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난쟁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동화입니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에서 등장하는 난쟁이들의 모습.

설마 저렇게 작은 사람이 있을까? 라며 어린 시절엔 의아해하곤 하였지만 실제 존재함을 알았을 땐 적잖은 충격을 받곤 하였습니다.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이 책의 난쟁이 '주주'.

그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난쟁이라고 합니다.

실존했던 폴란드의 난쟁이, 주주.

그가 바라본 세상 속은 과연 그의 키만큼일지 궁금하였습니다.


폴란드의 귀족 가문에 태어난 그에겐 어릴 적부터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그의 아버지, 안톤 보루브와스키 백작은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자살을 하였고 그로인한 생활고에 쫓긴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다른 귀족 집에 맡겨 버리게 됩니다.

원래 그의 이름은 유제프 보루브와스키.

하지만 그가 입양되면서 그를 맡아 준 귀부인이 그에게 '주주'라는 이름을 지어지고 그는 귀족들의 광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부인, 저를 돌보아 주시겠다는 이 큰 은혜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인께서 결정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평생 충실하게 부인을 사랑할 것이며 모든 노력을 다해 부인을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늘 부인 곁에 있겠습니다.」 - page 18

자신의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복슬강아지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어린 아이, 유제프.

첫 장부터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는 키는 작지만 머리 둘레, 가슴과 엉덩이, 두 팔과 다리, 손과 발 등, 모든 신체 부위가 이 키에 맞는 정확한 비율로 갖고 있었습니다.

「인간 미니어처로군요. 완벽한 축소판이야.」 - page 21

'주주'란 이름은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주joujou>는 <장난감>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어린아이들의 말이다. 보통은 <주에youet>라고 한다. - page 34


그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멋진 외모와 세련된 태도를 지니고 있었으며 언변이 뛰어났고 지성과 재능이 출중하였기에 가는 곳마다 화제를 일으키곤 하였습니다.

하지마나 그런 스타의 모습 뒤엔 차별과 설움의 이면을 간직해야만 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존재이기에, 그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를 그저 <장난감>과 같이 대할 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이야기를 하며 귀족들 자기들만의 사리사욕과 이기심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주'는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만들며 끊임없이 한 인간으로써의 권리를 주장하며 살아나갑니다.

그런 그도 결국 죽음 앞에선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고요했기에 그의 마지막이 더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는 결코 난쟁이가 아니었습니다.

또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난쟁이의 삶의 모습이 아닌 우리의 인생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이면들.

과연 누가 '장난감'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 주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제프는 죽음의 여신보다 가난의 여신이 더 두려웠다. 파리 오텔디외의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죽음의 여신이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었다. 유제프는 여신이 입을 맞출 때 그 어느 때보다 홀로 외롭게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절대 고독이 그를 애잔하게 했고, 어두운 우물 속으로 뛰어내려 그 검은 물 너머로 건너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당혹스럽고 한없이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두렵지는 않았다. 그 검은 물 너머의 길을 따라가는 이 새로운 여행을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일까?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마차나 수레, 노새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일까...... 하늘로 날아갈 날개는 하느님이 주시는 건가, 아니면 악마가 돋아나게 하는 것인가? 나는 천사가 되는 것인가, 전설 속의 용이 되는 것인가? 이 몸도, 이 작은 몸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인가? 나는 영원히 난쟁이인가, 영원히? - page 464 ~ 465

그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외친 이야기.

그가 던진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