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손잡이 숙녀 ㅣ 에놀라 홈즈 시리즈 2
낸시 스프링어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월
평점 :
'탐정'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셜록 홈즈'가 떠오르곤 합니다.
워낙에 사건 해결에 있어서 냉철함과 뛰어난 분장술, 그리고 그의 영원한 친구 '왓슨 박사'까지.
그의 활약을 읽으면서 '추리'의 묘미를 느끼곤 하였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탐정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왼손잡이 숙녀』

'에놀라'.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뜬금없이 마마무의 노래가 생각나는건 뭐지......?!)
독립심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그리고 무엇보다 런던 최고의 탐정 셜록의 여동생이라는 그녀.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친숙했던 '왓슨 박사'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아닌 '라고스틴 박사'를 만나기 위해 큰 고민을 가지고 찾아옵니다.
"어머님이 행방불명 상태라고요. 게다가 여동생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그 두 사람이 형제에게 유일한 가족인데 그런 두 사람이 사라져버린 거죠." - page 23
자신의 앞에 있는 '여동생'의 존재를 모른 채 셜록을 걱정하며 상담을 하다 우연히 전해 들은 사건.
"셜록을 만나러 갔을 떄 유스타스 알리스테어 경과 레이디 알리스테어 부부가 딸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러 오셨더군요. 셜록은 귓가의 벼룩 한 마리처럼 불편한 소리만 골라 하면서 그분들을 돌려보냈고요." - page 30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실종된 '레이디 세실리'를 찾기 위한 수사과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14살의 소녀 '에놀라'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군!'
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합니다.
아니!
셜록보다 용감하였고 눈썰미가 돋보였기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긴장감과 더불어 스릴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죽은 생선을 펼쳐놓은 빨랫줄 아래서 놀고 있는 더럽고 앙상한 아이들.
모자도 없이 가로등 아래 서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자들.
수염이 덥수룩해선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 남자.
동전을 구걸하며 노래를 부르는 이탈리아 가족.
자갈 위에 무릎을 꿇고 신사의 부츠를 반질반질 닦고 있는 맨발의 소년.집집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성냥을 파는 누더기 차림의 여성. - page 90
이는 빅토리아 시대 런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그 도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었습니다.
이 그림이 결국 사건과의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이와 상류층 사람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던 계급사회의 일면은 제가 알고 있었던 모습보다 더 처절하고 비참하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습니다.
잔인한 인간. 자기가 힘을 행사하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레이디 세실리를 노예처럼 대해도 되는 건 아니다. - page 223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작년에 떠들썩했던 우리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땅콩회항사건'.
이뿐만 아니라 흔히 '갑질'이라는 행위.
힘을 가진 사람이 결코 해서는 안될 행위.
그렇기에 반성에 반성을 해야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가 유독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유일한 길은 내 이름이 말해주고 있는 바로 그 길이다.에놀라. 혼자서.
베이커 가 221번지 난로에 땔감을 채워 넣으며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아팠지만 또 한편으로 위안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오빠가 알든 모르든, 좋든 싫든, 셜록 오빠는 가족이 줄 수 있는 그런 안식처를 나에게 주었다.
오빠가 나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준 것이다. - page 239
따뜻했지만 유독 외롭게 느껴지는건지......
아마도 아직 추위가 풀리지 않은 겨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성 소녀 '에놀라 홈즈'.
그녀의 이야기가 또다시 기다려집니다.
이번엔 조금은 따뜻할 때 다가와 보다 강하고 위트있게, 위험하지만 그래도 감동을 줄 사건으로 다가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