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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안녕하신가영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3월
평점 :
육아를 하면서 쉽사리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나면 다들 자는 밤엔 왠지 나만의 시간이기에 그냥 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차 한 잔과 책 한 권.
책 한 권을 다 읽을만큼 오랜 시간을 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족이 아닌 다른 이에게서 듣는 위로의 말은 또다른 치유가 되곤 합니다.
이 책의 문구가 너무 좋았습니다.
"새로운 기억이 자리 잡기 전에
옛날의 좋았던 기억들을 남겨놓아야지."
지금의 제 처지를 대변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지금도 중요하지만 옛날의 기억도 간직하고픈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소홀했던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안부를 전하는 뮤지션 '안녕하신가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녀의 이야기엔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는 소소한 행복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뮤지션이기 때문일까.
저라면 놓쳤을 부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순간의 감정을 잘 캐치하여 글을 써 내려간 그녀의 재능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욕심이 없을 것 같은 그녀도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바라는 것이 크게 세 가지나 된다고 하였습니다.
<세 가지 소원>에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소원은 '평범'의 위대함을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좋은'뮤지션이 되는 일보다 '그냥' 뮤지션이 되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꾸준히 무언가를 조용히 해나가는 것이 아마도 가장 어렵고 위대한 일일 것이다. - page 23
흔히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루함과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곤 하는데 그녀는 그런 평범함이 더 어렵고 위대하다고 하니 지금의 제 일상이 누군가의 시선엔 위대해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상을 그저 투정만 부렸던 제 모습.
괜스레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방인>에선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타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기 일쑤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누군가를 보았을 때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의 선입견이 되고, 그런 선입견을 지닌 채 그 사람을 지나치지만 뒤돌아서서 그 사람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은 편견이 된다. - page 88
'선입견'과 '편견'.
나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잠이 들기 전, 어둑어둑한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작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한 편으론 일기같고, 한 편으론 노래인 듯 느껴졌었습니다.
그녀의 일상은 우리와 다를 바 없었지만 시선과 감성은 마치 유리처럼 세밀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그저 지나칠 수 있었던 일상이 그녀로 하여금 빛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이 책을 읽어보려 합니다.
왠지 이번엔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으로, 서로 쉽게 이루지 못하는 밤에 위로를 하듯이 그렇게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