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
박혜란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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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부터 눈길이 갔습니다.

『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 

그리고 이어진 문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은 망한 날!"

어릴 적에는 그저 까르륵~거리며 웃기도 잘 하였는데 이제는 개그프로그램을 보아도 크게 웃지를 않고 오히려 세상사의 근심걱정은 혼자 떠맡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나마 아이에게서 조금씩 웃는 법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매일 일어나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까르륵~거리며 노는 아이.

그 아이가 주는 행복으로 하루하루가 살 맛 난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다 '일상 찬미'를 하고파 70세 호기심 대마왕이 펼치는 일상 속을 들여다보기로 하였습니다.


<프롤로그>의 제목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디어 노인이 되었다

아무리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노인이 되었다고 마냥 기쁠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일흔 살은 단순히 70이란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었다. 70은 노인인증서였다. 나는 드디어 노인이 된 것이다! 이러니 새해 아침, 기분이 그토록 껄쩍지근할 수밖에.

가슴 밑바닥에서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아리송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한층 가까워진 죽음 앞에서 앞으로 과연 어떻게 하루하루 나이 들어갈 것인가. - page 8

그렇게 시작된 70세 재미주의자이자 호기심 대마왕이 펼치는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의 일상도 유쾌상쾌통쾌함만 가득하진 않았습니다.

그 속엔 아픔도 있었고 우리가 간직해야 할 것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모든 것을 툭툭 던지는 식의 말투로, 당연한 일이기에 괜스레 근심걱정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나면 한결 편해진다는 듯이 이야기하였기에 오히려 그녀가 이야기하는 일상을 우리는 순간순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인생이란 것>엔 시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병이 찾아오기 마련.

저도 20대와 30대 중반까지는 결혼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들의 초대가 가득하였는데 점점 가슴 아픈 일들이 다가오기에 이 글이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이란 게 워낙 이 따위로 굴러가는 건가. 그렇게 시누는 혼자 남겨졌고, 아들의 보살핌을 받다가 스스로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아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면서 단호하게 선택한 길이었다.

지금 시누는 요양원에서도 나와 요양 병원에 누워 있다. 얼마 전 찾아간 병상의 시누는 숨 쉬는 것도, 먹는 것도 자력으로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 잘생기고 환한 얼굴은 그대로였다. 이렇게 멋지고 착한 사람이 왜 여기 누워 있어야 하나,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인생무상. - page 67 ~ 68

인생무상.

가슴이 먹먹한 이야기지만 받아들여야하기에 또 다시 마음을 추스려 보았습니다.


<뱃살 콤플렉스>는 그녀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이 평생 짊어져야할 과제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요즘 난 날마다 조금씩 더 나오고 있는 배 때문에 고민이다. 이 나이에 웬 외모 콤플렉스? '여성들이여, 규격화된 사이즈에 당신 몸을 맞추려고 애쓰지 말라. 당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고 주장하던 페미니스트 맞아?'라고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변명하자 들면 이건 외모 콤플렉스가 아니라 건강 콤플렉스다. 나처럼 팔다리가 가늘고 배만 볼록 튀어나온 이른바 거미 체형이 건강에 가장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도 자꾸 들려주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 page 165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나이와 상관없이 여자이기에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그녀의 마지막 반응은 제가 다이어트를 결심할 때마다 하는 것과 똑같았습니다.

역시......ㅋㅋ

내일부터는 좀 덜 먹을까? 맥주도 끊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치맥으로? - page 170


그녀의 전작 『나이 듦에 대하여』가 있다고 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로는 전작에선 이런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남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을 나 혼자만 깨달았다는 듯이 난 나이가 내 몸을 어떻게 짓주물렀는지에 대해서 낱낱이 까발렸다. 까발릴 뿐만 아니라 한껏 잘난 체하며 충고의 말씀까지 늘어놓았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들어가는 존재이다. 몸이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비우고 멋지게 늙어 가자 어쩌고저쩌고. 앞으로는 제대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으로 젊은이들의 귀감이 될 듯이 떠들어 댔다. - page 5

이 책을 읽고나니 전작이 궁금하였습니다.

이 책에서 나이 듦에 대해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완벽하게 준비를 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순간순간을 여유롭고 즐기라고 하였다면 그 전작을 통해 완벽히 나이 듦에 대해 깨닫고 싶어졌습니다.

그녀의 에필로그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육십사 년을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더운 여름은 난생 처음인 것 같아요."

지인의 말에 나도 거들었다.

"육십사 년은 그래도 낫지, 난 칠십 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더위 난생처음이에요."

육십사 년이면 어떻고 칠십 년이면 어때. 별걸 갖고 다 경쟁을 하는 것 같아 우린 그 무더운 거리 위헤서 소녀들처럼 깔깔 웃었더랬다. - page 275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한 마디.

내가 사는 오늘 하루하루가 난생처음 맞는 날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무언가 새로운 이벤트가 없으면 사는 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십 년 이상을 그렇게 살았다. 이제 일흔이 넘어서야 일상의 새로움을 다시 느끼고 있다니 참 어리석기도 하다.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 page 279

책을 읽고 나니 저 역시도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를 해 보고자 합니다.

하루하루 난생처음 살아보는 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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