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가 꽃이나 나무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저 역시도 식물에 눈이 가곤 합니다.

하지만 천진난만하게 저를 바라보며

"엄마, 이건 이름이 뭐예요?"

에서부터 시작한 질문은 끊임없이 '왜'를 붙이며 물어보는데 그에 대한 답변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나 미안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식물도감 책도 보고 제 개인적으로도 '식물'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어보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이 문구를 보니 우리가 먹는 채소도 이야기하나 봅니다.

책을 읽고나면 왠지 우리집 식탁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식물학자의 식탁』


책 속엔 50여 종 식물의 특징과 독성, 정확한 식용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 이 책은 읽고나면 우리의 식탁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한 상의 요리가 펼쳐지게 됩니다.

먹어도 되는가?

맛있는가?

어떻게 먹는가?


첫 번째 주자는 '은행'이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노란빛으로 장식하는 은행나무.

하지만 그 열매에선 '윽~!' 할 정도의 고약한 냄새를 풍기곤 합니다.

이 은행열매는 구워 먹기도 하는데 저는 아직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맛이 은행의 훌륭한 명성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바삭하지도 않고 맛이 시원하거나 좋지도 않았다. 쫀득함과 딱딱함의 중간 정도 식감으로 마치 하루 정도 지난 찹쌀 경단 같았다. 물론 맛은 경단처럼 단순하지 않고 살짝 쓴 맛이 느껴졌다. 식탁에서 은행의 유일한 역할은 생선회의 비릿함과 느끼함의 균형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은행만 단독으로 먹는다면 절대 좋은 요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작은 열매'를 기꺼이 맛보려고 한다. 은행이 '건강에 좋다'는 후광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 page 18 ~ 19

이 은행열매는 항산화 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중독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은행 열매를 한 움큼씩 씹어 먹는 것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맛만 보는 것이 좋다고하니 제대로 알고 먹어야 '약'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듯이 '감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감초는 기침을 억제하는 효과가 매우 뛰어난 약초인데 혈압을 높여 차로 자주 마시는 경우 고혈압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 안에 아편류 물질이 있어 한때는 감초편이 금지 약품이 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럼 감초는 우리 몸에 좋은 걸까 아니면 나쁜 걸까?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감초는 보통 건조한 모래땅, 강가의 사질토, 산비탈의 초지나 염지 토양에서 자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감초를 수확할 때에는 40센티미터 깊이로 흙을 파야 한다. 토지가 척박한 지역에서 이렇게 흙층을 판다는 건, 단기간에 원상회복하기 힘들고 심각한 사막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인공 재배하는 토지라 해도, 감초를 심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경지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감초는 사막 식물이라 방사 능력이 뛰어나고, 척박함과 가뭄을 견디는 특성이 있어 사막을 다스리는 첨병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약방을 나온 감초가 다시금 사막의 간판 식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초가 사막과 오아시스 중 어느 것을 가져다줄지는 우리 인류의 손에 달렸다. - page 53


모든 식물은 저마다 동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의 선택은 우리의 몫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셀러리'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삭아삭한 식감.

셀러리잎은 한 때 월계수 잎의 대체품으로 우승자의 월계관을 장식하기도 했었고 고대 로마 시대에는 중독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어 약초로도 쓰였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셀러리는 식이섬유로 인해 혈당이 올라가는 걸 지연시켜주거나 담즙산의 회수를 억제해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 심혈관을 보호하는 재주도 있다고는 하지만 셀러리는 음식이지 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는 것을.

이 셀러리에 대한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곤 하였습니다.

이렇듯 셀러리는 간단하고 소박하지만 멋스러운 요리를 탄생시키고, 단순하지만 알찬 기능을 갖추고 있는 식물이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처럼 일상적이고, 평범한 맛이지만 따뜻한 삶의 열정과 잘 어울린다. 정자를 죽인다는 유언비어를 걱정하거나 건강을 지켜준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에 희망을 걸 필요가 없다. 그저 셀러리 아몬드 무침을 옆에 끼고, 아내가 끓여준 좁쌀죽을 가볍게 후루룩 틀이켜기만 해도 가정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page 156


마지막을 장식한 식물은 '우두'였습니다.

생소했던 식물.

알고보니 중국 땅에서 나고 자란 작물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두의 특징은 통통한 구경에 전분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조상들이 어떻게 이런 고전분, 고열량의 음식을 가만히 놓아두었겠는가? 나는 케냐의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끼니때마다 알맞게 삶아진 대형 우두를 마주했다. 소고기 카레 소스를 끼얹어 먹으면 색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밀, 벼, 옥수수 같은 곡물계의 선두주자들 보다는 못하지만, 우두는 확실히 전 세계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생명 유지에 필요한 탄수화물을 제공해 주었다. - page 392

이 우두에는 끈적한 즙액도 있고, 혀를 마비시키고 사지를 가렵게 만드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우두 속 전분을 포기할 수 있는가?

우리 인류는 굽고 찌고 삶는 등의 열처리 수단을 이용해 인류의 식단에 편입시켰다는 점.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우두를 통해 저자가 전한 이야기.

인류에게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정신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정신은 식탁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이런 정신으로 인해 인류는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이 되었다. 하지만 옛 사람의 경험을 돌아보지 않고 호기심을 마음대로 발산한다면, 그건 호기심이 아니라 무지가 된다. 음식을 먹을 때도 정도를 지켜야 한다. - page 399


책을 읽고나니 조금은 우리 식탁을 채운 식물들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 먹으면 약이 되는 식물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토양에서 자라난 식물들의 이야기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더없이 풍족한 한 상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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