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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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도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직업이 있었습니다.

붓과 돋보기를 가지고 땅을 조심스럽게 파다보면 유물들이나 뼛조각등을 발견하면서 그 시대의 생활상을 유추하거나 새로운 학설을 내는 '고고학자'.

아마 영화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인디아나 존스>.

보물을 찾아 떠나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기에 고고학자가 된다면 많은 모험과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져보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현실의 세계는 척박하고 고된 노동의 현장.

그 속에서 오늘도 무언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기대로 땅을 파고 있는 고고학자의 이야기가 그려져있었습니다.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고고학자인 '강인욱'씨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고고학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바로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고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 유물들이 원래의 기능을 잃고 땅속에 묻혀야 합니다. 즉,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킵니다.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하는 셈입니다. - page 8 ~ 9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죽음으로 수렴이 되어 망각이 되고, 망각되어 버린 기억은 다시 유물이라는 몸으로 부활합니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입니다. 이렇게 죽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고학입니다. - page 10

그렇게 미지의 땅에서 차가운 유물들을 통해 전하는 아주 오래 전 그들의 생활 이야기.

그 이야기를 그를 통해서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고고학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사실 우리는, 저는 아직도 죽음을 받아들이기 무섭고 두렵기만 합니다.

어차피 죽음을 향해 가곤 있지만 그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하는 공포감.

하지만 이 죽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죽음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이 파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결국 죽어서 없어진다는 것을 느끼면 자포자기하며 자기파괴적으로 살 수도 있다. 그러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집단적으로 발현된다면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죽은 자와 그 영혼의 불멸함을 거대한 건축물인 무덤을 만들어 기념함으로써 살아있는 자들은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무덤은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나는 제2의 자궁과 같은 곳이다. 무덤에 사람을 묻을 때에 우리는 죽은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저승에서 다시 태어나는 부활을 기대한다. - page 30

그 무덤들을 고고학자들이 발견해 다시금 그들의 이야기가 부활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유물들을 발굴할 땐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빛바랜, 조금은 흉측한 모양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유물들이 전한 이야기.

우리 고고학자들은 빛바랜 유물을 끄집어냈을 때, 자연스럽게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했을 순간을 떠올린다. 모든 것은 시간이라는 파도를 넘어오면서 제 색을 잃는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눈부신 순간을 살아가려고 늘 애쓰지만 정작 그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눈부신 순간은 항상 뒤늦게, 그것도 지나가버린 옛날을 생각했을 때 문득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미 빛바랜 오랜 전유물들을 바라보면 우리에게 지금을 눈부시게, 지금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 page 129

시간이 흐르고나면 사라질 화려함.

그렇기에 뒤늦은 후회보단 지금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야함을, 유물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또 하나 배우게 되었습니다.


'향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조금은 뜻밖이었기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우리의 단군신화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쑥과 마늘.

마늘이 아마 '곰마늘'('야생마늘' 또는 '곰마늘'이라고도 불리는 명이나물)의 일종일꺼라는 이야기.

이제까지 많은 연구는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쑥과 마늘의 의미를 통과의례, 빛과 하늘의 신화, 곰과 호랑이의 토템 등 다양하게 해석해왔다. 그런데 단군신화의 진짜 의의는 바로 유라시아의 보편성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핀란드에서 태평양 연안의 캄차카까지 곰과 관련된 신화가 없는 부족은 없다. 그리고 이 모든 지역에서는 기나긴 겨울을 지나 등장하는 알싸한 곰마늘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곰마늘의 맛과 향에서 단군신화에서 잊혀진 또 다른 이야기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 page 139

그리고 이어진 향기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

결국 우리도 먼 홋날 죽어 뼈로 남고 향기조차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이 될까. 너무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은 흐릿해질 것이고, 어쩌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어느 곳, 누군가에게서, 우리가 살아 있을 때의 향기와 비슷한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향이라는 건 그래서 아주 강력한 기억의 소환제이다.

코를 킁킁거리며 나의 향을 맡아본다. 내게서 나는 향을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서도 어떤 향이 나고 있을 것이다. 어떤 향기로 나는 기억될까. 좋은 향이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 page 144 ~ 145

 


고고학자들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진실을 향해가는 길엔 '죽음'이 있었고 자신의 빛을 잃은 '유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는 흐릿하지만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임머신이 발명되고 제아무리 AI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고고학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고고학이 연구할 자료가 많아져 더 발전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현대의 고고학자에겐 새로운 과제가 부여된다고 합니다.

고고학자로서의 안목과 식견.

'과거의 유물을 통해 사람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

이 진정한 목적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연구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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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페어 - 사법체계에 숨겨진 불평등을 범죄심리학과 신경과학으로 해부하다
애덤 벤포라도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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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그저 한숨만 나곤 합니다.

'버닝썬 게이트'는 오리무중으로 남아 있고 박유천을 비롯한 한진 모녀는 솜방망이식 처분......

과연 우리의 사법계에 '정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사법체계에 숨겨진 불평등을

범죄심리학과 신경과학으로 해부하다

지금의 우리 상황과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언페어』


중세 시대의 신성 재판.

신이 삶의 모든 면에 스며들어 있던 시대에 (끓는 가마솥에서 반지를 끄집어내거나, 불구덩이에서 곧바로 쇳덩이를 들고나오거나, 물통 속에 집어넣기 같은)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차가운 시련을 통한 신성 재판은 꽤나 합리적이고 상당히 공평하게 보였을 것이다.

...

중세 대부분 기간 동안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작은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처리할 지배적인 공권력이 없었기 때문에, 법률 문제에서 인간 행위의 합법성은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신의 행위는 그렇지 않았다. - page 15 ~ 16


90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신성 재판 제도의 불공정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사법제도는 공정한가?

우리의 직관이 워낙 몸에 배어 있어서 그것이 잘못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사건을 판단하고 결과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그 직관은 사실 기껏해야 매우 불완전한 관심 사안 목록을 만들어낼 뿐이다. 최악의 경우 그것은 사건과는 대체로 무관하다. 가령 우리가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는 익숙한 문제들을 모두 깔끔히 해결한다고 해도, 그리고 우리 제도가 원래 목적대로 정확히 운용된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부당한 유죄 판결, 편향된 절차, 짓밟힌 권리, 불평등한 대우라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부정의는 우리 법률 구조 자체에 내재되어 있으며, 매일 매 순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부정의의 근원은 편협한 경찰관이나 교활한 검사의 사악한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 page 18 ~ 19


그랬습니다.

죄와 벌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었기에 우리는 객관적인 시선보다는 주관적인 직관과 감정에 매달려 오류를 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부터 짚고 넘어가야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첫 장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데이비드 사건'이었습니다.

길거리에 쓰러진 남자.

소방관들은 그저 취객으로, 그리고 그의 코트에 게워놓은 토사물로 하여금 응급구조 대원을 비롯한 병원의 어느 누구도 초기 검진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그는 미국 내 권위 있는 언론상으로 꼽히는 '조지 폴크상'을 수상한 바 있는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로젠바움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알코올중독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토사물과 같은 물리적 혐오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단 어떤 사람에 대해 판단하고 나면, 우리는 그런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자료를 찾고 그것과 충돌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최소화한다. 물론 자신이 그렇게 한다는 것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저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냉정하게 세부 정보들을 분류한다고 느낄 뿐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정신은 사실을 왜곡하고 맞지 않는 모난 부분들을 잘라내고, 모순되는 정보를 버리면서 모든 것을 우리가 이미 만들어 놓은 틀에 맞게 만든다. - page 52

우리가 붙이는 '꼬리표'로 인해, 편향된 시각으로인해 '사건'의 실마리를 놓친다는 것.

특히나 이 사건에 대한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누구도 ETOH 같은 머리글자로 만든 단어 하나 때문에 죽어서는 안 된다. - page 62


피해자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형사, 피의자, 검사, 배심원, 목격자, 전문가, 판사, 대중, 죄수를 중점으로 사건과 함께 범죄심리학적으로, 신경과학적으로 사건에 다가가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검사'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독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

검사가 저지르는 부정행위의 잦은 발생 가능성을 생각하면, 이를 수사하고 징계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 너무 이상하게 보인다. 주된 이유는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검사의 부정행위와 관련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 가운데 다수는 DNA 무죄 증거가 결백한 사람이 어떻게 유죄를 받게 되었는가에 대한 조사를 촉발한 경우였다. 가장 흔한 형태의 검사 부정행위 가운데 하나인 증거 은닉은 특히 적발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피고 측이 자신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감추고 있는 증거를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자신들이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을 때가 너무나 많다. - page 141

이 역시도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었기에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정의의 여신'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아마도 그 의미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의의 여신은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 브라질리아에 있는 브라질 연방대법원을 방문하든,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셸비 카운티 법원을 가든 그런 정의의 여신을 볼 수 있다.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위대한 자유의 옹호자 윌리엄 펜은 언젠가 이렇게 설명했다. "정의의 여신은 당연하게도 눈을 가린 모습으로 표현된다. 왜냐하면 그 여신은 이해 당사자들의 차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여신은 빈부,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작동하는 오직 하나의 저울과 추를 가지고 있다." 이는 피의자와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적용된다. 피해자의 신분은 경찰의 업무나 기소, 선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법의 눈으로 보면 모든 남녀가 다 똑같다. - page 38

우리나라의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지 않고 오른손엔 저울을, 왼손에 법전을 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신으로서 눈을 가리지 않아도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토록 현명했던 우리는 어디로 가 버린건지......


책의 마지막엔 이런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불공정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여정에서 우리는 선조들에 비해 엄청난 이점들을 누리고 있다. 우리는 인간 행동에 대해 그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문제를 추적하고 대처하고 예방할 놀라운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수백만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행동들을 조직할 강력해진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휘어주지 않는 한 역사의 활궁은 정의를 향해 [저절로] 휘지 않는다. - page 397

이는 우리가 촛불을 들고 불을 밝혔던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정의를 위해 행동해야함을, 촛불의 기적을 잊지 말아야함을 깨닫게 된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앞으로의 사건들의 끝엔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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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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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꽃이나 나무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저 역시도 식물에 눈이 가곤 합니다.

하지만 천진난만하게 저를 바라보며

"엄마, 이건 이름이 뭐예요?"

에서부터 시작한 질문은 끊임없이 '왜'를 붙이며 물어보는데 그에 대한 답변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나 미안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식물도감 책도 보고 제 개인적으로도 '식물'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어보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이 문구를 보니 우리가 먹는 채소도 이야기하나 봅니다.

책을 읽고나면 왠지 우리집 식탁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식물학자의 식탁』


책 속엔 50여 종 식물의 특징과 독성, 정확한 식용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 이 책은 읽고나면 우리의 식탁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한 상의 요리가 펼쳐지게 됩니다.

먹어도 되는가?

맛있는가?

어떻게 먹는가?


첫 번째 주자는 '은행'이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노란빛으로 장식하는 은행나무.

하지만 그 열매에선 '윽~!' 할 정도의 고약한 냄새를 풍기곤 합니다.

이 은행열매는 구워 먹기도 하는데 저는 아직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맛이 은행의 훌륭한 명성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바삭하지도 않고 맛이 시원하거나 좋지도 않았다. 쫀득함과 딱딱함의 중간 정도 식감으로 마치 하루 정도 지난 찹쌀 경단 같았다. 물론 맛은 경단처럼 단순하지 않고 살짝 쓴 맛이 느껴졌다. 식탁에서 은행의 유일한 역할은 생선회의 비릿함과 느끼함의 균형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은행만 단독으로 먹는다면 절대 좋은 요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작은 열매'를 기꺼이 맛보려고 한다. 은행이 '건강에 좋다'는 후광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 page 18 ~ 19

이 은행열매는 항산화 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중독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은행 열매를 한 움큼씩 씹어 먹는 것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맛만 보는 것이 좋다고하니 제대로 알고 먹어야 '약'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듯이 '감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감초는 기침을 억제하는 효과가 매우 뛰어난 약초인데 혈압을 높여 차로 자주 마시는 경우 고혈압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 안에 아편류 물질이 있어 한때는 감초편이 금지 약품이 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럼 감초는 우리 몸에 좋은 걸까 아니면 나쁜 걸까?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감초는 보통 건조한 모래땅, 강가의 사질토, 산비탈의 초지나 염지 토양에서 자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감초를 수확할 때에는 40센티미터 깊이로 흙을 파야 한다. 토지가 척박한 지역에서 이렇게 흙층을 판다는 건, 단기간에 원상회복하기 힘들고 심각한 사막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인공 재배하는 토지라 해도, 감초를 심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경지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감초는 사막 식물이라 방사 능력이 뛰어나고, 척박함과 가뭄을 견디는 특성이 있어 사막을 다스리는 첨병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약방을 나온 감초가 다시금 사막의 간판 식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초가 사막과 오아시스 중 어느 것을 가져다줄지는 우리 인류의 손에 달렸다. - page 53


모든 식물은 저마다 동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의 선택은 우리의 몫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셀러리'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삭아삭한 식감.

셀러리잎은 한 때 월계수 잎의 대체품으로 우승자의 월계관을 장식하기도 했었고 고대 로마 시대에는 중독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어 약초로도 쓰였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셀러리는 식이섬유로 인해 혈당이 올라가는 걸 지연시켜주거나 담즙산의 회수를 억제해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 심혈관을 보호하는 재주도 있다고는 하지만 셀러리는 음식이지 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는 것을.

이 셀러리에 대한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곤 하였습니다.

이렇듯 셀러리는 간단하고 소박하지만 멋스러운 요리를 탄생시키고, 단순하지만 알찬 기능을 갖추고 있는 식물이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처럼 일상적이고, 평범한 맛이지만 따뜻한 삶의 열정과 잘 어울린다. 정자를 죽인다는 유언비어를 걱정하거나 건강을 지켜준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에 희망을 걸 필요가 없다. 그저 셀러리 아몬드 무침을 옆에 끼고, 아내가 끓여준 좁쌀죽을 가볍게 후루룩 틀이켜기만 해도 가정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page 156


마지막을 장식한 식물은 '우두'였습니다.

생소했던 식물.

알고보니 중국 땅에서 나고 자란 작물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두의 특징은 통통한 구경에 전분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조상들이 어떻게 이런 고전분, 고열량의 음식을 가만히 놓아두었겠는가? 나는 케냐의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끼니때마다 알맞게 삶아진 대형 우두를 마주했다. 소고기 카레 소스를 끼얹어 먹으면 색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밀, 벼, 옥수수 같은 곡물계의 선두주자들 보다는 못하지만, 우두는 확실히 전 세계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생명 유지에 필요한 탄수화물을 제공해 주었다. - page 392

이 우두에는 끈적한 즙액도 있고, 혀를 마비시키고 사지를 가렵게 만드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우두 속 전분을 포기할 수 있는가?

우리 인류는 굽고 찌고 삶는 등의 열처리 수단을 이용해 인류의 식단에 편입시켰다는 점.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우두를 통해 저자가 전한 이야기.

인류에게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정신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정신은 식탁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이런 정신으로 인해 인류는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이 되었다. 하지만 옛 사람의 경험을 돌아보지 않고 호기심을 마음대로 발산한다면, 그건 호기심이 아니라 무지가 된다. 음식을 먹을 때도 정도를 지켜야 한다. - page 399


책을 읽고나니 조금은 우리 식탁을 채운 식물들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 먹으면 약이 되는 식물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토양에서 자라난 식물들의 이야기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더없이 풍족한 한 상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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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바튼 호수의 기적 - 새와 파리, 물고기,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운누르 외쿨스도티르 지음, 서경홍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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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의 눈물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 거북.

그 거북의 콧구멍에 박힌 것은 다름아닌 플라스틱 빨대였습니다.

그 빨대를 끄집어 낼수록 바다 거북은 코피를 흘렸었고 나중엔 눈물을 보인 그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이기심,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더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는 마냥 좋은 것만 보이는 자연.

그 자연을 소중히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소개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화로운 자연 속으로 안내하는 기적과 같은 책!


명상적이고 치유적인, 영혼의 자양분이 되는 작품

잠시나마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습니다.

『미바튼 호수의 기적』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새까만 용암, 기괴한 형상으로 굳어진 슬래그가 보인다. 미바튼의 모든 생명체는 죽었고 새들마저도 이곳을 떠났다. 땅과 물의 모든 것이 새로운 생명을 얻고 강과 개천, 호수에 보잘것없는 생명체가 살게 되며 이끼와 잡초가 용암지대에 퍼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영양분이 충분한 물에서 살던 모기떼는 물가에 알을 낳았고 그것은 풀의 성장을 촉진했다. 재빠른 송어와 요란스러운 오리들은 이곳의 자연환경을 만드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 page 23

그랬습니다.

수증기 폭발로 인해 용암이 분출되면서 스스로 종말에 몰아넣은 묵시록적인 상황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던, 하나의 호수를 파괴시키지만 다시 새로운 호수를 만들며 오늘날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이곳, 미바튼 호수.

그곳에도 생명은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새'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미바튼 호수와 락사우 강에 사는 특별한 새 '북방흰뺨오리'에 대해선 그 생애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는 잔인하지만 이 역시도 자연의 순리임에 어쩔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같이 험한 세상에서 새끼오리는 몇 마리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은 오리들의 험난한 삶은 부족한 먹이와 험한 날씨뿐 아니라 다른 오리, 더구나 다른 어미오리들에 의한 것이다.

아주 좋은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어쩌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어린 새끼들을 키워내야 하고, 그 가운데 질투와 증오만이 난무한다. 그런데 봄에 자기 짝을 열심히 보호하며 자기 영역을 지켰던 수컷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수컷들은 호수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지내는 데 만족하고 새끼들의 성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오리들의 습성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힘이 넘치고 건강한 수컷 오리가 자기 짝과 새끼 돌보는 일을 맡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page 89


그러고 나면 춥고 긴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에 어린 오리들은 어떻게 지낼까? 이들은 또 무얼 먹고 사는 것일까?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종의 모기인 먹파리가 락사우 강에 서식하게 되었다. 호수 바닥이 살찐 유충들로 뒤덮여 있는데 왜 오리들은 이곳에서 겨울을 보내지 않는 걸까? 사람들은 미바튼 호수 쪽을 향해 더 올라갈 수 있다. 미바튼 호수에는 일 년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샘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겨울에도 얼음이 얼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스바르타우르바튼, 베이디뵈튼, 아파바튼으로 옮기거나 소기드 온천과 스카프타우렐 용암지대 주변의 못으로 이주한다. - page 90


인상적인 이야기는 아무래도 '모기' 이야기였습니다.

왜 모기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 사실 읽어보기 전엔 의아하였습니다.

사실 미바튼에는 모기가 많다고 합니다.

모기호수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이곳.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바튼 사람들은 파리나 모기들을 성가신 존재로 여기지 않고 이들을 잘 참아낸다는 것이다. 이 곤충들이 미바튼의 생태계에 아주 중요한 존재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age 110 ~ 111

그들이 중요한 존재인 이유.

미바튼 호수와 락사우 강이 새들의 천국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는 모든 것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파리는 미바튼과 락사우 강에 사는 새들과 송어들이 풍부한 개체수를 유지하는 토대이다. 거의 모든 생물이 파리를 잡아먹고 산다. 물고기와 새는 호수 밑바닥에 있는 유충을 잡아먹고, 파리떼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새들을 위한 잔치가 벌어진다. 다 자란 새는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며 수면 위나 호숫가에서 파리를 잡아먹는다. 또 땅에서는 거미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뇌조를 제외한 섭금류, 중부리도요, 검은가슴물떼새, 흑꼬리도요와 같은 거의 모든 새가 파리를 잡아먹으러 호숫가로 날아온다. 거기에 최고의 잔칫상이 차려져 있는 것이다. - page 121 ~ 122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그들을 별로 의식하지 않은 채, 풍성하고 다양한 삶의 공간의 서로의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미바튼 호수에 생명체들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생명체의 '유연성'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자연환경은 이렇게 형성되었고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로서 아이슬란드의 남동부에 잇는 부레이다메르쿠르산두르를 들 수 있다. 이곳은 20세기 초까지도 거대한 빙하에 묻혀 있던 곳이다. 지금은 모래퇴적층이 수평방킬로미터까지 확장되어 물고기와 곤충이 서식하고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그곳에 동물이 서식하게 된 과정은 말 그대로 증명이 가능하다. 그러한 서식조건에서는 생명체의 유연성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생명체의 유연성은 이런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척도이다. 또한 동물들과 다른 생명체도 이러한 환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태계가 점차 체계를 잡아간다. 생태계가 더욱 견고해지고 고유한 특성을 지니게 되는 생명공동체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자연도태와 모든 환경요인은 더욱 안정되고 생명체의 유전인자 역할이 두드러진다. - page 148 ~ 149

이곳을 통해 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구의 탄생에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앞서 책의 <프롤로그>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호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호수가 생명체에게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은 모든 존재에게 필요하고 또한 생명의 근원이다. 인체도 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수 불가결하다. 모든 담수는 그마다 고유한 환경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호수를 채우는 물은 어디에서 오고, 또 그 물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호수와 호수 주변에는 생물체가 살고 있는가? 호수는 환경오염과 외부의 조건에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는가? 호수는 지구의 커다란 위협인 온난화로 인하여 어떠한 위험에 처할 것인가? - page 12 ~ 13

호수를 통해 생명의 탄생을, 생태계의 형성을, 그로인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우리의 편리를 위해 행했던 일들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을 우리의 손으로 볼 수 없다는 상상은......하고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작은 생명체라도 소중히 여기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은 꼭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의 나무들이, 새들이, 호수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바라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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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아침, 우연이었을까!

평소엔 잘 보지 않던 티비프로그램인 <아침마당>을 우연히 틀게 되었는데 글쎄 그가 떡! 하니 등장하였습니다.

역사 강사 '최태성'.

마침 그의 책을 읽고 있었기에 더없이 반가웠던 그.

어릴 적부터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때 유독 '역사' 성적이 잘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를 전공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의 한국사 강사가 됩니다.

"독립운동가 김지섭 관련 문제를 냈었는데, 공부를 꽤 잘하는 학생이 그 문제를 틀렸는지 시험지를 찢으면서 '김지섭 XXX'라고 하더라.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역사 교육 실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느꼈다."

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 '역사'를 사랑하는,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알리고자하는 책임을 가진 모습이 엿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 역시 읽기 전 그의 이 말이 뭉클하였습니다.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나는 역사에서 답을 찾았다"

수백 년 전 이야기로 현재의 우리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

마냥 귀를 기울이고 싶었습니다.

『역사의 쓸모』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들어가는 글>에서 그의 고백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100년 전, 1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위기를 겪고, 또 극복해내더군요. 역사는 제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어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길을 걸었는지, 또 그들의 선택이 역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생각해보면 비로소 제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만난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제 인생에 더할 나위 없는 재산이 된 셈이죠.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제가 역사에 몸을 기댔던 이유입니다. - page 6

그렇게 그가 역사에서 찾은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이 고스란히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었습니다.


첫 시작은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입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느 새로운 대상을 접하든, 어떤 일을 벌이든 역사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어요. 음식도, 옷도, 우리 삶을 구성하는 주변의 모든 것이 역사 속에서 함께 발전해온 것이니까요.

역사를 골치 아픈 암기 과목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역사의 품으로 첫발을 디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보물이 가득 쌓여 있는 그 지도를 신나게 펼쳐보기만 하면 됩니다. - page 28

사실 저 역시도 '역사'에 그리 흥미가 없었지만 막상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통해 제가 왜 '역사'를 알아야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어 공부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다가 현재로의 여행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어느 여행서보다 흥미로웠고 여행을 통해 내가 가야할 길에 작은 불빛들이 비춰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스터 션샤인>이란 드라마에 흠뻑 빠져 살곤 하였습니다.

장 포수가 이런 대사를 하였습니다.

"그들은 그저 아무개다. 그 아무개 모두의 이름이 의병이다.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살겠지만 다행히 조선이 훗날까지 살아남아 유구히 흐른다면 역사에 그 이름 한 줄이면 된다."

결국 역사 속 한 줄로 기록된 그들, 아무개.

참 많이도 울곤 하였습니다.

애신의 대사 역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도 그렇소.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그래서 정확히 쏘고 빨리 튀지. 봐서 알텐데.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오. 할아버님께는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

역사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공부입니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긴 시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요.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절로 가슴이 뜁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과 선택과 행동에 깊이 감정을 이입했기 때문이죠.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좀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고민, 역사의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 위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무리 힘든 세상에서도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법을 배우게 될 테죠. 그게 바로 역사의 힘입니다. - page 39 ~ 40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로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자 일본은 조선의 엘리트들을 앞세워 식민 통치를 하려고 했습니다.

이완용, 이지용, 이근택, 박제순, 권중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제에 넘겨준 이들이 있는가하면 의열 투쟁을 한 '박상진'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판사로 일한다면 누가 죄인으로 끌려올까요? 아마 불령선인들일 거예요. 불령선인이 뭐냐면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자기네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요. 그게 누구겠습니까? 일제에 저항하는 사람들이겠지요. 일본 입장에서는 죄인이지만, 조선 사람에게는 영웅인 사람들입니다. 판사가 되면 이런 사람들에게 징역과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거예요. 박상진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심합니다. 이제 내가 앉을 자리는 판사의 자리가 아니라 판사의 맞은편, 바로 피고인석이라고 말이죠.

...

하지만 박상진의 꿈은 판사가 아니었어요. 그의 꿈은 명사가 아니었습니다. 법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늘 당하고만 사는 평범한 이에게 도움을 주고, 정의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사람이 되려고 판사가 된 것입니다. 이게 그의 꿈이었어요.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판사라는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정의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진짜 꿈이었으니까요. 그 꿈을 향해 나아간 것뿐입니다. - page 207 ~ 208

그리고 이어진 그의 이야기.

꿈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꾸는 것입니다.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을 꾸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 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자신만의 자리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그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든요. - page 214

그동안 꾸었던 꿈들은 '명사'였습니다.

그래서 그 꿈을 향해 달려가 이루었을 땐 왠지모를 허전함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동사의 꿈을 꾸어야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도 희망을 향해 달려갈테니 말입니다.


책의 마지막엔 <오늘을 잘살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경주의 최부자댁.

200여 년 동안 12대에 걸쳐 만석꾼의 지위를 유지한 이 집안의 비결.

이 집에는 또 다른 부자의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가훈인데요. 그중에 하나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100리면 40킬로미터 그러니까 당시 경주 전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구역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긴다면 부자인 자신들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얼마나 변변찮으면 부자 옆에 사는 사람들이 굶어 죽어 나가는 데도 챙기지를 못하느냐는 것이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로 손색이 없습니다.

많은 돈을 자기 집뿐만 아니라 이웃을 위해 쓰는 데 아낌이 없었던 최부자댁의 진심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졌습니다. 19세기 민란이 일어나서 가난한 자들이 부정한 부자들을 공격할 때 오히려 경주 최부자댁은 주변 이웃들의 보호를 받습니다. 진실한 마음에서 시작된 관계는 서로를 지켜주는 사이로 발전하기 마련이니까요. - page 289 ~ 290

그리고 전한 그의 마지막 이야기는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우리는 늘 불안해합니다. 이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것입니다. 과거보다 현재가 나아졌듯이 미래는 더 밝을 거라고, '나'보다 '우리'의 힘을 믿으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역사를 통해 혼란 속에서도 세상과 사람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다시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건 역사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 page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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