로그램을 보기 전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여행모습은 나이와는 관계가 없음을, 오히려 더 청춘같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도 왠지 그러할 듯 하였습니다.

젊은 언니인 그녀의 유쾌발랄한 프랑스 정복기.

"프랑스에는 젊은 내가 살고 있었다네!"


그녀의 배낭여행이 이루어진 것은 손주를 보게 된 육십에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며 키운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 더 이상 부모의 손길과 잔소리를 그리워하지 않는 나이.

얇은 월급봉투에 목을 매고 안달하며 한 푼이라도 쪼개어 내 집 장만하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일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

인생 육십에 그녀는 나만의 시간으로 나만의 걸음을 향해 프랑스를 향해 떠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술의 도시, 유행의 도시, 패션의 도시, 명품의 도시로 멋진 나라 프랑스.

이 곳에서 그녀가 놀란 것은 개선문이 아닌, 파리의 상징 에펠탑도 아닌, 수 많은 다리와 유람선이 떠 있는 센 강도 아닌, 세계 회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루브르 박물관도 아닌, 기차역을 개조했다는 오르세 미술관도 아닌, 사람, 사람, 사람이었습니다.

이민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녀의 두 눈을 놀라게 할 정도일 줄이야......

그리고 이어진 할매, 아니 젊은 언니들의 여행기는 연륜이 묻어나서인지 고생보다는 여유가 느껴졌었고 보다 '정'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애써 남의 기준에 맞추지 않았기에,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솟아날 구멍이 있기에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배낭여행다운 면모가 들어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은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다시 찾은 그 곳은 우리에게 '테러'의 잔혹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도 지나갈 테다. 우리를 경악하게 하고 아프게 했던 사건도 시간이 좀 더 지난 후 역사의 현장으로, 사건으로 기록되리라. 오로지 이유 없이 희생당한 그들의 피붙이만이 평생 이 절절한 아픔을 안고 무덤까지 갈 것이다. 먼저 간 사람들의 안타까움보다 그들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가여워 목이 멘다.


우리가 한국인이란 것을 알아본 현지인이 말없이 이미 누군가가 놓고 간 태극기를 활짝 펴서 보여준다. 말 없는 그 행위에 테러를 저지른 이들을 향한 분노와, 이유 없이 죽어야 했던 가엾은 영혼을 위한 기도, 평화를 향한 기원이 서로 공유된 듯 우리는 눈을 마주치며 감사의 인사를 나눴다. - page 210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인생의 재미와 낭만을 가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녀가 떠난 프랑스의 곳곳엔 다른 여행책자와는 달리 풍경이 있었고 사람냄새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읽으면서 그녀와 같이 여행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그녀의 도전과 용기.

저에게 잠재되어 있는 '용기'를 살펴보게끔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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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호빵맨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이 전하는 정의와 용기의 말들
야나세 다카시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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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한 호빵얼굴을 가진 우리의 친구, 호빵맨.

어릴 적 호빵맨 뿐만 아니라 식빵맨, 세균맨을 보면서 지금의 아이가 <코코몽>을 보는 것처럼 흠뻑 빠져있곤 하였습니다.

점점 성인이 되어가면서 잊혀져가던 요즘.

다시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네, 호빵맨입니다』

어릴 적 추억을 안고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호빵맨의 아버지, 야나세 다카시.

그는 69세에 꿈을 이룬 만화가라고 합니다.

어떻게 할아버지가 만화를?

저 역시도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저만의 편견이었습니다.

그가 들려준 우리의 친구 '호빵맨'.

희망과 용기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책의 앞장을 펼치면 우리의 영웅인 '호빵맨'이 원래 이 모습이 아니었다고 밝힙니다.

얼굴은 호빵이 아니었고,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비슷한 구석이 있기는 하나

뚱뚱한 데다 멋있지도 않았지요.

땀을 뻘뻘 흘리며 불안한 폼으로 비틀비틀 하늘을 나는 '아저씨'.


그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굶주린 아이들에게 호빵을 나눠줍니다.


그런 호빵맨에게 시련이 찾아옵니다.

'세계 만화 주인공 회의'에서 날아오는 호빵맨을 향해 모두가 외치는 목소리.

"가짜는 떨어져버려라!"

그리곤 콰광 하는 소리와 함께 호빵맨의 가슴 언저리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뒤의 호빵맨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지금도 열심히 하늘을 날며 전 세계의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호빵을 나누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호빵맨의 일화가 나오면서 작가 '야나세 다카시'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머리말>에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

그것은 요컨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놀이'임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몹시 편안해졌다. - page 16

그래서일까.

그의 인생 이야기엔 희망을 잃었다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자그마한 기쁨과 희망을 품고 살아왔기에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서서히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훗날 우리에게는 '호빵맨의 아버지' '세상에서 가장 정의롭고 용기있는 영웅의 아버지'로 인정되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상깊은 구절들이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 가지 일에 마음을 담아 몰두한다면 분명 어느 순간 눈앞의 자리가 빈다. 내 순서가 찾아온다. - page 49


이토록 절망에 떨고 있는데 몸속에는 붉은 피가 맥맥이 흐른다. 마음은 지쳤더라도 피는 힘차고 뜨거웠던 것이다. 내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듯, 격려를 받는 느낌이었다. - page 53


지금 모두가 하고 있는 일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기쁨을 준다. "이 일은 나와 맞지 않아." "진짜 못 해먹겠어."하며 고개만 젓고 있다면 평생 그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 page 69


하지만 오래된 시대의 사람으로서 적어도 나만큼은 어린이에게 꿈과 용기, 사랑을 말하는 작품을 그리고자 계속해서 펜을 잡고 있다. 한 사람의 힘은 보잘것없을지라도 같은 마음을 품은 사람이 백 명, 천 명 모인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 page 101


정의에 이기고 지는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 그저 사랑과 용기로 손을 내미는 것뿐이다. - page 125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는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하였고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단순히 그는 만화를 그린 사람이 아니라 요즘처럼 사는 게 지친 이들이 있는 우리 사회에 한 줄기 희망을 선사한 진정한 영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이야기가 끝날 때는 그를 보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내 곁에서 이야기해주고 위로를 해 주기를 바랬습니다.

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제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괴로웠던 때도 많았다. 하지만 고난을 뛰어넘은 곳에 인생의 묘미가 기다리고 있는 법.

꽃길만 걷는 인생은 없기도 하거니와, 설령 있다 해도 그래서는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 따위 들지 않으리라.

(중략)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은 '우돈코'란 삶의 방식.

운을 놓치지 않고 우직하게 살며 끈기있게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려왔다.

멋지게 성공한 자는 '운돈콘'이겠지만, 나는 운도 끈기도 다른 사람의 절반 정도. 그러니까 '우'와 '코'로 '우돈코'다. 우돈코(밀가루와 발음이 같다)로는 빵도 우동도 만들 수 있어, 우리의 굶주림도 달래주니 얼마나 좋은가. - page 197

괜스레 호빵맨이 그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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