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엄마 ㅣ 디즈니의 악당들 5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김지혜 옮김 / 라곰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디즈니 만화 속 악당들.

벌써 5권이 나왔지만 그동안 나온 악당들의 이야기를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궁금하긴 했지만......)

하지만 이번에 이 책이 끌렸던 이유.

아마도 '엄마'라는 단어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라푼젤>

많은 디즈니 만화 중에 저와는 인연이 그다지 없었습니다.

단순히 긴 머리의 라푼젤이 높은 탑에 갇혔다가 왕자를 만나게 되고 왕자가 라푼젤의 친부모를 찾아주고 마녀에겐 천벌을 내리는 동화라는 것.

그래서 더 이 이야기가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라푼젤에서의 악당, 그녀가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숨은 사연.

"엄마는 다 알아, 세상 밖은 위험해"

『가짜 엄마』 

 


우선 호기심에 책표지를 벗겨보았습니다.

검은 머리의 매혹적인 그녀가 백발의 쭈글한 얼굴을 가진 한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나봅니다.

아름다움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

그 시작에는 '엄마'가 있었다


책을 펼치니 첫 문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죽음의 숲에 마녀 가족이 살고 있었다. - page 11

죽음의 숲에 사는 마녀 가족.

헤이즐, 프림로즈, 고델이라 불리는 마녀 세 자매와 무시무시한 죽음의 여왕이자 마녀 중의 마녀인 세 자매의 어머니 마네아가 살고 있었습니다.

빛나는 검은 머리카락, 까무잡잡한 피부, 크고 또렷한 잿빛 눈망울을 지닌, 몇 시간 차이로 막내가 된 '고델'.

그녀는 언니들과는 달리 엄마를 이해하고 그 마법에 관심을 가진 그런 소녀였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의 피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그만 엄마의 광기, 그로인한 죽음에 다다르는 언니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 고델은 그만 엄마를 죽이고 자신 역시도 엄마의 힘을 가지고자 '라푼젤'을 납치하고 높은 탑에 가두게 됩니다.


그리고는 우리가 아는 '라푼젤'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가짜 엄마'인 고델의 집착과 광기가 그려집니다.


특히나 '가짜'라 하더라도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 부분에선 왠지 모르게 짠한 느낌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어둠 속에서 고델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라푼젤?"

"엄마?"

"소중한 내 아가!"

"엄마!"

"괜찮니? 다친 데는 없고?"

"엄마, 여긴 어떻게..."

"네가 어찌나 걱정되던지. 그래서 널 쫓아왔단다. 그러고는 저들이 널 공격하는 것을 봤지. 자, 가자꾸나. 저들이 또 들이닥치기 전에 떠나자꾸나."

라푼젤은 유진이 돛단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보아하니 꽃은 꽤나 상처받은 모양이었다. 라푼젤은 유진이 자신을 배신했으며, 세상에서 저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은 엄마뿐이라고 믿게 되었다. 라푼젤은 엄마의 품에서 울부짖었다.

"엄마 말이 맞았어요. 엄마가 다 옳았어요."

"그래, 안다. 엄마는 다 알지." - page 354 ~ 355


결국은 자신의 엄마가 그러했듯이 그녀 역시도 그 마지막에 목격한 것은 '역겨움과 공포'였음에......


앞서 고델의 어린 시절에 엄마 마네아와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것이 네가 물려받을 거란다, 고델. 우리 가문의 유산이지."

고델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라푼젤이요?"

"그래. 내가 떠나고 나면 네가 보호해야 해. 가장 중요한 의무야! 나처럼 오래도록 살 계획이라면 이 꽃, 라푼젤을 잘 간수해야 한다. 이건 과거의 치욕으로부터 너와 네 언니들을 보호하기 위한 거야." - page 49


엄마를 미워했지만 결국 엄마의 모습을 닮아간 고델의 모습.

"우리가 당신의 언니들을 되살리려고 했을 때 프림로즈가 했던 말, 기억나요? 베일 속에서 힘겹게 내뱉던 말이요."

"우릴 그냥 죽게 내버려둬."

"맞아요. 그게 유언이었어요. 그럼에도 당신은 지난 수년간 언니들을 되살리겠다고 별짓을 다했죠. 언니들은 당신과 같이 지내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당신은 사악하고 잔혹한 당신 어머니의 복제품일 뿐이었으니까요. 아이들을 죽이고 눈멀게 하고 명령에 복종시킨 마녀!"

"당신도 마찬가지였잖아요. 내가 안다고요!"

"우리가 당신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당신도 우리의 속을 모를 리가 없죠. 하지만 고델, 당신은 언니라는 잘못된 대상에게 사랑을 쏟은 거예요. 그들은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 page 330 ~ 331

잘못된 집착.

그 시작부터 어긋났기에 결국 내면의 고통으로부터 자신마저 소실된 고델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저 나쁜 악당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지난 어린 시절의 모습이......

그 시작이......

잘못 채워진 첫 단추로 인해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된 고델의 모습으로부터 과연 선함과 악함의 차이는 그 '시작'이었음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악당들이 주인공이 된 이야기는 신선하면서도 더 애잔하게 다가왔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피엔딩의 선한 주인공들보다 이런 악당들의 이야기도 만나게 해 준다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 소설이 애니메이션이 된다면......


다른 디즈니의 악당들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독사과를 건넨 『사악한 여왕』부터 차근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그들의 속사정.

그리고 그후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들에게 '악당'이 아닌 '불쌍한 사람'이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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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다 임마 - 오늘을 버텨내는 우리들에게
장성규 지음, 이유미 그림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토요일 밤에~♬

즐겨보는 오락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JTBC의 <아는 형님>.

게스트가 '형님학교'에 전학을 와서 인생을 좀 '아는 형님'들과 함께 유쾌하게, 통쾌하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프로그램입니다.

보고있노라면 깔깔 웃으며 그들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곤 하는데......


처음엔 '개그맨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개그맨이라고 하기엔 뭔가 2%가 부족하였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검색어 : 장성규

알고보니 그는 JTBC 1기 공채 아나운서라고 합니다.

아나운서가 개그맨 못지않은 개그를 하고 있다니!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냈습니다.

『내 인생이다 임마』


제목부터 거침없었습니다.

요즘 시대에도 개천에서 용 난다임-마

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사연과 함께 전할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음......

책의 첫장을 펼치자마자 조금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의 S.E.S의 바다 분장을 한 모습이 똬~악하니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댓글.

↳ jangsk83 깨알 같은 관심 고맙다, 임마!

그렇게 그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임마!


여기서 나온 '임마'.

알고 보니 이런 의미였습니다.

※[임마]는 '잇츠 쇼 타임-마'의 줄임말로 장성규가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주의 : 인마 아님.

순간 저도 착각을 했었습니다.

'인마'로......


그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티브이로 보던, 제가 알던 '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왕따'를 겪었던,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이 있었던, 소심했던 그.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는데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에게조차 버려진 나를 누가 사랑할 수 있을까. - page 28


원치 않았던 씨름부 입단, 회계사 준비.

그냥 어른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던 그에게 삶의 방향을 깨닫게 해 주신 '류부열 은사님'.

회계사가 되면 행복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그만

"잘 모르겠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때의 나는 삶의 방향 없이 분주하기만 했다.

심지어 열심히, 바르게 잘 가고 있는 줄 알았다.


은사님은 당황하는 나를 보고는 말씀하셨다.


"성규야, 아나운서가 되면 어떻겠니?" - page 54


그렇게 그는 조금은 늦은 나이에 자신의 길을 찾게 됩니다.

'아나운서'


그는 정말 그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행복감을 알고 나서 그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기쁨이, 희망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인생 목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뭔가 거창할 것 같았지만 알고보니 단순한, 그렇기에 더 어려운 그의 목표.

'오늘을 살자(주의 : 오늘만 살자 아님).'


오늘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내는 장성규가 되고 싶다. 방송 베테랑이 되는 날이 온다고 해도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 수 있는 방송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

걱정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니

내일을 준비하는 게

더 나은 길이라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사실 돌아보면 걱정했던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 page 194 ~ 195

​

저 역시도 소심한 성격에 선 걱정이 앞서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하고 싶어도 선뜻 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말았는데......

그의 인생 목표를 본받아야겠습니다.

오 늘 을 살 자!!

​


그는 '관밍아웃' 하였습니다.

좀 힘들고 어려워도 내가 즐겁게 하면

많은 분들이 웃을 수 있고,

그중에서도 몇몇 사람 정도는

마음의 위안도 얻을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기운이 난다. - page 205

그렇게 그는 SNS를 통해, 랜선 임마들과 함께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며 희망을 선사하곤 하였습니다.

사람에게서 얻는 기운이란 참 따뜻해서

몸과 마음이 춥고 지친 날에도 지탱할 힘을 준다. - page 211


그의 이야기 중에 '아빠'로서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그의 아들에게 대하는 모습이, 그 마음이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꼭 뭔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그 안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커가면서 늘 그런 마음을 갖도록 해 주려고 한다.

실패도 좌절도 겪을 수 있으니 하고 싶은 건 다 하기를

실패도 괜찮은 면이 있다는 걸. - page 256


하준아,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너의 아빠가 된 거란다.

돈 많이 벌어 올게, 임마. - page 258


그의 진정어린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 사람답다!

룰렛 판 같은 인생에서 주인공이 된 그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에게 꼭 듣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버틴 너.

수고했어 임마!

그가 전한 자신을 인정하는 법, 사랑하는 법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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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부윤아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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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첫 눈에 반한 책표지였습니다.

아기자기한 정원이 그려진, 풋내기 농사꾼이 땀을 닦으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어, 그러니까... 취미로 집에서 채소를 키우고 있어요."


지극히 작은, 하지만 그곳에서 작은 씨앗이 자라나 전해주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크나큰 감동이었습니다.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가 전하는 첫 에세이.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하였습니다.

취미는 무엇인가요? - page 10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내 취미는 무엇이었지? 어떤 걸 취미라고 해야 하는걸까?

그 역시도 망설이다가 머뭇머뭇하며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취미로 집에서 채소를 키우고 있어요." - page 10

오히려 자신만의 취미가 있는 그가 부러웠습니다.


그의 채소 키우기는 초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어린 그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감자를 심으며 두근두근 부푼 가슴을 안고 기다림 끝에 '수확'의 순간.

대체로 뿌리에 혹같은 것만 따라 나오며 점점 채소 키우기에 관심을 잃게 됩니다.

(얻는 이득이 없었기에...... 그만 흥미를 잃은 그)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독립한 30대 중반이 되어서 다시금 꿈을 꾸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왜 꽃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채소'를 키우는 것일까?

그에 대해 이렇게 답을 하였습니다.

"실속 있으니까요."

채소는 보기에 즐거울 뿐만 아니라 먹을 수 있다. 문자 그대로 결실을 맺는다는 점이 즐겁다 작은 씨앗을 한 알(혹은 모종을 한 포기)만 심어도 그것이 다섯 배, 열 배, 때로는 백 배가 되어 돌아오면 이득 본 느낌이 들어 기쁘다. - page 14


그렇게 작은 농장 키우기는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채소 키우는 이야기는 단순히 농장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나아가 자신의 이야기가 되었고 사회의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마치 작은 씨앗이 싹을 키우고 줄기와 잎을 내밀며 비와 바람, 추위와 더위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나 끝내 수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그러다 그의 지극히 작은 농장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

 


기존에 있었던 이들도 있지만 새로운 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채소가 있었습니다.

'가지'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가지 재배는 손이 많이 갈 일이 없다. 토마토처럼 매일 곁순을 따줘야 하는 성가심도 없고, 내리는 비에 일희일우하는 걱정도 없고, 오이처럼 덩굴을 유도하거나 세심하게 가지 정리를 해야 할 필요도 없다. 심고 나면 거의 방치. 초기 단계에서 자라는 줄기를 서너 개로 정리하여 지지대라고 말하기도 힘든 비스듬한 부목을 세운다. 작업은 그 정도다. - page 310


비가 내려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도 구름이 잔뜩 낀 날도,

흔~들

흔~드~을.

뭐, 그래도, 그 점이 가지의 좋은 점이기도 하다.

한여름에는 매일 수확을 잔뜩 하겠다고 콧김마저 거칠게 잔뜩 기합이 들어간 나의 초조함을,

뭐~어, 상 관 없 잖 아~ 가 정 텃 밭 인 거~얼.

이렇게 달래주는 것 같은 기분이다. - page 311


그래도 가지의 마이페이스만은 올해도 건재했다.

흔~들 흔~들하며 어느새 커져 있었다.

가지의 난점은 수확 후반에 접어들면 끝부분이 딱딱해지는 것인데, 그 문제도 올해는 적었다.

가지가 가르쳐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서두르지 말라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잘 풀리지 않는다고. - page 313

이렇게나 매력적인 채소였군, 가지!

이제라도 '가지'를 먹으며 좋은 기운도 함께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식탁 위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쌀과 야채들, 고기, 그리고 과일들.

그동안은 먹기에만 급급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들이 간직한 삶의 방식에 대해, 그리고 저에게 전해줄 이야기에 조금은 귀를 기울여볼까 합니다.


그의 작은 농장은 지금도 진행중이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도 될지......

그의 농장 일기를 읽으며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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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치유하는 시간 - 세계문학으로 읽는 상처 테라피
김세라 지음 / 보아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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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을 읽는 이유.


사실 어릴 적엔 '책'을 읽으라고 외치시는 엄마의 말이 그저 잔소리로만 들렸습니다.

세상엔 재미있는게 훨씬 많은데!

왜!

책을 읽으라고 하시는지......

어릴 적 엄마는 우리가 잠든 밤에 책을 꺼내 읽으시며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가지시곤 하셨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저.

이제야 비로소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모습이 어느새 지금의 제 모습과도 닮아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제는 가족들이 잠든 시간에 책을 꺼내들곤 합니다.

조용히 차 한 잔을 준비하고......

그렇게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여행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깨닫곤 합니다.


이 책은 제목부터 와 닿았습니다.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 


특히나 이 책은

이해인 수녀 추천도서

라는 점에서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세계문학'으로부터 상처 치유의 길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한 저에게, 세계문학을 잘 알지 못하는 저에게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40편의 세계문학이 소개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설 속의 인물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도 크게 다른 모습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들을 통해 내 안의 상처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치유 방법을 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나만의 '비상약'을 만나게 된 느낌을 얻곤 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세상과도 닮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가짜뉴스는 어떻게 진실이 되는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와 허위기사.

그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대중의 심리는 좌지우지 되었었고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

종종 뉴스를 통해서 접하기에 더없이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카타리나 역시도 그러했습니다.

그녀의 모든 증거들과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통해 검소하고 정직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녀의 어두운 과거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더럽고 추악한 일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없던 사실을 마치 있었던 사실로 기정화함으로써 대중의 가십거리로 만드는 것.

이로인해 결국 그녀는 그 기사를 쓴 기자를 총으로 쏴 죽이고 스스로 범죄자가 된 이 소설.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꼭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통해 우리는 대중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큰 가해자가 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대중은 결국 개인의 집합이다. 나도 대중에 속해 있을 때는 내가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심리에서 말과 행동이 혼자 목소리를 낼 때보다는 자유롭다. 또 내가 다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했던 말이 돌고 돌아 나에게 비수로 꽂힐 수도 있으며, 다수의 뒷말에 의한 피해자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진실은 지켜져야 하며 지켜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것은 나를 포함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최선이다. - page 119


그리고 저에게 다시 읽게끔 했던 소설 <처음부터 완벽하게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굴레》>.

저에겐 사춘기일 때보다 요즘 더 방황을 합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가지게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 시점.

30대 초반까진 직장을 다녔었고 지금은 육아맘이 된 요즘.

앞자리가 3에서 4를 향한, 제 2의 사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낯설고 갈피를 못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울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나도 삶의 방향을,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자신의 길을 시행착오 없이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운도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필립처럼 여러 가지 실패와 좌절을 겪고 계속되는 헛발질을 하고 난 뒤에 자신의 길을 찾게 된다. 심지어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사회의 가치관이 다양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나이에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로 인해 오랜 시간을 올고 돈 뒤에 자신의 길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방황의 시간들이 헛된 것은 아니다. 좌절과 혼란의 시간들은 이후의 삶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 page 24


《인간의 굴레》에서는 우리 인생을 양탄자에 비유한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불행이란 인생이라는 전체 양탄자에서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에 삶에서 겪는 모든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삶의 무늬를 더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

지금 우리는 어떤 무늬를 짜고 있을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짤 때는 무늬의 전체적인 모양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 짜고 나서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나이든 현재 진행형이며 무늬는 완성되어 있지 않다. 힘들더라도 잘 짜고, 틀렸으면 과감하게 풀어서 다시 짜면 된다.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양탄자를 잘 짜는 사람은 없다. - page 215 ~ 216


이 책을 읽으면서 잘 알지 못했던 세계문학들을 짧게나마 알게 되어서, 그리고 내 독서 리스트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떨 때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그저 막연히 남들이 읽는 것에 좇아 읽었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막상 내가 위로를 얻고 싶을 때와는 다른 치유 테라피에 당황하거나 실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야 내 상처에 맞는 책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내 상처의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원인을 알았기에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

다른 이들도 자신의 상처에 맞는 상처 테라피 '책'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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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의 색 ㅣ 오르부아르 3부작 2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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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에서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음험하고도 무자비한 폭력의 희생자가 된 한 여자의 복수극!


'복수극' 

이 단어가 가진 매력에 그만 넘어가버렸습니다.

하지만......

책의 두께가 심상치않아 보였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

소설을 읽기 앞서 두려움이 조금 있었지만 얼마나 배신을 당했기에 이렇게나 복수를 하게되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하였습니다.

『화재의 색』

 


장례식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이끌어갈 그녀 '마들렌'의 부친 '마르셀 페리쿠르'의 사망.

프랑스의 경제를 이끌어간 유력한 프랑스 은행가인 그의 장례식날 그의 손자 '폴'이 잡고 있던 양쪽 창문짝을 놓고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것도 할아버지의 관 위로, 두 귀엔 선혈을 흘리며 그렇게 축 늘어져 있었고 마들렌은 그저 망연자실 그 상황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폴의 죽음은 면했지만 하반신은 마비가 되어버립니다.

사실 폴은 말더듬이에 이 가족 기업의 조타수 위치에 오르려면 아직 여러 해가 남은 어린 아이인 그 아이는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끝내 입을 열지 않고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아버지의 죽음.

아들의 하반신 마비.

이것만으로도 받아들이기 벅찬 그녀에게 또다시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다가옵니다.


그녀에겐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어마했습니다.

이를 탐했던 마르셀의 동생 '샤를'과 그녀의 아버지 뒤를 이어 은행장이 된 '귀스타브'는 거짓된 투자 정보를 그녀의 하녀를 통해 그녀가 투자를 하게끔 꼬드겼고 결국 그녀는 파산하게 됩니다.


빈털터리에 자신이 살아갈 희망마저도 보이지 않았을 때.

비로소 왜 이렇게까지 나락하게 되었는지 추적해가면서 그녀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냥 그녀의 복수가 통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녀가 받은 모욕과 배신, 좌절과는 비교할 수 없기에 그녀 역시도 유쾌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복수 뒤 아들 폴에게 건넨 말이 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아! 어...... 엄마! 웨...... 웬일이야, 여기에?」

「이제는 더 자주 오게 될 거야. 그런데 얼마 안 되는 사이 아주 많이 변한 것 같구나!」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고, 폴이 제조 공정에 대해 한 부분도 빠짐없이 설명해 주는 동안, 블라디와 브로츠키 씨는 그들끼리 독일어로 얘기했다.

「응, 좋구나......」 마들렌은 그냥 이렇게만 말했다.

폴이 설명을 멈췄다.

「어...... 엄마 ......괘...... 괜찮아?」

「썩 좋지는 않아. 난 이제 그만 들어가 봐야겠다.」

「무...... 무슨......」

「아무 일도 없어. 정말이야. 그냥 마음이 조금 답답할 뿐, 다른 일은 없어.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아. 내일부터는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테니, 걱정 마.」

그녀는 모두에게 인사하고, 폴에게는 키스를 했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왔다. 몸에 힘이 없고, 가슴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아싿. 이제 남은 것이라곤 디디고 살아가야할 폐허를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 page 603 ~ 604


인간의 '탐욕'이란 참으로 잔인하고도 비참하기까지 했습니다.

영화 <해바라기>에서의 명대사처럼......


"괜찮아, 다 괜찮아 질거야.

내가 죽어도 넌 지켜줄게."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게 세상의 이치라고 하더라.

내가 지금부터 벌을 줄테니, 달게 받아라."


"꼭 그렇게 다 가져야만 속이 후련했냐."

영화 속 오태식의 울분을 토하는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마들렌 역시도 그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한동안 먹먹한 가슴은 왠지 모를 아픔마저 느끼곤 하였습니다.

마들렌과 폴은 잘 지내고 있을지......

이 모자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 인간의 욕심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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