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강이라 외 지음 / 득수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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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드 모파상, 레이먼드 첸들러, 레이먼드 카버, 모옌, 손창섭, 오헨리, 현진건.

그야말로 문학 거장들인데...

그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오마주'를 했다고 하였습니다.

뭔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 안고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문학 거장들이 현대 작가들과의 만남에선 어떻게 그려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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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획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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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책 속엔 6개의 소설들이 있었습니다.

소설들을 읽으면서 닮은 듯 닮지 않은, 그래서 신선하면서도 즐거웠던 변이들에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을 추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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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을 열어주었던 강이라의 「레이먼드 레이먼드」

쇠락한 어촌 마을에 잠시 머무는 외지인인 입주작가들-소설가 두 명, 시인 한 명, 희곡 작가 한 명-과 폐쇄된 냉동창고의 음산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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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창고 위에서 떨어진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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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심상찮은 수수께끼에 대해 각자의 시선을 그려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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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분들 참 대단해요. 어떻게 쓴대요?

대단하지. 예술이 어디 보통 일이야? 글자 한 자 때문에 종일 고민해본 적 있어? 그게 퇴고라는 건데 비가 온다와 비가 내린다가 어떻게 다르냐면. - page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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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레이먼드, 챈들러와 카버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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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든 챈들러든 둘 중 누구라도 말이야. 이 자리에 있었다면…… 소바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을까.

아까 맹소가 말했잖아. 카버라면 먼저 들었을 거라고. 그 사람의 서사를 이해하려 했을 거라고. 어떻게 떨어졌고 왜 떨어졌는지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아는 사람이니까. 그림자처럼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줬겠지. 아니면 자기 얘기를 들려줬겠지, 빵집 주인처럼.

김소가 맹소의 손에서 가져간 카버의 소설을 서가의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챈들러도 마찬가지. 필립 말로가 비열한 거리를 걷는다 해서 그까지 비열한 사람은 아니잖아. 술집 앞에서 만취한 테리 레녹스를 구하는 장면을 봐.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테리가 다시 돌아오잖아. 권총을 들고. - page 32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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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뛰어내린 사람에 대한 후사 혹은 사인은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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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어떤 사람이었어요? 저기에 올라가기 전에 어떻게 살았을까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 게 아니고?

소바가 물었다.

사람을 알면 사정은 저절로 알게 되죠. 카버처럼.

챈들러처럼. - page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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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긴 여운이 남았던...

오마주의 첫 작품이라 그런지 다음 작품을 읽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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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릿 한 잔 롤빵 하나

레이먼드 레이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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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도일의 「사방」은 「운수 좋은 날」의 서사 작법이 보여 개인적으로는 재미나게 읽었는데...

사대부 출신도 사대문 안에서 떵떵거리고 산 것도 아닌 그저 그 근방에서 근근이 살다 촌으로 흘러 들어온 조부.

근거 없는 허영심에 도취돼 안하무인으로 일관하는데

서류 위조로 아버지를 기어이 서기보의 자리에 앉히더니 그것이 화근이 되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아버지.

그리고 세대의 악습을 유전으로 물려받기라도 하듯 무능과 허영심, 출세욕까지 고루 갖춘 삼대 '김개동'

이들이 쌓아 올린 '사방'이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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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물곰국 한 그릇만 누가 갖다줬으면."

"으윽, 으으…… 차라리 고마 죽여뿌소!"

"그라믄…… 으으 그렇지…… 김개동이 인생이 원래 개똥이지……."

"어쩐지…… 하, 작년부터 희한하게 운이 좆나게 좋더라니……." - page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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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라는 거...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사실은 온갖 개연성의 연합으로 이룩되고 있다고 일러주었던 이야기.

어디에선가 내리고 있을 빗방울에 가리어진 눈물을 보듬어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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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해의 「선을 지키는 일」

남편보다 연상이라는 점을 콤플렉스로 여긴 '나'는 '어린' 이웃과 남편의 친구들, 그 부인들에 대해 자못 예민합니다.

특히 이웃의 유라는 여러 번 자신을 골탕 먹여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유라가 가버린 자리에 새로 이사 온 이웃도 유라와 너무나도 비슷한 듯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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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 씨가 말도 없이 이사 가고 내가 바로 이사 온 거네. 그래서 그날 나를 보는 표정이 그랬던 거구나."

그녀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서 계속 얘기해보라는 듯 쳐다본다.

"유라 씨와의 관계는 이제 영영 풀 수 없는 숙제가 되어버린거지. 연락조차 되지 않으니. 볼일 보고 뒤처리 안 하고 나온 것처럼 찜찜해." - page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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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비아냥 거리는 듯한 그녀는...

자신의 속 사정을 이야기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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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말 그 선배를 좋아했거든. 잘 지내고 싶었고 그래서 뭐든 따라 하고 싶기도 했어."

...

"내가 말했나, 내 잘난 남편이 그때 그 선배의 애인이었다고?"

...

"남들은 그게 얼룩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설령 얼룩이면 또 어때. 남의 목으로 넘어가는 훌륭한 와인보다는 얼룩이라도 내 것이니까 괜찮아." - page 272 ~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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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 속 델라와 짐이 서로에게 주었던,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겐 소용이 없었던 물건...

소설 속 이들 역시도 결국 선물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렸는데...

그러고는 '선'에 관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한 울타리 안에 가두어 '우리'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너와 나를,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경계 짓기도 하는 선.

적당한 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처음 입안에 들어왔을 때의 들척지근한 맛을,

삼킬 때의 아릿한 떨림을,

당도는 낮지만 다소 높은 산도를 지닌 와인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와인인 '요리오'에 비유되었는데

그 깊은 맛이 저에게 유독 떫게 느껴졌으니...

책을 덮고 다시금 천천히 음미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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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 않았고...

쉽지 않았고...

그래서 심적으로 무거웠던...

하지만 원작의 구도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또 이런 오마주 소설을 만나게 된다면...

그땐 밝은 면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너무 현실을 직면하니까 힘겨웠던 독자로서의 바람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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