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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평점 :
저 역시도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직업이 있었습니다.
붓과 돋보기를 가지고 땅을 조심스럽게 파다보면 유물들이나 뼛조각등을 발견하면서 그 시대의 생활상을 유추하거나 새로운 학설을 내는 '고고학자'.
아마 영화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인디아나 존스>.
보물을 찾아 떠나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기에 고고학자가 된다면 많은 모험과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져보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현실의 세계는 척박하고 고된 노동의 현장.
그 속에서 오늘도 무언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기대로 땅을 파고 있는 고고학자의 이야기가 그려져있었습니다.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고고학자인 '강인욱'씨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고고학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바로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고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 유물들이 원래의 기능을 잃고 땅속에 묻혀야 합니다. 즉,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킵니다.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하는 셈입니다. - page 8 ~ 9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죽음으로 수렴이 되어 망각이 되고, 망각되어 버린 기억은 다시 유물이라는 몸으로 부활합니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입니다. 이렇게 죽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고학입니다. - page 10
그렇게 미지의 땅에서 차가운 유물들을 통해 전하는 아주 오래 전 그들의 생활 이야기.
그 이야기를 그를 통해서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고고학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사실 우리는, 저는 아직도 죽음을 받아들이기 무섭고 두렵기만 합니다.
어차피 죽음을 향해 가곤 있지만 그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하는 공포감.
하지만 이 죽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죽음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이 파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결국 죽어서 없어진다는 것을 느끼면 자포자기하며 자기파괴적으로 살 수도 있다. 그러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집단적으로 발현된다면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죽은 자와 그 영혼의 불멸함을 거대한 건축물인 무덤을 만들어 기념함으로써 살아있는 자들은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무덤은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나는 제2의 자궁과 같은 곳이다. 무덤에 사람을 묻을 때에 우리는 죽은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저승에서 다시 태어나는 부활을 기대한다. - page 30
그 무덤들을 고고학자들이 발견해 다시금 그들의 이야기가 부활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유물들을 발굴할 땐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빛바랜, 조금은 흉측한 모양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유물들이 전한 이야기.
우리 고고학자들은 빛바랜 유물을 끄집어냈을 때, 자연스럽게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했을 순간을 떠올린다. 모든 것은 시간이라는 파도를 넘어오면서 제 색을 잃는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눈부신 순간을 살아가려고 늘 애쓰지만 정작 그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눈부신 순간은 항상 뒤늦게, 그것도 지나가버린 옛날을 생각했을 때 문득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미 빛바랜 오랜 전유물들을 바라보면 우리에게 지금을 눈부시게, 지금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 page 129
시간이 흐르고나면 사라질 화려함.
그렇기에 뒤늦은 후회보단 지금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야함을, 유물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또 하나 배우게 되었습니다.
'향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조금은 뜻밖이었기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우리의 단군신화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쑥과 마늘.
마늘이 아마 '곰마늘'('야생마늘' 또는 '곰마늘'이라고도 불리는 명이나물)의 일종일꺼라는 이야기.
이제까지 많은 연구는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쑥과 마늘의 의미를 통과의례, 빛과 하늘의 신화, 곰과 호랑이의 토템 등 다양하게 해석해왔다. 그런데 단군신화의 진짜 의의는 바로 유라시아의 보편성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핀란드에서 태평양 연안의 캄차카까지 곰과 관련된 신화가 없는 부족은 없다. 그리고 이 모든 지역에서는 기나긴 겨울을 지나 등장하는 알싸한 곰마늘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곰마늘의 맛과 향에서 단군신화에서 잊혀진 또 다른 이야기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 page 139
그리고 이어진 향기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
결국 우리도 먼 홋날 죽어 뼈로 남고 향기조차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이 될까. 너무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은 흐릿해질 것이고, 어쩌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어느 곳, 누군가에게서, 우리가 살아 있을 때의 향기와 비슷한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향이라는 건 그래서 아주 강력한 기억의 소환제이다.
코를 킁킁거리며 나의 향을 맡아본다. 내게서 나는 향을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서도 어떤 향이 나고 있을 것이다. 어떤 향기로 나는 기억될까. 좋은 향이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 page 144 ~ 145

고고학자들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진실을 향해가는 길엔 '죽음'이 있었고 자신의 빛을 잃은 '유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는 흐릿하지만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임머신이 발명되고 제아무리 AI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고고학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고고학이 연구할 자료가 많아져 더 발전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현대의 고고학자에겐 새로운 과제가 부여된다고 합니다.
고고학자로서의 안목과 식견.
'과거의 유물을 통해 사람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
이 진정한 목적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연구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