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 중 - 젊은 언니의 유쾌발랄 프랑스 정복기
김원희 지음, 명난희 그림 / 봄빛서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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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소설에 한창 빠져있었습니다.

그 속엔 주인공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나이와 달리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대담하고 기상천외한 일을 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생활의 지혜가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풍성하게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곤 하였습니다.


이번엔 소설이 아닌 여행기에 눈이 돌아갔습니다.

『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 중』

갑자기 tvN에서 했던 <꽃보다 청춘>이 떠올랐습니다.

할아버지들이 해외여행을?

프로그램을 보기 전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여행모습은 나이와는 관계가 없음을, 오히려 더 청춘같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도 왠지 그러할 듯 하였습니다.

젊은 언니인 그녀의 유쾌발랄한 프랑스 정복기.

"프랑스에는 젊은 내가 살고 있었다네!"


그녀의 배낭여행이 이루어진 것은 손주를 보게 된 육십에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며 키운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 더 이상 부모의 손길과 잔소리를 그리워하지 않는 나이.

얇은 월급봉투에 목을 매고 안달하며 한 푼이라도 쪼개어 내 집 장만하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일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

인생 육십에 그녀는 나만의 시간으로 나만의 걸음을 향해 프랑스를 향해 떠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술의 도시, 유행의 도시, 패션의 도시, 명품의 도시로 멋진 나라 프랑스.

이 곳에서 그녀가 놀란 것은 개선문이 아닌, 파리의 상징 에펠탑도 아닌, 수 많은 다리와 유람선이 떠 있는 센 강도 아닌, 세계 회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루브르 박물관도 아닌, 기차역을 개조했다는 오르세 미술관도 아닌, 사람, 사람, 사람이었습니다.

이민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녀의 두 눈을 놀라게 할 정도일 줄이야......

그리고 이어진 할매, 아니 젊은 언니들의 여행기는 연륜이 묻어나서인지 고생보다는 여유가 느껴졌었고 보다 '정'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애써 남의 기준에 맞추지 않았기에,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솟아날 구멍이 있기에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배낭여행다운 면모가 들어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은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다시 찾은 그 곳은 우리에게 '테러'의 잔혹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도 지나갈 테다. 우리를 경악하게 하고 아프게 했던 사건도 시간이 좀 더 지난 후 역사의 현장으로, 사건으로 기록되리라. 오로지 이유 없이 희생당한 그들의 피붙이만이 평생 이 절절한 아픔을 안고 무덤까지 갈 것이다. 먼저 간 사람들의 안타까움보다 그들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가여워 목이 멘다.


우리가 한국인이란 것을 알아본 현지인이 말없이 이미 누군가가 놓고 간 태극기를 활짝 펴서 보여준다. 말 없는 그 행위에 테러를 저지른 이들을 향한 분노와, 이유 없이 죽어야 했던 가엾은 영혼을 위한 기도, 평화를 향한 기원이 서로 공유된 듯 우리는 눈을 마주치며 감사의 인사를 나눴다. - page 210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인생의 재미와 낭만을 가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녀가 떠난 프랑스의 곳곳엔 다른 여행책자와는 달리 풍경이 있었고 사람냄새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읽으면서 그녀와 같이 여행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그녀의 도전과 용기.

저에게 잠재되어 있는 '용기'를 살펴보게끔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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