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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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곽정은'씨를 알게 된 건 <마녀사냥>이란 프로그램에서였습니다.

남녀의 사연에 대해 거침없는 입담을 펼치던 그녀.

화끈하면서도 때론 친근해서 밉지 않은, 오히려 이웃집 언니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책장을 펼치면 제일 먼저 만나게되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야근을 하고 돌아와 밤새 홀로 써내려간 글들이 나를 작가로 살게 했고, 가부장제로부터 홀로 빠져 나온 일이 나를 자유로운 여성의 삶으로 인도했으며, 십수 년간 일했던 거대한 조직으로부터 나온 일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큰 확장과 성장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나라는 존재가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혼자'를 추구하는 일이 인생의 고비마다 또렷한 이정표가 되어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page 11

그렇게 그녀는 주변의 시선, 사회적 편견에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를 위해 애쓴 흔적들......

담담한 이야기가 저에게 따스한 '위로' 한 잔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서른 마흔 그리고 결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사회에는 개인의 행복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너무 많은 사회적 당위가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여성은 더 이른 나이에, 더 강력한 압박을 경험한다. 서른 살의 남자는 이제 시작하는 나이로 여겨지지만, 서른 살의 여자는 그렇지 않다. 같은 일을 해도 남자들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데,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같은 것'이라거나, '여자는 남자만 잘 만나면 장땡'이라는 아무 말 대잔치 앞에서 꿋꿋하기란 쉽지 않다. 자존감이 한참 낮아진 상태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렇게 선택한 사람이 자신에게 적절한 상대일 리 만무하고, 그런 이와 보내는 시간이 천국이 될 리 없다. 불편한 사람과 떠나는 여행이, 혼자 떠나는 여행보다 나을 수 없다. - page 35 ~ 36

저 역시도 겪었던 일이었기에 더 공감이 갔습니다.

만약 그때 그녀의 조언을 들었었다면......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을 인생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라고, 정말 중요한 건 내 삶을 스스로 어떻게 규정할지 정하는 일이라고. 그리고 불안에 잠식되었던 서른 살의 나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십년 뒤, 너는 어리석던 시절에 한 선택을 되돌려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홀로 살아가는 마흔 살이 될 거라고. 가끔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새벽을 맞을 것이고, 돌연 아프게 되면 혼자 껑껑대며 운전해 응급실도 가고 입원도 해야 하겠지만, 대단히 힘들거나 서러운 일은 아닐 거라고. 결혼이 아니라, 다만 너의 통장이 너를 구원할 것이라고. - page 36 ~ 37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일>에서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자존감'이 낮았었습니다.

때론 내가 살아가는 이유조차 그 해답을 못 찾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삶이 비극적으로 흘러가는 건,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이라서가 아니다. 그저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것을 되돌리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답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나의 오류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을 헤쳐나올 힘도 생기는 법이니까. 내가 그랬다. 너무도 낮은 자존감으로 허우적대던 이십 대 후반에 나 역시 누군가의 구원을 기다리다 아주 후회스런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 삼십 대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초라할 거라고 생각할 만큼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순 없다고 굳게 다짐하는 순간, 영혼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정말로 내 인생을 구원하는 건 남자가 아니라 스스로 존중하는 선택을 하겠다는 나의 깨달음과 다짐이라는 것을.

...

몸을 돌봐야 몸이 건강해지듯, 마음도 계속 돌보지 않으면 나약하고 부정적인 생각들로 휩싸이기 쉽기 때문이다. 여전히 제 안의 일부는, 사랑을 통해 구원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도 부디, 오랫동안 방치하고 무시했던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을 만들길. 자신을 측은히 여기고 스스로에 대한 자비를 가져보길. 당신을 위해 뭐든 하려고 애쓰다 보면, 자존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테니까. 그렇게 내리는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리에게 새로운 역사를 쓰도록 할 테니까. - page 163 ~ 165

저도 저를 위해 '책 읽기'를 시작하였고 책을 통해, 저자들의 이야기로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상처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았던 마음을 돌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전한 <세 가지 삶>에서 저 역시도 삶의 방향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완벽히 매료된 마틴 셀리그만의 이야기는 바로 이 세 번째 방식에 관한 것이다. 그가 말한 세 번째의 삶은 바로 '의미 있는 삶'이다. 즐겁게 사는 것도 중요하고, 몰입의 에너지를 경험하며 자신의 일에서 깊은 성장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생은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자신의 범위 이상으로 사용해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어떨까. 삶의 의미란 그저 잘 먹고 즐겁게 놀며, 열심히 일하는 시간 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재능을 바탕으로 타인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삶으로 향할 때, 비로소 인생의 목적성이 뚜렷해지고 또한 그 결이 풍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page 261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더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야 나로인해 아이들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그 전에 내 삶이 더 의미있고 풍부할 수 있기에......

 

그녀의 진심어린 이야기와 조언들을 듣다보면 어느새 우리가 사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그 방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데 왠지모르게 저는 눈물이 나와버렸습니다.

아마도 모른 척 했었던, 아니 모르고 싶었던 내 마음의 상처들이 나와버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이 책을 읽으려 합니다.

커피 한 잔과 '나만의 시간' 속에서......

그래서 내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조금씩 치유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나면 진정한 '나'를 만나 내가 사는 이유를 찾아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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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숙녀 ㅣ 에놀라 홈즈 시리즈 2
낸시 스프링어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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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셜록 홈즈'가 떠오르곤 합니다.

워낙에 사건 해결에 있어서 냉철함과 뛰어난 분장술, 그리고 그의 영원한 친구 '왓슨 박사'까지.

그의 활약을 읽으면서 '추리'의 묘미를 느끼곤 하였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탐정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왼손잡이 숙녀』


'에놀라'.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뜬금없이 마마무의 노래가 생각나는건 뭐지......?!)

독립심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그리고 무엇보다 런던 최고의 탐정 셜록의 여동생이라는 그녀.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친숙했던 '왓슨 박사'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아닌 '라고스틴 박사'를 만나기 위해 큰 고민을 가지고 찾아옵니다.

"어머님이 행방불명 상태라고요. 게다가 여동생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그 두 사람이 형제에게 유일한 가족인데 그런 두 사람이 사라져버린 거죠." - page 23

자신의 앞에 있는 '여동생'의 존재를 모른 채 셜록을 걱정하며 상담을 하다 우연히 전해 들은 사건.

"셜록을 만나러 갔을 떄 유스타스 알리스테어 경과 레이디 알리스테어 부부가 딸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러 오셨더군요. 셜록은 귓가의 벼룩 한 마리처럼 불편한 소리만 골라 하면서 그분들을 돌려보냈고요." - page 30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실종된 '레이디 세실리'를 찾기 위한 수사과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14살의 소녀 '에놀라'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군!'

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합니다.

아니!

셜록보다 용감하였고 눈썰미가 돋보였기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긴장감과 더불어 스릴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죽은 생선을 펼쳐놓은 빨랫줄 아래서 놀고 있는 더럽고 앙상한 아이들.

모자도 없이 가로등 아래 서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자들.

수염이 덥수룩해선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 남자.

동전을 구걸하며 노래를 부르는 이탈리아 가족.

자갈 위에 무릎을 꿇고 신사의 부츠를 반질반질 닦고 있는 맨발의 소년.집집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성냥을 파는 누더기 차림의 여성. - page 90

이는 빅토리아 시대 런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그 도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었습니다.

이 그림이 결국 사건과의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이와 상류층 사람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던 계급사회의 일면은 제가 알고 있었던 모습보다 더 처절하고 비참하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습니다.

잔인한 인간. 자기가 힘을 행사하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레이디 세실리를 노예처럼 대해도 되는 건 아니다. - page 223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작년에 떠들썩했던 우리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땅콩회항사건'.

이뿐만 아니라 흔히 '갑질'이라는 행위.

힘을 가진 사람이 결코 해서는 안될 행위.

그렇기에 반성에 반성을 해야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가 유독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유일한 길은 내 이름이 말해주고 있는 바로 그 길이다.에놀라. 혼자서.

베이커 가 221번지 난로에 땔감을 채워 넣으며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아팠지만 또 한편으로 위안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오빠가 알든 모르든, 좋든 싫든, 셜록 오빠는 가족이 줄 수 있는 그런 안식처를 나에게 주었다.

오빠가 나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준 것이다. - page 239

따뜻했지만 유독 외롭게 느껴지는건지......

아마도 아직 추위가 풀리지 않은 겨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성 소녀 '에놀라 홈즈'.

그녀의 이야기가 또다시 기다려집니다.

이번엔 조금은 따뜻할 때 다가와 보다 강하고 위트있게, 위험하지만 그래도 감동을 줄 사건으로 다가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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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튼 캔디 캔디 뿅뿅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50
하선정 지음 / 북극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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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예쁜 동화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코튼 캔디 캔디 뿅뿅』 


코튼 캔디?

솔직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습니다.

알고보니 입에서 샤르륵~하고 녹아드는, 달콤한 '솜사탕'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아이는 그림을 보더니 귀여운 동물친구들이 눈에 띄었나 봅니다.

저에게

"엄마! 동물친구들이랑 뭐하고 노는 거지?"

라며 천진한 미소로 묻네요!

저도

"음~ 그럼 우리 빨리 동화책을 읽어볼까?"

"좋아요! 빨리 읽어주세요! 제발요!"

라며 보채는 아이와 함께 책을 펼쳤습니다.


솜사탕을 만드는 주문~♬

코튼 캔디 캔디 뿅뿅!

​

​멋진 솜사탕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간직하고픈 우리의 고슴도치는 카메라를 찾다가 그만~!!!!

누가 먹었을까요?

​


아이가

"엄마! 이제 범인을 찾아보자!"

라며 솜사탕을 먹은 범인을 고슴도치와 함께 찾기로 하였습니다.


동물 친구들에게

내 솜사탕 먹었지?

라고 묻는 고슴도치!

하지만 친구들은 전부

나 아니야...

라고 합니다.


"엄마! 동물친구들이 안 먹었으면 누가 먹었을까?"

"글쎄...... 엄마가 먹었나?! (ㅋㅋ)"

아이도 누가 범인인지 너무나도 궁금해 합니다.




결국 동물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다보니,

솜사탕 도둑은

바로! 


누구일까요?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다시 도치는 멋진 솜사탕을 만듭니다.

코튼 캔디 캔디 뿅뿅! 

​


어느새 범인도 잡게되고 다시 멋진 솜사탕도 만나게 된 이 동화, 『코튼 캔디 캔디 뿅뿅』.

아이도 스케치북과 색연필, 그리고 뿅망치를 가지고 오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엄마, 나는 토끼를 좋아하니까 토끼 솜사탕을 만들어 볼래요!"

그리고는 그림에 뿅망치를 뿅!

주문과 함께 외칩니다.

코튼 캔디 캔디 뿅뿅!

어찌나 귀여운지......

솜사탕은 되지 않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재미있는 그림활동까지 할 수 있었던 이 책이 저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솜사탕>이란 노래도 아이와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듣게 된 동요라 그런지 옛 기억도 새록새록나고......

아이도 처음 듣지만 어느새 노래에 빠져 율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아이가 배우게 된 점은 거짓말 하지 않기! 그리고 잘못을 했다면 용서를 구하기!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동물친구들이 거짓말을 했을 때

"엄마, 친구들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지면 어떡하지?!"

라며 걱정도 하는 아이.

역시 아이의 상상의 나래는 끝이 없나 봅니다.


날이 좋아지면 아이와 손을 잡고 동물원에 가야겠습니다.

이 책과 함께.

그리고 솜사탕도 먹으며 이렇게 외쳐볼까 합니다.

코튼 캔디 캔디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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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너와 헤어지는 법을 모른다
오휘명 지음, 김혜리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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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에 빠지면 온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 사람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웃고 울 수 있는......

그래도 그저 '좋다'란 말밖에......

아니,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정.

그렇기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은 왜그리도 잔인할만큼의 '이별'을 데리고 오는지......

『나는 아직 너와 헤어지는 법을 모른다』 



헤어지는 법은 영원히 모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보다 내 아픔은 더 슬프고 아린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나 겪고 아파하기에, 그렇게 우리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가 봅니다.


<가장 무서운 병>에선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치매가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고, 그런 내게 뇌 기능의 저하는 그 어떤 질병보다 치명적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늘 짜임새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사는 난데, 똑같은 문장만 반복해서 쓴다든지 하는 건 생각하기도 싫다. 그리고 나는 치매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짐을 지게끔 하는 이들을 많이 봐왔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아직은 잊기 싫은 사람과 장면들이 있다. 무엇을 잊게 될지는 모른다지만, 그리고 잊었던 것들을 어느 순간에 기억해내는 환자들도 있다지만, 온전하게 기억하고 싶은 사람과 마음들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잊음의 병'에 걸리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세상 모 일이 바라는 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도 나는 잘 안다. 앞서 말한 불행이 내게도 닥쳐올지 모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면, 그리고 그가 날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다른 건 다 지워도 그 기억들만큼은 잊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한가지, 똑같은

문장만 쓰게 된대도 상관없다.

누구야 사랑한단다, 누구야 사랑한단다, 그 문장이면 되겠다. 그거면 그래도 괜찮겠다. - page 79 ~ 80

예전에 티비에서 치매걸린 노부인과 살아가는는 노인을 보았었습니다.

그 부인은 자신이 사랑한 그 남편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지만 그런 부인의 모습을 그래도 사랑의 눈빛으로,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곤 하였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이 '나도 치매만은 걸리지 않았으면...... 내 소중한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이라며 다짐을 하곤 하였었는데 막상 저자의 글로 만나게되니 다시금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누구야 사랑한단다

이 말이 왜이리도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건지......

입으로 되뇌다보니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고이곤 하였습니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선 사랑과 그 후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변한 건 나 하나였다.

반 년 전의 나는 너를 몰랐고 반 년 후의 나는 너를 안다. 그거 하나만 변했다. 언젠간 너를 데리고 이곳에 다시 와보고 싶기도 하다. 저거 봐. 우리는 변해서 멀어졌지만 저렇게 큰 물이 변하지도 않고 그대로 있잖니. 그렇게 간지러운 말도 하면서. - page 173

결국 '사랑'의 흔적은 '나'라는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노래가 떠올랐었습니다.

노을의 <붙잡고도>와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란 노래를 찾아 들었습니다.


붙잡고도 싶었지만
나도 결국엔 안 될걸 알기에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고 말았어
이젠 보낼게 My love good bye  - 노을의 <붙잡고도> 중에서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중에서

 

사랑했었던, 그리고 다가올 사랑을 위해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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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로스타임 - Novel Engine POP
니시나 유키 지음, 제로키치 그림, 조민경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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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괜스레 제가 설레곤 합니다.

나의 '첫사랑'도 떠올리게 되면서 그때의 그 풋풋하고 설레였던 그 시절.

지금은 잊혀졌던 감정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면서 가슴 한 켠이 따스하곤 합니다.


『첫사랑 로스타임』



책을 받자마자 만나게 된 문구.

나의 '청춘'은

시간이 멈추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멈추었을 때?

움직일 수 있다니 이건 무슨 운명같은 이야기일지 기대되었습니다.


주인공은 고등학생 '아이바 코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흘러가는 시간이었습니다.

"- 잘 들어. 인생이란 1분 1초가 쌓여서 이루어져.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로 명암이 나뉘지. 옆 사람이 게으름을 부리는 사이에 노력하는 자만이 한 발 앞설 수 있어. 그 한 걸음씩의 차이가 이윽고 제군들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가 될 거야. 그러니 지금이야! 지금 이때 온 힘을 다해-."

거기서 뚝. - page 4

 

갑자기 모든 것이 뚝 끊어져버린, 교단에 선 선생님도, 37명인 반 친구들도, 그리고 날아다니는 새들도 모두가 죽은 듯이 조용하면서 멈추어버리게 됩니다.

이 상황.

온몸에선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하고, 어떻게든 움직이려는 우리의 주인공.

필사적 몸부림으로 갑자기 훅 하고 몸의 경직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1시 35분.

이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멈추어버리는 세상 속에서 그는 자신처럼 유일하게 움직이는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시노미야 토키네'


그리고 시작되는 그녀와의 로스타임의 달콤한 사랑이야기.


하지만 왜 자신만이 그 시간에 움직일 수 있었는지, 그 시간에만 멈추게 되는지 밝혀지면서 달콤했던 이야기는 조금씩 씁쓸하면서도 가슴 아리게 다가옵니다.

끝나지 않은 그녀와 그의 첫사랑 로스타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소설은 엔딩을 내립니다.


그와 그녀의 시간 멈춤 현상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립니다.

"있잖아, '로스타임'은 어떨까?"

"음...... 글쎄." 

시노미야는 스케치북에 하얗게 물든 숨결을 내뿜으며 고개를 갸윳거렸다.

"모르겠어. 무슨 뜻이야?"

"신이 빠뜨린 시간이라는 의미야." - page 83

다른 이와는 공유할 수 없는 시간.

단 둘만의 시간.

아마 우리에겐 저마다의 '로스타임'이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의 소설인 황순원의 『소나기』가 연상되었습니다.

풋풋하지만 달콤쌉싸름한 소녀 소년의 이야기.

소나기가 내리면서 가까워진 그들의 그 시간도 로스타임이 아니었을까!

 

만약 이 소설이 애니매이션으로 나와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독자와 그들 사이에 비밀을 공유한다면......

그래서 그들의 '청춘'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우리의 '감성'이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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