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리병 편지 1~2 - 전2권 - Flaskepost fra P
유시 아들레르올센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강렬한 책 표지에 이끌렸습니다.

그리곤 이어진 문구.

'살려 주세요'

저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았습니다.

『유리병 편지』 


3일째 그곳에 갇힌 두 아이, 형과 동생.

그들을 납치한 범인은 잔에 붉은 피를 한 방울씩 떨어뜨린 다음 마시라고 했다. 먼저 마시라고 한 뒤에야 그는 물속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를 형제에게 말해 주었다. 두 형제는 금지된 피가 섞인 물을 마셨고 따라서 형벌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수치심이 갈증보다 더 그들을 괴롭혔다. - 1권 page 8

어떻게 해서든 이 곳을 빠져나가야하는 두 아이.

형은 자신의 몸이 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쇠사슬이 묶인 몸으로 필요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벽에 바른 타르를 긁어모으기.

병.

바닥의 판자를 뜯어 얇은 나뭇조각.

그리고 그가 깔고 앉은 신문지.

그는 신발 한 짝을 벗고, 나뭇조각으로 발바닥을 아주 깊게 찔렀다. 너무 아파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러고 나선 줄줄 흘러내리는 피를 신발에 받았다. 깔고 앉은 신문지를 크게 찢어 등 뒤에 놓고 날카로운 나무 가시에 피를 묻힌 뒤,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뒤로 돌리고 신문지 위에 글을 써내려 갔다. 그는 가능한 한 작은 글씨로 지금 형제가 처해 있는 끔찍한 상황을 적었다. 마지막으로 이름을 쓰고 종이를 둘둘 말아 병 속에 집어 넣었다. - 1권 page 11 ~ 12


그 편지.


그리고 시간은 흘러 어느 새 10년 이상이 흐르게 됩니다.


어느 날 스코틀랜드 경찰이 바닷가에서 발견하였다며 덴마크 경찰에게 보낸 유리병 편지가 Q 수사반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덴마크 경찰의 미결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 수사반인 Q 수사반.

이를 이끄는 '카를 뫼르크' 반장은 처음에 이 편지가 어린 아이의 장난일꺼라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무척이나 떨리는 손으로 쓴 것같은, 어쩌면 편지를 쓴 사람이 공포에 질려 죽어 가면서 쓴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사건의 실마리는 '사이비 종교'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성 동정녀 신도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몰래 접속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원칙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었다. 인터넷은 속세의 발명품이라고 해서 교단이 배척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남자는 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살짝 치면서 말했다. 「어이구, 제가 멍청한 말을 했네요! 여기선 인터넷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깜빡했어요. 정말 좋은 교리예요. 인터넷은 사실 악마 같은 도구지요.」그는 회개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들은 심지어 카페인 없는 커피만 마셨다. 이 가정은 모든 것을 정확하게 교리에 맞추어 살았다. 「어쨌든 대회는 비네루프 체육관에서 열립니다.」

차에 두 아이를 태우고 막 출발하려 하자, 나머지 식구들이 마치 크기 순으로 늘어놓은 양파처럼 일렬로 서서 손을 흔들었다. 이 순간 이후부터 가족들은 다시는 가정의 평화를 맛볼 수 없을 것이고, 이웃들도 더 이상 믿지 못할 것이다. 얼굴에서 모든 미소가 사라질 것이며, 주말마다 예배를 드리고 모든 현대 문명의 테크놀로지를 거부하며 산다고 하여 이 세상의 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고통 속에서 깨닫게 될 것이다.

남자는 이 가족이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이들이 따르기로 선택한 길이 우연히 그가 걷기로 한 길과 서로 만난 것 뿐이다. - 1권 page 225 ~ 226


정말 '사이비 종교'도 문제이긴 하지만 연약하고 죄없는 아이를 납치한다는 건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는 것을 깨달아야겠습니다.

왜 우리들의 사건 속엔 '아이'가 피해를 보아야하는 것인지......

삐뚤어진 어른의 사고로 인해서 말입니다.


소설은 1권을 넘어 2권까지 그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사건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2권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어린 시절.

왜 그가 납치와 살인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건의 진실이 너무나 참혹하다는 사실만이 남곤 하였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의 부모가 세상을 떠난 지 25년이 넘었다. 종교적 광신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추종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또 여전히 사랑과 관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모두 지옥에 가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는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그들을 증오했다. 이가 갈렸다. 신앙을 갖고 있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믿으면서 사는 광신도들, 지옥으로 가서 썩어 없어져야 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이들을 지구에서 모두 제거해 버리고 싶었다. - 2권 page 107

과연 '신'을 내세워 '사랑'과 '관용'을 외친다는 것......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가 아니었을까......


소설 속에 다룬 사이비 종교, 학대, 아이 납치 등은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주제들이었습니다.

특히나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자꾸만 곱씹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이 영화 <미결 처리반 Q: 믿음의 음모>로 상영되었다고 하니 다가오는 주말에 한 번 보아야겠습니다.

보고나서 진정한 구원의 의미도 되새겨볼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작품을 보게되면 그 화가의 내면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기에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엄연한 차이를 만들곤 합니다.


화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더 잘 보인다!

그림을 좋아하는 저에게 이 책은 마치 저에게 꼭 읽어야한다고 손짓을 하였습니다.


위대한 예술작품 속에 숨겨진 심리학을 만나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


19세기와 20세기 초.

그때의 화가가 그림에 풀어놓은 생각과 감정에 대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비로소 작품의 의미를 해석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모르고 그저 명작이라고만 생각했던 저에게 화가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그 작품이 왜 그토록 '의미'를 간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장부터 반가운 이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그녀의 이야기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로 만난 적이 있었기에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늦었다고 좌절하고 있던 저에게, 결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과 자신이 하고자하는 의욕이 있다면 거창하게 하지 않더라도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옳은 길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특히나 그녀가 그린 그림에선 계절을 담은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따뜻한 색감으로 다가왔기에 그 그림을 보고있노라면 한없이 따뜻하고 정감갔었습니다.

모지스 할머니가 그려낸 농자아의 풍경에서는 천진난만한 동심이 느껴지고 즐거움이 전해져온다. 동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그림들이다. '나도 한때는 저렇게 그림을 그렸던 때가 있었는데.' 하는 추억도 불러일으킨다. 주변 풍경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을 들여다보면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림 속의 사람들은 모두가 일을 하거나 즐겁게 놀고 있어, 그림은 그들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활기로 가득하다. 그 활기가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에게까지 전해져온다. - page 13 ~ 14

이 책에서도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를 언급하곤 하였습니다.

잠시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을 펼쳐 그녀의 그림만 바라보았습니다.

이렇게 저와 그녀만의 작은 전시회를 열었었습니다.


책 속엔 20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역시나 '빈센트 반 고흐'도 이 책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자꾸만 만나고 싶은 그의 그림.

또 다시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반 고흐를 사랑하는 이유는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시대를 거부하고 순수성으로 현실을 정면돌파한 그의 우직함, 고독하게 예술혼을 불태운 의지와 투지, 인간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과 동경 때문이 아닐까? - page 217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인상깊었던 화가가 있었습니다.

'수잔 발라동'

사생아로 태어나 사생아를 낳았고 생존을 위해 그림을 그렸던 그녀의 캔버스는 삶을 향한 투지와 야성적 에너지로 가득하다. 생활고와 미혼모라는 환경의 굴레를 극복하고 남성의 욕망의 대상을 넘어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수잔 발라동이 발하는 독특한 매력은 무척이나 강렬하다. - page 305

말 그대로 그녀의 그림은 강렬하였습니다.

그녀의 눈을 통해 본 여인들의 모습은 아름다움이라기보단 강하고 야성적인 에너지마저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누드화는 삶의 고뇌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몸, 살찌고 억센 몸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생존을 향한 투지와 열정을 풀어놓았던 그녀의 캔버스는 건강한 여성성과 농밀한 개성이 넘치는 작품으로 거듭난다. 시대의 검열을 무심한 눈길로 넘겨버리고 당당한 자세로 "나는 나,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고 있는 그녀의 누드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문을 연다. 남자의 시선이 배제된 여자의 몸은 일상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며 부끄러워하거나 야한 느낌 없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 page 310 ~ 311


솔직히 여성화가가 유명세를 타기란 쉽지 않은게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준 이 '에드가 드가'.

드가 역시 숱하게 발라동의 누드를 그렸지만, 그의 그림 속에서 표정 없는 뒷모습만으로는 그림 속 주인공이 그녀임을 알기는 쉽지 않다. 로트레크와 르누아르가 수잔 발라동의 얼굴에 자신들의 가치관을 투영했다면, 모델의 맨 등에 비치는 아침빛의 색깔만을 포착한 드가의 시선은 객관적이고 냉정한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 page 314

앞서 드가의 이야기가 나와있었지만 그가 그렸을 수잔 발라동의 그림은 없었습니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이렇게 서로의 이야기가 나오니 또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되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권의 책으로 떠난 미술관 여행.

화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그들의 작품이 단순한 그림을 넘어서 한 권의 책이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였습니다.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

그 말을 또 한 번 믿게 되었습니다.


다른 화가들의 이야기도 궁금하였습니다.

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래서 그 작품엔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미술관에 심리학자가 또다시 방문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서른셋'은......

결혼하고 첫 아이가 한창 재롱을 부리던 그 때.

뭐든 처음이라 서툴기만 했던 그 때.

어리버리하고 정신없이 흘러가 딱히 기억에도 남지 않는, 그래서 더 아쉬운 그 때.

서른셋.


이 책을 보자마자 괜히 울컥하였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그 시절이 그리워서일까......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제야의 종소리 서른세 번.

서른셋을 맞이한 '영오'의 이야기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돌아가신 아버지......

아버지가 사시던 곳에서 아버지의 유품을 가져가라는 주인집 아줌마의 전화를 받고 간 그 곳.

영오는 상을 치르고 나서 그 낮고 어두컴컴한 방으로 가 살림살이를 처분했다. 처분이라고 해봤자 이부자리 두 채와 그릇 몇 개, 옷 몇 벌을 내다버리니 끝이었다. 비로 바닥을 쓸자 머리카락과 살비듬이 서로 엉겼다. 사람이란 결국 먼지인가, 싶었다. 담배 냄새가 먼지처럼 떠도는 방이었다. - page 28

다 정리한 줄 알았지만 싱크대 아래에 있던 고물 압력솥.

압력솥을 옆구리에 끼고 터덜터덜.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압력솥 뚜껑을 열어보니 수첩이 있었습니다.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글자엔 영오의 이름을 포함해 세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홍강주

문옥봉

명보라


사실 그들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빚쟁이?

빚이 없는 아버지에게, 오히려 천만 원짜리 흑자 인생이었던 아버지에게 과연 그들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며 그렇게 아버지의 흔적을 알게 된 영주.


세상에는 어떻게 하다 보니 어떻게든 되어버리고, 지나고보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를 일투성이다. - page 69

이 말처럼 어떻게 하다 보니 아버지와는 사이가 멀어지게 된 영오를 보고 있노라면 제 모습과도 흡사 닮아보였습니다.

저도 어느 순간이었는지 아버지와 서먹한 사이가 되었고 결혼을 한 뒤 아버지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다가가질 못하는 내 모습에......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유가 있든 없든, 많든 적든, 별것 아닌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일이 가시처럼 기억에 박히기도 한다. 어떤 틈은 희미한 실금에서부터 벌어지고, 어떤 관계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목만으로도 망가진다. - page 69


아이와 어른의 차이.

"애들은 방황하는 거지 고집부리는 게 아닙니다. 고집은 손에 쥔 걸 놓기 싫어하는 거구요, 방황은 길을 찾아 헤매는 거예요. 이 길이 아니구나 싶으면 다른 길로도 가본다구요. 그런데 머리 크면 달라지죠. 남이 하는 소리가 개뿔 먹히질 않아. 고집만 세져가지고." - page 130

그래서 아이가 어른보다 더 낫다는 것.


저는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밥을 다 먹은 뒤에, 개나리아파트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추웠지만 걸을 만했다. 배 속에는 문옥봉 김밥이, 주머니 속에는 도로시 개떡이 있는데 추위쯤이야. 목공소가 보이자 미지는 느긋한 나그네처럼 목련나무로 다가갔다. 겨울이지만 가지 끝에 사알짝 변화가 생긴 것도 같았다. 자세히 보면 보인다. 마음을 다하여 보면. - page 163

누구라도 마음을 다해, 자세히 보면 다 보이는 것인데......

왜 보지 않는 것인지.

아니, 왜 보려하지 않는 것인지.


영오는 결국 아버지의 유골함 앞에서 외친 이야기는 가슴 저미게 들려왔습니다.

영오는 아버지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았다. 유골 단지 안에 비집고 들어가 웅크리고 싶었다. 가루처럼 부서지고 흩어졌으면, 심자아이 딱딱한 뼈였으면. 아버지에게는 전화를 걸듯 목소리를 내어 말하고 싶었다.

"저기......"

...

"어, 어떻게든......"

...

"살게요. 그냥 살게요. 오늘 하루, 내일 하루, 운 좋게 모레가 오면 또 하루 더......" - page 271

잠시 제 머리를 스쳐간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아버지를 그리면서 외치던 대사.

그리고 마지막에 나왔던 알프레드 디 수자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 떠올랐습니다.

​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영오'라는 이름.

"영오란 이름이 말이죠, 다분히 수학적이거든요. 0과 5. 그래서 쩜오."

...

"아저씨는 나머지 0.5를 찾아주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요?"

...

"오까지 다섯을 합하면 1이 되잖아요. 0.5 더하기 0.5는 1." - page 267 ~ 268


더 이상 그녀의 서른셋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책의 앞표지에서 던진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은 외로운 사람인가요?

나는 외로운 사람일까?

아니었습니다.

저에겐 저를 채워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영오의 기적과 감동이 잔잔히 저에게 스며들어 가슴 따뜻해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똑같네 똑같아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52
김숭현 지음 / 북극곰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보자마자 아이는 노래를 부릅니다.

"무엇이~무엇이~ 똑같을까?"

(역시 흥이 넘치는 건 어쩔 수 없는......ㅋㅋ)


이번에 읽게 된 책, 『똑같네 똑같아』 .


책을 펼치기 전에 아이와 함께 동물들과 무엇이 똑같을지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거북이랑 고슴도치는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는데......

코끼리는......?

그리고 코끼리 위에 있는 목도리 도마뱀은 도저히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제 머리의 한계를......)


아이는 코끼리는 '줄'을 닮았다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긴 코가 밧줄과 비슷한가 봅니다.

그런가?!


그리고 목도리 도마뱀은 아이도 갸우뚱 합니다.

그러더니

"아하! 우산이랑 닮았어요!"

"우와~!"

진심으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과연 동화책에선 동물들이 무엇과 똑같을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 같은지 부푼 희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뱀이 외칩니다.

하하하하

똑같네 똑같아! 

 


그리곤 친구들이 하나 둘씩 등장합니다.

다들 갸우뚱거리며 뭐가 똑같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잘 봐.

똑같이 생겼다니까!


자신만만한 우리의 뱀.

코끼리에겐 물뿌리개를.

고슴도치에겐 머리빗을.

목도리 도마뱀에겐 선풍기를.

거북이는 가마솥을.

​

​

​


정말 다들 닮았습니다.


그런데 동물 친구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이렇게 외칩니다.

와아아아아아!

정말 똑같네 똑같아!


응?


아하!

뱀은 '똥'이랑 똑같았습니다.

아이도 같이 웃으면서 외칩니다.

"똑같네 똑같아!"


책을 읽고나서 아이는 집에서도 똑같은 물건을 찾으려고 돌아다닙니다.

음......

하지만 막상 없나봅니다.

조금 시무룩해진 아이를 보니 뭐라도 찾아야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도 보다 사물을 관찰하면 닮은 모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알고보니 서로 닮은 꼴이라니......

조금은 재미난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아이에게 거울을 건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 딸은 엄마랑 똑같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리마인더스
밸 에미크,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까?'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다른이에게 비추어질 내 모습.

그 기억 속에서 내 모습이, 그리고 그들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어떨지 궁금하곤 합니다.


이 책에서도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도 이 책을 읽고 그 해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리마인더스』


존 레넌을 좋아해서 이름을 '레넌'으로 지으려다 '조앤 레넌 설리'.

그녀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접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서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두 살때 머리를 크게 부딪힌 사고가 있었는데 그 후 모든 것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훑어보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은 스튜디오를 유지할 수 없다며 문을 닫겠다고 선포한 엄마.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개빈'이 잠시 자신들과 같이 지내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도 황당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에 조앤은 개빈과의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의 전개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조앤과 개빈은 옛 기억을 더듬어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의지를 하기 시작합니다.

개빈은 그의 연인이었던 시드니의 모습을......

조앤은 개빈으로부터의 자신의 곡에 작사를 해 주기를......

누군가의 기억으로부터 자신의 추억을 되집으려하고, 누군가는 이 현재를 다른 이가 기억해주기를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면서 '기억'과 '추억'에 대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오랜 여운으로 간직하게 해 주었습니다.

난 연주를 멈추고 개빈 아저씨의 노래를 기다린다. 마침내 아저씨가 노래를 시작한다. 아저씨의 목소리에 내 심자아이 두근거린다. 이제 우리는 함께 연주한다. 그리고 모두 여기 있다. 많은 눈들이.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노래를 하고 미소를 짓고 춤을 추고 눈물을 흘린다. 내일은 모르겠다. 존이 그랬다. 내일은 결코 모른다고. 그래도 지금은 다들 나를 보고 있다. 정말로 나를 보는 듯하다. 나는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난 이들을 나만의 상자에 담아둘 것이다. 항상 안전하게 지키면서.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니까. 기억하는 것. - page 423 ~ 424


소설을 읽으면서 '기억'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간직한 기억들이, 그 추억들이 한데 어우러져 비로소 또 하나의 의미로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에서 '기억'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영화 <노트북>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한 할머니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노트북을 펼쳐 이야기하던 한 할아버지.

이 영화에선 '노트북'이란 매개가, 이 소설에선 '음악'이 더해져서 '기억'의 의미를 되짚어가는 것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에서 이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인상을 남기곤 하였습니다.

"왜 시드니 아저씨의 물건들을 태우고 싶었어요?"

"기억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난 아저씨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안다. 덕분에 우리가 단순한 작사. 작곡 파트너가 아닌 것처럼, 우리가 또 다른 의미에서 한 팀인 것처럼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모르겠다. "그러면 우리 집에는 왜 오신 거예요? 나랑은 왜 얘기를 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것보다 잊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지."

누구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난 잊는 것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망각 앞에서 당황하는 것은 보았다. - page 158 ~ 159

과연 기억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아님 잊혀지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것일까......

내가 가진 기억들을 되짚어 보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