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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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혼불문학상> 작품들은 챙겨 읽곤 합니다.

의미있는 문학상임에 믿고 읽는, 그리고 수상작들을 읽어보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작품들이었기에 1회 수상작이었던 『난설헌』을 시작으로 하나 둘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작품을 기다리는 소소한 재미도 있곤 합니다.


이번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역시도 제목 역시 심상치 않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담긴 수수께끼,

          조선의 운명을 예측하다!

『최후의 만찬』

 


소설의 첫 문장.

신해년 시월.

승암산을 타고 내려온 바람은 시리고 매웠다. 오목대를 지나면서 바람은 두 패로 갈리었다. 전주천을 거슬러 초록바위로 향한 바람은 천주에 얽힌 결박과 소란을 품고 서문 가까이 불어갔다. 한 떼의 바람은 향교 앞에서 맴돌았다. 담장 너머 한림들의 발걸음은 멀고 가늘게 들렸다. - page 11

스산한 바람과 함께 절규가 아닌 절박함이 울리게 됩니다.

그자의 이름은 윤지충.

"조선은 자유의 나라이오. 신체와 신앙과 마음이 자유로운 나라에서 죽은 자의 미덕을 마음으로 섬길 수 있다면 그 또한 조선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겠소?" - page 11 ~ 12

하지만 윤지충과 권상연은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를 갈아엎었다는, 조선의 기강을 허물고 나라의 근본을 엎었다는 죄목으로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죽은 자의 집을 수색하면서 발견한 한 점의 그림이 있었습니다.

임금이 조용히 물었다.

"흔한 그림이 아니더냐?"

"열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사옵니다. 저마다 앉거나 선 채 은밀한 표정으로 식사를 즐기는 그림이었사옵니다."

"13인의 식사?" - page 31

13인의 만찬.

이것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모사본이었습니다.


화성을 바라보는 약용의 얼굴.

어둡고 창백합니다.

그에게 다가온 이복령이 전한 이야기는 시린 바람이 목을 베어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완산벌 풍남문 앞에서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제 윤지충 바오로가 권상연 야고보와 함께 목이 잘렸다고 합니다." - page 41

아......

...가엽다 말하지 않겠나이다. 두 영혼의 길을 인내하소서.

들리지 않는 소리로 읊조리며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성호를 그으며 손바닥을 감싸 봅니다.

하지만 그 손가락 사이로 불어나가는 솔바람.

이복령이 조용히 대꾸했다.

"바오로는 바오로대로, 야고보는 야고보대로 저항 없이 제 갈 길을 갔다 합니다."

"순교란 조용하며 무거운 길이다. 길 끝에 천주의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허나 그 길이 천주의 길이란 말인가?" - page 42


앞서 <13인의 만찬>의 그림에 숨은 뜻을 알고 싶었던 정조는 별제 김홍도에게 찾아가 그 의미를 묻게 됩니다.

김홍도의 눈 속엔 서리가 내려앉습니다.

"신이 본 것은 무겁고 가혹하옵니다. 신의 판단으로 오래된 선악을 머금고 있었사옵니다."

"선과 악, 그렇게도 보였을 것이다. 허나 그 너머 진실은 선악이 아니라 그 무엇이지 않더냐?" - page 112

숨을 크게 들이켠 후에야 무겁게 입을 떼는 김홍도.

"하오나 그림은 악이 팽배한 자리를 택해 선이 자라고 있음을 암시하옵니다. 악을 딛고 선이 일어서므로, 그림은 선으로 악을 무마하고, 무너진 악으로 선을 세우고 있사옵니다." - page 113


그렇게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는 정조와 순교한 이들을 위해 복수를 꿈꾸는 포라니 탈춤패들, 신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약용 등.

우리가 알던 역사적 인물과 '신앙'을 바라보는 이들의 섬세한 심경의 변화를 바라보며 과연 신앙의 의미를, 선과 악의 의미를,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인 <최후의 만찬>.

이 그림으로 조선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던 정조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남곤 하였습니다.

그림은 중첩된 선악으로 세상을 말하고 있는지 몰라도 임금의 눈엔 감이 오지 않았다. 선과 악은 본래 하나가 될지 별개의 것이 될지 알 수 없으나 선악이 구별되는 세상 안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임금은 이 밤에 건너갈 길이 먼 것을 짐작했다. 임금의 눈 안쪽으로 평생을 살다 간 하루살이가 하나둘 별이 되어 떠올랐다. - page 113


결국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아련히 남곤 하였습니다.

"매 순간 꿈속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선함도 악함도 모두 묻고 떠날 수 있어 기쁩니다. 내게 줄 수 있는 벌은 기억뿐입니다. 지나온 세상은 숨이 마를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따고......"

...

모두의 눈에 물이 흘렀다. 물방울 속에 끊어 낼 수 없는 십자가가 보였다. 모두는 자신만의 전쟁을 끝내고 전쟁 없는 곳으로 걸어갔다. 모두는 흔들림 없는 생생한 눈빛과 조용한 목소리로 소박한 날을 품고 걸었다. - page 421 ~ 422


책의 마지막엔 소설 속 대표적인 장소와 인물, 그리고 참고문헌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

 


'신앙'의 힘을 이 소설을 통해 또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믿음을 잇기 위해 흘러야만 했던 피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스산히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잠시 머리를 식혀봅니다.

그리고 그들이 저도 모르게 손을 모으로 높을 곳을 향해 부르짖은 이 한 마디를 저 역시도 낮게 읊조려봅니다.

마리아여...... - page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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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 인내하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삶에 대하여
안철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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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씨는 워낙에 많은 일들을 하셨습니다.

그의 직업란을 살펴보면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벤처 기업 CEO, 대학 교수, 그리고 정치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그가 최근에 했던 '정치인'의 모습은 사실 위태위태한 모습이었습니다.

여느 직업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자꾸만 위축되는 모습이 결국은 정치에서 나와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의 복귀였습니다.


한동안 뜸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 7년 만의 신간, 1년간의 기다림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한 권의 책을 들고.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

​2018년 9월 초.

그는 '독일'에 도착하게 됩니다.

새로운 배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알아보던 중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 그리고 때마침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 소장으로부터의 방문 학자로 뮌헨에 오게 됩니다.


특히나 독일에서 진행 중인 교육 프로젝트 '러닝Learning 5.0'.

지금의 아이들 교육은 다음의 세 가지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앞으로 피하기 힘든 인공지능과 친숙해지는 것, 둘째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창의성을 키우는 것, 마지막 셋째는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로벌 시민의식이다. 이에 바이로이트 대학과 나는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소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을 다루는 교육, 예술에 대한 이해를 키워주는 교육, 한국과 독일, 에티오피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번역을 통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일차 목표다. - page 37 ~ 38

그의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모습은 예전의 당당했던 그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틈틈히 '달리기'를 하게 됩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는 바로 딸 설희 덕분이었습니다.

2016년 8월 두더웠던 여름, 이른 새벽부터 달리기를 하러 나갈 준비를 하는 설희를 보고 날이 밝지 않아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으로 설희를 따라 뛰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그는 비로소 '나'라는 존재,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적극적으로 몸을 쓰면 쓸수록, 다양한 경험을 하면 할수록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결말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당장 1킬로미터 뒤의 상황을 알 수 없는 마라톤에 계속 도전하는 것처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도전이지만 매 순간 충실한 인생을 사는 게 참 닮은 꼴 같다. 어쨌든 지금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마주해야 하는 게 삶이라면 나는 계속 용기를 내어 출발 선에 설 것이다.

달리기도 인생도 매 순간 긴자아되고 낯선 경험일지라도 계속 도전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다. 누가 대신해주거나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나의 의지와 나의 두 다리가 나를 어느 곳으로든 데려다 줄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원하는 순간까지 나는 계속 도전하고 경험하는 일들을 반복할 것 같다. - page 82


달리기에 대한 예찬은 끊임없이 책 속에 묻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삶이 힘든데, 갈수록 더 허탈하고 힘겨워지는 현실에 놓인 이들에게 달리기를 권하는 건 아무런 위로나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권하는 건 그 역시도 마음에 짐을 한껏 짊어진 채 방황하던 그 때 우연히 조우한 달리기에서 커다란 도움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달리기에 빠지게 되었다고 하니 한 번쯤 세상의 고민을 접어둔 채 미친 듯 달려보는 건 어떨지란 생각도 해 봅니다.

​

그렇다면 달리기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됩니다.

『달리기와 존재하기』라는 책을 쓴 조지 쉬언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러너가 되면서, 고통과 피로와 아픔을 견디면서, 스트레스에 스트레스로 맞서면서,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만 남겨놓으려고 하면서 러너는 자신에게 충실해지고 그대로 자신이 된다."고 말했다.

고통과 피로, 아픔과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맞선다는 그의 말에 내가 생각하는 달리기의 본질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된다. 스스로에게 충실해지는 것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며, 그 시간은 달리기를 통해 얼마든지 가져볼 수 있다. - page 136

​달리기는 결국 삶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수련'이지 않을까라는 그의 생각에 왠지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

마라톤 선수들 경우에는 '페이스메이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를 통해서 보다 좋은 기록을 내세운다는데......

그렇다면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은 앞서 달리는 데 있는 것일까, 아니면 따라오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있는 것일까? 그들을 통해 올바른 리더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충분히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속도를 기꺼이 늦추는 사람, 한 사람이라도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앞서 달리는 것 같지만 실제 역할은 다른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사람이 진정 올바른 리더가 아닐까? 우리 사회에는 이런 페이스메이커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 page 176

달리기로 하여금 페이스메이커로 하여금 우리의 삶을, 우리의 사회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좋은 운동이라는 확신마저 들었습니다.

​

그는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생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그의 모습.

그의 도전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책을 읽고나서 그가 앞서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달리기를 늦게 시작한 건 안타깝지만,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하는 순간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빠른 때라고 생각한다. - page 8

왠지 그가 하는 말에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늦은 때란 없다는 것.

시작하는 순간 우리 인생에서 가장 빠른 때라는 것을 가슴에 새겨두어야겠습니다.


'하정우' 배우의 '걷기' 예찬이 있었다면 '안철수' 교수님의 '달리기' 예찬.

아마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조금씩 움직이며, 몸을 움직이며 내 인생의 길을 걸어, 아니 뛰어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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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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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5시부터 눈길은 시계를 향해 있습니다.

엉덩이는 들썩들썩이게 되고 상사의 부름이 있을까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숨죽이다보면......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일직선을 이루며 외쳐줍니다.

"퇴근합시다!"


사실 누구나 첫 직장을 갖기 전의 마음가짐은 그럴 것입니다.

나를 뽑아준다면 그 회사를 위해 열심히, 내 기량을 200% 뽑아내 성과를 내야지!

하지만 정작 입사 3개월이 지나고나면 슬슬 회사생활이 생각과는 다름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한달이 흐르고 일년이 흐르고......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라는 것에 반가움을 느끼기도 잠시.

문뜩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이 책이 말하였습니다.

회사를 바꾸거나 그만둔다 해도

끝나지 않을 고민들에 대하여

『딱 여섯 시 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일과 관련된 고민을 하는 이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고민에 대한 답이 회사에 있을 수는 없다. 모든 고민의 원인이 회사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오히려 우리가 지나치게 회사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우리가 일을 통해 무언가 얻기를 기대할 떄 그를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 중 하나다(물론 중요한 수단이다.). 다만, 그렇다 할지라도 회사가 우리의 전체 에너지를 관자아하는 존재는 아니다. 그렇게 두어서도 안 된다.


후자, 그러니까 회사를 바꾸거나 그만둔다고 해도 끝나지 않는 고민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자주, 진지하게 얘기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과 관련된 모든 고민의 결론이 '때려쳐~', '이직해~'로 내려지는 게 아니라 내 고민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지,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옵션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게 된다면 좋겠다. 나아가 생산적인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건강한 방식으로 분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일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주체적인 사고방식을 갖추게 된다면 더 좋겠다. - page 9 ~ 10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하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조금은 일찍 만났었다면......

그래도 지금이라도 만나 일의 중심에 회사가 아닌 '나'를 놓는 법을 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왜 일의 중심이 회사가 아닌 '나'로 놓아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속한 일의 세계는 육지에 뿌리내리고 살다가 어쩌다 바다에 가는 현실 세계와 달리, 한평생을 바다 위에서 보내며 파도의 상태에 따라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야 하는 세계일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배에서 내려야 하는 순간, 내가 타고 있던 배가 그럭저럭 괜찮은 배였다면 내리는 사람들이 죽지는 않도록 구명조끼나 보트 정도를 주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자유는커녕, 나의 힘으로 나를 온전히 책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좋은 대책이 될 수 없음은 마찬가지다. - page 30

언젠가는 서핑 보드를 집거나 자기만의 작은 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나'를 위한 일을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직 '나'를 위한 일을 하기 위해 책에선 이런 제안을 건넵니다.

일과 내가 좀 더 평등하고 원활하게 관계 맺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서로가 아닌 대체재가 있어야 한다. 일 말고도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들을 든든히 갖춰놓아야 한다는 것이 첫 번쨰고, 지금 다니는 이 회사 외에도 일과 관련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다. - page 75


그래서 시작되는 '딴짓'.

"딴짓을 하지 말아라." 라는 말을 듣고 자란 이에게 '딴짓'이란 대체로 너무나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몰라서, 시키는 사람은 없고 말리는 사람만 있는데도 굳이 꾸중을 무릅쓰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그것을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하지만 지인들의 걱정과 달리 그런 경험들이야말로 '나다움'에 무게를 더해준 선택지들이었다. 사람들이 좀처럼 관심 갖지 않는 것에 관심 갖는 나를 발견할 때,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인데도 혼자 신이 나서 몇 날 며칠을 붙들고 있을 때, 힘 빼고 가볍게 시작한 일이 생각보다 잘 굴러가면서 자신감을 얻었을 때.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나다운 게 뭘까?'라는 추상적이지만 어려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써 내려가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 page 81


그렇게 6시 이후의 삶을 '나'로 채워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회사생활 혹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욕망을 또렷하게 인지하고, 자신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일을 벌이고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들이는 노력과 포기를 안다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여러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이들은 갖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그만한 노력과 실행을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내가 좋아서, 재미있어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개의 공을 굴려보겠다고 다짐한 거니까. - page 103


'조금 더' 힘든 대신 '훨씬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서라는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

결국 나를 '위한' 일은 없지만 나를 '위하는' 일이 있다는 말.

그래서 나를 위하는 법이 무엇일지 알아야함을 일러주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모든 고민의 답은 '나'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인생이, 행복이 좌우된다는 점.


'내가 좋아하는 일', '나를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러기위해선 '딴짓'을 최대한 많이 해 볼 것!

그 후엔......

일단 시작하고 나면, 아마 상황이 당신을 그다음으로 데려갈 것이다. - page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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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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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줄리언 반스'를 만나게 된 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라는 에세이가 인연이었습니다.

그때 조금은 독특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요리를 책으로 배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리곤 언제나 투덜투덜!


알고보니 섬세한 사람이라 그랬나봅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의 성격이 조금은 괴팍(?)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이번에 미술 에세이를 읽으면서 너무나 섬세하고 지적인 모습에 그의 유명한 소설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당대 최고 화가들의 그림 구석구석과 공명하며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본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기록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나름 미술 에세이를 좋아하기에 많이 읽어보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랬는데......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읽고나니 그동안 읽었던 미술 에세이는 단순한 '수박 겉핥기'였음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서야 화가와 그림에 대해 구석구석 알게 됨에 감사함마저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 속의 화가들을 다 알진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또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기대와 설레임, 그리고 화가와 명화, 작가의 이야기로 하여금 '예술'의 진정한 의미에 한발짝 다가가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가 미술을 바라보는 눈.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 page 18

그래서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지극히 사적인 작가의 시선이었지만 그를 통해 얻게 되는 우리의 눈은 미술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의 영역 확장을 의미하곤 하였습니다.


'명화'라는 것을 생각해 본 계기가 된 <프로이트 : 일화주의자>에서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은 잔인하다. 그들은 소재를 있는 그대로 가져다 쓴다. 이런 맥락에서 그것은 문제가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 그림들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애정이 깃든 초상화로 보이며, 따라서 프로이트 자신이 혐오하는 "거짓 감정"의 좋은 예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때가 되면 이 모든 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예술 작품은 언젠가는 작가의 전기를 벗어나 자유로이 떠돈다는 특징이 있으니까. 어느 한 세대에서는 거칠고 비열하고 비예술적이고 차가웠던 것이, 다음 세대에 가서는 진실된 것, 심지어 삶의 아름다운 화신이 되고 삶을 표현하는 - 또는 심화하는 - 모범이 되기도 한다. 두 세대 또는 세 세대 전만 해도 스탠리 스펜서의 누드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중력의 법칙에 충실한 유방을 가진 풍만한 여자들 - 실은 아내들 - 옆에 작은 체구의 남자가 벌거벗은 채 포즈를 취한 모습. 이제는 이 그림들이야말로 평온과 애정이 깃든 작품이며, 사랑과 욕정의 희롱에 대한 진실한 묘사 같다. 프로이트는 20세기의 위대한 초상화가로 인정받게 될까? 미래의 세대는 지금 우리가 스펜서의 누드화를 보듯이 프로이트의 누드화를 보게 될까? 아니면 케네스 클라크가 프로이트의 화풍에 표한 유감을 정당한 것이라 생각하게 될까? 개인적으로 나는 프로이트가 그린 거대한 리 바워리 습작보다 작은 프랜시스 베이컨 초상화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싱크대나 화분, 나뭇잎, 나무 그림을, 볼모지나 거리의 그림을 더 많이 그렸더라면 좋았을 거라고도. 화가는 있는 그대로, 그들의 능력과 운명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프로이트가 그런 것들을 조금 더 그렸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다. - page 376 ~ 378


긴 호흡으로 한 작품, 한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진한 여운과 한 손에 남겨진 이 책,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앞서 그가 했던 말처럼 그 전율을 몸소 느꼈기에 왜 책을 덮는 순간 마주하게 된 문장이 나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읽고 나면 당장 미술관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의 사적인 미술 산책.

또다시 그의 산책에 동행하고 싶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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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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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너무 유쾌한 소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추리 소설'이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 책을 집었습니다.

책 표지를 보니 탐정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트렌치코트, 모자, 돋보기, 뛰어난 눈썰미 등을 갖춘 이가 보입니다.

마음은 '본격 하드보일드 느와르 첩보 액션 탐정'이지만

현실은 '할인은 되지만 할부는 안 되며

열 번 의뢰하시면 한 번 공짜'인 생계형 탐정.

그녀의 이름, '전일도'.


전 공시생 현 20대 고졸 실종탐정 전일도가

현 시대의 '꿈과 사랑'을 찾아드립니다.

『탐정 전일도 사건집』


할아버지는 '불륜탐정'.

할아버지에게서 일을 배운 아빠도, 그리고 현장에서 만나 부부가 된 엄마도 '불륜탐정'.

대대로 탐정 집안인 그들 사이에 "사례는 됐습니다."란 말만 남기고 트렌치코트 자락 휘날리며 표표히 사라지는 '탐정의 간지'가 있기는 커녕!

수임료는 착수금, 성공 사례금, 위험수당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할인은 해 줘도 할부는 절대 안 되며, 사건을 하결하고 난 후에도 의뢰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그게 다 '영업 인맥'인 된다는 '탐정 수업' 개론을 받은 그녀, '전일도'.

부모님처럼 '불륜탐정'은 되기 싫고 그렇게 그녀만의 '탐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의뢰 사건은 '결혼'과 관련된 사기(?)극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계약 결혼'을 생각한 그.

어플을 통해 만난 그녀에게 반하여 '계약 결혼'이 진지하게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면서 그녀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녀를 찾아주세요!"


그녀가 떠난 이유.

"...... 그동안 고마웠어요. 파스타 사 줘서, 저 칭찬해 줘서, 저한테 웃어 줘서, 잘해 줘서, 꿈이란 게 있다는 게 비참한데, 행복하기도 했어요. 현재만 살았던 저한테 미래란 걸 생각해 보게 해 줘서 고마웠어요. 돈 잘 버는 진짜 셰프 만나서 제대로 결혼해서 잘 사세요." - page 48

하지만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사건은 해결됩니다.

그리고 시작된 본격적인 그녀의 사건 해결!

레스토랑을 나오면서 카톡 프로필을 수정했다. 내 이름은 전일도, 구 공시생 겸 불륜탐정 현 실종탐정이죠. 누구든 무엇이든 찾아드립니다. - page 50


그녀는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그들과의 '인연'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묘~하죠?!

하지만 그게 그녀만의 매력으로 다가오면서 사건들을 통해 꿈과 희망, 사랑과 행복, 위로 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 중 눈에 띈 인물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할아버지'.

이 사건은 2017년 8월 2일 부동산 대책 직전, 부동산 시장에 '갭투자 열풍'이 불어닥쳤던 시기를 배경으로

"집주인을 찾아주세요!"

란 의뢰를 받게 됩니다.


이 의뢰를 통해서는 '가족', '욜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할아버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나기 전 할머니를 초대해서 전한 이야기.

"시한부라고 거짓말하려고 했는데, 그냥 말할게. 난 다음주면 떠나. 더 늙기 전에 탐정 소설에 나오는 데를 다 가 보려고. '그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세상 떠나는 거 보고 결심했어. 이 나이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더 이상 하고 싶은 걸 미루고 살지 않기로. 현재에 충실하기로. 그걸 당신이랑 살 때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그때 당신만 힘드냐고 하지 않고, 당신도 힘들었겠다고 했을 텐데, 은퇴 후에 여행 가자고 하지 않고 당장 저녁 때 손잡고 공원이라도 산책했을 텐데, 내가 다 가족 위해서 돈 버느라 힘든데 바가지 긁지 좀 말라고 하지 않고, 내가 밖에서 일하는 동안 집안이 잘 돌아가게 보살펴 줘서 고맙다고 할걸, 내가 바람핀다는 건 다 오해라고, 의부증이냐고 하지 않고 내가 맡은 사건들을 다 얘기해 줄걸.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고 하지 않고,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어볼걸. 당신이 어땠을지를 손주를 기르면서야 알았어. 요새 젊은 애들이 욜로, 라고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그런다며,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다 속마음을 표현할 걸 그랬지. 난 그걸 너무 늦게 알았어.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그때 그랬으면 당신이 날 떠나지 않았을 텐데. 이제라도, 두 번쨰 신혼여행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가 주면......" - page 101 ~ 102

너무나 가까이에 있기에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

마지막에 할아버지의 반전이 있었지만 그의 이야기가 한동안 가슴에 맺혔었습니다.


엄마이다보니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어흐흐흑, 진짜로 좋은 엄마 되려고...... 내 부모한테 못 받은 거 다 해 주려고......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되는 거 하나도 없고...... 어떻게 얘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거 말고 애가 원하는 걸 해 줘야죠. 진짜로 가윤이한테 뭐 잘못하신 거 없어요? - page 111

"우리 가윤이를 찾아주세요!"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무리한 '사교육'에 관한 이야기.

저에게 일러준 이야기.

아이 하나 기르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은 아이 기르는 데 손이 많이 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이렇게 살아도 불안하지 않고 저렇게 살아도 불행하지 않은 어른이 주변에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가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놀러 갈 수 있는 집이 많다는 뜻이다. 그 마을은 빨간 벽돌집에 가격을 매기지 않고, 창틀마다 화분을 내놓고 마당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놀러 온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돈은 못 벌어도 문제없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빨간 벽돌집의 문을 활짝 열어 둔다. - page 153

저 역시도 다짐을 해 봅니다.

아이가 마음을 열고 다가올 수 있는, 내 욕심이 아닌 아이의 관심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좋은 어른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왕따',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 역시도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한때는 베프였지만 어느새 '왕따'를 시킨 아이가 되버린 '나은'이와 죽음을 맞이한 '은수'.

나은이 앞에 나타난 은수 엄마는 자신의 아이의 한을 풀고 싶다며, 이 아이의 처벌을 원하는 모습.

"너도 친구 없었잖아! 왜 너는 살아 있고 우리 애는 죽었어! 왜!"

...

"저도 왕따 당할 때 죽고 싶어서 유서를 썼는데, 쓰다 보니까 저 죽으면 재밌어 할 애들은 있는데 슬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고, 제가 죽는다고 바뀔 것도 없을 것 같아서 안 죽기로 했어요. 남 좋은 일 하기 싫어서요. 걔는 아니었나 봐요."

누군가의 죽음에 책임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걸 아는 사람이 있고 모르는 사람이 있다. - page 356

너무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택한 이들.

그들을 '죽음'까지 내몬 우리들의 '책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말하였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전일도 탐정이라면 그 두 가지를 다 해결해 주겠죠.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줄 거고요. '열 번 의뢰하시면 한 번 공짜'라며 영업하는 전일도 탐정이 이 책에서 맡은 사건은 아홉 개입니다. 독자님들이 의뢰하고 싶은 사건을 하나씩 생각해 두셨다가 전일도 탐정에게 상담하시면 기꺼이 "받고 하나 더!"를 외치지 않을까요? - page 469

내 고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반드시 제 사건의 해결은 '전일도 탐정'에게 의뢰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사건으로 상처난 마음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전일도의 사건집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아니!

끝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꼭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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