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ㅣ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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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해 왔던 만화 중 하나인 <아기공룡둘리>.

둘리와 함께 호이! 호이!를 외치기도 하고 고길동 아저씨가 나쁘다는 생각도 했었고 엄마를 찾아 떠날 때ㅐ면 눈물을 훔치던...

그런 둘리와 다시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

벌써 둘리도 탄생 40주년을 맞이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하긴 내 나이가... 하하핫;;

둘리 탄생 40주년 기념으로 리마스터 버전으로 극장에 찾아왔었고 옛 갬성을 가진 저로서는 추억이 방울방울~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983년 서울 쌍문동에 나타난, 머나먼 우주에서 온 둘리!

다시 만나 반가워!!

​

40년 전 처음 지구로 온 둘리,

다시 한번 행복을 전하러 우리 곁에 찾아오다!

​

"옆도 보고, 뒤도 한번 돌아봐요.

우리는 계속 함께 걷고 있어요."

​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일억 년 전 태어나 우주의 신비로운 초능력을 얻게 된 둘리.

하지만 홀로 빙하 속에 갇혀 아주 긴 시간 잠들어 있다 다시 깨어나 보니 눈앞에 그려진 건 낯선 세상.

달라진 세상, 낯선 사람들 속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일억 년 후의 이 지구로 온 이유를.

쉽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우주를 만나기 위해서...

​

일억 년 전의 세상에서 온 나,

다른 별에서 온 이방인 도우너,

라스베이거스 서커스단에서 탈출해야만 했던 또치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모두 스스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우주였어요.

지금 나는 또 하나의 우주인 당신을 만나고 있어요.

당신에게 지금 이 세상은 많이 낯선가요?

당신에게 지금 이 세상은 너무 어려운가요?

내가 그랬듯 당신도 그런가요?

그렇다면, 잠시 이곳에서 쉬어요.

당신 스스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시간을 가져요.

이 시간은 틀림없이 내면의 힘이 되어

당신의 빛을 더 밝게 할 거예요.​ - <프롤로그> 중

​

그렇게 낯선 곳에서 소중한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고 자기 자신을 알아가며 행복을 찾은 둘리로부터 우리 역시도 행복을 찾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저도 종종 듣는, 들어봤었던, 정말 가슴 아프게 하는 이 말.

"너를 위해서 해 주는 말이야."

이 말을 들을 때면 마냥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데 둘리가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냥 쓰레기통에 넣어 버려요.

​

둘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피식 웃음지게 해 주었던, 그러면서 적지 않게 위로가 되었던 말이었습니다.

​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만화도 삽입되어 있었습니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정겨웠고 더없이 와닿았던...

그중에서 둘리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없어요.



나를, 나의 우주를 사랑해야 함을 알려주었던 둘리.

​

나는 도우너와 또치를 사랑해요.

나는 영희와 철수, 희동이를 사랑해요.

심지어 심술맞은 길동 아저씨도 사랑해요.

내 우주가 사랑스럽듯 그들의 우주도 사랑스러워요.

사랑하는 우주가 많아지고 나서야 깨달았죠.

바로 그 때문에 일억 년 뒤의 세상으로 왔다는 것을요. - page 169

​

덕분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행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우주를 만나기 위해서.

또, 나의 우주에 깃든 나만의 빛을 마음껏 발산하기 위해서였음에 말입니다.

​

읽는 내내 엉뚱 발랄하지만 참 따스한 둘리로부터 마음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작지만 따스한 이야기들.

그중에서도 일상에 지치고 힘겨운 이들에게 다른 말보다 이 말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숨지 않아도 돼.

그냥 네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함을, 다정한 둘리로부터 한 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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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6-0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 전에 둘리 팬이었습니다 -

보물섬에서 주는 둘리 인형도 있었다는.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 흔들리고 지친 이들에게 산티아고가 보내는 응원
손미나 지음 / 코알라컴퍼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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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버킷리스트로 가지고 있지 않을까!

저의 버킷리스트에는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하지만 아직 몸도, 마음도 그 길 위에 설 자신이 없기에...

이렇게 또다시 책에 기대어 봅니다.

​

"모든 일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는 곳

무언가가 시작될 수 있는 곳

천년의 세월이 만든 길 위에 서다."

​

손미나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찾은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

​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솔직히 그녀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 용기에, 멋진 일을 해내는 모습이 마냥 부러웠었습니다.

화려해 보이기만 했던 그녀의 삶도 나름의 행복과 불행이 있었고, 잘 견뎌낸 경우도 있지만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기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이 길이 맞는지 흔들리기도 하고, 인생의 우여곡절에 지쳐가던 중.

'산티아고 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하였습니다.

​

산티아고 길을 언제 걸을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고 때가 되면 그 길이 부른다는 말이 있다. - page 9 ~ 10

​

희미하고 먼 북소리 같은 것이 아닌 분명하고도 단호한 울림.

그 힘든 과정을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주저함이나 망설임도 없이 이끌리듯 떠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800km 산티아고 순례길.

그 여정 속 스스로 물었던 인생의 질문과 해답, 위로 그리고 사랑, 이어진 생각들을 갈무리했었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몸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고,

두 번째는 정신과의 극한 싸움이고,

마지막은 앞의 두 단계를 잘 이겨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인데, 바로 심장이 열리는 경험이라 하였습니다,

그 어느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결국엔 건넨 이 한 마디.

​

"괜찮아, 정말 괜찮아."

​

이 한 마디가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용기를,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따스한 위로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길의 첫 단계인 '나폴레옹 길'에서 시작하여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가 나바라, 리오하, 카스티야 이 레온, 갈리시아를 거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기까지의 800km 여정.

그 여정 속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걷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한쪽 눈을 실명한 후 더 늦기 전에 산티아고 길에 도전했다는 코린, 잘나가는 스위스 은행원에서 우체부를 꿈꾸는 에르베, 쉰 살 생일을 기념해 친구들과 산티아고를 찾은 가비 등 이들과의 만남으로부터 감동과 위로를 받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아들을 잃고 산티아고를 찾은 아버지의 이야기.



그 어떤 말이 필요할까.

그녀는 용기 내어 안아주었다고 하였습니다.

따스한 포옹이 건넨 위로.

그러면서 전한 그녀의 이야기는 순례길을 향한 이들의 마음과도 같았습니다.

​

인생이란 결국 그런 건가 보다. 누구나 가슴에 응어리 하나 정도 얹어 놓고 살아가는 것. 각자의 짐을 들고 걸어가는 것. 십자가 아래에 놓인 모든 이들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다시 걸음을 옮겨 다음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카미노란 것이 그냥 발을 움직여 걷는 게 아니라는 것을. 카미노는 마음으로 걷는 것이다. 두 발이 아닌 하나의 마음으로. - page 199

​

그녀와 함께 거닐며 깨달은 건...

​

종착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든 생각은 '인생은 버텨내는 거구나.' 하는 것이다. 고난의 순간들이 있을 때 피하는 대신 버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고통을 이겨내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데에는 걸으면서 만나는 좋은 풍경이나 앞뒤에서 나처럼 힘든 것을 참고 걷는 사람들, 내 마음속에 피어나던 수많은 생각들이 도움이 되었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육체적인 고통이나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은 극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얻었다. 어려움을 초월하는 큰 기쁨이나 목표가 있고 마음이 열릴 수 있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순례의 과정도 아픈 발만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시야를 넓혀 주변을 보니 버틸 만했던 것처럼 말이다. - page 244 ~ 245

​

잘 견디며 버텨낸 우리들에게 건넨 다정한 위로.

이 말이 듣고 싶어서 그렇게나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찾아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많은 이들이 걸었던 이 길.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이들이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것을 얻어 가는, 똑같은 길 위를 걸어도 같은 길을 걸은 사람이 없는 이 길, 산티아고 순례길.

언젠가 그 길이 부르면 저도 한 번쯤 떠나보아야겠습니다.

'나의 산티아고 길'

내 걸음으로 내 길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것.

그 길의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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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의 법칙 ㅣ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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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복선, 서사, 디테일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수놓아 읽는 이들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법정 스릴러의 거장, '마이클 코넬리'.

사실 그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고 이 시리즈 역시도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뭣이 그리도 바빴는지 아직 하나도 읽어보지 못하고 있었던 찰나!

이번에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

벌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였습니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시리즈 <링컨 차를 탄 변호사> 원작인 이 작품!

오홋!

다른 무엇보다 기대가 아니 될 수 없었습니다.

​

"조심해, 진실의 총구가 너를 향하지 않게."

살인 변호사,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라!

​

『변론의 법칙』



10월 28일, 월요일

한 남자가 '그' 덕분에 법정에서 석방됩니다.

중범죄인 폭행 혐의를 정당방위로 바꾸어 배심원단이 숙의를 시작한 지 30분도 채 안 돼 무죄 평결이 나온, 최단 시간 무죄 평결 기록을 세운 그, 바로 미키 할러.

홀인원을 한 골퍼가 클럽하우스에서 축하 파티를 하듯 그 역시도 축하 파티를 하게 됩니다.

파티를 마치고 링컨 차를 타고 가던 중 순찰차가 따라붙는 것이었습니다.

​

"운전면허증하고 자동차등록증, 차량보험증명서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선생님?" - page 15

​

지갑을 꺼내 운전면허증을 빼내면서 지금 상황을 판단해 봤습니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아무래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그.

​

"제가 차를 세운 이유가 안 보이십니까, 선생님? 차량번호판이 없네요." - page 16 ~ 17

​

누가 장난을 쳤는지 생각하던 찰나 트렁크를 확인해 보자는 순경.

그러고는...

​

밀턴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어깨에 달린 무전기 마이크에 무슨 말을 하더니 곧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지원 인력을 요청하는 듯했다. 살인사건 전담반의 출동을 요구하는 듯했다. 나는 트렁크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밀턴이 시신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age 20

​

그랬습니다.

그의 트렁크 안엔 살해된 샘 스케일스의 시신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샘은 오래전 미키가 변호를 맡았던 의뢰인으로 각종 사건 사고의 피해자를 위한 모금 사이트를 반복적으로 개설해 다수로부터 송금 받은 거액을 들고 도주해버리는 수법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샘을 '미국인이 가장 혐오하는 사람'이라 지칭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 그를 기소된 모든 피의자가 최고의 변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이상적인 생각으로부터 그를 변론해 주었다가 뒤통수를 맞게 되었는데, 법정에서는 이것이 살인의 동기라는 검사 측 주장이 제기됩니다.

피의자의 신분이 된 미키.

이제부터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변론을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

요점만 듣고 싶은 고지식한 워필드 판사

그를 감옥에 집어넣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강건한 버그 검사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미키 할러 변호사

이들의 숨 막힐 듯한 신경전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

결백의 법칙은 추상적인 생각이며, 자연과 과학이라는 엄격한 법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리학의 법칙에서는 모든 작용에 대해 동등하고 반대 방향인 반작용이 존재한다. 결백의 법칙에서는 어떤 범죄에 대해 무죄인 사람이 있으면 유죄인 사람이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유죄인 사람을 찾아내 세상에 드러내 보여야 한다. - page 144

​

말 그대로 숨 막히듯이 진행되었고 서늘하고도 짜릿함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법정 드라마의 묘미를 한 방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통해 느꼈던 건

​

결백은 법률용어가 아니다. 법정은 결백의 판결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 배심원단의 평결이 결백을 증명해주지도 않는다. 사법부는 유죄만 판단해줄 수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page 143

​

무죄평결도 결백을 증명한 것이 아님을.

참 씁쓸하게도 다가온,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가 더 기대되었습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정주행으로 달려보려 합니다.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

그의 활약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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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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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할까?!! 믿고 읽는 요시타케 신스케! 아이보다 제가 더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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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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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미술'과 관련된 책들은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미술에 관련된 책들은 보기가 힘든...

(내가 못 찾는 것일까...!)

그래서 이런 책들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고도 감사함을 느끼곤 합니다.

​

우리의 미술 중 '조선'의 미술이라... 하면 김홍도와 신윤복이 딱! 하고 떠오르는데 그들뿐만 아니라 조선의 천재 화가들의 작품을, 그리고 그들이 전할 '진짜' 조선을 마주하고자 미술관으로의 입장을 시작하였습니다.

​

궁궐 담장을 사뿐히 넘나드는 특별한 전시회!

조선 미술관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조선 미술관』



고미술 최고 해설가 탁현규가 문화 절정기 조선의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한 권에 담아낸 이 책.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 조선의 천재 화가 7인의 작품과 숙종과 영조대의 궁궐 행사를 그린 기록화를 함께 소개해 주어 그야말로 그 시절 '진짜' 조선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

미술관은 <1관 궁궐 밖의 사사로운 날들> <2관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 2관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각 전시실을 통해 3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미술관'이었고 고미술계 스타 도슨트 탁현규가 조선시대 화가들의 뛰어난 연출력을 현대의 기준으로 재해석해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동시에 주고 있었습니다.

​

서양 미술과 우리 미술의 차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다 그리면 재미없다'는 기법.

전달하고자 한 바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그린,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상상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또한 먹 하나로도 이토록 멋진 작품을 그려낼 수 있음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미술도 우리만 알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

드라마 연출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로드무비 연출의 대가라고 말할 수 있는 '혜원 신윤복'.

생동감 있게 포착해 내는 것은 물론이요, 인물의 눈빛과 시선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무엇보다 여자들만의 공간과 감정을 기가 막히게 묘사해 신윤복이 여자였을 거라는 상상의 나래도 펼쳐지곤 하였는데...

개인적으로도 신윤복의 작품은 강렬한 인상이 남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

이 책이 재미있었던 건 지금의 우리 기준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었는데 그 예를 들어보자면 정선의 <어초문답>을 들 수 있었습니다.



'어부와 나무꾼이 묻고 답하다'라는 뜻의 '어초문답'은 북송대 유학자였던 소옹이 지은 책 제목 『어초문대』에서 '대對'를 '답答'으로 바꾼 것이라 하였습니다.

어부와 나무꾼이 우주 만물의 이치를 서로 묻고 답하는 철학책으로 책 내용도 좋고 제목도 좋아서 중국에서는 이 책 제목을 소재로 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행이었고 이를 조선에서도 받아들여 그림 소재로 즐겨 삼았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그림으로부터

​

물고기 잡고 나무하며 천리에 순응하는 소박한 삶을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꿈꾸었다면 정선이 그린 이 그림은 조선 선비들 모두의 바람을 담은 그림이 된다. 이 장면을 오늘날 용어로 바꿔 불러보자. '나는 자연인이다.' - page 125

​

인상적이었던 그림을 꼽아보자면 저는 이 그림이었습니다.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



그가 병들기 전 그린 마지막 그림인 <기로세련계도>.

육십 평생 그린 진경산수화의 마지막인 이 그림에는 송악산뿐만 아니라 삼천리 금수강산이 모두 담겨 있고 기로회원 62명 노인들, 무동들, 악공들, 구경꾼들까지 그림 속 많은 인물들이 각자 맡은 바를 분명히 하고 있는 김홍도 풍속화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의 이야기...

​

개성 노인들이 이백 년 만에 기로회를 대규모로 연 것은 김홍도로 하여금 진경풍속화의 대미를 장식하게 하려는 하늘의 뜻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1806년 김홍도가 생을 마감하고 진경산수화와 풍속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며 조선화단의 찬란함도 빛을 잃어갔으니 <기로세련계도>는 진경시대의 종막을 알리는 기념비와 같은 그림이 되었다. - page 274 ~ 275

​

여느 미술관보다 눈과 마음이 평안했다고 할까.

오롯이 우리 고유색으로 우리의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에 맑은 기운이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그 후의 우리의 모습은 아픔의 역사를 간직하게 되지만...

아픔을 극복하고 또다시 세계에서 이름을 펼치는 우리의 화가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습니다.

​

다가오는 주말엔 '겸재정선미술관'에 다녀올까 합니다.

그의 발자취를 나란히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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