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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페어 - 사법체계에 숨겨진 불평등을 범죄심리학과 신경과학으로 해부하다
애덤 벤포라도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뉴스를 보면 그저 한숨만 나곤 합니다.
'버닝썬 게이트'는 오리무중으로 남아 있고 박유천을 비롯한 한진 모녀는 솜방망이식 처분......
과연 우리의 사법계에 '정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사법체계에 숨겨진 불평등을
범죄심리학과 신경과학으로 해부하다
지금의 우리 상황과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언페어』

중세 시대의 신성 재판.
신이 삶의 모든 면에 스며들어 있던 시대에 (끓는 가마솥에서 반지를 끄집어내거나, 불구덩이에서 곧바로 쇳덩이를 들고나오거나, 물통 속에 집어넣기 같은)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차가운 시련을 통한 신성 재판은 꽤나 합리적이고 상당히 공평하게 보였을 것이다.
...
중세 대부분 기간 동안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작은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처리할 지배적인 공권력이 없었기 때문에, 법률 문제에서 인간 행위의 합법성은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신의 행위는 그렇지 않았다. - page 15 ~ 16
90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신성 재판 제도의 불공정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사법제도는 공정한가?
우리의 직관이 워낙 몸에 배어 있어서 그것이 잘못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사건을 판단하고 결과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그 직관은 사실 기껏해야 매우 불완전한 관심 사안 목록을 만들어낼 뿐이다. 최악의 경우 그것은 사건과는 대체로 무관하다. 가령 우리가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는 익숙한 문제들을 모두 깔끔히 해결한다고 해도, 그리고 우리 제도가 원래 목적대로 정확히 운용된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부당한 유죄 판결, 편향된 절차, 짓밟힌 권리, 불평등한 대우라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부정의는 우리 법률 구조 자체에 내재되어 있으며, 매일 매 순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부정의의 근원은 편협한 경찰관이나 교활한 검사의 사악한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 page 18 ~ 19
그랬습니다.
죄와 벌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었기에 우리는 객관적인 시선보다는 주관적인 직관과 감정에 매달려 오류를 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부터 짚고 넘어가야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첫 장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데이비드 사건'이었습니다.
길거리에 쓰러진 남자.
소방관들은 그저 취객으로, 그리고 그의 코트에 게워놓은 토사물로 하여금 응급구조 대원을 비롯한 병원의 어느 누구도 초기 검진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그는 미국 내 권위 있는 언론상으로 꼽히는 '조지 폴크상'을 수상한 바 있는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로젠바움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알코올중독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토사물과 같은 물리적 혐오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단 어떤 사람에 대해 판단하고 나면, 우리는 그런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자료를 찾고 그것과 충돌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최소화한다. 물론 자신이 그렇게 한다는 것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저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냉정하게 세부 정보들을 분류한다고 느낄 뿐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정신은 사실을 왜곡하고 맞지 않는 모난 부분들을 잘라내고, 모순되는 정보를 버리면서 모든 것을 우리가 이미 만들어 놓은 틀에 맞게 만든다. - page 52
우리가 붙이는 '꼬리표'로 인해, 편향된 시각으로인해 '사건'의 실마리를 놓친다는 것.
특히나 이 사건에 대한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누구도 ETOH 같은 머리글자로 만든 단어 하나 때문에 죽어서는 안 된다. - page 62
피해자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형사, 피의자, 검사, 배심원, 목격자, 전문가, 판사, 대중, 죄수를 중점으로 사건과 함께 범죄심리학적으로, 신경과학적으로 사건에 다가가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검사'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독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
검사가 저지르는 부정행위의 잦은 발생 가능성을 생각하면, 이를 수사하고 징계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 너무 이상하게 보인다. 주된 이유는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검사의 부정행위와 관련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 가운데 다수는 DNA 무죄 증거가 결백한 사람이 어떻게 유죄를 받게 되었는가에 대한 조사를 촉발한 경우였다. 가장 흔한 형태의 검사 부정행위 가운데 하나인 증거 은닉은 특히 적발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피고 측이 자신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감추고 있는 증거를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자신들이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을 때가 너무나 많다. - page 141
이 역시도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었기에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정의의 여신'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아마도 그 의미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의의 여신은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 브라질리아에 있는 브라질 연방대법원을 방문하든,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셸비 카운티 법원을 가든 그런 정의의 여신을 볼 수 있다.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위대한 자유의 옹호자 윌리엄 펜은 언젠가 이렇게 설명했다. "정의의 여신은 당연하게도 눈을 가린 모습으로 표현된다. 왜냐하면 그 여신은 이해 당사자들의 차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여신은 빈부,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작동하는 오직 하나의 저울과 추를 가지고 있다." 이는 피의자와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적용된다. 피해자의 신분은 경찰의 업무나 기소, 선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법의 눈으로 보면 모든 남녀가 다 똑같다. - page 38
우리나라의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지 않고 오른손엔 저울을, 왼손에 법전을 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신으로서 눈을 가리지 않아도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토록 현명했던 우리는 어디로 가 버린건지......
책의 마지막엔 이런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불공정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여정에서 우리는 선조들에 비해 엄청난 이점들을 누리고 있다. 우리는 인간 행동에 대해 그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문제를 추적하고 대처하고 예방할 놀라운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수백만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행동들을 조직할 강력해진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휘어주지 않는 한 역사의 활궁은 정의를 향해 [저절로] 휘지 않는다. - page 397
이는 우리가 촛불을 들고 불을 밝혔던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정의를 위해 행동해야함을, 촛불의 기적을 잊지 말아야함을 깨닫게 된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앞으로의 사건들의 끝엔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