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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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참 좋다고 느꼈습니다.

존재에 대해...

관계에 대해...

​

양자중력 이론의 선구자이자 세계적인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

그간 그는 어려운 용어와 수식을 벗어나 특유의 문학성으로 우리를 물리학 세계로 안내해 주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우리가 속한 익숙하지만 낯선 이 세계 속의 이야기를 건네준다고 하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답을 찾아 나아가야 할까......

​

연결로 이루어진 유연한 세계

이곳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

​

카를로 로벨리의 과학과 세계관을 집대성한 결정적 저작

프린스턴대학교를 뜨겁게 달군 물리학자의 존재 수업

​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책은 여섯 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강의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물리학의 몇 가지 측면을 간략히 살펴본 후, 양자 물리학의 이질적 핵심으로 깊이 파고듭니다(관계적 해석).

두 번째 강의에서는 우리 자신으로 돌아와, 지식과 세상 사이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이을 수 있을지 논의합니다(정보의 물리적 본질, 상대성이론의 반복).

세 번째 강의에서는 공간과 시간(현재주의나 블록우주론이 아닌, 시간을 초월한 역학), 그리고 20세기의 두 가지 위대한 개념적 도약, 즉 양자와 아인슈타인의 공간, 시간, 그리고 중력에 관한 발견을 결합하는 데 필요한 개념 구조를 다룹니다(양자 중력의 개념 구조).

네 번째 강의에서는 다시 우리 자신으로 돌아와 시간의 흐름에 대한 물리적 기반, 그 흐름과 관련된 현상, 특히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우리의 명백한 자유에 관해 논의합니다(일반적으로 이해되는 인과관계, 시간의 흐름, 물리학과 자유의지의 양립 가능성).

다섯 번째 강의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자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봅니다(환원주의, 발생론, 과학의 통일성·분열성이 아닌 실재론).

여섯 번째 강의에서는 이처럼 풍부한데도 확실성과 궁극적 근거를 갖추기 어려운 지식을 종합해 이야기합니다

​

솔직히...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물리학이고 특히나

​

양자역학은 어떤 물체의 속성이 그 물체가 다른 무엇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일 뿐이라는 관점을 가지게 합니다. 물체가 어떤 속성을 가진다는 것은 다른 물체에 특정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결국 물체의 속성이란 물체들 사이의 관계로, 물리적 상호작용에 관련된 개념인 것입니다.

간략히 말하면, 양자역학은 '모든 물리 시스템의 변숫값은 오직 다른 시스템에 대한 상대적 값이며, 오직 그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실현된다'라는 사실의 발견입니다. - page 35

​

양자 현상을 이해하려면 그 현상을 설명하는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는 때에만 값을 가진다고 생각해야 하고

변수들의 값은 상호작용하는 두 시스템의 속성으로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러한 해석을 '관계적 해석'이라 부르고 있었고...

​

또한 절대적 확실성은 우리 삶과 무관하고, 도달할 수 없으며,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코페르니쿠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을 폐기하지 않았고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물리학을 무너뜨리지 않듯이

확신을 내려놓고

이미 아는 것을 고쳐가며 새로운 지식을 쌓아 나아갈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

"불확실한 현실에서 무엇을 믿고 살아갈 것인가?"

​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은 없다고

다른 존재와의 관계, 불확실성 속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며 나아가는 것임을...

​

우리는 이 낯선 세상 속에서 조금밖에 알지 못하는 채로 불안하고 조심스럽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밀턴은 《실낙원》에서 불타는 칼을 든 천사에게 쫓겨 난 하와와 아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광활한 대지를 걸어갑니다. 길을 잃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서로의 손을 잡고, 어쩌면 미래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들은 잠시 눈물을 흘렸지만 곧 눈물을 닦았습니다. 온 세상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고, 운명을 믿고 편히 쉴 곳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손을 잡고 느린 걸음으로 낙원을 떠나 고독한 여정을 향해 걸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걷고 있습니다. - page 266

​

그렇게 강의가 끝이 났습니다.

​

분명하고 명확해야만,

정의나 수식에 의미를 부여했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나의 사고를 한정적 가두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흐르는 시간 속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아니 지금 이 순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정답에 얽매였다는 점에서...

​

이 세계는 단순히 사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전개되지 않는 동시에, 인과관계에 지배되지도 않습니다. 이 세계는 관계로 엮여 있고, 서로 교차되는 관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을 구체화할 때 익숙한 개념들을 수정하고, 확신을 버리며, 궁극적 근거를 포기해야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page 6

​

이 문장이 저에겐 오래도록 남았고

이제 저에게 주어진 과제는...

​

현재 과학적 지식을 포함한 우리의 지식 수준에서 세상에 관해 설명하고 탐색하는 데 효율적인 개념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소 광범위한 맥락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세상에 관한 대략적이고 불완전한 설명에 포함되는 실체는 무엇인지 묻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개념은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모든 관계 속에서 평등하게 존재하며, 그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 page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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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인사이트 산책 - 5인의 창작자가 다시 읽는 낯설고 매혹적인 도쿄의 일상
김학재 외 지음 / 책밥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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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 경제, 정치의 중심지로,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

'도쿄'

저도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기에 저에게 도쿄란 여행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

여기 도쿄에서 평균 11년을 치열하게 살아온 5인의 창작자들이

​

관광객의 눈으로 화려하게 소비되던 도쿄를 벗겨내면 어떤 얼굴이 남을까?

​

란 질문에 대한 각자만의 답을 내렸다고 하였습니다.

여행이 아닌 삶이라는 시점...

그리고 저마다의 전문 영역에서 바라본 도쿄는

'일터'이자 '일상'

의 의미를 가질 텐데...

그들의 시선으로 본 도쿄는 어떨지 새삼 저도 궁금했습니다.

​

도시를 소비할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

도쿄를 걷고 멈추며

발견한 삶의 또 다른 속도

​

『도쿄 인사이트 산책』

다섯 개의 시선이 있었습니다.

'건축가'는 도쿄의 관문이자 일상의 축인 '역(station)'과 옛 만세이바시의 흔적을 통해

도시와 기억의 관계를 추적하고, 도시에 남겨진 매혹적인 흔적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요리사'는 36번의 계절을 지나며 체득한 일본의 식문화, 손님을 온전히 환대하는 오모테나시의 철학, 그리고 주방 안팎의 생존기를 통해 일본을 이해하는 창을 열어주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17년간 하라주쿠의 빈티지 씬(scene)을 누비며 서브 컬처가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로 진화하는 매커니즘과 다양성의 공기를 포착했습니다.

'예술가'는 아이의 유치원 등하원 길에 마주한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 롯폰기 모리 미술관을 통해 일상과 육아,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사귐'의 시간과 '머무름'의 미학을 전하였습니다.

'출판 디자이너'는 도쿄의 출판 및 인쇄 성지라 불리는 진보초에서 만화책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해 종이책의 물성과 인쇄 문화의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배운 오답노트를 전해주었습니다.

​

그렇게 5인의 시선은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의 시선들이 쌓이고 쌓여 한 도시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럼 우리의 도시엔 어떤 레이어가 숨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

오늘도 지나쳤던 '역'의 의미를...

​

건축가에게 사색이란 '멈춤'이자 '출발'이다. 멈춰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도시의 표정이 보이고, 그 표정 속에서 다시 나아갈 다음의 선이 그려진다. 역이라는 공간은 그래서 언제나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경계의 장소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발걸음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도시가 어떻게 기억되고 변화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도시를 걷고, 멈추고, 바라보며 공간 속에 스며 있는 시간과 사람들의 흔적을 읽어내는 작은 사색의 기록들 말이다. - page 34

​

그 의미가 새겨져있었던 만세이바시역이

'철거와 신축 사이에 놓인 제3의선택지'를 실험하여 2013년 '마치 에큐트 만세이바시'로 재탄생하였는데

​

오늘날 마치 에큐트는 단순한 상업공간을 넘어 도시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차로로 존재한다. 이곳에서 나는 가끔 시선으로 벽돌을 더듬으며 '건축은 결국 기억을 어떻게 다루는가의 문제'라는 생각에 잠긴다. 벽돌은 재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벽돌이 구워지는 온도와 위치,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벽돌이 설치된 이후의 자리와 시간에 따라 풍화하며 각기 다른 색과 표정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적 재료인 콘크리트나 유리에서 느껴지는 균일한 질감과는 다르다. 벽돌 하나하나가 마치 개인의 개성처럼 동일한 시스템 안에서도 서로 다른 기억을 품은 객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page 69

​

기억의 잔향이 남아 있고.

그 위에 현재의 삶이 더해진 이곳의 의미가...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현대화로 바뀐 마당에 아쉬움이 남곤 했습니다.

역시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오모테나시'

일본의 다도 문화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음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며, 섬세한 배려와 따스한 정성으로 모시는 일로

이들의 정서를 대변하기도 하는데...

이들 덕분에 느끼게 된 감정

​

'아, 이런 배려들이 어우러져 나의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구나!'

​

환한 미소와 배려가 있기에 많은 이들이 도쿄로 방문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도쿄에서 차로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치바현 사쿠라시에 위치했던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

번화가를 벗어난 곳에 위치한 미술관은 고요함 속에 인상파 작품들과 색면 회화가 그림 앞에 선 이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깊이 마주하게끔 해 주며 자연과 예술로부터 공간과 시간을 허락받고 위로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미술관은 문을 닫게 되었고...

​

이제 나는 다시 내가 가장 사랑할 작품이 있는 미술관을 찾고 있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 공간에 애정을 건네고, 그 안에서 천천히 산책할 것이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사귐이 되고, 그 사귐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가 생긴 관계는 사라진다 해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로 내 안에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위로와 쉼이 되었던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의 색과 소리, 향기를 떠올린다. 조용히, 다시 숨을 고르고 앞으로 걸어간다. - page 241

​

굳이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찾는다는 것...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나와 도시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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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 아이 ㅣ 특서 어린이문학 22
이보리 지음, 차상미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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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표지부터 싱그러움이 물씬 풍겨집니다.

아이의 머리 위에 잎사귀가 있는 걸 보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듯한데...

귀여운 아이가 들려줄 이야기가 어떨지 벌써부터 설렙니다.

​

"어떤 선택을 해도 솔이는 솔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우정과 사랑!

​

『잎사귀 아이』

오늘도 아빠는 등교 준비를 하는 솔이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쇠 빗으로 솔이의 긴 머리를 빗겨줄 때면 솔이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곤 하는데...

​

"아무래도 내일 소풍은…… 안 가는 게 좋겠다."

"아뇨. 갈 거예요!"

​

솔이의 얼굴빛이 부쩍 창백해지고, 시름시름 앓기까지 해 병원에 다녔지만 나아지지 않아 걱정이 되었던 아빠는 솔이가 소풍을 가지 않았으면 하지만...

​

"근데 소풍 가고 싶은 내 마음은 왜 몰라요?"

솔이는 다시 소풍 이야기를 꺼냈어요.

"흠, 이러다 늦겠다. 숙제 끝?"

아빠가 얼른 말을 돌렸어요.

"잠깐만요! 아, 엄마는…… 없으니까…… 숙제 끝."

솔이는 공책을 탁 덮었어요. 솔이 가족은 솔이랑 아빠 단 둘이거든요. 아빠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어두워진 솔이 얼굴을 봤어요.

"솔아, 다른 사람 눈은 신경 쓰지 마. 너만 괜찮으면 다 괜찮은 거야." - page 9

​

열린 창문으로 유찬이의 재채기 소리가 들립니다.

지독한 비염을 달고 사는 유찬이.

유찬이는 솔이의 모습을 보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

"이히히힛."

이상한 소리가 또 튀어나왔어요.

"어떤 기분이야?"

유찬이도 솔이처럼 해바라기 자세를 하고 물었어요.

"숨이 탁 트이는 기분." - page 19

드디어 소풍 날.

숲에 막 입장하려는데 솔이가 헝클어진 머리를 휘날리면서 나타납니다.

아빠가 화장실에 간 사이 쪽지를 써 놓고 도망치듯이 집을 나왔다는 솔이.

커다란 나무에 기대앉은 솔이는 숲 냄새도 햇살도 바람도 흙도 모두 좋았습니다.

그래서 깜빡 잠이 들어버렸는데...

​

"어? 뭐지?"

​

유찬이는 솔이 머리를 보곤

​

"아, 아냐. 어? 솔아 잠깐만. 머리에 잎사귀가……."

​

머리에 붙은 잎사귀인 줄 알고 떼어주다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 솔이.

병실에 누워있던 솔이는 아빠와 의사 선생님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데...

​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만, 솔이 머리에 잎사귀가 자란 게 맞다면……."

...

"소개해 드릴 분이 있습니다. 땡글 박사라면 솔이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겁니다."

​

솔이는 유찬이와 함께 땡글 박사를 찾아가게 되었고

박사님으로부터

​

"난 너와 갚은 사람을 많이 만났단다. 대부분 악몽에 시달리지. 진짜 자기 모습을 누르고 사니까. 그래……. 오래전 너희 엄마도 나를 찾아왔단다."

...

"솔아. 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너답게 살지를 선택해야 해"

"선택이요"

"선택은 오직 솔이 너만 할 수 있단다." - page 54 ~ 55

​

과연 솔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

​

"난 잎사귀 아이야."

아빠의 심정이...

저에겐 울컥하게 다가왔었는데...

​

"우리 솔이만 괜찮다면 아빠는 다 괜찮아. 다, 전부 다. 솔이가 무엇이, 무엇이 된다 해도 말이야."

​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겨웠을지 알기에...

개인적으로 저도 이 말을 자꾸만 읊조리게 되었습니다.

​

그래도 어른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솔이의 모습을 보고 제가 많이 반성하게 되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잎사귀 아이, 솔이.

어디선가 햇볕을 쬐면서

​

"이히히힛."

​

해맑게 웃음을 지을 솔이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저도 오늘은 햇볕 아래에서 눈을 감고 솔이를 그리며

그 모습 그대로 앞으로도 당당히 살아가길 응원의 박수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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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페이지
홍승완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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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오고...

햇살도 따스하니...

책 읽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

한동안 책태기에 허우적거리다 이제야 조금씩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관심이 가는 책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

30년 가까운 독서와 500편의 서평, 오랜 독서 강의와 모임을 통해

​

'독서를 통해 삶이 깊어질 수 있는가?'

​

에 대한 답을 얻고

그에 대해 우리에게도 진정한 '독서'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습니다.

​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독서란 무엇일까...

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

당신의 다음 페이지는

아직 만나지 못한 그 책에 있다

​

인생 책을 만나고

나를 발견하며 삶의 전환점을 만드는

32가지 독서 수업

​

『터닝 페이지』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책 한 권을 읽으며 책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되었다."

​

고등학교 1학년 때 누나가 『학문의 즐거움』을 입학 기념 선물로 주었고

평소에 책이라곤 읽지 않던 그가 우연히 집어 들었는데

『학문의 즐거움』의 저자 헤이스케는

산다는 게 곧 배우는 것이고 이 배움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으며, 사는 것이란 배우는 것 외에 창조를 하는 것이기도 해서 배움으로는 맛볼 수 없는 큰 기쁨을 준다

​

는 말에

​

<공부란 것을 한번 해보고 싶다. 저자가 말하는 배움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 진짜 해볼까?>

​

하며 공부에 몰두하게 되었고 그만큼 즐거움과 보람을 느껴 지금도 큰 성취 경험으로 남아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책의 힘을 처음으로 자각하게 된 그.

그리고 20대 초반에 우연히 읽은 또 한 권의 책은 초라한 현실과 막막한 미래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고 평생의 스승과 인연을 맺게 해주었고

30대에 만난 조지프 캠벨과 카를 구스타프 융의 책은 삶의 어두운 터널에서 방황할 때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 준 한 줄기 빛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는 책의 제목처럼 독서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고

자신의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독서'가 어떻게 '깊은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책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

​

책과 사람은 연결되어 있다고

책이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세상에 책이 남아 있다면 그 책과 함께한 사람들의 인연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인연이 있기에 <인생 책>이 되는 것이고 '터닝 페이지'가 된다는 것을 저 역시도 믿고 있기에

좋은 책을 고르고 자신에게 맞는 책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기 위해선

얼마나 빨리, 많이 읽었는지 보다는 한 권의 책이라도 전심전력으로 '깊게' 읽기를 권하고 있었습니다.

​

그리고 중요한 것.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인 문장을 수집하고 필사하며, 서평을 쓰고 소리 내어 읽으며 오래 간직할 때

비로소

<읽은 책>이 <내 책>으로

'오늘'의 삶을 '새로운'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

더욱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제아무리 똑똑한 인공 지능이라도 대신 처리해 줄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

'자기 발견'

​

바로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계발하는 것인데

이는 관계, 대화, 여행, 기록 그리고 독서...

특히 '독서'만큼은 언제 어디서든 자기 탐구의 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가을, 책이라는 좋은 벗과 함께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제 벗을 찾아 함께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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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강이라 외 지음 / 득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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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 모파상, 레이먼드 첸들러, 레이먼드 카버, 모옌, 손창섭, 오헨리, 현진건.

그야말로 문학 거장들인데...

그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오마주'를 했다고 하였습니다.

뭔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 안고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문학 거장들이 현대 작가들과의 만남에선 어떻게 그려질지...

​

아름다운 기획과 도전

​

『쓰는 사람』

책 속엔 6개의 소설들이 있었습니다.

소설들을 읽으면서 닮은 듯 닮지 않은, 그래서 신선하면서도 즐거웠던 변이들에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을 추려보면...

​

포문을 열어주었던 강이라의 「레이먼드 레이먼드」

쇠락한 어촌 마을에 잠시 머무는 외지인인 입주작가들-소설가 두 명, 시인 한 명, 희곡 작가 한 명-과 폐쇄된 냉동창고의 음산함을

​

'냉동창고 위에서 떨어진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

라는 심상찮은 수수께끼에 대해 각자의 시선을 그려내고 있었는데...

​

글 쓰는 분들 참 대단해요. 어떻게 쓴대요?

대단하지. 예술이 어디 보통 일이야? 글자 한 자 때문에 종일 고민해본 적 있어? 그게 퇴고라는 건데 비가 온다와 비가 내린다가 어떻게 다르냐면. - page 35

​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레이먼드, 챈들러와 카버로 넘어갔습니다.

​

카버든 챈들러든 둘 중 누구라도 말이야. 이 자리에 있었다면…… 소바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을까.

아까 맹소가 말했잖아. 카버라면 먼저 들었을 거라고. 그 사람의 서사를 이해하려 했을 거라고. 어떻게 떨어졌고 왜 떨어졌는지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아는 사람이니까. 그림자처럼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줬겠지. 아니면 자기 얘기를 들려줬겠지, 빵집 주인처럼.

김소가 맹소의 손에서 가져간 카버의 소설을 서가의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챈들러도 마찬가지. 필립 말로가 비열한 거리를 걷는다 해서 그까지 비열한 사람은 아니잖아. 술집 앞에서 만취한 테리 레녹스를 구하는 장면을 봐.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테리가 다시 돌아오잖아. 권총을 들고. - page 32 ~ 33

​

그리곤 뛰어내린 사람에 대한 후사 혹은 사인은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

그 사람, 어떤 사람이었어요? 저기에 올라가기 전에 어떻게 살았을까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 게 아니고?

소바가 물었다.

사람을 알면 사정은 저절로 알게 되죠. 카버처럼.

챈들러처럼. - page 37

​

뭔가 긴 여운이 남았던...

오마주의 첫 작품이라 그런지 다음 작품을 읽기 전까지...

​

김릿 한 잔 롤빵 하나

레이먼드 레이먼드

​

그리고 김도일의 「사방」은 「운수 좋은 날」의 서사 작법이 보여 개인적으로는 재미나게 읽었는데...

사대부 출신도 사대문 안에서 떵떵거리고 산 것도 아닌 그저 그 근방에서 근근이 살다 촌으로 흘러 들어온 조부.

근거 없는 허영심에 도취돼 안하무인으로 일관하는데

서류 위조로 아버지를 기어이 서기보의 자리에 앉히더니 그것이 화근이 되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아버지.

그리고 세대의 악습을 유전으로 물려받기라도 하듯 무능과 허영심, 출세욕까지 고루 갖춘 삼대 '김개동'

이들이 쌓아 올린 '사방'이 결국...

​

"물……물곰국 한 그릇만 누가 갖다줬으면."

"으윽, 으으…… 차라리 고마 죽여뿌소!"

"그라믄…… 으으 그렇지…… 김개동이 인생이 원래 개똥이지……."

"어쩐지…… 하, 작년부터 희한하게 운이 좆나게 좋더라니……." - page 80

​

'운수'라는 거...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사실은 온갖 개연성의 연합으로 이룩되고 있다고 일러주었던 이야기.

어디에선가 내리고 있을 빗방울에 가리어진 눈물을 보듬어주고 싶었습니다.

​

조미해의 「선을 지키는 일」

남편보다 연상이라는 점을 콤플렉스로 여긴 '나'는 '어린' 이웃과 남편의 친구들, 그 부인들에 대해 자못 예민합니다.

특히 이웃의 유라는 여러 번 자신을 골탕 먹여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유라가 가버린 자리에 새로 이사 온 이웃도 유라와 너무나도 비슷한 듯했고

​

"유라 씨가 말도 없이 이사 가고 내가 바로 이사 온 거네. 그래서 그날 나를 보는 표정이 그랬던 거구나."

그녀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서 계속 얘기해보라는 듯 쳐다본다.

"유라 씨와의 관계는 이제 영영 풀 수 없는 숙제가 되어버린거지. 연락조차 되지 않으니. 볼일 보고 뒤처리 안 하고 나온 것처럼 찜찜해." - page 284

​

그리곤 비아냥 거리는 듯한 그녀는...

자신의 속 사정을 이야기하는데...

​

"그때는 정말 그 선배를 좋아했거든. 잘 지내고 싶었고 그래서 뭐든 따라 하고 싶기도 했어."

...

"내가 말했나, 내 잘난 남편이 그때 그 선배의 애인이었다고?"

...

"남들은 그게 얼룩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설령 얼룩이면 또 어때. 남의 목으로 넘어가는 훌륭한 와인보다는 얼룩이라도 내 것이니까 괜찮아." - page 272 ~ 285

​

오 헨리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 속 델라와 짐이 서로에게 주었던,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겐 소용이 없었던 물건...

소설 속 이들 역시도 결국 선물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렸는데...

그러고는 '선'에 관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한 울타리 안에 가두어 '우리'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너와 나를,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경계 짓기도 하는 선.

적당한 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처음 입안에 들어왔을 때의 들척지근한 맛을,

삼킬 때의 아릿한 떨림을,

당도는 낮지만 다소 높은 산도를 지닌 와인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와인인 '요리오'에 비유되었는데

그 깊은 맛이 저에게 유독 떫게 느껴졌으니...

책을 덮고 다시금 천천히 음미해야겠습니다.

​

가볍지 않았고...

쉽지 않았고...

그래서 심적으로 무거웠던...

하지만 원작의 구도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또 이런 오마주 소설을 만나게 된다면...

그땐 밝은 면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너무 현실을 직면하니까 힘겨웠던 독자로서의 바람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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