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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호빵맨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이 전하는 정의와 용기의 말들
야나세 다카시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동글동글한 호빵얼굴을 가진 우리의 친구, 호빵맨.
어릴 적 호빵맨 뿐만 아니라 식빵맨, 세균맨을 보면서 지금의 아이가 <코코몽>을 보는 것처럼 흠뻑 빠져있곤 하였습니다.
점점 성인이 되어가면서 잊혀져가던 요즘.
다시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네, 호빵맨입니다』
어릴 적 추억을 안고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호빵맨의 아버지, 야나세 다카시.
그는 69세에 꿈을 이룬 만화가라고 합니다.
어떻게 할아버지가 만화를?
저 역시도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저만의 편견이었습니다.
그가 들려준 우리의 친구 '호빵맨'.
희망과 용기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책의 앞장을 펼치면 우리의 영웅인 '호빵맨'이 원래 이 모습이 아니었다고 밝힙니다.
얼굴은 호빵이 아니었고,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비슷한 구석이 있기는 하나
뚱뚱한 데다 멋있지도 않았지요.
땀을 뻘뻘 흘리며 불안한 폼으로 비틀비틀 하늘을 나는 '아저씨'.
그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굶주린 아이들에게 호빵을 나눠줍니다.
그런 호빵맨에게 시련이 찾아옵니다.
'세계 만화 주인공 회의'에서 날아오는 호빵맨을 향해 모두가 외치는 목소리.
"가짜는 떨어져버려라!"
그리곤 콰광 하는 소리와 함께 호빵맨의 가슴 언저리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뒤의 호빵맨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지금도 열심히 하늘을 날며 전 세계의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호빵을 나누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호빵맨의 일화가 나오면서 작가 '야나세 다카시'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머리말>에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
그것은 요컨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놀이'임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몹시 편안해졌다. - page 16
그래서일까.
그의 인생 이야기엔 희망을 잃었다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자그마한 기쁨과 희망을 품고 살아왔기에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서서히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훗날 우리에게는 '호빵맨의 아버지' '세상에서 가장 정의롭고 용기있는 영웅의 아버지'로 인정되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상깊은 구절들이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 가지 일에 마음을 담아 몰두한다면 분명 어느 순간 눈앞의 자리가 빈다. 내 순서가 찾아온다. - page 49
이토록 절망에 떨고 있는데 몸속에는 붉은 피가 맥맥이 흐른다. 마음은 지쳤더라도 피는 힘차고 뜨거웠던 것이다. 내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듯, 격려를 받는 느낌이었다. - page 53
지금 모두가 하고 있는 일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기쁨을 준다. "이 일은 나와 맞지 않아." "진짜 못 해먹겠어."하며 고개만 젓고 있다면 평생 그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 page 69
하지만 오래된 시대의 사람으로서 적어도 나만큼은 어린이에게 꿈과 용기, 사랑을 말하는 작품을 그리고자 계속해서 펜을 잡고 있다. 한 사람의 힘은 보잘것없을지라도 같은 마음을 품은 사람이 백 명, 천 명 모인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 page 101
정의에 이기고 지는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 그저 사랑과 용기로 손을 내미는 것뿐이다. - page 125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는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하였고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단순히 그는 만화를 그린 사람이 아니라 요즘처럼 사는 게 지친 이들이 있는 우리 사회에 한 줄기 희망을 선사한 진정한 영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이야기가 끝날 때는 그를 보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내 곁에서 이야기해주고 위로를 해 주기를 바랬습니다.
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제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괴로웠던 때도 많았다. 하지만 고난을 뛰어넘은 곳에 인생의 묘미가 기다리고 있는 법.
꽃길만 걷는 인생은 없기도 하거니와, 설령 있다 해도 그래서는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 따위 들지 않으리라.
(중략)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은 '우돈코'란 삶의 방식.
운을 놓치지 않고 우직하게 살며 끈기있게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려왔다.
멋지게 성공한 자는 '운돈콘'이겠지만, 나는 운도 끈기도 다른 사람의 절반 정도. 그러니까 '우'와 '코'로 '우돈코'다. 우돈코(밀가루와 발음이 같다)로는 빵도 우동도 만들 수 있어, 우리의 굶주림도 달래주니 얼마나 좋은가. - page 197
괜스레 호빵맨이 그리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