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 색 ㅣ 오르부아르 3부작 2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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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에서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음험하고도 무자비한 폭력의 희생자가 된 한 여자의 복수극!


'복수극' 

이 단어가 가진 매력에 그만 넘어가버렸습니다.

하지만......

책의 두께가 심상치않아 보였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

소설을 읽기 앞서 두려움이 조금 있었지만 얼마나 배신을 당했기에 이렇게나 복수를 하게되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하였습니다.

『화재의 색』

 


장례식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이끌어갈 그녀 '마들렌'의 부친 '마르셀 페리쿠르'의 사망.

프랑스의 경제를 이끌어간 유력한 프랑스 은행가인 그의 장례식날 그의 손자 '폴'이 잡고 있던 양쪽 창문짝을 놓고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것도 할아버지의 관 위로, 두 귀엔 선혈을 흘리며 그렇게 축 늘어져 있었고 마들렌은 그저 망연자실 그 상황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폴의 죽음은 면했지만 하반신은 마비가 되어버립니다.

사실 폴은 말더듬이에 이 가족 기업의 조타수 위치에 오르려면 아직 여러 해가 남은 어린 아이인 그 아이는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끝내 입을 열지 않고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아버지의 죽음.

아들의 하반신 마비.

이것만으로도 받아들이기 벅찬 그녀에게 또다시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다가옵니다.


그녀에겐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어마했습니다.

이를 탐했던 마르셀의 동생 '샤를'과 그녀의 아버지 뒤를 이어 은행장이 된 '귀스타브'는 거짓된 투자 정보를 그녀의 하녀를 통해 그녀가 투자를 하게끔 꼬드겼고 결국 그녀는 파산하게 됩니다.


빈털터리에 자신이 살아갈 희망마저도 보이지 않았을 때.

비로소 왜 이렇게까지 나락하게 되었는지 추적해가면서 그녀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냥 그녀의 복수가 통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녀가 받은 모욕과 배신, 좌절과는 비교할 수 없기에 그녀 역시도 유쾌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복수 뒤 아들 폴에게 건넨 말이 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아! 어...... 엄마! 웨...... 웬일이야, 여기에?」

「이제는 더 자주 오게 될 거야. 그런데 얼마 안 되는 사이 아주 많이 변한 것 같구나!」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고, 폴이 제조 공정에 대해 한 부분도 빠짐없이 설명해 주는 동안, 블라디와 브로츠키 씨는 그들끼리 독일어로 얘기했다.

「응, 좋구나......」 마들렌은 그냥 이렇게만 말했다.

폴이 설명을 멈췄다.

「어...... 엄마 ......괘...... 괜찮아?」

「썩 좋지는 않아. 난 이제 그만 들어가 봐야겠다.」

「무...... 무슨......」

「아무 일도 없어. 정말이야. 그냥 마음이 조금 답답할 뿐, 다른 일은 없어.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아. 내일부터는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테니, 걱정 마.」

그녀는 모두에게 인사하고, 폴에게는 키스를 했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왔다. 몸에 힘이 없고, 가슴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아싿. 이제 남은 것이라곤 디디고 살아가야할 폐허를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 page 603 ~ 604


인간의 '탐욕'이란 참으로 잔인하고도 비참하기까지 했습니다.

영화 <해바라기>에서의 명대사처럼......


"괜찮아, 다 괜찮아 질거야.

내가 죽어도 넌 지켜줄게."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게 세상의 이치라고 하더라.

내가 지금부터 벌을 줄테니, 달게 받아라."


"꼭 그렇게 다 가져야만 속이 후련했냐."

영화 속 오태식의 울분을 토하는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마들렌 역시도 그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한동안 먹먹한 가슴은 왠지 모를 아픔마저 느끼곤 하였습니다.

마들렌과 폴은 잘 지내고 있을지......

이 모자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 인간의 욕심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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