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인사이트 산책 - 5인의 창작자가 다시 읽는 낯설고 매혹적인 도쿄의 일상
김학재 외 지음 / 책밥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 경제, 정치의 중심지로,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

'도쿄'

저도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기에 저에게 도쿄란 여행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

여기 도쿄에서 평균 11년을 치열하게 살아온 5인의 창작자들이

​

관광객의 눈으로 화려하게 소비되던 도쿄를 벗겨내면 어떤 얼굴이 남을까?

​

란 질문에 대한 각자만의 답을 내렸다고 하였습니다.

여행이 아닌 삶이라는 시점...

그리고 저마다의 전문 영역에서 바라본 도쿄는

'일터'이자 '일상'

의 의미를 가질 텐데...

그들의 시선으로 본 도쿄는 어떨지 새삼 저도 궁금했습니다.

​

도시를 소비할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

도쿄를 걷고 멈추며

발견한 삶의 또 다른 속도

​

『도쿄 인사이트 산책』

다섯 개의 시선이 있었습니다.

'건축가'는 도쿄의 관문이자 일상의 축인 '역(station)'과 옛 만세이바시의 흔적을 통해

도시와 기억의 관계를 추적하고, 도시에 남겨진 매혹적인 흔적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요리사'는 36번의 계절을 지나며 체득한 일본의 식문화, 손님을 온전히 환대하는 오모테나시의 철학, 그리고 주방 안팎의 생존기를 통해 일본을 이해하는 창을 열어주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17년간 하라주쿠의 빈티지 씬(scene)을 누비며 서브 컬처가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로 진화하는 매커니즘과 다양성의 공기를 포착했습니다.

'예술가'는 아이의 유치원 등하원 길에 마주한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 롯폰기 모리 미술관을 통해 일상과 육아,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사귐'의 시간과 '머무름'의 미학을 전하였습니다.

'출판 디자이너'는 도쿄의 출판 및 인쇄 성지라 불리는 진보초에서 만화책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해 종이책의 물성과 인쇄 문화의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배운 오답노트를 전해주었습니다.

​

그렇게 5인의 시선은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의 시선들이 쌓이고 쌓여 한 도시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럼 우리의 도시엔 어떤 레이어가 숨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

오늘도 지나쳤던 '역'의 의미를...

​

건축가에게 사색이란 '멈춤'이자 '출발'이다. 멈춰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도시의 표정이 보이고, 그 표정 속에서 다시 나아갈 다음의 선이 그려진다. 역이라는 공간은 그래서 언제나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경계의 장소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발걸음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도시가 어떻게 기억되고 변화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도시를 걷고, 멈추고, 바라보며 공간 속에 스며 있는 시간과 사람들의 흔적을 읽어내는 작은 사색의 기록들 말이다. - page 34

​

그 의미가 새겨져있었던 만세이바시역이

'철거와 신축 사이에 놓인 제3의선택지'를 실험하여 2013년 '마치 에큐트 만세이바시'로 재탄생하였는데

​

오늘날 마치 에큐트는 단순한 상업공간을 넘어 도시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차로로 존재한다. 이곳에서 나는 가끔 시선으로 벽돌을 더듬으며 '건축은 결국 기억을 어떻게 다루는가의 문제'라는 생각에 잠긴다. 벽돌은 재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벽돌이 구워지는 온도와 위치,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벽돌이 설치된 이후의 자리와 시간에 따라 풍화하며 각기 다른 색과 표정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적 재료인 콘크리트나 유리에서 느껴지는 균일한 질감과는 다르다. 벽돌 하나하나가 마치 개인의 개성처럼 동일한 시스템 안에서도 서로 다른 기억을 품은 객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page 69

​

기억의 잔향이 남아 있고.

그 위에 현재의 삶이 더해진 이곳의 의미가...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현대화로 바뀐 마당에 아쉬움이 남곤 했습니다.

역시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오모테나시'

일본의 다도 문화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음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며, 섬세한 배려와 따스한 정성으로 모시는 일로

이들의 정서를 대변하기도 하는데...

이들 덕분에 느끼게 된 감정

​

'아, 이런 배려들이 어우러져 나의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구나!'

​

환한 미소와 배려가 있기에 많은 이들이 도쿄로 방문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도쿄에서 차로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치바현 사쿠라시에 위치했던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

번화가를 벗어난 곳에 위치한 미술관은 고요함 속에 인상파 작품들과 색면 회화가 그림 앞에 선 이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깊이 마주하게끔 해 주며 자연과 예술로부터 공간과 시간을 허락받고 위로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미술관은 문을 닫게 되었고...

​

이제 나는 다시 내가 가장 사랑할 작품이 있는 미술관을 찾고 있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 공간에 애정을 건네고, 그 안에서 천천히 산책할 것이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사귐이 되고, 그 사귐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가 생긴 관계는 사라진다 해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로 내 안에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위로와 쉼이 되었던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의 색과 소리, 향기를 떠올린다. 조용히, 다시 숨을 고르고 앞으로 걸어간다. - page 241

​

굳이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찾는다는 것...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나와 도시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